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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而先生
이곳은 문화인류학 전공자, 반자본주의자, 환경 친화 사회와 소규모 공동체문화를 지향하시는 분들,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상과 자유로운 몸을 꿈꾸시는 모든 분들과의 교류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교토 2008 - ② 교토대 기숙사 요시다료(吉田寮)

 

발표자인 나는 호텔에서 자게 되었지만, 동행한 헤비죠 선생님은 교토대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후배와 함께 거의 무료나 다름없고 외국인에게도 편의를 제공한다는 교토대학교의 요시다료에서 3박을 하기로 했습니다. 교토대학교에는 기숙사가 여러 곳 있지만, 꽤나 유명한 유명한 기숙사가 두 곳 있는데, 80년 된 요시다료와 45년 된 구마노료(熊野寮)가 그것입니다. 다음 사진은 모두 헤비죠 선생님이 찍은 것입니다.

 

 

일본 특유의 깨끗한 왕복 2차선 도로를 달리다가 요시다 지역에 들어서면 교토대학 건물들이 펼쳐집니다. 그런데 일부분에 담장과 나무로 둘러친 조금은 이상하게 보이는 곳이 나타나는데요, 외부에서는 그 안쪽이 잘 안 보입니다. 근처에 가면 사진과 같은 간판이 걸린 입구가 나타나고, 간판 바로 뒤에 고색창연한 건물이 보입니다. 뭐, 분위기 있어 보이죠? 여기저기 학생들이 트럼펫도 불고, 바이올린도 켜고~ 동아리들이 모여있어서 나름 활기차 보입니다. 자전거도 많이 놓여있어 들고나는 사람들도 많음을 눈치챌 수 있죠.

 

 

정면에는 가로수길 비스무리한 길이 70m 정도 펼쳐지고 다시 고개를 왼편으로 돌리니 귀여운 그림과 함께 뭐라뭐라 적혀 있습니다. "주의!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버리는 것을 들키면 모두 가져가야 합니다" 정도의 뜻입니다. 뭐,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니... 뭐 문제라기 보다는... : )

 

 

음... 뭐죠? 뒤로 보이는 저 풍경? 결코 정원이라고 할 수 없는, 아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쓰레기장은 아니지만, 쓰레기장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방치된 마당... 분명히 쓰레기를 버려도 될 듯한, 아니 버려줘야 마땅할 것 같은 그런 곳(?) 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니...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여기가 기숙사 본관입니다. 뭐, 80년 됐다니까 낡은 거야 이해하지만, 심히 건물의 안전이 염려되는군요. 왠지 발 들이기 싫어지는 사람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에어컨 실외기가 있어서 안심했는데, 알고 보니 사무실에만 설치했더군요. 헤비죠 선생님이 사진을 너무 좋게 찍어줬는데, 실제로 보면 기숙사인지 버려진 흉가인지 알 수 없습니다. 기숙사 로비에서 일본 학생들과 맥주를 마시며 학문을 토론하려던 계획은 이 건물을 보면서 사라졌지요. 

 

 

본관 1층에 걸린 명패들. 간혹 한국식 이름들도 보이는 걸로 봐서 여기 살고 있는(잠시 묵는?) 한국 학생들도 있는 듯합니다. 입구부터 너저분한 것이 일본 특유의 꽉 짜인 생활 속 규율들에서 벗어난 곳임을 느낄 수 있는데, 아마도 일종의 '해방구'인 듯한 느낌이 듭니다.

 

 

1층 복도에서 본 바깥 건물입니다. 밤에 보면 별로 기분 안 좋을 것 같습니다. 우거진 수풀 속에서 모기와 각종 벌레가 우글거리고, 주변에서 풍겨오는 습하고도 알 수 없는 냄새들이 절묘히 어우러지고 있었지요. 척 보면 알겠지만, 여기는 기숙사라기 보다는 그냥 배낭족 숙소라고 하는 게 옳을 듯합니다.

 

 

깨진 유리창은 그냥 방치되어 있고... 주변 건물은 창고로 쓰기에도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일단 가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서 옷이 젖는 날씨를 피해 에어컨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은 생각만 간절하더군요.

 

 

이 정도야 좀 소란스러운 자취방의 풍경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사용 중이라는 주방의 풍경이 다음과 같다면 "좀 소란스러운 자취방"이라고 하기엔 좀...

 

 

 

여기가 '방'입니다. 과방이 아니고, 잠자는 방. 비교적 깨끗한 방을 찍은 것입니다. 20대 초반이라면 나도 저기서 뒹굴 수 있었겠지만... 허허...

 

 

유난히 더위에 약한 헤비 선생님이 이런 곳에서 선풍기도 없이 헉헉 거릴 때 나는 호텔에서 샤워하고 추워서 이불 덥고 졸고 있었습니다. 명색이 저명한 대중음악 평론가인데... 너무 미안하더군요.

 

 

본관 입구에서 뒤를 돌아보면 또 하나의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곳은 어떤 곳인지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한 번 가보았습니다. 일단 악취는 안 나더군요... 허....

 

 

그 건물에 들어서니 과거에 식당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역시 폐허가 된 지 10년은 더 된 듯했습니다. 목공소 같기도 하고, 쓰레기장 같이 온갖 쓰레기가 다 여기에 있는데, 뜻밖에 식당 한 켠에는 드럼도 있습니다. 주인은 밤마다 연습을 한다고 하더군요.

 

 

 

 

 

여기가 화장실. 그나마 몇 개 없고 남녀 공용이라고 합니다. 샤워실도 있는데, 몇 백 명이 사는 곳에 샤워실과 화장실이 서너 개라니.... 그 더위에...

요시다료는 교토대 학생들의 상징(?) 같은 곳이라고 합니다. 이미 여러 차례 학교측이 재건축하려 했으나 학생들이 반대했다고 하는군요.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좌파들이 근대적 규율에 저항하는 히피 같은 삶을 살며 사회에 대한 고민과 함께 이곳을 투쟁의 거점으로 삼고 활동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제 일본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대학 기숙사로 남아, 대학 다니면서 한 번 망가진 삶(?)을 살아볼 수 있는, 돈 없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메카 같은 곳이 되었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반드시 학생만이 아닌 갈 곳 없는 가난한 사람들까지 아이를 데리고 들어와 함께 살기도 한다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누구 한 사람 뭐라 하지 않고, 값비싼 최신식 컴퓨터도 들여오고 악기들도 가져와 간섭 받지 않는 자유를 누리며 삽니다. 물론 이런 대학생활이 끝나면 넥타이 단정히 맨 사회인이 되어 일본 사회의 숨막히는 규율에 따르며 살아가겠지만.

내가 이곳을 재미있게 본 것은, 뭐 꼭 이곳만의 일은 아니겠지만, '질서'가 생겨나는 과정을 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저렇게 혼란스럽게 사는 곳에서 값비싼 컴퓨터나 그밖의 고가의 개인 물건은 과연 어떻게 관리되는지 궁금했습니다. 개인들이 자기 물건이니까 열심히 챙기며 사는 건지 어쩐지, 모든 시설은 공유의 극치이고 그러다 보니 아무도 신경써서 청소도 안 하고, 그저 머물다가 가버리기만 하는 곳. 결국 모든 사람의 것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 대부분이 사람이 질겁을 할 환경 속에서 그것을 하나의 '취향'으로 가꾸어 버리는 '역전'의 묘미를 만들어 낸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나는 마흔 넘게 살면서 좌파나 진보라고 스스로를 매김하는 사람들 중에 '공유'를 위해 솔선하여 쓸고 닦고 아끼는 사람을 못 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멀쩡한 물건들이 관리 부실로 없어지고 부숴져서 다시 사야하는 예산 낭비, 환경오염들이 말도 못하더군요. 공유를 위한 해방의 공간을 만들고 자신들만의 질서를 만들어 꾸려가는 곳에서도 자기 물건을 꼬박꼬박 잘 챙기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공유'를 외치는 '몸 따로 행동 따로'족.

처음에는 나도 요시다료의 문화가 자유와 해방, 근대적 규율에의 저항 공간으로 보았지만, 돌이켜 보니 그저 '취향'의 하나인 듯 싶습니다. '좌파적 삶' 또는 '저항적 삶',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삶'에 대한 다짐이 그저 '취향'으로만 느껴질 때가 운동의 현장에서 종종 보입니다. 당에 나와서는 온갖 선명한 얘기들, 급진적인 얘기들 하지만, 회의만 끝나면 새로 산 핸드폰 꺼내들고 어쩌고 저쩌고 떠드는 사람들... 내가 볼 때 그런 사람들은 그저 반자본을 외치는 자본주의적 속물들일 뿐인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많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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