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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안개는 이렇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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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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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깡통

산어린이학교와의 만남

깡통이 산어린이학교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 것은 지난 2008년 9월 아내 징검다리가 산어린이학교에 첫 출근을 하면서 였습니다.

 

딸 하경이가 궁더쿵어린이집에 들어가는 일정이 예정보다 늦어져 11월에 들어가게 되어 10월 한 달을 하경이와 아내가 근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직장에 더부살이 하러 가곤 했기 때문에 하경이는 산어린이 학교를 지금까지도 좋아합니다.

 

2005년 아내가 암 수술을 받고 그동안 아내에게 별로 해준 것이 없었구나 생각을 했었지만 정신을 못 차리고 살다가 2006년 하경이를 입양하고 또 그저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2007년 12월 장모님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고, 교회가 세들어 있던 건물 주인이 바뀌면서 이사를 해야 했고, 이사하기 전 새로운 주인은 자신들이 들어와 살아야 하니 건물 공사를 잠시 하겠다더니 한 달을 공사하더군요, 덕분에 도서관도, 교회도, 집도 온 통 먼지 구덩이 속에서 살아야했습니다. 당시 3층 건물에서 2층이 교회와 도서관, 3층에서 공사, 옥탑 방이 집이었답니다.

 

이사를 할 곳을 찾으러 한 달을 헤매고 다녔고, 교회를 생각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결국 궁동으로 이사를 한 후 현재까지 일요일만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사를 하자마자 작은 처남이 결혼을 해서 아내는 장모님의 빈자리를 채워야 했습니다. 그렇게 2008년 상반기는 정신없이 흘러갔습니다. 그 해 전 교단에서 하는 여름 학생 수련회에 팀장으로 참석을 해야 했는데 아내는 가지 말라고 하는 걸 내가 빠지면 행사 상황이 좋지 않아 아내의 부탁에도 성결대로 갔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7월 말 제가 학생 수련회를 마치고 돌아온 날 폭발을 했습니다. 2008년 하반기는 아내와의 갈등이 정점에 달했고, 다행히 아내는 산어린이학교에 출근을 하기 시작하면서 저와의 갈등과는 별개로 자기 자신을 찾아갔습니다.

 

제가 왜 깡통이냐고요?  깡통 외에도 전 여러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날자 자유로, 눈물이 마른자리, 그리움이 머무는 곳에, 아침안개 등이 있지만 2008년 9월 처음 징검다리를 따라 하경이와 산어린이학교에 왔을 때 아이들이 별명이 뭐냐고 물어서 웃고 있었더니 아내는 아이들에게 저를 자유라고 소개하더군요^^

 

하경이가 궁더쿵에 처음 들어갔을 때 별명을 뭐라 할까 고민하다 그냥 깡통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전 아내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알았고, 제가 그동안 사람들에게 해 왔던 이야기들과 제 삶의 모습을 돌아봤을 때 참 많은 모순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직업이 목사다보니 가정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참 많은 말들을 쏟아냈던 자신을 보게 된 거죠...

 

아내와의 갈등 아니 사실 아내의 상처에 대해 제가 너무 몰랐다는 것과 그것을 어떻게든 채워가야 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빈 깡통이 너무 요란했다는 자기반성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산어린이학교에 지난 3월 9일 첫 출근을 했습니다. 첫 출근과 동시에 아침햇살과 면담을 했습니다. 징검다리 덕 분에 깡통에 대해 좋게 생각해주시는 선생님들과 아침햇살 덕분에 그리고 가끔씩 만났던 아이들 덕분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깡통이라는 별명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 다행이고요^^

 

놀이네트의 조원식선생님은 놀이생태계라는 말을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놀 수 있는 문화가 가장 좋은 것이다.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방과후에 아이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아이들을 지켜본 결과 그냥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놀도록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끔 아이들이 말을 합니다. 왜 깡통 또는 아저씨는 우리보고 하지 말라는 것이 많아? 응? 그거야 깡통이 하는 일은 너희가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놀도록 하는 것이거든

 

깡통은 가끔 위험하게 노는 아이들이 있으면 하지 못하게 하고, 혼자 노는 아이가 있으면 잠시 가서 슬쩍 이야기 한 번 건네며 시간을 보내고 있고 앞으로고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뭔가 큰 것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아이들 스스로 놀고,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점을 찾아가도록 지켜보며 도울 일이 있으면 돕는 것, 소외된 친구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 혼자 놀든, 둘이 놀든, 집단으로 놀든, 그들 스스로 흥미와 재미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 크게 다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고 살아가는 것, 가끔은 그 아이들과 함께 뛰어다니면서 그들의 곁에서 그들의 자라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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