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실험 뒤 6자회담 주제와 전망

12월 24일은 "크리스마스 이브"만은 아니다. 이 날은 북에게 있어서 "항일의 여성영웅 김정숙 동지께서 탄생하신 89돌"에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높이 모신 15돌"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만약 북에게 "10대 명절"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 가운데 한자리를 너끈히 차지하고도 남을만한 날이 바로 이 날이라고 할 수 있다.

북반구의 동방과 서방에서 각기 나름대로 쇠게 될 명절을 한 주일 앞둔 12월 18일 월요일 아침, 북경에서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가 드디어 막을 올렸다.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한반도비핵화를 평화적으로 실현하는것"(2005.9.19 공동성명)을 목표로 설정한 6자회담이 열리게 되는 것은 2005년 11월 이래 열석달여, 북핵실험으로부터는 두달여만의 일이다. 회의장 모습은 지난 회의들의 것과는 별 다른 게 없지만 "북핵실험"이라는 그간의 변화가 회의장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는 듯 하다.

한, 미, 일 3국은 "북핵실험"과 "6자회담의 재개" 사이의 시대(時帶)에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내 강조하였다. "핵무기보유국으로 인정되지 않는 북"을 성원국으로 하여, 미국의 기존 어법에 따르면, "북핵철폐를 이끌어내기 위한 6자회담"이 도대체 성립부터 가능할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은 과연 누구의 뜻이며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 것일까? "사실이 그렇다"는 뜻에서의 "인정" 혹은 "부정"이라는 관점에서 "북에게는 핵무기가 없다"는 말일까? 이 말은 물론 아닐 것이다. 비록 북이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한들 "핵구락부"(nuclear club)의 성원으로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일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북을 핵구락부성원 내지 핵무기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기에 한국, 일본, 타이완, 필리핀 등은 핵무장을 꿈도 꾸지 말아야 하며 비핵보유국으로 남아 있되 미국의 핵우산 아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궤(詭)와 그에 대한 "승복"일 것이다. 이것이 북핵실험 직후 펼쳐진 라이스 미국무장관의 눈 부신 외교활동의 골자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동아시아 각국의 내노라 하는 정치가, 정객들이 라이스의 면전에서 "비핵보유의 다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나서는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제하의 교성곡이었던 것이다.

"핵보유 강대국 위선의 상징"인 "핵구락부"에서 "회장" 격이라고도 할만한 미국이 이처럼 오묘한 "섭리"를 "현시"하는 것은 어찌보면 "인정"할만 하다. "위선의 명과 실"이 맞아 떨어지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과 일본이 이같은 입장을 되풀이하여 강조하고 확인하는 것은 어쩐지 허전하기만 하다.

역사의 "피식민지", "식민지 종주국"이라는 "신분차별"은 현실의 "피보호국"이라는 "신분평등"으로 "진화"했다는 말인가?

미국은 이번 회의의 개막을 앞두고 "안전에 관한 서면보장의 발행"이라든가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라든가 하는 "공약"을 "실천할 수도 있다"는 풍선을 마침내 뛰워 올렸다. 그동안 북에 대해 "핍박"만 일삼아온 미국으로서는 일종의 "태도 변화"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변화의 배경에는 지난 10월의 북핵실험이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외교적이고도 평화적인 유일한 해법"으로서의 "6자회담"으로의 "복귀"에 대해 부담을 가장 크게 느낄 당사자는 아무래도 미국일 것이다.이 점은 제5차 회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점덤 더 뚜렷이 부각될 것이다. 그 이유는 이번 회의 내내 "한반도비핵화"를 위해선 "북, 미 쌍방의 핵무기를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을 북이 들이댈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의 회의들에서라면 "핵무기가 없는 북"으로선 "북, 미 쌍방의 핵무기 철폐"를 내걸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5차 회의에서부터는 사태가 "결정적으로" 달라져 있다.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든 말든"의 "관념론", "현실론"을 모두 뛰어넘어 북이 바야흐로 "핵보유국"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북은 이번 회의부터는 더욱 본격적으로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철폐하라"고 미국에 대한 "핍박"으로 나올 것이다. 그 "타격력"은 적어도 지난 기간 내내 미국이 북에 대해 가해왔던 "핍박"과 정비례할 것이다. 그런 회담장에 입장한 미국이 과연 어떻게 응대할 것이며 이번 회의가 과연 어떤 결말을 산출할지는 아무래도 "두고봐야 알 것"이라는 답 아닌 답이 가장 현명한 답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의 뜻"을 좇은 것인지는 분명하지는 않은 상태에서 이번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를 구획선으로 하여 동아시아에서는 "핵4강체제"의 명과 암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비핵보유국들이여, 제발 핵보호우산이 필요 없을만큼 핵날씨가 언제나 쾌청하길 빌 따름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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