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

2009/04/14 19:41

방금 전에 문자 하나를 받았다.
 

부평을이재훈(일고4ㅇ회)후보개소식4/15일11시산곡2동에스코타운ooo호(☎032-508-oooo)

 
문자를 넣은 인간은 도대체 내 정치적 성향이 어떠한지, 내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고등학교 동문회에 얼마나 애정을 갖고 있는지 등을 알고 보낸 걸까.
 
부평을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이재훈 후보는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역임한 이로, 과거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산자부 장관을 지낼 때 함께 호흡을 맞췄던 사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겠다며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였다. 이에 맞서는 민주당 홍영표 후보는 대우차 출신이라고 하여 공천을 받은 모양인데, 관료일 때 한미FTA를 적극 추진한 인물이라서 이재훈 후보와 막하막하다.
 
나이를 나름 먹을 만큼 먹었고, 이 정도면 표를 긁어모을 수 있는 사회적 위치에 있다고 간주된 탓인지 선거 때면 학연에 의존하여 지지나 후원을 요청하는 문자가 들어온다. 이런 식으로 얻은 표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당선만 되면 된다는 심사일 터이다. 바로 그런 것이 보수정치일 것이고...
 
헌데 저번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모 후보의 선거운동 또한 이와 비슷한 짓을 했다고 한다. 전화홍보시에 김 후보가 지역 명문고를 졸업한 호남 출신이고, 서울대를 나왔다는 것 등을 얘기했다는 것이다. 진보교육감 후보를 자처하고자 했다면 선거운동 또한 진보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민주노동당 당원이었을 때 각종 당직선거에서 전화홍보를 했던 것이 떠오른다. 정책이나 정치적 입장과는 무관하게 단지 인지도만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전화홍보. 결국 내가 당직에 출마했을 때는 의도적으로 전화홍보를 하지 않았고, 전화홍보는 한 만큼 효과가 있었기에 당연히 떨어졌다. 아마 진보신당도 이런 선거운동의 측면에서는 민주노동당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유권자일 수 있는 당원들은 특정한 후보선호가 있지 않은 다음에는 자신이 전화를 받았을 경우 그 성의(?)를 생각해서 투표를 하였고... 진보적이라는 건 어디까지 적용되는 것일까.
  
아무튼 그 진보 교육감 후보의 이력을 보니 그 또한 나의 고등학교 동문 선배였다. 요즘은 일고 전성시대라고 해야 하나.
 
그러고 보니 엊그제 봤던 서울신문에 민주당의 송민순 의원과 한나라당의 김장수 의원을 맞수로서 비교해놓은 기사가 났는데, 거기 경력 비교란에서 김장수 의원이 일고 출신인 것이 보이더라. 둘다 참여정부 하에서 비슷한 시기에 외교안보정책 조정회의 성원으로서 외통부 장관, 국방부 장관을 지냈기에 그런 기사가 났겠지만, 나는 엉뚱한 것에 눈길이 갔던 것이다. 요새는 왜 이런지 몰라.
 
언젠가 '진보적 연고주의'라는 용어를 들은 적이 있는데, 학연도 거기에 포함되려나. 학연으로 따지면 나는 분명 기득권자임에 틀림 없는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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