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 이상을 일본의 우파 정치인들과 대중 미디어들은 북한 핵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켜 왔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일반 국민들은 북한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과 불안감에 의해 이성을 잃어버렸지요. 자신들이 납치하고 죽인 수백 만의 조선 사람들에 대해서는 잊고 있지만 몇 명 안 되는 일본인 피납자들을 북한에 대한 증오로 연결시키며 체제의 모순을 은폐시키는 정치 기술에 속아 그릇된 정치적 판단을 해 오고 있습니다. 일본 하네다 공항에 내려 입국 수속을 받으러 가는 통로에는 백사장에 점점이 찍힌 발자국 옆에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글이 적힌 포스터가 쫘악 붙어 있습니다. 해변을 걷다가 북한에 납치된 사람들을 말하는 거죠. 2008년, 일본에 갔을 때는 개각을 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전담하는 "납치문제상"이라는 장관이 있더군요. 요 며칠 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성노예 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일본측이 거기에 반응을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본이 북한을 붙잡고 늘어지는 이유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런데, 이제 그 북한의 핵이 아니라 자신들의 원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야말로 순망치한의 관계이고 보면, 미워도 도와줘야지요. 한국 정부가 개 두 마리를 앞세워 구조대 5명을 긴급 파견하는 사이 온라인에서 뭉친 일반인들이 나서서 일본을 돕고 있습니다. 역시 우리 시민들이 진정 챔피언이죠. 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인도주의란 보따리 내놓으라고 할 걸 알면서도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는 걸 말합니다. 한국 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 대상에서 북한이 빠지는 게 앞뒤가 안 맞긴 합니다만, 일단 도와주는 건 잘하는 거지요. 단, 도와줄 돈이 없으니 네이버에 모아 둔 콩을 이 기회에 털어주고 얄팍한 자기 만족이나 즐긴다고 하는 게 정확한 거겠지만, 아무튼 그 돈은 결국 "네이버와 한국 네티즌"의 이름으로 일본에 전해진다는 것쯤은 우리가 내다 볼 수 있어야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일본 열도 침몰 어쩌고 하는데, 혼슈가 2.4m 옮겨가는 것도 이 정도로 대재앙인데, 백두산보다도 1천 미터가 높은 후지산이 물에 잠기면 한국은 어찌 되겠습니까. 일본이 있어서 태풍과 지진 피해가 없는 거 알면서도 열도 침몰을 바라는 대갈님들로서는 세상이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라는 게 보일 리가 없고, 그런 대갈님들도 한 표를 행사하게 해주는 게 민주주의니, 참 어떨 때는 한숨이 나오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200만 명이 굶어죽는 동안에는 지원을 끊으라고 온갖 욕을 다 하고, 최고 잘 사는 나라에게는 너도나도 돕자고 하니 역시 있는 놈들은 있는 놈들끼리 돕고 사는가 봅니다.

원전 수출을 치적으로 내놓으려 했더니 목사가 나서서 정치 참여를 부르짖고 일본에서 지진 나고... 그저 레토릭으로 써먹으려고 "이익공유제"를 하겠다고 했더니 마이 바흐 소유주님은 눈치 없이 덤벼들고. 하긴 경제학 책에서 배운 것만 기억하는 대갈님 가지고 세계적인 기업을 이끌고 계신 것도 대단하긴 합니다. 부가티 끌고 일반 도로 달리신다는 이 분은 한 번 외출이라도 하실 때면 수행원에 기자, 경호원에 온갖 부하들에 둘러 싸여 돌아다니십니다. 정작 그가 다스리는 삼성보다 훨씬 더 가치를 인정 받는 미국의 애플 주인은 평범한 레스토랑에서 평범한 승용차에 부인이 직접 운전해 주는 차를 비틀거리며 타고 다니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말기 암이라는데도 의사나 수행원들에 둘러싸이기는커녕 말입니다. 아무튼 요즘 신문 보면 참 재밌어요. 이건희 님께서 좀더 항쟁하셔서 이 나라 국부의 99.999999999....%를 빠른 시일 내에 다 가지시길 바랍니다. 모순이 깊어져야 정신들도 빨리 차리게 되겠죠.

2011/03/13 22:35 2011/03/13 2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