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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칭찬이 불편한 이유

  • 분류
    일기
  • 등록일
    2016/06/02 19:13
  • 수정일
    2017/03/06 01:13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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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칭찬이 불편한 이유

 

종종 칭찬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느낀다. 여기서 말하는 칭찬은 나에 대해 어떤 긍정적인 평가를 내용으로 한 말이나, 내가 한 어떤 일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말 등이다. 칭찬이 불편해지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1.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목적을 가진다면,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그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자극을 주거나, 혹은 싫어하는 자극을 주거나. 헌데 싫어하는 자극을 주려면 자극을 주는 주체가 변화시키려는 대상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 부정적 평가를 하거나, 벌을 주거나, 때리거나, 위협하거나 등등은 강자가 약자에게 줄 수 있는 자극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약자의 위치에 있거나 강자와 약자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관계에서 타인을 변화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은 좋아하는 자극을 주는 것밖에 없다. 좋아하는 자극을 주는 행동 중 가장 간단하고 대표적인 행동이 바로 칭찬이다.

우리는 처세술로써 칭찬의 효과에 대해 익히 들어왔다. ‘덜 폭력적인’ 훈육과 교정의 방법으로 학생이나 자식을 칭찬한다는 이들도 많다. 특히 여자들은 남자에게 칭찬을 해주라는 조언을 많이 듣는다. 남자 애인, 동료, 상사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칭찬이며, 칭찬이야말로 권력 없는 여성이 남자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행동이다. 똑똑한 여자는 남자를 비난하지 않고 그를 칭찬한다, 우리는 이런 말들을 듣고 체화한다. 나 또한 누군가의 행동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칭찬을 사용한 적들이 있다. 나는 타인을 칭찬하는데 능숙한 사람은 아니지만, 칭찬의 효과는 자주 체험된다.

때문에 누군가 나를 칭찬하면 나는 그의 의도를 생각하게 된다. 내 경험상으로는 특히 여자인 사람들이 칭찬을 많이 한다. 그들이 특별히 구체적인 ‘의도’를 가져서라기보다는 남을 칭찬하는 것이 타인을 대하는 방법으로-약자로 살아남기 위해-체화된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많지만, 두 경우 모두 불편하긴 매한가지이다. ‘덜 폭력적인’ 훈육과 교정의 방법으로써 칭찬-부적 강화보다 정적 강화를 강조하는-하는 것에 대해서도 앞에 언급했는데, 나는 교사-학생, 부모-자식의 권력관계 하에서 일방적으로 타인의 행동을 교정하려는 의도가 정당화되는 이상 부적 강화보다 정적 강화가 윤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회의적이다.

 

2. 칭찬이 불편한 이유 두 번째는 종종 그 칭찬이 ‘어린데/학생인데/경험도 없는데’ 이만하면 잘했다는 평가로 들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아동 심리치료에 대한 수업을 듣고 있는데, 아동 치료에서 비청소년인 치료자가 치료대상인 아동에게 불필요한 칭찬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시를 들었다. 이유인즉슨 아동이 자신을 ‘아이’취급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가는 대목이다. 아이였던 시절 어른들이 나의 자연스러운 행동, 내게는 별 것 아닌 행동에 대해 칭찬할 때면 당황스러움과 함께 미묘하게 나쁜 기분이 들었다. 특히 내가 생각하기에는 별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한 것이 아닌데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위치가 높은, 경험이 많은 사람이 나를 칭찬하면 나는 그가 나에 대해 어떤 기대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3. 그럼에도 누군가의 칭찬이 고마울 때가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를 어느 토론회의 패널로 섭외할 때, ‘선생님이 쓰신 글을 읽어보았는데 이러이러한 의미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이 토론회에서 말씀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등으로 칭찬의 말을 하면 고마운 느낌이 든다. 친구가 나의 부족한 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렇지만 너는 이러이러한 장점이 있어’라고 덧붙이면 마찬가지로 고마운 느낌이 든다. 그들의 칭찬이 진심으로 느껴져서라기보다는 나의 감정을 배려하거나 생각해서 그 몇 줄의 말을 하는 수고를 하는 데 고마워하는 것이다. 그 몇 줄의 말,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대부분의 관계에서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 정도인 경우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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