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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대 50대 총학선거를 지켜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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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던 설대 총학생회장 선거가 끝났나보다. 웬일로 투표기간 연장이나 재선거도 하지 않고 한번에 당선자가 확정되었다. 아무래도 학년 초에 하는 선거이기에 새내기들의 참여율이 높아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선거에서는 비운동권 선본에서 총학에 당선될 경우 서울대입구역 주변 레스토랑과 영화관 등에서 서울대 학생들이 할인받을 수 있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하여 밖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지금 "초등학교 반장선거 하냐?"라는 비꼼을 받을 정도(서울대 총학선거 ‘초등학교 반장뽑기’? -  ‘새로운 경제모델’? ‘선심성 공약’? ‘할인공약’ 논란 확산, 대학신문, 이민석 기자, 2007년 04월 14일 21:15:17)였기에 이런 공약을 내걸었던 비운동권 선본이 당선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설대생의 생활수준이 좀더 올라가고, 이런 초딩반장선거 공약이 반복된다면 이것도 경쟁이 되겠지. 설대의 분위기는 그렇게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설대 근처의 빕스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이런 식의 공약을 내놓는 넘들은 도대체 사고방식이 어떤지 궁금하다.

  

하긴, 비운동권/반운동권 선본은 자신의 병역 관련사항을 자랑스레 내걸었다. 물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를 바라보는 학생들이나 운동권 선본에게서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군사주의 문화, 남성중심의 세태를 극복하기는 커녕 이를 조장하는 이들의 행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것, 그게 맛이 간 대학문화를 잘 보여준다.

     

이런 비운동권 선본보다 득표율이 뒤진 것이 운동권 선본이었다. (50대 총학에 「SPOTLIGHT」선본 당선 - 31.6%(2939표) 지지율로 당선, 최종 투표율은 51.3% 기록, 대학신문, 송성환 기자, 2007년 04월 19일 23:50:48) 6.15나 ing선본의 경우 선거공간을 선전선동의 장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점에서 빼고 생각하자.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것이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다. 단지 모토나 이미지에서 운동권의 냄새를 풍겼다고 해도,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학생회선거가 과거만큼 대학사회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형편에서 이러한 노력이 비용 대비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지만...)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구성된 +U 선본의 경우 7개의 선본 가운데 6위를 했다. 득표는 552표(5.9%)에 불과하다. 서울대의 민주노동당 학생당원이 200명이 넘는데, 득표가 고작 그 정도이다. 아무리 참여하는데 의의가 있는 선거라지만, 말이 안나온다.

 

물론 내가 학부생이었다고 해도 +U선본을 지지하진 못했을 거다. 도대체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에 맞는 무엇인가를 제시했는가? 한미FTA반대는 당연한 것이고, 내세우는 정치적 성격의 공약은 대부분 다른 운동권 선본과 다른 것이 없다. 도대체 왜 출마했을까. 이들은 선거평가를 제대로 해야할 것 같다. 매해 출마하면서 매번 엉뚱한 소리를 해서 실망감을 안겨주었던 노선대는 왜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의 명의를 써서 열받게 하는지... 게다가 이들은 민주노동당의 레테르가 불리할 때면 이를 명시하지도 않았다. 거참...  

  

이러한 여러가지 상황으로 볼 때 학생행진 계열이 총학을 장악할 것은 나름 예상되던 것이었다. 자신들이 잘해서라기보다 다른 선본들이 망친 덕분에 반사이익을 얻었다. 아직도 나름 탄탄한 조직력이 이를 뒷받침했고...

 

그래도 운동권이니 제대로 해봐라. 사실 운동권이 총학을 장악해서 얼마만큼의 정치활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출마한 것이니 하려고 했던 것을 하라는 말이다. 

 

어제 420 장애인차별 철폐의 날 집회 및 행진에 '민중해방의 불꽃' 서울대, '진보의 요람' 사회대의 깃발이 보여서 왠 일이랴 싶었는데, 그건 사실상의 총학 당선 기념집회였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진보의 요람'이라는 말은 오래가는군. 92년도에 종철이가 사회대 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했을 때 만들었던 모토였는데, 15년이 넘은 것이네.) 

  

이런 얘기를 왜 하나.  심심해서?

예나 지금이나 학생운동의 동향에 왜 관심을 가지게 되는지... 아니다. 선거라는 것에 관심이 있는 건가.

제목을 '~지켜보면서'라고 했지만, 지켜본 것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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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1 10:53 2007/04/21 10:53

댓글1 Comments (+add yours?)

  1. 새벽길 2007/04/30 13:33

    서울대저널에 실린 아래 글을 보면서 견해를 약간 수정한다.
    http://www.snujn.com/article.php?id=1177
    이번에 당선된 Spotlight 선본은 지난 11월 선거때의 출구조사에서 30% 남짓한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투표율이 50%를 넘겨 선거가 성사됐다면 지난 해에도 당선되었을 것이며, 올해 당선된 것이 단지 탄탄한 조직력과 대학국어 강좌의 Pass/Fail제 때문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운동권 답게 잘해봐라. 물론 학생회를 가지고 뭘 해보겠다는 발상에는 그리 동의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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