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근태 선생을 계기로 다시 관심을 끄는 곳이 '남영동 대공 분실'입니다. 장소가 장소이니만치 건물을 허물지 않고 '보존'한다는데, 그것을 보며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장소와 시설은 그대로이되, 말끔하게 치워져 추악하고 끔찍했던 진실을 떠올릴 수가 없습니다. 남영동 대공 분실 자리에 비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고문 도구나 일제의 만행을 기억할 수 있는 사진자료들이 있어 대비가 됩니다. 그러나 서대문형무소는 일제에 의한 폭력만 떠올리게 되어 있어 민주화운동 기간 투옥된 인사들의 고초는 지워버려 역시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길게 쓰지 않더라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자국(自國)의 폭력에 의한 희생을 은폐하고 외세의 폭력만 부각하는 역사관, 이는 자신들을 전쟁의 피해자로 왜곡하는 일본의 그것과 다를 바 하나 없습니다. '김근태 기념관'을 세우자는 주장이 있는데, 김근태 선생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폭력에 희생된 모든 사람들을 위한 사죄와 추모의 자리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앨런 튜링 사건에 대해 영국 정부가 반 세기 만에 사과를 했었다는 기사(여기를 클릭!)를 어제 보았습니다. 튜링의 자살과 2009년의 영국 별 관련도 없지만, '국가'가 잘못을 시인하는 것은 그야말로 100년이 가도 늦지 않은(百年不晩)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마땅한 것입니다. 사회를 대표하여 그릇된 역사를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보다 더 확실하게 역사를 성찰할 방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이 땅에는 많은 김근태가 있습니다. 아니 베트남과 같은 먼 이국에도 있습니다. 추악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김근태와 이근안은 반드시 교과서에 실어 대대손손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만 생각하지 말고 굽은 것을 펴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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