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오해야 대추리에 갈 수 있다?

2006/06/18 10:58

대추리에서 열리는 3차 범국민대회에 참여하려고 했다. 

지역위에서 10시에 모여 함께 가지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함께 가면 분명히 두려움도 덜하고 대추리에 들어갈 수 있는 소지가 있겠지만, 이메일로 뭘 보낼 일이 있어서 그걸 하다가 늦어지다 보니 합류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혼자 들어갈까. 그것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에 오늘 집회와 관련된 지침이 살펴봤더니 일반적인 얘기밖에 없다.

조직에 끈이 있는 사람이 아닌 한 경찰들이 봉쇄하면 참여할 길이 없는 것이다.

아마 경찰들이 노리는 것도 이런 점일 터이다.

이렇게 운동과 일반대중을 격리시키는 것.

 

오늘 3차 범국민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얘기한다.

그게 무슨 범국민대회인가?

나는 솔직히 두렵다.

경찰의 폭력은 관두고서라도, 내일도 출근해야 하는 입장에서 일요일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랴 싶어서이다.

정부는 집회참여비용 - 폭행, 연행, 차비, 시간낭비,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 - 을 높혀 참여를 줄이려고 한다. 게다가 내일 새벽에 월드컵 한국 경기가 있다보니 대추리에서 개최되는 범국민대회는 왠만한 매체에 언급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미 대추리로 가는 길은 1만이 넘는 경찰들이 봉쇄하고 있다.

  

지금 가면 2차 범국민대회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추리까지 가지도 못하고, 그 주위에서 대오를 형성하여 어영부영하다가 경찰과 집회지도부가 어느 정도 협상해서 공간을 확보한 후, 상징적인 결의대회 및 기자회견 수준으로 끝나는 것이다. 이번에는 지역에서도 올라오기 힘들 테니, 2차 대회의 절반수준에도 못미칠 것이다.

운동 내의 선전도 미흡했는데, 대국민홍보야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대추리로 향하고 있다. 

많은 부담이 있을 테지만,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고, 대추리주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이 땅의 평화를 향한 한걸음을 내딛기 위해, 오늘의 집회에 참여할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할까.

네이버 블로그에는 3차 범국민대회가 있음을 알리고 벗들에게 함께하자고 했지만, 내 처지에서 각오하고 가기는 어려울 듯하다. 대추리로 향하는 이들에게 미안하고, 그들이 부럽기도 하다.

이럴 때는 내가 활동가가 아닌 것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아니, 나는 비겁하다. 나도 잃을 것이 생긴 것인가.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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