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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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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서] 도요타 사태의 또다른 원인 (한겨레, 권태호 특파원, 2010-02-08 오후 07:36:44)
    
처음 도요타 리콜 소식을 들었을 때, ‘며칠 가다 말겠지’ 생각했다. 도요타에 대한 ‘신뢰’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경제부에서 자동차업계를 출입하면서 수많은 자동차를 시승해 봤는데, 개인적으로 최고의 차로 꼽은 게 ‘렉서스 엘에스(LS) 430’이었다. 처음 차를 탔을 때 너무 조용해 ‘시동이 안 걸렸나’ 하고 다시 키를 돌리곤 했다. 리콜 사태 이전까지 렉서스뿐 아니라 중형차 캠리, 소형차 코롤라, 소형 4륜구동 래브4, 미니밴 시에나 등 거의 모든 차종에서 도요타가 판매 1위였다. 영화 <그랜토리노>에서 쇠락하는 노년을 상징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1972년형 포드 그랜토리노의 대척점으로 등장한, 아들이 모는 차도 도요타의 스포츠실용차 ‘랜드크루저’였다. 도요타에 대한 믿음이 강한 사람들은 ‘도요타가 아닌, 도요타에 가속페달을 납품하는 미국 부품회사(CTS)의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뒤이어 결함이 발견된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는 일본에서도 생산됐다. 
 
최근 도요타 사태를 지켜보노라면 국수주의를 연상시키는 미국 언론의 집중포화가 인상적이다. 늘 한국에는 ‘외국 기업에 적대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미국이. <워싱턴 포스트>는 결함 부위 설명에만 한 면을 할애했고, <시엔엔>(CNN)은 가속페달 결함으로 숨진 일가족의 마지막 911 전화통화 장면을 수도 없이 내보낸다. 역시 사망사고로 불거졌던 2000년 포드 익스플로러의 타이어 리콜 때도 이렇진 않았다. 이는 제너럴모터스(GM)의 몰락으로 판매 1위로 등극한 도요타가 치러야 하는 ‘챔피언의 독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되짚어보면 도요타는 이전부터 소소한 문제들이 있었다. ‘남이 타는 도요타’는 ‘10년 동안 아무 문제가 없다’는데, ‘내가 타는 도요타’는 성가신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사람들은 다들 ‘도요타니까’ 하며 믿었다. 기자가 지난해 9월에 산 중고차 도요타 시에나도 처음부터 문제가 많아 두 달 이상 수리점에 묶여 있다. 1만500달러에 샀는데, 수리비가 4000달러 들었다. 그래도 이를 ‘도요타의 문제’가 아닌, ‘내 차의 문제’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지금까지 도요타의 상징은 최고품질, 평생고용, 장인정신이었다. 50년 무분규, 노조가 앞장선 임금동결은 한국 언론의 단골 소재다. 직원들이 업무가 끝나도 남아 분반토의를 통해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카이젠’(개선)은 도요타에서만 볼 수 있다.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유명했던 자동차 생산공정에서 한 곳에 문제점이 발생하면 전 라인이 멈춘다. 미국 노동자들은 대개 한 분야에서만 일해 담당자가 아니면 손을 못 댄다. 그러나 도요타는 직원교육을 통해 결함이 발생해도 현장에서 곧바로 고쳐나간다. 45초 만에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그 속도는 세계 1위다. 삼성자동차 경영진이 삼성차 출범 전에 닛산자동차에서 생산현장 연수를 받았는데 생산라인이 너무 빨리 돌아가 울면서 작업했다는 일화가 있는데, 도요타의 생산속도는 그보다 더 빠르다. 
 
결국 살인적인 육체적·정신적 노동강도가 ‘도요타 품질’을 뒷받침했다고 보면 된다. 도요타에서 과로사, 자살, 우울증이 지적된 건 이번 리콜 사태 이전부터였다. 또 원가절감 차원에서 비정규직이 대폭 늘어 이제 30%가 넘는다. ‘평생고용+장인정신=최고품질’의 공식에서 한 축이 무너진 것이다. 도요타가 다시 가속페달을 밟을 날은 더 강도 높은 효율성과 원가절감이라는 ‘제2의 린(lean) 생산방식’을 통해서가 아닌, 좀더 인간적인 모습이었던 ‘도요타의 기본’으로 돌아간 뒤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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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사태 화근은 일등 강박증·비정규직 양산·봐주기 언론…” (한겨레, 도쿄/김도형 특파원, 2010-02-19 오후 07:25:59)
[인터뷰] 도요타 추적 저널리스트 요코타 하지메(52) 
12조엔 넘는 유보금 있으면서도…대량 해고
비정규 기간공 언제 잘릴지 모른채 불안
숙련공이 신참에 기술 가르쳐주려 하지 않아 
 
“세계 1위를 노린 무리한 생산확대 노선과 경비 절감, 은폐 체질이 리콜 사태를 초래했다.” 지난 5년간 ‘품질과 안전의 신화’로 포장된 세계 최대 자동차 대기업의 감춰진 면을 파헤치며 <도요타의 정체>(1권 2006년, 2권 2008년)를 펴낸 프리저널리스트 요코타 하지메(52)는 지난 17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1000만대가 넘는 도요타 리콜 사태의 본질을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도요타 사태의 본질에는 세계적 기업의 체질 문제뿐 아니라, 일본 주류 언론의 봐주기 보도, 비정규직 확대와 마구잡이 해고, 자민당 55년 체제에서 계속된 정경유착 등 일본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감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도요타 리콜 문제가 확대된 배경은 무엇인가? 
“며칠 전 똑같은 질문을 도요타의 제2 노조인 ‘전도요타노조’의 와카쓰키 다다오 위원장에게 한 적이 있다. 그는 2006년 10월 구마모토현에서 5명이 부상당한 교통사고를 계기로 회사 쪽에서 대량 리콜을 발표했을 때, 당시 와타나베 가쓰아키 사장에게 개선 요구를 담은 요청서를 보낸 적이 있다. 그는 도요타가 2000년부터 3년마다 총경비의 30% 절감계획을 너무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가격을 우선해 품질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정규직이 너무 많아서(2005년 생산현장 인원의 39.4%) 여유를 가지고 개발하거나 충분히 품질을 체크하는 태세가 되지 못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회사 쪽은 소수 노조라는 이유로 이런 내부 건의를 수용하지 않았다. 당시 노조는 리콜 문제에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기업의 존망이 걸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요타의 사내 민주주의가 없어서 비판적인 의견이 수용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비정규직의 마구잡이 고용 문제가 도요타 사태의 또다른 배경이라는 지적이 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평균 급료가 절반에 불과하다. 40대 도요타 정사원은 대체로 연봉 1000만엔 정도이지만 비정규 기간공은 언제 잘릴지도 모른 채 불안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실제 도요타는 2008년까지 매년 2조엔 정도의 막대한 영업이익을 남겨 호황기에 12조엔이 넘는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2008년 말 리먼브러더스 충격 여파 때 비정규직 사원들을 대량해고했다. 2~3년 전엔 어느 기간공이 혹사당한 나머지 프리우스 제조현장에서 브레이크의 주요 부품을 일부러 좌우 거꾸로 조립한 사실이 출하 전에 발견돼 부랴부랴 대처했다는 사실을 새로 취재해 <주간금요일> 최근호(19일 발행)에 실었다. 
과거에는 숙련공 정규직이 후배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시스템이 잘 진행됐다. 종신고용제가 일본 기업의 강점이었다. 모노즈쿠리(물건 만들기)라는 일본 기업의 좋은 기업문화가 지나친 경비절감 정책으로 없어지고 말았다. 또다른 문제점은 2007년부터 도입된 도요타의 성과주의에도 있다. 생산성이 높은 라인에 봉급을 올려주는 시스템이 작동한 결과 숙련공이 비정규직 신참에게 기술을 가르쳐주려고 하지 않고, 자신이 성과를 내기 위해 자기중심적으로 내달릴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리콜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점 아닌가? 
“2006년 대량리콜 사태 때도 결함을 인식하면서 8년간 리콜을 하지 않았다. 구마모토현청이 6명의 교통사고 수사 결과를 밝혀내자 도요타 경영진은 마지못해 결함을 인정했다. 마치 역사가 되풀이되는 듯하다. 리콜 문제가 리콜 은폐 사건이 돼버린 거다. 도요타는 우선 몰리지 않으면 진실을 발표하지 않는다는 회사 아닌가 라는 불신감을 초래한 것이다. 그러나 도요타의 은폐 체질은 아직도 여전하다. 
최근 취재에서 중대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결함을 도요타 쪽에서 감추고 있었던 새로운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지난해 5~11월 스스미 공장에서 제조한 하이브리드 신형 프리우스 1만6000대 중 5월 생산된 2대의 결함을 확인했다. 도요타 쪽에 확인했더니 지난 16일 ‘스티어링 기어박스의 볼트를 제대로 조이는 확인이 불충분했다’고 결함을 인정하는 답변을 들었다. 나머지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라인에서 생산한 프리우스 가운데 이런 중대한 결함이 2대밖에 없다는 것은 굉장히 의심스럽다.” 
 
-일본 언론의 책임도 있다고 보나? 
“신문사 경영진 가운데 도요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광고를 많이 따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도요타는 한 해 1000억엔 이상을 광고비로 쓰고 있기 때문에 언론의 비판 보도는 언제든 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 있는지도 모른다. <주간금요일>은 금기에 도전하는 잡지여서 이곳 취재진과 도요타 관계자 50여명을 취재해 잡지에 연재하고 <도요타의 정체>라는 책으로 묶어 출판했다. 1권만 8만부가 팔렸는데 신문에서는 단 한곳도 실어주지 않았다. 또 프리우스는 일본 자동차산업의 핵심기술인데 그것을 비판하는 것은 일본 국익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논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도요타 사태의 정치적 의미는? 
“정경유착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론 도요타가 2005년 ‘아이치 박람회’ 때 세금을 이용해 자신의 공장 주변도로 등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한 것을 보고 도요타 문제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도요타는 자민당에 연간 6000만엔가량 정치헌금을 내고, 그 대가로 프리우스 보조금 등 각종 이익을 얻어냈다. 자민당 55년 정경유착 체제를 도요타는 철저히 이용했다. 민주당 정권이 됐다고 해서 이런 정경유착 체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도요타 노조가 가입해 있는 일본 최대 노조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민주당의 최대 지원조직이기 때문이다. 2005년 총선거 때 오쿠다 히로시 사장(1995~2006년 재임)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손잡고 자민당을 전폭 지원했다. 오쿠다 전 사장은 도요타의 모노즈쿠리 정신을 일탈해서 생산확대 시장지상주의로 치닫게 한 장본인이다. 그는 게이단렌(경단련) 회장(1999~2006년 재임) 시절에 파견노동법 개정에 앞장서 일본 사회의 격차 확대를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도요다 아키오 현 사장은 도요타 창업자의 ‘프린스’이므로 도요다 가계가 표방한 모노즈쿠리 정신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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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사태의 공범, 거대 언론·출판 (한겨레,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2010-02-19 오후 07:28:30)
한기호의 출판전망대 / 
 
도요타 자동차는 낭비가 철저하게 배제된 자동화와 ‘저스트 인 타임 생산 추구, 스스로 표준을 확립하는 현장주의, 사회적 책임의식 강조’ 등 세계 최고 경영방식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추앙받아 왔다. 하지만 대표적인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의 전세계적인 리콜 사태가 터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도요다 아키오 현 사장이 미국 의회 청문회 출석 압박을 받는 굴욕을 감수해야 하니 말이다. 
 
일본 사회는 정말 진실을 몰랐을까? 인터넷신문 <마이뉴스저팬>(MyNewsJapan)의 대표이자 편집장인 와타나베 마사히로와 주간지 출신의 저널리스트 하야시 마사아키가 함께 저술한 <도요타의 어둠-이익 2조엔의 ‘희생’이 된 사람들>은 이미 도요타 차종의 가속페달 오작동 문제를 언급했다. 2007년 초에 출간되고 국내 출간을 앞둔 이 책에서는 도요타의 내부모순과 지나친 효율 우선주의로 인한 품질 경시 풍조, 비인간적인 해외지사 운영으로 들끓는 비난 여론, 돈벌이 제일주의에 따른 자동차 품질 저하로 인한 안전사고 등을 일일이 적시하며 통제(브레이크) 없는 자본의 질주가 파멸을 불러오고 있음을 경고했다. 
 
그 경고는 불과 2년 2개월 만에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언론·출판의 태도다. 2007년에 리콜을 실시할 만한 상황이었는데도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의 3대 언론은 물론 <니혼게이자이> <산케이>도 이에 관해 보도하지 않았다. 잡지 광고에 경영을 의지해야 하는 대형 출판사도 도요타의 잘못을 가려주기에 급급했다. 연간 1000억엔을 훌쩍 넘기는 일본 제일의 광고 선전비에 목줄이 잡힌 언론과 출판이 도요타의 경영자를 돕는 편파적인 보도만 쏟아내다 보니 결국 화를 키운 것이다. 
 
현장 탐사보도가 돋보이는 이 책의 행간에서는 진심으로 도요타와 일본을 사랑하는 저자들의 마음이 읽힌다. 이 책의 공동저자가 활동한 무대는 2004년에 문을 연 일부 유료회원제의 저널리즘 인터넷신문 <마이뉴스저팬>이다. 광고에 전혀 의지하지 않는 소규모 언론이 진정한 언론의 역할을 자임한 셈이다. 
 
최근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는 여러 언론들이 광고 게재를 거부했지만 트워터에 글을 올린 것에 힘입어 보름 만에 6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나는 이 책에서 사례로 든 도요타를 우리 대표기업의 이름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우리 대기업들도 언론과 출판, 인터넷 시장 등에 천문학적인 광고선전비를 투입하며 온갖 비리와 추악한 몰골을 포장하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근원적인 기업풍토 쇄신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작지만 큰일을 해내는 새로운 미디어들의 도전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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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DNA’ 도요타의 두 얼굴 (서울, 강병철기자, 2010-02-27  18면) 
 
도요타 문제로 세계가 들썩이는 가운데, 휘청거리는 도요타의 허리와 쓰라린 일본 경제의 폐부를 날카롭게 찌르는 책 2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토요타의 어둠’(와타나베 마시히로 등 지음, JPNews 옮김, 창해 펴냄)과 ‘일본은 왜? 한국은 어디로?’(김영기 등 지음, 홍익출판사 펴냄)다. 공교롭게 일본과 한국의 언론인들이 각각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분석 잣대를 들이댔다. 도요타의 실패와 그로 인해 대두된 일본 경제 위기, 또 그 안에서 한국의 길에 대해 조언한다.
 
‘토요타’는 이미 2년 4개월 전에 출간된 것을 도요타 사태를 맞아 최근 국내에서 번역한 것이다. 일본 인터넷신문인 마이뉴스저팬(MyNewsJapan)의 젊은 기자 5명이 3년여에 걸쳐 200여 도요타 현장 사람들을 직접 취재하고 썼다. 도요타의 위기를 2년여 전에 예견한 섬뜩한 르포작품이다. 기자들은 ‘성공 신화’, ‘최강 도요타’ 등 쏟아지는 헌사 뒤편에 숨어 있는 도요타의 ‘검은 실체’를 낱낱이 까발린다. 이들이 고발한 도요타의 실체를 보면 최근 발생한 도요타 대량 리콜과 그로 인한 몰락은 필연일 수밖에 없다. 이미 도요타자동차는 2004년부터 끊임없이 리콜에 시달려 왔다. 2004~2006년 3년간 도요타자동차는 512만대가 팔렸다. 이 가운데 리콜 차량은 511만대로 결함차 비중이 무려 99.9%였다.
   
책을 쓴 기자들은 이러한 품질 저하를 도요타의 비인간적이고 극단적인 운영 시스템에서 찾는다. 이들이 현장에서 보고 온 ‘도요타맨’들의 일상은 기업의 번지르르한 이름만큼 밝지만은 않다. 도요타맨들은 한달 잔업 144시간에 감기몸살조차 허락하지 않는 격무에 시달리며, 업무 외 휴식시간조차 원치않는 ‘타율적 자율활동’에 빼앗긴다. 한 퇴직 사원이 도요타를 일컬어 ‘작은 북한’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런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도요타의 비인간성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도요타의 광고 전략때문이라고 책은 분석한다. 도요타는 1년에 1000억엔(약 1조 3000억원) 가까운 돈을 언론, 출판, 광고 분야에 쏟아 넣어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모두 차단하고 ‘도요타 성공 신화’의 이미지만을 반복적으로 생산해 왔다. 책은 도요타의 비상식적인 노동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2002년 30살의 나이로 과로사한 우치노 겐이치 직원의 가족도 만난다. 이를 통해 도요타의 비인간성이 실제 개인에게 어떻게 작용했는지 고발한다. 밀착 르포를 통해 하청 회사에 대한 차별과 폭압을 고발하며, 전 세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도요타 캠페인의 실상도 소개한다.
 
‘일본은 왜’는 도요타 사태 등 일본 경제 침몰의 분위기 속에서 한국이 가야할 길은 무엇인지 제시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 경제부, 산업부, 국제부 기자 6명이 머리를 맞댔다. 이들은 최근 도요타 사태를 비롯해 소니의 침체, 일본항공(JAL)의 추락, 세이부백화점의 폐업 등 일련의 사건을 중심으로 일본 경제 몰락의 궤적을 따라간다.
 
그러나 이들은 단순히 이런 징조들을 근거로 일본을 ‘종이 호랑이’로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경제 관련 수치만으로 봐도 아직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5배에 이르고, 10년 이상 존속한 기업도 5만개가량이나 되는 등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기 때문이다. 글쓴이들은 이러한 현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일본 경제와 한국 미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라고 요구한다. 단순히 도요타가 진다고 현대차가 뜨고, 소니가 망한다고 삼성·LG가 흥한다고 생각하면 어리석은 오만이라는 것이다. 대신, 일본 경제의 몰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 일본이 겪었던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등의 길을 지금 한국이 그대로 밟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일본과 똑같은 몰락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경고다.이런 시각의 연장선 상에서 과거 일본이 그랬듯 지금 한국이 직면한 신성장 동력 상실, 위험한 재정확대, 부동산 버블붕괴 위험 등의 문제점을 파헤친다. 일본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담아 한국 기업이 나아갈 길도 제시하고 있다. ‘토요타’ 1만 5800원. ‘일본은’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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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효율’ 도요타의 썩은 속살 (한겨레, 한승동 선임기자, 2010-02-26 오후 09:04:30)
노조 파괴 위해 스트립쇼 동원
작업시간중 화장실 가면 ‘벌금’
대량해고·비정규직 양산까지
주주자본주의의 끔찍한 실상 
〈토요타의 어둠〉 마이뉴스재팬 지음·제이피뉴스 옮김/창해·1만5800원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1999년에 낸 이런 이름의 책에서 도요타자동차의 고급 승용차 렉서스 아이치현 생산현장 견학 체험을 떠올리면서 렉서스를 냉전 이후 21세기 세계화 시대의 상징이요 총아로 예찬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그 책에서 프리드먼은 뿌리(정체성)와 전통을 상징하는 올리브 나무와 렉서스의 적절한 균형을 얘기했지만 신자유주의 전도사답게 시장과 성장과 컴퓨터 기술과 금융이 가져다 줄 낙관적 미래를 그리며 렉서스와 도요타에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그 뒤 10년도 못 가 신자유주의 신화가 무너지고 대량 리콜 사태를 계기로 렉서스도 위기에 직면했다. 23일 미 국 하원 ‘도요타 청문회’에 증인으로 불려나온 도요다 아키오 사장의 풀죽은 모습을 보고 프리드먼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프리드먼이 렉서스를 예찬한 지 8년 뒤(2007년)에 나온 <토요타의 어둠>이란 책에서 공저자 하야시 마사아키는 도요타의 앞날에 대해 이렇게 예언한다. “근본적으로 무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언젠가 파탄을 맞고 말 것이다. 세계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일어날지 모르지만, 나는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커다란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2년여 만에 그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또 한 사람의 공저자 와타나베 마사히로에 따르면, 도요타의 위기는 프리드먼이 렉서스를 찬양하던 그 시기에 이미 시작됐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끝내 공개하기를 거부한 업체별 자동차 리콜 건수를 추적한 와타나베에 따르면 그때 이미 도요타는 ‘리콜왕’이었다. 2001~5년간 무려 525만대의 리콜. 나중에 결함 은폐와 리콜 지연 폭로로 회사 자체가 궤멸적 타격을 입게 되는 미쓰비시의 같은 기간 리콜 건수 300여만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리콜이 많았다는 것은 오히려 그만큼 믿음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도요타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와타나베가 대표이사로 있는 인터넷 뉴스전문 사이트 <마이 뉴스 재팬>이 국토교통성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도요타는 일본 국내에서 2004~6년 3년간 512만대를 팔고 511만대를 리콜해 결함률 99.9%를 기록했다. 출시한 지 오래된 차들을 리콜하는 수도 있으니 단일 연도 리콜비율이 100%가 넘는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3년간 연속 평균이 거의 100%라는 건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도요타 자동차의 성능은 정말 뛰어난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와타나베가 내린 결론은 ‘아니올시다’다. 2007년에 생산 대수로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가 된 도요타의 1000만대가 넘는다는 이번 리콜 사태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 오래전 시작된 그 추세가 이 책이 출간된 2007년 이후 지금까지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왜 아무도 몰랐을까. 아니 왜 알면서도 문제를 지적하기는커녕 도요타의 성공을 찬양하고 모두가 ‘도요타 배우기’에 열중했던 것일까. 언론은 도요타에 왜 그토록 관대했을까. 그 비밀은 이미 상당 부분 드러났듯이, 철저한 문제 감추기다. 은폐와 거짓말은 도요타 안팎에서 전방위적·조직적으로 진행됐다. 엄청난 광고비로 언론 재갈 물리기, 완벽한 어용노조 시스템, 그리고 자신들의 태만을 숨기려는 ‘기업 프렌들리’ 본색의 정부 관료들, 이 정계·재계·언론 삼위일체의 철옹성 유착.
 
지은이들은 철저한 실력주의, 효율지상주의 등 도요타가 지닌 장점도 인정한다. 문제는 그 이면의 짙은 그늘(어둠)이다. 내부고발 및 외부비판 차단, 철저한 사내 사상통제와 세뇌, 그 결과 피할 수 없는 잘못된 시스템 온존과 개혁 거부. 12조엔이 넘는 사내유보를 쌓아놓고도 사정이 어려워지면 주저 없이 감행하는 대량해고, 저임금의 비정규직 양산(한때 40%에 가까웠다)을 수반하는 도요타식 경영은 그럴수록 배당몫이 커지는 일본 안팎의 주주들에겐 절대적 환영을 받았지만 노동자와 소비자에겐 재앙이었다. 이 양면성이 바로 도요타 문제의 본질이다.
 
와타나베는 요코타 하지메의 <도요타의 정체>를 평가하면서도 “평론가의 대담 형식을 취한 내용이 많고 현장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도요타의 어둠>이 장기로 내세우는 게 바로 도요타 생산현장 노동자들이 폭로하는 도요타의 숨겨진 얘기들, 곧 현장성이다. 업무 외 무수한 무급 활동들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 하고 변칙근무로 가혹한 잔업 수당마저 깎아버리는 도요타 실상은 근무 중 30살로 과로사한 우치노 겐이치 품질관리반장의 구체적 일상을 통해 실감할 수 있다. 오후 4시1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근무하고도 잔업에다 근무 외 잡무에 시달리다 아침 6시 반이나 돼야 귀가하던 그는 2002년 2월9일 새벽 4시20분께 상사와 함께 책상에서 ‘전달사항’을 작성하던 중 쓰러져 그토록 원하던 잠에서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 회사는 과로사를 인정하지 않았고 동료들은 그의 아내가 과로사를 인정받기 위해 요청한 서명조차 거부했으며, 노동감독관청은 도요타 편을 들었고, 노동조합마저 그들 편이었다.
 
도무지 노조라고 할 수 없는 노조의 실상에 대해서는 과로로 목매 자살한 40대 조합원을 외면한 노조를 바꾸려고 직장위원에 출마했다가 눈 밖에 나 나이 50살에야 겨우 반장 자리에 오른 소수 노조 전(全)도요타노동조합 위원장 와카쓰키 다다오가 증언한다. 비정규직 노동착취 실태는 도요타 협력업체 덴소 파견사원 기타자와 도시유키, 위장청부를 고발한 야베 히로시, 그리고 노조 파괴를 위해 스트립쇼까지 동원하는 필리핀 현지공장, 불법 잔업노동을 시키면서 작업시간 화장실 이용자에게 1분당 15엔의 벌금을 물리고 휴대전화도 못 쓰게 하면서 회사전화 1회 이용에 1만엔을 징수하는 베트남 연수생들 노동착취 사례 등을 통해 엿볼 수 있다.
 
2000년 이후 3년마다 총경비 30% 절감을 위해 안전과 품질, 사람마저 희생시킨 도요타. 세계 1등 자동차업체로 등극시킨 그 무리한 전략이 이제 도요타라는 거함을 침몰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하야시는 도요타의 위기에서 오로지 승자 위주로 치달린 군국주의 일본의 불길한 망령을 읽어낸다. 과도한 미국의 ‘도요타 때리기’ 의도는 분명 의심스럽지만 도요타도 결코 믿을 바 못 된다고 <도요타의 어둠>은 얘기한다. 
 
도요타의 또다른 ‘어둠’ 
연 광고비 수조원 …비판 입막음 ‘일등 기업’

2004년 8월 규슈 구마모토에서 도요타 ‘하이럭스’를 운전하던 공무원이 앞바퀴 방향을 잡는 장치인 릴레이 로드가 부러지는 바람에 핸들 조작을 할 수 없어 맞은편 차로의 자동차와 충돌해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도요타는 그 2개월 뒤 동종 자동차 약 33만대에 대한 리콜을 실시했다. 그런데 도요타는 그 8년 전인 1996년 사내 조사에서 릴레이 로드가 강도 부족으로 부러질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이미 확인했으면서도 인명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그 사실을 감추고 있었다. 도요타는 당시 리콜을 하면서도 82건에 이르는 부품파손 사건들을 11건으로 축소해 국토교통성에 보고했다.
 
이 모든 사태에도 침묵을 지키던 일간지들이 처음으로 리콜 사실 등을 보도한 것은 2006년 7월이었다. <아사히> <마이니치> <요미우리> <니혼게이자이> 등 유력 일간지들은 2005년 8월에 경찰이 도요타에 대한 가택수사에 들어갔을 때도 단 한 줄도 다루지 않았다. 경찰이 수사본부를 차리고 가택수색에 들어갈 정도의 민감한 사건이라면 경찰청 기자실을 출입하는 유력지 기자들이 몰랐을 리 없고 알았다면 당연히 크게 보도했어야 한다. 경찰이 미쓰비시자동차를 상대로 비슷한 조처를 했을 때는 이 신문과 방송들이 즉시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도요타 북미공장의 오다카 히데아키 사장의 경질로 귀결된 그의 여비서 성희롱 사건도 일본 유력 조간지들은 통신사 전문을 인용하는 등의 형식으로 짤막하게 다루었을 뿐이다. 2006년 12월 도요타의 60억엔 탈세와 5억엔 소득은폐 및 20억엔 추징과세 사건도 주요 신문들은 탈세가 아닌 ‘신고 누락’이란 타이틀로 크지 않게 보도했다. 다이와하우스라는 작은 회사의 1억엔 소득은폐와 3억엔 탈세에도 대문짝만한 헤드라인을 달았던 신문들이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도 예외가 아니다. <마이 뉴스 재팬>이 2007년 9월부터 기사를 제공하기 시작한 포털사이트 야후는 <도요타의 어둠>을 쓰고 있던 그 뉴스사이트 필자들에게 “송구스럽지만 도요타자동차도 당분간은 배려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는 양해 메일을 보냈다. 신문들 중 오직 하나의 예외는 일본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적기)뿐이었다.
 
100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이번 미국발 도요타 대량 리콜 사태에도 온 세상이 들썩거릴 때까지 정작 일본 언론들은 대체로 잠잠했다. 이런 사태 뒤에는 도요타가 뿌리는 엄청난 규모의 광고비가 자리잡고 있다고 <도요타의 어둠>은 지적한다. 이에 따르면, 2007년 3월 결산의 도요타 단일기업 광고선전비는 1054억엔으로 2위 마쓰시타(831억엔), 3위 혼다기겐(815억엔)을 훨씬 능가했다. 텔레비전이나 잡지에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붓는 엔티티도코모는 230억엔 정도. 도요타는 그때까지 10년 이상 수위를 지켰다. 히노, 다이하쓰, 부품업체 덴소와 국외 자회사 등을 합한 도요타의 연결결산 광고선전비 총액은 무려 4511억엔.
 
일본 국민들은 엄청난 돈 공세가 받쳐주는 이런 ‘도요타 네거티브 정보 삭제 캠페인’을 알 도리가 없다. <도요타의 어둠> 지은이들은 따라서 미디어 교육을 의무교육 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의 나라 얘기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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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 일색의 보도가 도요타를 삼켰다 (한겨레21, 2010.02.26 제799호, 이태희 기자 한겨레 경제부)
전세계 비판 여론에 침묵해온 일본 언론의 뒤늦은 반성을 보며 ‘언론-재벌 관계’를 다시 생각하다
 
1. 2010년 2월 초
한 대기업 홍보실 차장과 술잔을 기울이던 저녁 자리였다. 시시콜콜한 기업 안팎의 이야기부터 잡다한 연예가 뒷담화까지 오가던 말머리가 도요타 사태에 이르렀다. “도요타 사태의 원인이 뭐일 것 같으냐”는 질문에 “언론과 기업의 유착”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눈이 번쩍 뜨였다.
 
그때까지 국내외 언론들은 생산 라인이 숨쉴 틈 없이 돌아가게 만드는 도요타의 적시생산방식(JIT)부터 품질을 포기한 극한의 원가 절감, 그리고 일본의 ‘대기업병’이 도요타 신화를 붕괴시켰다는 식의 진단을 주로 내리고 있었다. 자국 기업에 대해서는 감싸기부터 먼저 하는 일본 언론의 ‘애국주의’(Jingoism)를 도요타 사태의 한 원인으로 내심 생각하던 터였다. “무슨 뜻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일본 언론의 최대 광고주가 바로 도요타다. 그걸 한번 잘 생각해보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 검색창을 두드렸다. ‘도요타, 광고, 언론, 비판’이란 검색어를 넣고. ‘친환경 하이브리드카에 낀 거품’이라는 2006년 5월 기사 제목이 눈에 띄었다. 공교롭게도 박중언 <한겨레> 도쿄특파원의 기사였다.
 
‘이미지 왕국’ 도요타 구축의 또 다른 ‘공신’은 언론이다. 주요 일간지는 물론 잡지 등에서도 도요타를 비판하는 기사가 다뤄진 적이 거의 없다. 지난 92년 도요타 직원의 일가족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짤막하게 취급된 이 기사는 직원의 이름과 회사명이 익명 처리됐다. 이 사건 재판에서 증언에 나선 사루타 마사키 주쿄대 교수는 “재판 과정이나 매스컴에서 피고가 도요타와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처럼 다뤄진 사실을 나로선 결코 잊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3년 뒤 쓰쿠바시에서 발생한 한 의사의 일가족 살인사건은 실명 처리됐고,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명백한 이중 기준이다. 일본 언론들은 외국 언론처럼 엄격한 시승을 통한 자동차의 성능, 연비 검증 등도 하지 않는다. 반면 언론의 수많은 도요타 특집은 곧 세계 1위로 등극할 도요타로부터 뭘 따라 배울 것인지를 전하느라 바쁘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최대 광고업체) 덴쓰도 광고주에 불리한 기사를 틀어막기는 어렵다. 그러나 광고비 1위인 도요타는 예외다”라고 말한다.
 
도요타의 2004년 광고비는 817억엔이었다. 오후 6시 이후 텔레비전 프로그램 가운데 도요타 광고가 붙는 게 30개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신문 전면광고는 <아사히> 6회, <요미우리> 5회, <마이니치> <닛케이> <산케이> 3회였다. 신문당 한 차례씩만 전면광고를 내보낸 닛산자동차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2. 2009년 12월 중순
한 대기업 홍보 임원과의 송년 인사 겸 차 한잔 마시는 시간이었다. 이야기가 ‘언론의 역할’이란 쪽으로 흘러갔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요즘 오너(대기업 회장)들이 ‘홍보 뭐 하는 거 있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대로 가면 대기업 홍보팀은 망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뭔지 아냐고 물었다. 그는 “언론이 비판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문에서 방송에서 홍보팀이 홍보 계획으로 보고한 것 이상으로 칭찬하는 기사만 쏟아지니, 홍보팀은 그냥 묻어간다고 생각하는 거지. 하는 일 없이.”
 
얼마 뒤, 다른 대기업 홍보팀의 부장과 대화하다 그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기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숨을 내쉬며 “그게 진짜 현실”이라고 했다. “임원들과 정례회의 때 홍보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리스크에 대한 홍보 차원의 대응 계획 등을 이야기할 때면 임원들이 대뜸 ‘그냥 광고 주면 해결되는 거 아냐?’라고 말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정말 다리에 힘이 팍 풀린다.” 
 
언론 홍보 쪽에 오래 몸담았던 대기업 임원들은 가끔 이런 넋두리를 한다. “언론이 날을 세우고 홍보가 방패로 막던 때는 1990년대로 끝났다. 언론의 비판이 사라지면서 홍보의 황금기도 끝났다.”
   
3. 2010년 2월18일
중앙일간지인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그리고 경제일간지인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의 지난 1월치 1면 기사들을 훑어봤다. 이들 신문의 1월4일치 1면은 모두 삼성건설이 지었다는 두바이의 세계 최장 건물 ‘버즈 두바이’(Burj Dubai)의 외경을 실었다. 1월11일치 1면에는 ‘삼성도 까딱 잘못하면 구멍가게 수준이 된다’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발언이 일제히 실렸다. 그리고 두 딸인 이부진 삼성에버랜드·신라호텔 전무와 이서현 제일기획·제일모직 전무의 손을 잡고 “딸들 광고 좀 합시다”라고 말하며 라스베이거스 가전쇼장을 걸어가는 이건희 전 회장의 사진을 일제히 실었다. 세종시 논란이 극에 달했던 1월6~9일에는 삼성그룹이 ‘세종시에 바이오 관련 신사업을 보낸다’ 혹은 ‘LCD나 2차 전지 이전을 검토 중’이란 기사들이 1면을 장식했다.
 
같은 기간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와 LG그룹에 대한 1면 기사는 경제지에 실린 각 1건씩이 전부였다(1월6일치 <매일경제> ‘정몽구 회장, 아버지의 한을 이루다’와 1월25일치 <한국경제> ‘LG 올해 1만 명 채용’). 한 대기업 홍보 임원은 이런 사실에 대해 “광고비 비중이 그대로 반영된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럼 삼성그룹은 국내 언론들에 한 해 얼마 정도의 광고비를 집행할까? 약간 오래된 자료지만, 광고정보센터(adic.co.kr)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의 2006년 TV·라디오·신문·잡지 광고비는 2873억원이었다가, 2007년에는 1824억원으로 줄었다(이후 자료는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삼성그룹이 통상 매체광고 이외에도 협찬 형식으로 매체광고액보다 더 많은 액수를 집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한 회사만으로도 한 해 130조원의 매출과 10조원의 영업이익을 남기는 것을 따져볼 때 삼성그룹이 국내외 언론에 대해 집행할 수 있는 잠재적인 매체 광고비와 협찬 광고비는 상상 이상일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마케팅 예산 규모만 살펴봐도 그렇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이 지난 2월8일 내놓은 제일기획 관련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국내외 마케팅 비용은 2·3분기에는 1조5천억원에 육박했고, 4분기에는 2조원을 넘어 한 해 통틀어 6조원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이다.
 
4. 2010년 2월10일
도요타 사태가 극에 달한 이날 일본 언론은 도요타를 비판하지 못했던 이유를 뒤늦게 고백하는 기사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일본 중앙일간지 <도쿄신문>은 도요타를 비판하는 책을 썼던 시사평론가 사타카 마코토의 말을 인용해 “(도요타에 대한) 비판 자체가 금기였다”며 “도요타는 너무 들떠 있었다”고 전했다.
 
경제평론가인 야마사키 하지메는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에 기고한 칼럼에서 “일본 언론들이 최대 광고주인 도요타의 눈치를 보면서 문제의 본질과 올바른 대응책을 지적하지 않았고, 회사 내부에서도 창업주 후손인 도요타 아키오 사장에게 올바른 대응 방식을 간언할 ‘진정한 충신’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1년에 1천억엔(약 1조3천억원) 이상의 광고비를 쓰는 최대 광고주 도요타를 의식해 전세계 소비자의 비판 여론과 도요타 대응 방식의 문제점 등을 정면으로 지적하지 못했다는 것이 하지메의 비판이었다. 일본의 지금 모습이 한국의 모습으로 그대로 투사되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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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사태, 고장 난 건 자본의 가속 페달 (참세상/레디앙, 한지원(노동자운동연구소(준))  / 2010년03월04일 15시50분)
[기고] 노동자 죽이는 생산 시스템으로 만든 차가 온전할 리 없다
 
도요타 리콜 이슈가 3월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 사태는 지난 2월 24일 아키오 도요타 회장이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하여 리콜 사태로 소비자들에게 우려를 끼친 점을 사죄하고, 미 당국과 국회가 이미 리콜이 이루어진 페달 결함 외에 다른 안전 문제들을 밝혀내지 못하며 진정 국면으로 들어서는 듯했다. 하지만 청문회 이후 도요타가 3월에 21만 대 가량이 추가 리콜될 것이라고 공개하고, 언론들에 의해 도요타가 약 100만 대에 달하는 차량을 당국에 신고 없이 비밀리에 수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도요타 부도덕성에 대한 지탄 여론이 일고 있다.
 
한편, 대부분의 미국 자동차 전문가들은 도요타가 한두 해 판매 감소를 겪을 수 있지만 다른 자동차 업체들이 그러했듯이 다시 원래 위치로 회복하리라 전망한다. 이들에 따르면 리콜 사태로 망한 자동차 회사는 역사적으로도 없었고, 매년 천만 대 가까운 리콜이 이뤄지는 미국에서 이 번 사태는 다소 컸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은 스캔들 정도다. 도요타는 2006년에도 급작스럽게 증가한 리콜로 일본과 미국에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지만, 몇 달 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판매를 회복한 경험이 있다. 뉴욕증시에서도 리콜 사태 이후 91달러에서 71달러까지 폭락한 도요타의 주가는 24일 기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도요타 한 자본만을 놓고 본다면 해프닝 정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자본주의와 자동차 산업 전체를 놓고 생각해보면 도요타 사태가 의미하는 바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70년대 불황 이후 초국적 자본이 주도한 자본의 세계화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파탄이 났다. 20세기 미국 자본주의를 대표한 지엠(GM)은 정부 지원과 노동자 건강보험 기금 출자로 간신히 파산을 면했고, 1910년대 포드주의 이후 가장 큰 생산 혁신이라고 칭해지던 8~90년대의 도요타 생산 방식은 이번 리콜 사태를 계기로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역사적으로 보면 금융위기부터 도요타 사태에 이르기까지 2년 동안 일어난 일들은 세계 자본주의가 20세기 후반부터 시도한 혁신들이 붕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도요타 사태가 도요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도요타 리콜 사태로 부각되지 않았지만 2008년, 2009년은 그 어느 해보다 미국 내 리콜 차량이 많았다. 2008년 미국 내에서 리콜된 자동차 수는 860만 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 대수 1,300만 대의 66%에 이른다. 그리고 2009년에는 사상 최초로 한 해 동안 판매된 자동차보다 더 많은 자동차가 리콜되었는데, 한해 동안 1,000만 대가 판매되었고 1,520만 대가 리콜되었다. 2009년 도요타가 리콜한 차량이 약 500만 대인 것을 고려하면, 미국 자동차 3사도 그에 만만치 않게 리콜을 했다는 이야기다. 사실 2009년 리콜과 관련하여 도요타와 지엠 포드의 차이는 국적 차이밖에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판매하는 차보다 구조적 결함으로 리콜하여 수리하는 차가 많은 것은 도요타만이 아니라 21세기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이 맞닥트린 현실이다. 특히 자동차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80년대 이후 리콜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대표적으로 현재 도요타 리콜에 버금가는 760만 대를 리콜한 1996년 포드의 익스플로러(Explorer)가 있다. 지엠은 도요타 리콜이 시작되기 7개월 전에 자동차 화재 위험이 발생하여 150만 대를 리콜했다. 도요타는 이 번 리콜 전에 이미 10년 동안 500만 대 이상을 리콜했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도요타 리콜 사태의 원인을 품질에 대한 오만함, 또는 성장 일변도 정책 속에 해이해진 도요타 정신 등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위와 같은 리콜 규모를 생각해보면 이는 너무 단순한 분석이다. 모든 자동차 기업들이 직면한 품질 관리 문제는 자동차 산업 전반에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도요타를 비롯한 자동차 기업들의 품질 문제는 극단적인 비용 절감 정책이 배후에 있다. 과도한 비용 절감이 현장 생산, 부품 조달 등 여러 측면에서 품질 저하를 가져왔다. 도요타는 2000년대 이후 ‘21세기 비용 경쟁력 건설(CCC21)’이라 불리는 30% 비용절감 운동을 근 10년간 펼쳤고, 2009년에만 5조 원이 넘는 비용 절감을 이루었다. 물론 이러한 비용 절감은 도요타만의 일은 아니다. 지엠은 비용 절감을 위한 공장 이전과 생산 인력 축소로 미국 내 노동자들 9년간 10만 명 가까이 줄여 08년 말에는 총 종업원 수를 9만 명 수준으로 유지했다. 폴크스바겐은 중국, 인도, 브라질 등에서 생산을 확대해 현지 생산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렸다.
 
물론 자동차 기업들의 비용 절감이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국외 공장 확대, 아웃소싱 등의 비용 절감 정책은 자동차 산업의 시작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예를 들면 지엠은 1938년에 국외에서 25만 대, 미국 내에서 10만 대를 생산해 국외 생산 비중이 전체 생산의 70%에 육박했다. 하지만 최근 경향과 달리 1970년대까지 비용절감은 노동비용보다는 판매시장과 관련된 운송 비용, 관세 회피 등이 주된 이유였다. 1910년대 포드가 국외로 진출할 당시에는 포드 생산성 향상에 따라가지 못하는 운송 시스템이 국외 진출의 주된 이유였다. 1,2차 세계 대전 이후 자본주의 황금 시기 미국과 유럽 자동차 기업들은 높은 관세를 회피하고자 국외에 생산 공장을 증설했다.
 
세계 자본주의 고성장이 끝나고, 1,2차 오일쇼크를 계기로 70년대 중반부터 신자유주의가 시작되며 상황은 변했다. 매년 성장하는 시장에 대한 판매 정책이 아니라 생산 비용 그 자체를 줄이기 위한 극단적 방법들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 기업들은 판매지에 대한 접근도가 아니라 노동비용 감소를 위해 저임금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했고, 공장 이전 협박을 통해 자국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비약적으로 증가시켰다. 물론 임금 역시 크게 하락했다.
 
1981년 포드는 50% 임금 삭감안을 노조에 제시하였고, 지엠은 1982년에 25억 달러(현재 달러로 54억 달러, 약 5,600억 원) 규모의 임금 비용 삭감을 노조에 관철했다. 계속된 임금 삭감 요구로 미국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77년 이후 약 20년간 동결되었다. 산업 내 노동자 수도 급격하게 줄어 79년 110만에 달했던 노동자는 90년대에는 90만 수준으로 줄었고, 2008년에는 73만까지 줄었다. 한편 같은 기간 종업원 일인당 생산성은 2.5배 넘게 상승했다. 노동강도 상승과 고용 축소, 그리고 임금 감소가 함께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노동 강도 강화와 임금 축소를 세계적으로 이끈 것은 도요타였다. 도요타주의라고도 불리는 80년대 이후 도요타 생산 혁신의 중심에는 극한의 노동 비용 절감, 노동 강도 강화, 노동 유연화가 있었다. 도요타는 작업장에서 부자연한 작업자세, 장시간의 긴장, 부하가 큰 노동 등으로 인한 휴식 시간을 0으로 설정하는 제로 여유율, 작업그룹 간 생산성 경쟁을 시켜 성과급에 반영하는 능률경쟁, 설비가동률을 100%로 설정하여 책정하는 생산 계획, 직간 교대 시간에 잔업을 강제할 수 있는 교대제, 각종 모임을 통한 사생활 관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 강도를 강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노동강도를 통해서 향상된 생산성만큼 인원을 감축시켜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했다.
 
도요타는 이러한 노동강도 혁신을 통해 90년대 초반부터 미국 자동차 업체보다 월등한 노동 비용 감축을 달성했다. 90년대 중반 도요타의 차당 생산 시간은 미국 업체보다 17시간 가까이 짧았을 정도로 월등했다. 그리고 국외 공장들 역시 자동차 노조가 없는 지역으로 이전하여 임금 또한 낮추었다. 도요타 미국 공장은 지엠 포드보다 시간당 임금이 절반 이하였다. 90년대 이후 모든 자동차 업체가 도요타 생산성을 기준으로 삼기 시작하면서 도요타 생산 방식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지엠은 1984년에 도요타와 합작 공장(NUMMI)을 프리몬트에 건설해 87년에 당시 다른 공장보다 생산성을 두 배 가까이 올리는 성과를 올렸다. 세계 다른 자동차 기업들도 모두 도요타 따라 하기에 열을 올렸고, 2008년에는 미국 자동차 3사는 도요타와의 생산성(Hours Per Vehicle) 격차를 1시간 내로 줄였다. 그리고 당연히 고강도 노동, 비정규직 확대, 공장 이전 등의 구조조정은 품질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공장의 노동자들은 품질은 고사하고 밀려오는 생산량을 감당하기에도 역부족이었다.
 
도요타 따라잡기에 열을 올린 포드는 1996년 가장 큰 규모의 리콜 사태를 겪었다. 추격해오는 미국 자동차 기업들을 따돌리기 위한 도요타의 30% 비용절감 운동은 2000년 이후 매년 리콜 대수가 증가시켜 2000년 10만 대 수준에 불과하던 리콜 대수를 2005년에는 100만 대 수준까지 확대시켰다.
 
도요타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 기업들이 모두 품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호들갑이다. 현대차는 회장이 직접 나서 납품 업체 단가 인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지엠 포드는 자사 차는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다분히 이런 언사들은 영업 전략 성격이 강하지만 어찌 되었건 품질의 상징이었던 도요타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 기업들이 좀 더 엄격한 품질 관리를 위해 여러 방법들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자동차 기업들이 과연 어떻게 품질 관리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자동차 기업들이 품질 문제를 만들어 낸 것은 80년대 이후 절대적인 비용 절감 요구가 있었기 때문인데, 현재 이 문제는 전혀 해결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자본주의 이윤율 저하 속에서 자동차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비용절감 운동을 했고, 그 과정에서 도요타와 같은 기업들이 노동자를 죽이는 생산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자동차 산업은 1970년대 이후 계속 하락하는 자본주의 이윤율 궤도의 대표적 산업이다. 20세기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들은 세계 자본주의 위기와 함께 큰 수익성 위기를 겪었으며, 최근 경제 위기로 더욱 심각한 사태에 직면해 있다. 한 산업 또는 기업의 중장기적 수익성을 나타내는 자산대비수익률(ROA)을 보면 최근 5년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자동차 기업들의 평균은 약 2.8%이다. 이는 제조업 500개 기업 평균 4.8%의 6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는 단기적인 하락이 아니라 80년대 이후 지속적인 하락 결과라는 점에서도 시사적이다.
 
물론 산업 내 평균 이윤보다 높은 초과 이윤을 획득하는 선도 기업들의 상황은 좀 더 낫다. 90년대 중반부터 급성장 한 도요타의 100조 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은 유명한 예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 업체의 생산 기술이 보편화한 데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장기간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부 선도 기업들의 초과 이윤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기는 힘을 것 같다. 더군다나 중국, 인도 등 신흥공업국가들이 자동차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가격 인하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상황은 더욱 큰 악조건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기업들의 품질 개선은 무엇을 의미할까? 현재의 품질 문제는 자본주의 위기 국면 속에서 자동차 기업들이 가진 구조적 문제다. 자동차 기업들이 수익성과 직접 연관되는 노동 생산성을 희생하며 품질 개선을 하지는 않는다. 결국 품질 개선에 필요한 비용은 더 많은 노동의 양보를 통해서 확보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기업들은 품질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노동강도, 임금 등에 대한 더 많은 양보를 노동자에게 요구할 것이다.
 
도요타 리콜 사태를 계기로 자동차 노동자들은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문제들을 사회에 제기할 때가 되었다. 자본의 언론들은 도요타 사태로 한국 자동차 기업들의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환호를 지르고 있지만, 사실 노동자 입장에서 이는 노동자의 피와 소비자의 위험이 뒤섞인 자본주의의 모순을 보여주는 사건일 뿐이다. 비정규직 확대, 인간성까지 말살하는 살인적 노동강도, 하청 업체에 대한 손실 전가 등 자동차 산업은 이제 자본주의의 밝은 미래가 아니라 가장 어두운 그늘이다. 세계 자본주의 위기 속에 자동차 노동자들이 자신과 전체 노동자의 노동권을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결국 더 끔찍한 수탈의 노동 현장이 재생산될 것이다. 도요타 리콜 사태는 고장난 자본주의의 단면이며, 노동자가 싸우지 않는다면 더 끔찍한 착취를 당해야만 할 것이라 알려주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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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오늘, 한국 재벌의 미래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2010-03-06 오전 7:46:34)
[화제의 책] 日 독립 언론이 파헤친 <토요타의 어둠>
  
<토요타의 어둠>(MyNewsJapan 지음, JPNews 옮김, 창해 펴냄)은 세계 제일의 자동차 회사로 군림한 토요타의 치부를 파헤친 책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이라는 지난 2004년 창간한 일본의 독립 인터넷 언론이다. 와타나베 마사히로 대표이사는 책의 서문에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한다. "우리 회사는 '광고 수입 제로'를 경영 방침으로 삼고 있으므로 토요타를 성역시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도 수시로 새로운 정보를 게재할 예정이므로, 토요타 관계자들에게 끊임없이 정보 제공을 요구할 것이다."
 
이 책은 지난 2007년, 아직 토요타가 리콜 사태로 휘청이기 전에 나왔다. 일본 현지에서는 최근 사태와 맞물리며 '토요타의 미래를 예견한 책'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토요타가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 나온 책이지만 당시에도 이미 리콜은 만연해있었음을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폭로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적시생산(Just In Time)' 신화에 가려진 토요타의 비인간적 노동 환경, 토요타시에 사는 이들의 정신 세계를 개조해버리는 토요타식 지배, 하청 업체를 쥐어짜 만들어낸 거대한 이익, 비인간적 노동 착취 등을 관련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주요 언론을 통해 접하던 화려한 토요타의 이면을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격적이다.
 
그러나 책을 흥미롭게만 읽기는 무리다. '라이벌 국가' 일본 제일의 기업이 이렇게 못났다는 사실에 고소해하기도 어렵다. 토요타의 어둠은 바로 한국 재벌 기업의 어둠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 소개된 모든 내용은 이미 한국 언론이 한국 재벌 기업의 어두운 면을 다른 기사로 접한 일이다. 책에 소개된 각종 사례가 눈에 익은 이유다. 삼성전자, 한국타이어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죽음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주요 재벌 기업들이 하청 업체를 쥐어짜 큰 이익을 내고 있다는 기사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다. 노조 파괴 작전, 어용노조에 의한 노동운동 무력화 사례는 지나치게 익숙하다.
 
무엇보다, 재벌이 주는 광고에 목맨 주류 언론들이 재벌을 성역으로 삼고 있다는 현실까지도 김용철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펴냄)가 던져준 충격과 이후 연이은 주요 언론들의(심지어 진보 언론마저) 태도를 보며 한국인 대부분은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책의 저자 후기를 인용한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취재와 집필을 하는 동안 내 머릿속에 줄곧 떠오른 것은 구(舊) 일본군이다. (…) 그러나 군과 정부는 비판자들을 철저히 탄압한 끝에 1945년 8월 15일을 향한 파멸의 길을 걸었다. 바나나 껍질은 치워지지 않았고, 일본 역사는 그것을 잘못 밟고 넘어졌던 것이다. (…) 와카스키 씨의 말을 빌리면 '토요타가 바뀌면 일본이 바뀐다.' 그러므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사람들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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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도요타 사태의 교훈 (한겨레,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2010-03-18 오후 08:08:52)
 
도요타자동차의 브레이크 결함으로 인한 리콜에서 시작된 도요타 사태가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요타자동차 쪽은 도요다 아키오 사장의 미국 의회 청문회 증언을 계기로 사태가 가라앉기를 희망했지만, 최근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검찰이 도요타자동차를 사기죄로 기소하는 등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해 도요타자동차는 전세계에서 850만대의 자동차를 리콜했는데, 이로 인한 손실은 어마어마한 액수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도요타자동차의 품질 및 안전에 대한 소비자 신뢰 상실로 예상되는 판매 감소와 사망자 및 부상자와 관련한 법률 소송에 따른 엄청난 배상액일 것이다.
 
과거 품질과 안전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아왔던 도요타자동차가 이처럼 궁지에 몰리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즉 세계 1위 자동차회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지나치게 급속한 성장, 상명하달식 기업문화, 지나친 비용절감 노력, 막대한 광고비와 사회적 영향력으로 인한 언론의 비판 기능 상실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도요타 사태를 둘러싼 언론 보도에서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즉 도요타자동차의 급속한 성장의 그늘에 “마른 수건 쥐어짜기”로 불리는 강도 높은 노무관리와 노동조합에 대한 억압이 숨어 있으며 이것이 이번 사태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였다는 사실이다.
 
최근 미국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 위원장인 이돌푸스 타운스 의원은 도요타자동차의 소수파 노동조합이 2006년 당시의 와타나베 가쓰아키 사장에게 보낸 메모를 언론에 공개하였다. 도요타자동차의 지나친 인력감축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과다사용으로 숙련된 인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장시간 노동과 비용절감 노력으로 품질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진은 이 메모를 철저하게 무시하였다.
 
이는 곧 도요타자동차 쪽이 지나친 노동강도, 비정규직 과다사용, 지나친 비용절감 등으로 인해 자동차의 안전과 품질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이미 수년 전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무시했음을 보여준다. 사실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 도요타자동차는 몇년 전부터 일본 국내에서 해마다 100만대에 이르는 자사 제품을 리콜해왔다. 이번 세계적인 도요타자동차 리콜 사태는 그동안 누적된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도요타자동차의 리콜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자동차회사들도 그동안 도요타 따라 배우기에 열중했다. 도요타자동차의 생산시스템뿐만 아니라 작업편성의 효율성, 협력적 노사관계 등은 모두 한국 자동차회사들의 목표였다. 그러나 바로 이런 도요타의 비용절감 노력과 노무관리, 노사관계 정책 자체가 자동차의 품질과 안전 문제를 낳은 근본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은 외면했다.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 등 살인적인 노동강도, 과다한 비정규직 노동자 사용, 노사협력이란 미명 아래 노조 길들이기 등은 한국의 자동차회사들이 도요타보다 더 극단적으로 추진해온 정책들이다.
 
따라서 단순히 품질 문제, 안전 문제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라는 회장의 지시만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보상과 휴식시간을 제공하고, 과다한 비정규직 사용과 외주하청을 줄이며, 노동조합의 참여와 비판 기능을 보장함으로써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올바로 할 수 있을 때 또한번의 도요타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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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요타 사태와 노조의 사회적 책무 (한겨레, 최형익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2010-03-26 오후 07:10:02)
 
도요타자동차의 대규모 리콜이 불러온 파장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1980년 이래로 도요타가 줄곧 표방해온 극단적 비용절감 정책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도요타주의 그 자체에 있다. 2000년 이후 그 도가 지나쳤다. 도요타는 2004년까지 대대적인 비정규직화를 통한 30%의 비용절감을 달성했다. 나아가 그 이후에는 60여개에 이르는 미세부품 수의 대폭 축소를 통한 또다른 30%의 비용절감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은 어처구니없는 비용절감이 어떻게 그대로 관철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 비밀은 바로 도요타의 독특한 생산체제와 ‘무노조주의’를 통해 풀린다. 도요타가 세계 일류 자동차업체가 된 데는 재고율 0%를 목표로 군살빼기 생산쯤으로 번역할 수 있는 이른바 ‘린 프로덕션’을 전면 도입한 것이 한몫을 했다. 문제는 생산 속도다. 최근 도요타는 부품을 획기적으로 축소해 자동차 한 대당 생산시간을 56초에서 50초로 급감시켰다. 이쯤 되면 노동강도는 가히 살인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밀어붙이기식 비용절감과 이에 따른 노동강도 증대에 노동자들이 순응할 수밖에 없는 도요타식 생산체제가 최종 완성되는 지점이 바로 무노조 경영과 다름없는 노조의 유명무실화다. 만일 도요타에 우리나라와 같은 민주노조가 있었다면 사태는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도요타식의 무차별적 비용절감을 통한 노동강도의 증대는 곧바로 노조의 저항에 직면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중대한 단협사항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안전장치상의 결함을 작업과정에서 발견한다면, 해당 생산라인의 정지와 함께 사용자에게 시정을 요구했을 일이다. 우리는 현대자동차가 단시간에 세계 굴지의 자동차업체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역설적이게도 강력한 민주노조의 존재에 기인한 바 큼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첫째, 노조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민주노조는 생산성 향상에 지대한 몫을 한다. 노조의 민주적 성격과 높은 조직률은 단체협상이 원만하게 체결될 경우 해당 조직원들에게 노조에 대한 충성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노조가 동의하지 않은 파업을 자제하게 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효력을 지닌다. 노조에 대한 충성도와 조직률이 높은 스웨덴·독일 등 서유럽의 선진국들에서 생산성 향상과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동시에 향상되어 왔다는 측면에서 이런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둘째는 기업의 내부 감시자 구실이다. 도요타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안전상의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공론화 할 수 있는 노조 등 사회조직이 결여되었다는 측면에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노조의 기업에 대한 감시와 견제 임무는 날로 그 중요성을 더해 갈 것이다.
 
셋째는 사회적 약자의 사회경제적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연대를 실천하는 일이다. 최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조가 18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위해 벌이고 있는 잔업거부 투쟁이 대표 사례다. 현대사회에서 노동문제는 작업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사회와 정치에 영향을 끼치며 상호작용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건전한 내부 감시자 구실과 함께 사회적 연대를 통한 실질적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사회적 책무에 노동조합이 배전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노조를 공공의 적 취급하며 탄압을 일삼는 현 정권의 ‘친기업 반노동자 정책’은 자연스레 좌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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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투쟁 제17호] 도요타 생산방식의 문제인가?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인가? (노동자공동투쟁, 2010년 03월 27일 16시 23분 33초)
  
‘절망공장’ 도요타 신화는 붕괴되었는가?
도요타 신화는 노동자에게는 ‘자동차 절망공장’이라고 불리던 엄청난 착취와 억압의 공장의 다른 이름이었다. 도요타 신화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는 라인 시스템과 ‘계절공’이라고 불리던 1년 계약도 채 되지 않는 초단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마른 수건도 쥐어짠다는 ‘테일러시스템’으로 인한 극단적인 노동 강도에 다름 아니었다. 그리고 노동자들을 배신하고 회사의 경영 하수인 노릇을 하는 철저한 어용노조가 또한 도요타 신화를 구축하는 또 다른 한 축이었다.
 
국내의 협조주의 노조 집행부들 역시 도요타 신화를 찬양했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구축해온 어용노조를 부러워했다. 이들은 도요타의 평생고용이 바로 수십 년 동안의 무쟁의와 노조의 협조주의 노선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믿었다. 국내의 협조주의 집행부들은 해마다 도요타 공장을 견학하는 ‘성지순례’를 했다. 그리고 완전고용이라는 도요타 신화를 퍼뜨렸다.
 
‘자동차 절망공장’ 도요타 자동차는 자본에게는 최고의 ‘희망공장’이었다. 자본가들은 이른바 ‘도요타 모델’이라고 불리는 고도의 노동자 착취시스템을 배우고, 실제 앞 다퉈 자신들의 생산방식에 도입해 왔다. 도요타 모델의 핵심인 ‘테일러 시스템’은 린(Lean)생산방식, 적기생산방식(JIT: Just In Time), 유연생산방식, 스트레스에 의한 관리 등 다양한 방식의 노동자 착취방식으로 불리었다. 도요타 자본은 이러한 고도의 노동자 착취방식을 동원하면서도 ‘노사협의회’와 다를 바 없는 어용 집행부를 통해 노동자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봉쇄해 왔다. 그렇다면 붕괴된 도요타 신화는 무엇인가? 이미 자동차 대량 리콜 사태 이전에 전 세계적인 공황으로 인해 도요타는 비정규직 노동자 수천 명을 대량해고하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해 왔다. 완전고용이라는 도요타 신화는 이런 점에서 붕괴된 것이다.
 
그러나 도요타 대량 리콜 사태는 도요타 식의 특수한 생산방식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도요타 자본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고, 외주화, 모듈화의 확대로 부품을 하청공장에서 제작하는 시스템을 추구해 왔다. 무분별한 해외 공장 설립과 과잉생산으로 인해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비단 도요타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경쟁의 원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세계의 자동차 독점자본은 자본 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세계화된 생산을 해 왔고, 과잉생산으로 내몰렸다. 이미 국내에서는 과거에 대우자동차의 ‘세계경영’이 대우자동차의 부도로 파산을 맞았고, GM, 크라이슬러 등 미국 거대 자동차 자본들이 자본주의 공황으로 인해 부도에 직면했다.
 
도요타 리콜 사태가 유독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러한 리콜 사태는 도요타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현대자동차도 미국에서 ‘투산ix’를 리콜했다. 지난 5일 일본 아시히 신문은 미국 자동차 업계의 빅3에 속하는 포드와 GM이 도요타 다음으로 지난해 리콜을 많이 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의하면, 지난해 미국에서 리콜된 차량은 총 1640만 대로 집계된 가운데 리콜 규모는 도요타가 가장 많은 487만 대(29.7%), 포드가 452만 대(27.6%), GM이 223만 대(13.7%) 순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런 자동차의 대량 리콜이 일반적인 자동차 산업의 문제인데도 도요타 리콜 사태에 문제가 집중되는 것은 미국이 도요타 대량 리콜 사태를 통해 자국 내의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갖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실제 도요타 대량 리콜 사태 이후에 포드는 작년 2월보다 무려 43% 판매량이 증가했다. 크라이슬러 역시 2년 만에 판매 증가를 보였다. 물론 미국의 의도에 의해서 도요타의 품질과 안정성의 신화는 타격을 받았고, 시장 지배력을 부분적으로 상실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자동차 산업 자체의 고유한 문제이기 때문에 도요타의 지난 달 미국 판매는 10만27대로 작년 2월보다 9% 줄었지만 도요타 자체가 붕괴되는 것으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결국 그렇기 때문에 도요타 리콜 사태는 도요타 생산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이윤 추구 시스템이 도요타 방식으로 표출된 것이다. 마치 미국의 대공황을 보고 신자유주의 붕괴라고 떠들어댔던 것처럼, 도요타 사태를 도요타만의 문제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자본주의 과잉생산 공황의 문제, 이윤을 중심에 두는 자본주의 자체의 고유한 문제를 은폐하는 것이다.
 
도요타의 완전고용 신화는 붕괴했다. 그러나 도요타 신화의 한 축인 고도의 착취 시스템은 붕괴되지 않았다. 그것은 도요타의 생산방식으로 나타났지만 도요타만의 생산방식이 아니라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고유의 생산방식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도요타의 리콜 사태로 인해 자본가들은 너나없이 노동자 착취를 강화하려 골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절망공장은 더 착취의 공고한 성으로 만들어지면서 도요타 신화는 더욱더 완고해지고 있다.
 
다시 도요타 신화를 쌓아 올리는 현대자동차 어용노조
노동운동 진영 일부에서는 도요타 신화의 붕괴를 말하면서 새로운 생산방식을 그것의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노동자들을 숙련과 구상의 기능을 배제한 채 진행된 생산방식의 유연화는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장 대신 하도급과 외주화를 통해 부품조달경로를 길게 늘어뜨렸다. 그 결과 완성차업체와 자본은 부품조달의 관리 기능만 맡고 생산과 품질에 대한 책임은 부품사나 중간 공급업체가 맡는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자동차산업과 쌍용차 미래」)
 
이종탁의 이러한 진단은 도요타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 자체의 문제다. 모든 자동차 자본은 노동 유연화를 통해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있고, 2차 하청, 3차 하청의 중층화된 하층 계열화와 외주화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자본은 이러한 유연 생산방식에 의해 저렴하게 비용을 조달하고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계약해지로 물량을 줄이고 시장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처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동차 자본 자체의 생산방식에 맞서는 대안은 외주화 반대, 비정규직 반대를 걸고 투쟁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모범을 보인 것처럼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단결하여 제대로 투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종탁은 대안을 전혀 다른 방향에서 찾고 있다.
 
이종탁의 대안은 ‘숙련에 기반하는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종탁은 도요타 자동차가 비용절감을 위해 지나친 하도급과 외주화를 통해 부품의 질을 떨어뜨리고 이것이 생산과 품질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었기 때문에 숙련을 강화시키는 것에서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단지 도요타 리콜 사태 때 처음으로 제기된 것이 아니라, 금속노조의 조건준과 같이 ‘숙련에 기초한 임금체계’를 주장하면서 노동자의 숙련 강화를 주장한 것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다. 조건준은 노동자의 숙련 향상을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으로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결국 자본의 생산성 향상 논리에 그대로 포섭되는 것이다. 또한 이 주장은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무정부성과 이윤 추구 원리 자체의 문제를 은폐하고, 생산방식의 특정한 체계와 방식의 문제로 근본원인을 돌리는 것이다. 노동자의 숙련을 향상시켜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새로운 기계와 효율적인 생산방식으로 노동자를 착취하고 고용을 줄이는 자본이 추구해 온 생산목표, 생산방식과 일치하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의 숙련향상은 새로운 기계와 생산방식의 도입으로 노동자의 노동을 단순노동으로 전락시킬 수밖에 없는 자동차 산업 자체, 아니 자본주의 생산 자체의 원리를 은폐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지부 어용 집행부 역시 도요타 사태를 통해 노조가 자본에 협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요타가 무분별한 해외 전략과 현지 부품 리스크 관리 부재로 오늘날 참담한 현실을 맞았다면, 한때 미국에서 자동차 도시로 명성을 떨쳤던 디트로이트가 폐허로 변한 사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한때 세계 자동차 시장의 쌍두마차였던 GM과 포드의 몰락은 경영인들의 부실경영이 원인이 되기도 하였지만, 퇴직 후까지 연금과 의료를 회사가 책임지게 하는, 후퇴해 가는 기업환경을 고려치 않은 UAW(전미자동차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관행이 한몫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는 없다.” (현대자동차지부 소식지, 2010. 2. 23.)
 
현대자동차 어용 집행부는 도요타 사태가 현대자동차에서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품질 좋은 명차 생산은 곧 고용안정이다”라는 신념으로 ‘노사가 공존공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현대자동차 어용노조의 주장에 대해 부르주아 신문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현대차 노조위원장의 말이라는 점에서 유난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사실 GM만 해도 사실상의 종신고용제를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노조의 요구로 어처구니없게도 퇴직자들에게도 연간 50~60억 달러의 막대한 후생비를 지급하는 등 강성노조의 입김이 강했다. 그런 회사가 제대로 굴러갈 리가 있겠는가. 노조의 무분별한 강경투쟁 노선이 기업은 물론 도시까지 죽인 셈이다. 한 도시나 국가가 번영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노조의 협조가 불가결한 시대가 돼 버렸다. 도시나 국가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기업에서 노조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이 때문에 노조의 강경투쟁 노선은 기업은 물론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울산이 디트로이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현재차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 (세계일보 사설, 「디트로이트 몰락에 충격받은 현대차 노조위원장」, 2010. 3. 17.)
 
“그가 받은 충격은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와 노조가 살고 지역경제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상생의 노사관계는 기업과 국가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필수요소다. 이 지부장의 디트로이트 견문록이 노동계의 인식변화와 새로운 노사문화 정착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일보 사설, 「현대차 노조위원장이 고백한 값진 ‘충격’, 2010. 3. 18.)
 
미국 자동차 산업이 몰락이 강성노조에 있다는 현대자동차 어용집행부의 주장은 사실관계도 틀릴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전미자동차노조(UAW)와 GM노조는, 1930년대와 40년대 이후로는 무쟁의와 노골적인 협조주의 노선을 걸어왔고, 이번 GM의 부도 사태에 직면하여 수만 명의 GM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합의해 준 대표적인 어용노조였다. 더구나 도요타 리콜 사태를 말하면서 미국의 강성노조가 미국 자동차 산업 붕괴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도요타 노조의 어용성을 봤을 때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도요타 노조의 어용성이 도요타 리콜 사태를 초래했다고 주장해야 최소한의 논리적 일관성이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이경훈 어용 집행부는 현대자동차에 도요타와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 위한 방책으로, ‘노사 패러다임을 위한 WIN-WIN 전략’을 제시하였다. 이 WIN-WIN 전략의 핵심은 회사는 국내 공장을 기반으로 한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기본 생활임금(월급제)이 보장되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노조는 이에 화답해서 품질향상을 위한 경쟁력을 높이고, 원가절감 및 생산성 향상에 적극 협조하며, 공장 간 물량이동 방안을 노동조합이 강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노조가 상생의 조건으로 제시한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물량이동의 문제는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조합원 임금과 복지를 위협하고 악화시키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올해 주간연속2교대제와 공장 간 물량문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해외공장의 문제를 핵심적인 현안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주간연속2교대제에서 자본은 주간연속2교대제를 실시하는 조건으로 노조가 얼마나 많이 임금을 양보하고 생산성을 높이는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본은 이것이 되지 않으면 현재의 야간노동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조가 윈윈 전략으로 제기하는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의 문제는 생활임금이 보장되는 주간연속2교대제의 도입이라는 요구와 정반대되는 것이 아닌가? 또한 현재도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모든 자동차 산업에서 물량이동의 문제가 비정규직 정리해고와 전환배치 등의 고용불안을 낳고 있는데 이 방안을 노조가 앞장서서 강구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자본의 의도대로 놀아나는 꼴밖에 되지 않는 것 아닌가? 미국 노조가 너무 무리한 복지 요구로 망하게 됐다는 그들의 진단 역시, 이러한 우리의 예측에 확신을 가지게 한다.
 
결국 현대자동차 어용 집행부가 주장하는 노사상생의 윈윈 전략은 상호 대립되는 것일 뿐더러, 노조 스스로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을 통해 회사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과 고통전담을 의미할 뿐이다. 현대자동차 이경훈 어용 집행부는 이렇게 도요타 절망공장을 현대자동차 절망공장으로 이식하려 하고 있으며, 도요타의 노동자 착취신화를 다시 쌓아 올리려 하고 있다. 양봉수 열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이영복 어용집행부의 신화가 다시 현대자동차에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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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7 22:59 2010/04/07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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