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경들에게도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매일 길거리를 환히 밝히고 있는 촛불들의 행렬이 공권력에 의해 짓밟히고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시민들을 향한 경찰들의 폭력은 심해져만 가고 있고, 물대포에 최류액을 섞겠다는 경찰의 엄포는 과연 우리가 21세기의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가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시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촛불 하나씩을 손에 꼭 쥐고 거리로 나와 ‘비폭력’을 외치고 밤새 토론을 하며 민주주의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데 말이죠.
이제 눈에 뵈는게 하나도 없는 상식을 뛰어넘은 정권의 횡포를 향해 경찰들도 방패와 물대포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번 촛불집회를 계기로 “전경 복무가 원했던 군복무와는 많은 차이가 있고 의사와 관계없이 최근 정치적 상황에 개입하고 있다”면서 지난 6월 12일 육군 복무로 전환해달라는 이 모 전경의 양심선언이 있었습니다. 그는 시민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라는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전투경찰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군부대 배치의 과정에서 무작위로 차출당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자신의 신념과 상관없이 시민들을 향해 직접적 폭력을 행사할 것을 강요받습니다.
물론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며 시민들을 향해 방패를 내려찍는 그들을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겠죠. 위계질서를 벗어나는 것 자체가 공포가 되고 위협이 되는 그 사회에서 부당한 명령일지라도 당당하게 불복종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무서운 일이니까요. 그들의 두려움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습니다. 나치 독일의 전범들과 유대인 학살 관여자들을 처벌한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도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던 병사들에 대해 유죄를 판결했었습니다. 재판부는 ‘정부 또는 상관의 명령에 따라 행동했다 하더라도 그 자의 도덕적 선택이 실제로 가능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국제법상 책임을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민을 우롱하며 불도저식 정치를 자행하고 있는 정부의 명령은 정당한 것인가요?
사람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방패로 내리찍어 시위를 진압하라는 경찰의 명령은 정당한 것인가요?
전의경들에게도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지켜내야 할 소중한 권리이지 않을까요?
이 모 전경은 지금 경찰의 보복성 징계를 받고 영창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고 모여 밤거리를 환히 비추고 있는 촛불들이 그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제 다른 전의경들의 마음도 우리들의 마음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의경들에게도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제 물대포와 방패를 내려놓고 우리와 함께 촛불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위의 내용을 직접 손으로 써서 만든 유인물.
200장 정도만 복사해갔기 때문에 주로 전경버스에 집중했는데, 안으로 밀어넣는 종이를 받아서 읽어보는 전경들을 만났다. 심지어 손을 흔들며 웃어주기까지 했다.
순간, 어찌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른다.

명령을 어기는 것이 죄가 아니라 시민을 짓밟는 것이 죄입니다

명령을 잘 따르면 로봇, 전경은 로봇이 아니라 인간!
그 외에도 <진압의 도구에서 양심의 주체로>, <전의경이 지켜야할 것은 이명박이 아니라 시민입니다>라는 피켓도 들고 다녔다.
시민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우리가 워낙 소수라서 눈에 잘 안띄는게 문제^^;
처음에 물대포와 소화기를 쏠 때 일부러 앞에 가서 들고 있었다. 예상하고 비닐로 감싸놓기를 잘했다 생각했으나 정작 사람이 버티기 힘들어서ㅠㅠ
문제는 이걸 더 제대로 알리려면 진압할 때 보여줘야 할텐데.
요즘 분위기 너무 안좋아-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