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별 관심없는데 한국인들만 유독 WBC에 열광하는 것하고 병역면제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언제부턴가 일부 지식인들 사이에 부는 바람, 즉 무슨 문제만 있으면 다 "민족주의"니 "국가주의"니 하는 것에 잘못을 다 덮어씌우는 그런 태도도 불편합니다. 스포츠계에선 정희준 교수가 그 대표적인 인물인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스포츠계 내부에서 그런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내부사정을 좀 알 것 같은 사람이 남들 다 하는 "민족주의"니 "병역면제"니 하는 소리만 늘어놓는 것은 그다지 반겨지지가 않네요;;
그나저나... 저는 이제껏 한번도 안 보다가 오늘은 마지막이기도 하고 그래서 좀 보려고 하는데... 그다지 재밌을 것 같지는 않네요;;;
동기부여 요인을 찾으려다 보니 병역면제에 주목했겠지요. 그래도 그건 더이상은 아닌 듯하고요.
정희준 교수는 이번 글에서는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별로 언급하지 않았어요. 다만 WBC를 둘러싼 메커니즘을 지적했는데, 거기에 병역면제까지 언급해서 오바를 한 것으로 봅니다.
요즘에는 국가주의 문제 제기는 양극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를 인식하는 이들은 이를 전제로 깔고 비판을 하고, 인식하지 않는 이들은 갈수록 오히려 이를 미화하기까지 하고요. 그 간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 우려스럽습니다.
저는 오늘 하는 것도 보려고 하는데... ㅡ.ㅡ;; 화룡점정이라고, 재미가 없어도 봐야 후회가 없을 듯...
일단 위 글에 대해 간단히 덧붙이자면... 위에서 필자는 크게 한국인들의 지나친 열광과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하면서, 전자는 "국가주의"와 후자는 "병역문제"와 연관을 시키고 있지 않은가요. 첫째로, 각각의 이슈를 이런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저는 못마땅합니다. 먼저 "(한국인들의) 열광" 부분을 "국가주의"와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치게 식상하기 때문이고, 다음으로 "(선수들의) 선전" 부분을 "병역문제"와 인과관계로 묶는 것도 지나치게 단순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새벽길님께서 밝혀주셨듯이 이 두 얘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각각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도 불만족스럽지만, 글 전체적으로 보면, 짤막한 글에 두 가지 상이한 이슈가 제기되는 것도 벅찬데 그나마 그 둘이 그다지 효과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보입니다. 대충 보면 국민들이 열광하는 것과 병역면제가 뭔가 상관관계가 있단 얘기 같기도 하고... 말이죠. 제가 "미국인들은 별 관심없는데 한국인들만 유독 WBC에 열광하는 것하고 병역면제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네요"라고 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제가 너무 까칠했나요? ^^;;;
암튼 저도 오늘 시합을 봤습니다. 간만에 야구 보니까... 아, 간만도 아니네요. 작년에 올림픽을 봤으니^^;; 암튼 재밌었어요. 저야 그냥 한경기 본 거지만... 계속 봐오셨던 분한텐 좀 실망스러웠을 것 같네요. 선수들이 못해서가 아니라.. 경기방식 등등과 관련해서요..
그나저나 저는 한편으론 지기 잘했단 생각도 듭니다. 같이 보던 친구들이 이기면 태극기 들고 뛰자고 그래서요,,,;;;;;
화룡점정을 깨뜨려서 죄송... ㅋ
저도 정희준 교수가 병역면제를 연결시킨 것은 조금 아닌 것 같다는... 그러데 언론은 연일 그런 쪽으로 군불을 피우고...
저는 계속 봐온 편인데, 다른 경기에 비해 어제의 한일전이 내용면에서는 상대적으로 괜찮았다고 보는 편입니다. 명승부전이었다는 것이죠. 야구팬의 입장에서 불만은 있지만, 경기방식이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니까 사소하지요.
제 주위엔 이기면 태극기 들고 *랄하겠다는 이들은 없더군요. 많이 성숙되었다고 해야 하나. 아님 주위에 나이든 사람밖에 없어서 그런 것인지...
같이 본 사람들은 한국에서 대학 잠깐 다니다가(1-2년) 군대 다녀온 뒤, 런던에 와서 학부부터 다시 시작한 남자 친구들은데요... 가끔은 이들의 "조국사랑"이 좀 지나치다 싶을 때가 있어요. 외국에 나와 있어서 더 그럴 것 같은데... 함께 경기를 본 친구의 방엔 태극기가 세 개나 걸려있더군요;;;
일단 한국이 유별나다는 데는 저도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들이 전혀 안 그러는 건 아니겠죠. 제 짐작에는... 다음과 같은 이슈가 있을 것 같네요. 일단 많은 나라들이 국기를 일부러 만들었을 겁니다. 즉 자기들 나름대로는 거기에 중요한 의미를 집어넣으려고 했겠지만, 결국 그런 식의 의미부여가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지 않다는 점에서 보면, 그런 국기들은 모두 "일부러" 만든 거죠. 아무래도 이런 국기에 대해서는 사람들도 그다지 애착이 없을 것 같네요. 그에 비해 전통적으로 (그게 언제부터든) 내려오는 국기도 있을 겁니다. 이런 국기는 앞의 경우에 비해 전국민적으로 더 많은 사랑을 받지 않을까 싶네요. 이렇게 보면 영국은 매우 재밌는 케이스인데요... 아시겠지만 영국 국기 유니온잭은 영국의 각지역 깃발들을 짬뽕한 겁니다. 이런 점에서 이건 "일부러" 만들어진 것인데... 하지만 잉글랜드나 스코틀랜드 같은 데서는 기존의 자기 지역을 상징하는 깃발들이 여전히 쓰이고 있기도 하죠. 제가 받은 느낌은, 유니온잭에는 별 열광을 하지 않던 사람들도 이런 자기 지역깃발에는 더 애착을 갖는 것 같다는 겁니다. 이런 애착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날 때가 바로 축구 할 때죠. 유니온잭 말고... 잉글랜드만을 상징하는... 성조지(St George)기..던가... 평소엔 인종주의 문제도 있고 또 지역주의 문제도 있어서 잘 등장하지 않는데, 축구 같은 거 하면(잉글랜드 대 다른나라) 갑자기 많이 나타나곤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