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현, 관장사가 어때서!

2010/06/28 14:17

트위터에서 대충 끼적거리려고 했는데, 그게 쉽지 않다. 아무래도 난 단문형 인간은 아닌 모양이다. 정리능력도 부족한 듯 싶고...
 
인터넷한겨레에서는 바로 '[김선주칼럼] 말조심 글조심…어렵네'에 접근할 수 없어서 대략 훑어본 사람 처지에서는 이 글을 그냥 넘겨버렸다. 그런데 다시 보니 많이본 기사에 김선주의 글이 올라와 있어서 이 글을 보았고, 그에 딸린 댓글들을 보고 이 글이 논란이 되고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타이밍도 절묘하다. 어제 밤에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레디앙에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김선주의 첫책 소개글이 실린 걸 보고 김선주의 글에 주목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특히 서평 마지막에 언론인으로서 김선주를 평가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선주의 '매니아적 독자'였으며 언론인에서 정관계로 '존재를 이전'하라는 수많은 권력으로부터의 '유혹'을 뿌리치며, 그가 "마지막까지 언론인으로 남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런 그가 ‘‘놈현’ 관 장사를 넘어라’는 제목으로 인해 <한겨레신문>에서 일어난 필화사건에 대해 언급한 것은 한편으로는 글쟁이로서의 원칙 때문이었을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무현을 여전히 아끼고 그가 추구한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일 터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분명 이 사건의 발단에서 마무리까지가 적절했다고 볼 수 없다. 그 기사를 읽었을 때 이런 반응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정곡을 찔렀네…제목 잘 뽑았네’ 했던 것이 첫 느낌이었다. … 야권이 지방선거에서 재미보았다고 김대중과 노무현을 계속 팔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두 명의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쟁이근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똑 부러지는 제목’이라고 보았다.
 
사실 굳이 글쟁이가 아니라고 해도 노빠들 빼놓고는 대부분이 이런 느낌을 갖지 않았을까. 이를 둘러싸고 유시민과 노사모가 공개적으로 한겨레 절독선언을 한 것을 보고는, 한편으로는 과거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기 전 전라도에서 김대중을 부를 때 반드시 '선생'자를 붙이지 않으면 욕을 한바가지로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무현에 대해 놈현이라고 하지 못한다면 MB 등에 대한 풍자적인 표현은 또 어떻게 할 건가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김선주는 후자의 측면을 지적하고 있다.
 
그나마 친노라고 할 수 있는 김선주가 이 정도로 두루뭉실하게 완화된 표현을 쓰는데도 한겨레 평생절독 운운하는 노빠들을 보면서 저 인간들하고 저들이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다고 비판하는 MB정권하고 무슨 차이가 있을지 의문을 가질 이들이 상당하겠다 싶었다. 이번 사태는 진보라고 위장해온 노빠들의 본질을 적확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노빠에 대한 나의 편견이 벗겨지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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