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논쟁을 통해 드러난 진보진영일부의 편협성과 도식주의?

2011/12/17 23:07

 
[김민웅 교수의 정치 커뮤니티] 진보진영 일부의 편협성과 도식주의 (매노, 김민웅 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대학원 교수, 2011.12.16)
- 박태준 논쟁에 대해
한 인간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매우 정밀해야 한다. 모르는 면모가 드러나면 그걸 기초로 재평가해야 한다. 그게 진보다. 인간에 대한 최대한의 존중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인정할 만한 사실이 있으면 받아들이는 것이 진보다.
박태준 회장은 이 땅에 보기 드문 보수적 인물의 모델이다. 그것은 귀한 자산이다. 저열한 진보가 있듯이, 공적책무를 다하려는 보수가 있게 마련이다. 어느 인간이 완벽하겠는가. 그러나 평가할 만한 것이 있다면, 평가해야 한다. 그가 어느 입장과 노선에 있던, 그럴 만한 자세를 갖춘 것이 진보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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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민웅 교수의 지적처럼 한 인간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정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박태준회장의 죽음에 대해 추도문을 쓰면서 명복을 기리는 걸 정당화할 만큼 그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는 의문이다.
 
2. 그를 사회장으로 치르는 게 타당한가? 석면이 죽음에 많은 작용을 하였음이 부각되고 있는데, 그 석면현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언론이 어떠했는지 지적해야 하지 않나?
 
3. 김민웅교수는 직원과 노동자들을 혹독하게 다뤘던 것을 박태준회장이 세월이 흘러 공개적으로 사죄했다고 하지만, 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들어본 적이 없다. 1990년대 초반 대한민국 최대의 노조였던 포철노조를 붕괴시키는 주범이면서 지금까지 포스코에 제대로 된 노조가 없는 것에 그가 무슨 반성을 했는지 역시 들어본 적이 없다.
 
4. 김민웅교수는 국민 공기업이 민영화되면서 자신은 주식 하나 소유하지 않았고 스톡옵션 받기를 거부했다는 걸 내세운다. 나아가 국민기업인 포철에서 이윤을 만들어 내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국가건설의 기초 역량을 다지려 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논란의 소지는 있으나, 포스코로의 민영화가 바람직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은가? 기껏 민영화시 스톡옵션 받지 않은 게 그렇게 대단한 건지 모를 일이다. 물론 다른 재벌들에 비교하면 참 건전한 편임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건전한 자본주의를 했다는 게 비판을 면책할 사유는 되지 않는다.
 
5. 나아가 김대중 대통령이나 박원순 시장이 설립한 아름다운 재단을 그리 진보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 입장에서 DJ에 대한 후원이나 아름다운 재단에 대한 기부를 진보진영에 대한 지원으로 연결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6. 이처럼 몇 가지 일화만으로 박태준 회장에게서 긍정적 측면을 발견하는 것 못지 않게 비판적 평가를 할 수 있는 일화도 너무나 많을 거다. 현 정권이 지나치게 꼴통이어서 상대화된 것 때문에 그렇지, 진보진영에 속한다는 이들이 그를 추모하는 걸 이해하긴 힘들다. 물론 이에 대해 욕을 퍼붓는 것도 오바인 것은 사실이다. ‘박정희하고 친하지 않았느냐?’, ‘세계 굴지의 기업의 왕초였으니 당연히 노동자들을 짓밟았겠지’, ‘얼마나 해먹고 부자가 돼 떵떵거리며 살았겠어?’ 이런 식이라고? 그런 극단적인 비난에 주목하지 말라. 아니, 김민웅 교수가 진보진영에 애정이 있다면, 보수언론을 비롯한 주류의 분위기가 박태준회장을 얼마나 미화하고 포장했으면 그렇게까지 반응할까 하고 이해해줄 순 없을까.
 
김민웅 교수는 "이 절망적인 도식주의를 깨지 못하면, 진보는 조금이라도 차이가 보이면 안에서 무식하게 분열하고 잔인하게 공격하는 습관을 지속하고 말 것"이라고 하지만, 박태준 회장과 같은 보수주의자에 대해, 그에 호의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이들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면 박노자 교수가 얘기한 대로 부지불식간에 전향하는 이들이 속출하더라도 막기 어려울 것이다.
항상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중심으로 모든 사안과 세력을 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보다 왼쪽에 있는 이들을 한데 뭉뚱그려서 편협하다고, 도식적이라고 딱지부치는 행태는 지나치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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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박태준, 포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