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 폐기에 앞장서는 국가기록원

2010/07/21 13:48

얼마 전 국가기록원에서 김연아의 금메달을 영구보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별 걸 다 보존하려 하는구만 싶었는데, 이번엔 정 반대로 국가기록물을 손쉽게 폐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여기에는 국가기록위원회의 반대의견이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개정안에 대한 의견표명을 요청한 기관 중 의회, 대법원을 비롯한 70여 곳에서 반대의견을 표명했는데도, 이 또한 묵살하고 국가기록물 폐기를 손쉽게 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상식 파괴다. 국가기록을 쉽게 파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 개정이 되려고 하면 이에 가장 앞장서서 제지해야 할 곳이 국가기록원이라고 생각하는 상식 말이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정부기관의 역할도 이렇게 상식과는 다르게 변한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을 바꿔야 하고, 상식 파괴가 자연스러운 시대가 도래했다지만, 많이 심하다.
 
하긴 국가기록원은 행정안전부 산하기관이고, 원장은 행정관료 가운데 임명되고 있는 만큼 이번 '국가기록물 폐기를 쉽게 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 추진은 분명 그 윗선의 의중이 반영된 것일 터이다.
 
다들 잊고 있겠지만, 노 전 대통령의 자살도 이 기록과 관련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사망 20여일 전에 검찰은 대통령 기록물의 유출사건과 관련하여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이것 또한 조사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는 나중에 후환이 될 수 있는 기록물들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고, 이번 국가기록원의 행태 또한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이 국가기록물 관련한 문제들에 대해 경향신문이 많이 주목하면서 챙기고 있다는 것과 과거 노무현 정권 하에서 전자정부를 주장했던 행정학자들, 그리고 대통령기록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이들이 기록물 관리 보존에 대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고, 이에 관한 한 깡패나 다름 없는 이명박 정권의 행태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행정학의 세계는 참 오묘하도다. 이 절묘한 중립성을 어떻게 봐야 할까.
참고: http://cafe.daum.net/jinbopa/5Bz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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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물 폐기 쉽게’ 추진 논란 (경향, 정영선 기자, 2010-07-16 02:35:39)
ㆍ행안부 ‘심의 생략 가능’ 입법예고
ㆍ위원회 반대 의견도 묵살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이 국가기록물을 손쉽게 폐기할 수 있는 법 개정안을 15일 입법예고하자 학계와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관련 위원회의 반대 의견을 묵살한 법 개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행안부는 이날 관보를 통해 ‘보존기간이 1년 또는 3년인 기록물의 평가 및 폐기시 기록물평가심의회의 심의 생략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공공기록물관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록물 폐기 때 거치도록 한 평가 심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행안부는 “기록물 폐기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기록원은 지난 3월 국무총리실 소속 국가기록관리위원회를 소집, 해당 안건을 심의했으나 반대 8명·찬성 6명으로 개정안이 부결된 바 있다. 하지만 “위원회의 결정은 기속력이 없다”며 국가기록원은 개정안 추진을 강행했고 지난달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던 국가기록관리위원회는 열지 않았다. 지난 5~14일 각 공공기관에 공문을 보내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직후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국가기록위원회 민간위원인 한국외대 이영학 교수는 “정부의 전자문서 비율이 98%에 이르는데 공무원이 삭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문서를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부결된 사안에 대해 기속력이 없다고 하면 위원회는 왜 열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문서 대부분의 보존기간이 1년 또는 3년이므로 사실상 문서 전반을 손쉽게 폐기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감사원이나 검찰은 무슨 근거로 공공기관을 감사·수사하고 언론과 시민단체는 어떻게 권력을 감시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1999년 제정된 공공기록물관리법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참여정부 때인 2007년 현재와 같이 전면 개정됐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모든 기록물에 대해 심의회를 거쳐 폐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행정 비효율이 너무 심하다는 일선 기관의 의견에 따라 법을 개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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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하는 공공기록물 관리정책 (서울, 이재연기자, 2010-07-16  11면)
보존기간 1·3년 문서 심의없이 폐기 가능
 
정부가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오히려 기록물 폐기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행정규제 간소화 절차라고 하지만 정부 임의대로 문서 보존·폐기를 하게 되면 책임행정이 저해된다는 지적이 높다. 국가기록원은 15일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은 보존기간 1·3년인 기록물 폐기절차를 간소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의 자격요건을 완화해 공직진입 문호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존기간 1·3년인 문서에 대해선 공공문서 폐기시 필수적인 기록물평가심의회의의 심의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록물전문요원도 지금까진 기록관리 전공 석사급 이상만 가능했지만 앞으로 문헌정보, 사학, 보존과학,기록관리학 학사 출신으로 관련 경력 1년 이상, 외부교육 1년 이상을 충족하면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자격요건도 낮췄다.
 
현재 정부기록물은 중요도에 따라 보존기간이 1·3·5·10·30년·준영구·영구 등 7단계로 나뉜다. 모든 기록물을 폐기할 땐 ▲생산부서 의견 조회 ▲기록물 관리 전문요원 심사 ▲기록물평가심의회의(외부 전문가 2명 포함) 심의 등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중 보존기간 1·3년짜리 문서에 대해 세번째 단계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가기록원 산하 국가기록관리위원회는 앞서 3월 내부 심의에서 입법예고된 두 사안을 ‘기록물관리 제도정착 이전으로 역행하는 발상’이라며 부결시켰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기록원 등에 따르면 14명의 위원 중 9명의 민간위원들은 “보존연한 1·3년 기록물 중에서도 10% 정도 폐기유예 기록물이 나오고 기록요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어 개정안에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기록물 폐기 간소화는 이미 2월 총리실의 행정내부규제 4차 개선과제로 확정된데다 국가기록관리위는 자문심의기구로 기속력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전 국가기록관리위 출신의 한 인사는 “보존기한이 지나도 더 남겨둬야 할 기록물들이 많은데 공무원들이 입맛대로 문서를 폐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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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물 폐기 쉽게’ 법령 개정 밀어붙이는 행안부 (경향, 정영선 기자, 2010-07-20 03:06:08)
ㆍ국회·대법·정부부처 등 70곳 반대 ‘묵살’
 
행정안전부가 국가기록물을 쉽게 폐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경향신문 7월16일자 10면 보도)하면서 국회와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의 반대의견을 묵살하고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광역자치단체는 시·군이 낸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찬성 입장을 전한 사실도 드러났다. 
 
19일 행안부 등에 따르면 국회와 대법원, 국토해양부·법무부·농수산식품부·환경부 등 6개 정부부처, 서울·부산·인천 등 7개 광역자치단체 등 70여개 공공기관이 지난 14일 행안부 국가기록원의 법령 개정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의견을 통보했다. 행안부 산하 국가기록원이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법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 표명을 주요 행정기관에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국회는 국가기록원에 보낸 검토의견서를 통해 “절차 생략을 통한 심의 과정의 간소화는 중요 기록물의 폐기를 발생시킬 우려가 높으므로 현행대로 기록물평가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같은 이유를 들어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특허청은 “(법령에 정해진) 보존기한 1년 또는 3년의 심의 대상 특허청 문서 9만2590여건 중 5만3350여건이 폐기대상이 아님에도 처리부서에서 폐기 건으로 요청했다”면서 “이 기록물의 심의를 제외해 개정안 취지대로 폐기 업무의 효율성이 제고될 수 있는 효과는 극미하며,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은 14일 오후 일선 공공기관의 의견조회를 마감한 지 하루 만인 15일 오전 관보를 통해 법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강행했다. 국가 주요 기관들이 반대했지만 부처 의견조회는 사실상 요식행위로 치부한 셈이다.
 
국가기록원뿐 아니라 일부 광역자치단체도 반대의견을 자체적으로 무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기도는 가평·여주·부천·화성·광명·동두천·김포·구리·시흥·평택·의왕 등 11개 기초자치단체가 12~14일 법령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올려보냈으나 이를 누락하고, 14일 경기도청의 입장인 ‘찬성’ 의견만을 국가기록원에 보냈다.
 
경기도는 15일 “반대의사를 나타낸 자치단체의 이름이 빠졌다”는 한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 후 해당 기초단체의 의견을 첨부한 공문을 16일 국가기록원에 다시 보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14일 오후 늦게까지 의견을 보내지 않은 기초단체가 많아 국가기록원과 협의해 14일에 본청 의견만 보내고 16일에 기초단체 의견을 보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은 “14일과 16일 공문을 두 번 받은 건 맞지만 사전에 협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인 8월4일까지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적으로 국무회의에서 결정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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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기록’ 폐기 앞장, 국가기록원의 ‘표변’ (경향, 정영선 사회부 기자, 2010-07-20 18:23:02)
 
2008년 7월 정진철 국가기록원장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남긴 자료를 봉하마을로 가져간 것은 명백한 불법이니 유출된 기록물을 되가져 오겠단 것이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청와대 비서진 10명도 검찰에 고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라며 항의했지만 국가기록원은 국가 기록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우리는 본분을 다할 뿐”이라고 맞섰다.
 
2010년 7월 국가기록원은 내부 규제 개혁의 일환이라며 국가기록물을 쉽게 폐기할 수 있는 법령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골자는 보존기한이 1년 또는 3년인 기록물을 폐기할 때 심의위원회를 생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국가기록원이 지난 15일 이 같은 내용을 관보에 게재하자 공무원들조차 의아해했다.
 
국가기록을 쉽게 파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 개정을 누구보다도 앞장서 막아야 할 주체가 국가기록원이 되어야 하는 게 상식에 가까울 것이기 때문이다. 2년 전 그토록 악착같이 ‘기록’을 챙겼던 국가기록원이 이제는 ‘기록’을 없애는 데 앞장서고 있는 모습에 학계와 시민단체는 물론 정부 주요 부처와 입법·사법부까지 아연해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관계자들이 각종 문서를 인멸한 정황을 포착했다. 그런데 총리실을 포함한 행정기관에서 생산되는 문서의 대부분은 보존기한이 1년 혹은 3년이다. 이번 법령 개정이 이뤄지면 폐기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다음 일은 상상도 하기 싫다. 그런데도 국가기록원은 법령 개정이 잘못됐다는 비판에 여전히 “의견 수렴 중”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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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나의 기록을 적에게 넘기지 말라 (2009 05/26 위클리경향 826호, 정원식 기자)
대통령기록물 둘러싼 신·구정권 갈등… 입법 취지 손상 정치 보복 활용 위험성
 
휴대용 PDA ‘블랙베리’ 마니아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1월 백악관 입성과 동시에 무선 이메일 송·수신이 가능한 이 장치를 빼앗길 뻔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유출 시 발생할 수 있는 보안상 문제다. 다른 하나는 1978년 제정된 미국의 대통령기록물법 규정과 관련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재임 중 대통령이 사용하는 이메일은 사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국가 재산에 해당하는 ‘대통령기록물’로 간주돼 퇴임 이후 NARA(국립문서기록관리청)로 넘어가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 당선자는 백악관 입성과 동시에 이전에 사용하던 이메일 주소 대신 백악관 이메일 주소를 사용해야 한다. 결국 몇 가지 보완 조치를 거쳐 오바마 대통령에게 블랙베리 사용이 허용됐지만,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메일 사용까지 철저하게 관리할 만큼 대통령기록물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자료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기록문화 발전 근간 흔들어
지난해 한국에서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대통령기록물법)’이 시행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대통령기록물을 둘러싸고 신구 정권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2008년 6월 12일 청와대가 ‘200만 건이 넘는 자료가 복사돼 봉하마을로 유출됐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된 ‘대통령기록물 유출’ 공방은 정쟁으로 비화하면서 결국 국가기록원이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행정관과 비서관 10명을 불법 유출에 관여한 혐의로 고발하는 데까지 번졌다.
 
사건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지난 5월4일 서울중앙지검 최재경 3차장검사는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기록물 유출사건과 관련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국가기록원에 대한 방문조사 이후 기소 여부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검찰이 이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낼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기록관리 전문가들은 사건이 신구 정권 사이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면서 우리나라 기록 문화 발전의 근간을 흔들어놓았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기록물이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아직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지 못한 대통령기록 수집 및 관리 제도에 치명상을 입히고 제도적 허점을 보완할 여지를 축소해버린 탓이다. 지난해 사건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쟁점들과 현재 상황을 종합하면 이 점이 또렷해진다.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만들어진 기록을 봉하마을로 가져가면서 시작됐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대통령기록 원본을 불법 유출했다’는 혐의를 걸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열람 편의 제공 조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사본을 가져왔을 뿐’이라고 맞섰다. ‘불법’이라는 공격에 대해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받아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가져간 것은 청와대 주장처럼 ‘원본’인가. 일단 기록학계에서는 전자기록물에 대해서는 ‘원본’이라는 표현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전자기록 전문가인 이소연 덕성여대 교수는 “청와대가 ‘원본’이라고 주장한 것은 전자기록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종이 기록이라면 ‘원본’은 하나뿐이지만 디지털 복제가 가능한 전자기록에서는 유일본으로서 ‘원본’이라는 건 없고 여러 개 사본 중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진본’ 사본이 있을 뿐”이라면서 “종이 편지는 한 장뿐이지만 이메일은 여러 명이 동일한 편지를 수신할 수 있다. 이 경우 어느 것을 원본이라고 불러야 하나”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자기록의 경우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할 때 인증 서식을 붙인 것만 진본으로 본다. 봉하마을로 가져간 것은 인증 서식이 달려 있지 않은 사본”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기록물의 외부 유출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건 맞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4조는 대통령기록물법 제14조는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 손상 은닉 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한다. 사본에 대해서도 유출을 금지하는지에 대해 별도 규정이 존재하지 않지만, 사본이라 하더라도 유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기록관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조영삼 한신대 교수는 “복제본이라 하더라도 가져간 행위 자체는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물 유출 법으로 금지
그러나 “국가기록원을 통해 전직 대통령이 접속하는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아 잠정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자료를 가져왔다”는 봉하마을 측 주장에 전혀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대통령기록물법 제18조는 “대통령기록관의 장은 전직 대통령이 재임 시 생산한 대통령기록물에 대하여 열람하려는 경우에는 열람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등 이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급한 이관 일정에 쫓겨 열람의 범위와 방식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영삼 교수는 “열람 편의 제공과 관련해서 기록관리비서실,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리팀이 서로 협의하는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열람 편의를 제공할 것인지 토론을 많이 했다”면서 “‘온라인 열람’이라는 표현을 넣으려다가 너무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활용의 탄력성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래서 ‘열람 편의’라는 추상적인 표현으로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록을 은밀하게 빼돌렸다’고 한 청와대 주장과 달리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이미 기록을 복사해갈 뜻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록관리 전문가는 “노 전 대통령은 주말에도 엔지니어를 불러 토론할 정도로 전자관리 시스템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면서 “당시 행자부에 온라인 열람권을 계속 요구했으나 결국 행자부가 시행하지 못한다는 판단을 내려 개인적으로 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물 유출 공방과 관련하여 기록관리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사건이 정쟁으로 비화하는 과정에서 대통령기록물법의 입법 취지가 손상됐다는 점이다. 대통령기록물에는 국가의 주요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공개와 관련한 엄격한 규제 장치가 없을 경우 차기 정권의 정치 보복 수단으로 활용될 위험이 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민감한 정보에 대해서는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지정해 최장 30년 동안 공개하지 않는 ‘대통령지정기록제도’를 도입했다. 대통령이 정치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재임 중 생산한 기록을 국가기록원에 고스란히 넘겨줄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지난해 지정기록물 두 차례 유출
기록학계는 이런 관점에서 지난해 검찰 조사와 쌀직불금 조사가 현 정부와 후임 정권에 대해 부정적인 신호를 던졌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 지정기록물에 대해 관할 고등법원의 영장 제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의결, 대통령 기록관장 사전 승인 등으로 열람 및 자료 제출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지정기록물은 검찰 조사 당시 법원영장에 의해 한 차례, 국회의 참여정부 시절 쌀 직불금 관련 회의록 및 보고서를 제출 요구 시 또 한 차례, 모두 두 차례 외부에 노출됐다. 조영삼 교수는 “기록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기록 보호가 알권리에 우선한다. 기록이 보호된다는 보장이 없으면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라면서 “대통령기록물법의 취지가 망가졌다. 기록관리 전문가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소연 교수는 “이 공방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기록을 남기면 혼난다는 것”이라면서 “정권의 부침에 관계 없이 어떤 힘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적 기관을 만드는 것이 대통령기록물법의 본체를 살리는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가기록원은 행정안전부 산하기관으로, 국가기록원장은 행정관료 가운데 임명된다. 청와대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주무기관인 대통령기록관이나 국가기록원을 제치고 대통령기록물 유출 공방을 주도한 청와대는 기록물 생산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대통령기록물법 제10조는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의 장은 대통령기록물의 원활한 수집 및 이관을 위하여 매년 대통령기록물의 생산현황을 소관 기록관의 장에게 통보하고, 소관 기록관의 장은 중앙기록물관리기관의 장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각급 기관은 매년 3월 31일까지 대통령실 연설기록비서관실로 기록을 통보하고 비서관실은 다시 5월 31일까지 대통령기록관으로 통보하게 돼 있다. 정확한 비교는 올해 6월 이후에 가능하다는 얘기다.
 
기록관리 전문가들은 지난해 대통령기록물 유출 공방이 현 정부의 대통령기록물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인사는 “최근 대통령기록관 인사에서 기록물 관리에 대한 소신을 갖고 있었던 15명이 전보 조치됐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제도가 어떤 식으로 운영될지 잘 모르겠다”면서 “전자 시스템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현 정부는 대통령 지정기록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행정 행위가 기록을 남기지 않는 쪽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지 주목해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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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피' 목록 정보공개 요구에 국가기록원 "540만원 내라" (세계일보, 이태영 기자, 2009.07.30 (목) 03:31)
시민단체 "공개자료 엑셀전환 지나친 수수료" 반발
 
29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센터는 지난 16일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 있는 ‘비공개 기록물 재분류 공개 목록’을 엑셀파일 형태로 보내 달라고 국가기록원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문제는 홈페이지에 공개된 목록이 기간별·생산기관별 등 항목으로 나뉘어 있어 전체 목록을 한눈에 살펴보기 어렵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기에도 불편하다는 점이다. 이에 센터 측은 엑셀파일로 정리된 목록을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다가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정보공개 수수료 540만6700원을 입금하면 보내주겠다”는 회신과 함께 “기록물 활용이 저작권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기록원 스스로가 국민에게 공개하기로 한 자료인 데다가 검색이 어려워 엑셀파일로 달라고 했을 뿐인데 540만원을 받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기록에 대해 저작권법 운운하는 것도 해외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목록을 엑셀파일로 만들었더니 27만장으로, 수수료 규정에 따라 540만원이 나왔다”며 “요금이 과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민원인 입장에서 처리하고 싶지만 법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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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기록관리제도의 퇴행은 민주주의 후퇴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2010/01/28 16:03)
비공개분류절차 축소 국정운영의 폐쇄성을 강화시킬 뿐
 
정부 전체의 기록관리를 책임져야 할 행정안전부와 국무총리실이 기록관리제도를 흔들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국무총리실은 기록관리절차를 현실화한다며 기록물 폐기 및 비공개기록물의 공개재분류 등 기록관리 절차를 축소하고 기록물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전문요원의 자격요건을 하향조정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한 것이 오늘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정부기록에 대한 비공개 및 비밀주의가 여전한 상황에서 기록물 폐기 절차의 축소와 전문요원자격요건의 하향은 국가 기록관리제도 전반의 퇴행으로 이어지고 행정의 책임성과 투명성의 후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행 기록물관리법은 공공기관에서 기록이 생산되면 업무를 담당한 사람에 의해 공개/비공개를 분류하도록 하되 기록물관리기관으로 이관시점에 재분류하고 기록물관리기관에서는 5년마다 공개 여부를 재분류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의 기록관리 선진화 과제에 따르면 기록물의 정리‧이관 시 기관내부에서 수회에 걸쳐 공개여부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업무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생산자가 생산한 기록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공개/비공개를 분류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생산자가 본인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서 비공개 분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또한 시간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비공개할 목적이 상실되기도 하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따라 기록을 재분류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행 기록물관리법이 기록을 이관한 후 5년마다 재분류 하도록 한 것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오히려 국민의 국정참여를 위해서는 관심이 크고 최근의 기록일수록 더 자주 재분류해야할 필요도 있다.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인 기록관리 절차의 축소는 기록 은폐의 빌미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국정운영의 폐쇄성을 강화시킬 뿐이다.
 
기록관리 전문요원의 자격 완화 논의도 우려스럽다. 기록관리 전문요원은 국가의 기록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지 않고 방치되거나 폐기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의 일환이다. 기록물의 생산과 보존, 분류와 재분류, 공개 등에 대한 업무는 전문적 훈련을 받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판단에 기초하여 기록관리에 대한 전문성과 실무훈련을 받은 관련분야 석사 이상의 전문인력을 배치하기로 한 것이 기록관리 전문요원제도이다. 전문요원의 자격완화는 쉽게 말해 기록관리와 관련된 전문적 교육을 받지 않은 경우라도 일정기간 교육을 받으면 기록관리전문요원으로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몇몇 기관에 2005년부터 훈련된 전문요원들이 공공기관에 배치되면서 조금씩 기록관리 체계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볼 때 전문요원의 요건 완화는 인력채용과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다시 행정직들이 기록관리를 담당하던 과거로 퇴행하겠다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공공기관에서 기록을 꼼꼼히 생산하고 관리하고 보존하는 한편 시민에게 그 기록을 공개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공직을 수행한 공직자 자신의 과오를 남기고 공개하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임지는 행정과 투명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업무이다. 단지 업무가 많다는 이유로 기록물 폐기 절차를 축소하고 전문인력 채용이 어렵다고 전문인력의 자격기준을 완화하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일 뿐이다.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다. 행정의 책임성과 투명성의 후퇴, 나아가 민주주의 후퇴를 가져올 기록관리제도 전반의 퇴행이 이뤄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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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부 기록 빨리 없애는 게 상책? (2010 07/27ㅣ위클리경향 885호,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ㆍ기록물관리 폐기규정 완화 추진… 60여개 정부기관서도 반대 의견
 
공무원들이 직무를 행한 결과를 남기는 기록은 매우 중요하다.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몇 십 년 뒤에도 해당 정권을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이자 유력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매우 충격적인 시행령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기록물관리법)을 개정해 ‘보존기간 1년에서 3년 이하 기록물 평가 및 폐기시 기록물평가심의회의 심의를 생략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기록물은 대부분 보존기간 1년에서 3년 이하 기록이 차지하고 있다.
 
현행 법안에서는 모든 기록을 생산해 폐기할 때에는 보존기간 1년부터 30년까지 해당하는 모든 기록에 대해 외부 심사관이 참가하는 기록물평가심의회를 개최해 평가받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존기간 3년짜리 기록을 3년이 지났다고 해서 무조건 폐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록물평가심의회를 거쳐 다시 한 번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이런 제도를 둔 이유는 기록물 보존 기간은 생산할 때 기준이지 폐기 시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산할 때는 중요 기록이 아니지만 여러 사회적 문제가 발생해 폐기 시에 매우 중요한 기록으로 변할 수도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아무 생각 없이 경찰서로 보낸 공문처럼 말이다. 이런 이유로 기록물평가심의회에서는 보통 폐기 대상 기록 가운데 약 10%의 기록에 대해 보존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기록물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금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는 지방자치단체 사무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기록관리 분야를 살펴보면 가장 많은 것으로 ‘기록물 보존기간 미설정’ ‘기록물 보존기간 하향 설정’이라고 지적하고 시정이 요구된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 기록을 오래 남기면 귀찮은 일만 발생한다는 인식이 아직까지 공공기관에는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보존기간을 5년 이상 으로 설정해야 하는 기록을 1~3년으로 하향 조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현실에서 법안 개정을 한다면 보존기간을 하향 조정하는 일은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며, 그 기록들은 어떤 평가도 없이 폐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결과 중요한 문제가 터질 때 기록에 의한 사무 감사 및 검찰 수사도 불가능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도대체 이 정부는 무엇이 두려워서 기록을 이처럼 쉽게 폐기하려고 하는 것일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개정법안에서는 ‘학력 제한 철폐’라는 미명 아래 기록관리 전문요원의 자격을 완화하려고 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 사관 역할을 하고 있는 기록관리 전문요원은 ‘기록관리학을 전공한 석사 학위 이상 학력자’에서 ‘기록관리학, 역사학, 문헌정보학, 보존과학을 전공한 학사 학위 이상 학력자 가운데 1년 이상 기록관리 경력이 있고, 1년 이상 교육을 받은 자’면 기록 전문요원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항을 잘 보면 학력 제한 철폐가 아니라 현직 공무원들의 자리를 넓히는 의도가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공공기관에서는 기록관리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공공기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기록이 없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고, 심지어 기록을 잃거나 의도적으로 없애는 일도 흔했다. 이런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니면서 기록전문요원제도를 집중적으로 양성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법안 개정에는 기록 전문요원들의 전문성을 무시한 채 그저 다루기 쉬운 공무원을 기록 전문요원으로 채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또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어렵게 지난 10년 동안 발전시킨 기록관리학 학문은 무너질 것이며, 대부분의 기록관리대학원은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기록물을 쉽게 폐기할 수 있는 것과 공무원 출신 기록 전문요원을 채용하겠다는 법안 개정안이 이번 정부의 의도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정부기관 의견 조회에서 60여 개 기관이 반대의견을 냈다고 한다. 시행령 개정안에 이처럼 많은 반대의견을 내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게다가 기록관리정책을 총괄하는 국가기록관리위원회가 이번 사안에 대해 지난 3월 압도적인 표 차이로 부결시켰음에도 심의 및 의결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는 전혀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자리만 존재하는 ‘허깨비 위원회’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한 기록 전문요원은 “기록관리정책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는 기록관리체계를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일하고 있고, 오히려 각급 기관에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기록관리 현실을 바로잡으려고 한다. 매우 참담하고 역설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7월 현재 이명박 정부는 온갖 문제가 터지고 있다. 정권의 가장 기본인 기록관리정책을 보면 이런 결과는 당연해 보인다. 기록관리정책은 민주주의 기본 중의 기본이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주춧돌이다. 정부가 이번 시행령을 밀어붙인다면 민심은 더욱 요동칠 것이며, 이 정권은 점점 더 수렁 속에 빠져들 것이다. 국민은 이명박 정부를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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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은 안된다더니… 전직 대통령 사저서 기록물 온라인 열람 가능 (경향, 정영선 기자, 2010-07-31 02:49:12)
ㆍ정부 관련법 개정안 의결
ㆍ노 전 대통령 요구땐 거절
ㆍ“보안문제 해결 않고 통과”

 
‘봉하마을만 안된다?’ 퇴임한 대통령이 재임 중 기록물을 사저에서 온라인으로 볼 수 있게 법이 손질된 것을 둘러싸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2008년 7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근거 규정이 없고 보안상 허점이 있다”는 이유로 기록물 열람을 거절당한 전례가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현 정부의 전직 대통령 예우와 법 해석이 자의적이고 형평성을 잃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전직 대통령의 온라인 열람 요구가 있을 경우 대통령기록관의 장은 전용회선·열람전용 컴퓨터 등 열람장비를 설치할 수 있고, 열람장비의 설치 장소는 전직 대통령의 사저로 한정하도록 했다. 행정안전부는 “노 전 대통령의 기록 유출 논란 후 국회가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법률 개정안을 심의, 지난 2월 통과시켰다”며 “시행령 개정은 상위 법률 개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2008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열람권 거부 사례와 비교하고 있다. 조영삼 한신대 교수는 “2007년 제정된 대통령 기록물에 관한 법률은 ‘전직 대통령에게 열람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했다”며 “이는 비밀문서 등 일부를 제외하곤 대체로 기록물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시행령에 관련 규정이 없다며 열람을 거절한 것은 상위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또 “정부는 전직 대통령의 기록물 열람을 공감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선 ‘안된다’는 결론을 먼저 세우고 법제처 의견을 구했다는 등의 핑계를 댔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말했다.
 
당시 해킹과 같은 보안상의 문제 때문에 사저 열람에 난색을 표했던 정부가 기술적 완비 없이 법부터 개정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보안 문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도 해결된 것처럼 시행령부터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정부는 보안전문가들에게 대책을 자문하고 있지만 대통령 기록물을 외부망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은 아직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예산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행안부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은 비밀·지정 기록물도 일부 가져갔기 때문에 비밀·지정 기록물 열람을 제외한 개정 시행령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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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국가기록 쉽게 폐기’ 철회 (경향, 정영선 기자, 2010-09-01 10:22:04)
 
국가기록물을 쉽게 폐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해오던 행정안전부가 법령 개정을 철회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위원회와 학계·시민단체는 물론 공공기관 내부에서조차 법령 개정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세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 정책기획과 관계자는 31일 “ ‘보존기간 1년·3년 기록물의 평가·폐기 시 기록물평가심의회의 심의 생략이 가능하다’고 규정한 개정령안을 철회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행안부 등에 따르면, 국가기록원이 지난 10일 총리실 산하 국가기록관리위원회 회의를 열어 법령 개정안을 재상정한 결과 반대 12·찬성 1표로 나타났다. 이날 반대표를 던진 위원 중에는 당연직 위원인 각 부처 공무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민간 위원은 “정부가 위원들 의견을 무시하고 법령 개정을 강행할 경우 사퇴할 수도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행정절차법상 법제처에 개정령안 심의를 맡기는 것을 보류하고,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개정령안에 대한 의견을 다시 듣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법령 개정을 철회하는 절차로 보인다.
 
행안부는 지난 7월15일 국회와 대법원 등 6개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70여개 공공기관의 반대를 묵살하고 개정령안 입법예고를 강행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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