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집 이사하다

2006/05/26 03:29

1.

내일 이사가 제대로 되는지 보려면 일찍 자야 하는데, 이러고 있다.

3시가 되기 전에 자야겠다.

다행히 일처리가 어느 정도 되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하고 광주로 내려왔다.

잘못하면 12시 이전에 못내려올 뻔 하지 않았나.

행문씨가 잘 도와줘서 정리를 했다. 그리고 아영씨가 어느 정도 알아듣는 것 같고... 물론 확인은 해봐야겠지만...

  

2.

내일이 이사인데, 내가 오늘 와서 한 것은 없다.

저번주 주말, 그리고 그 저번주 주말에 와서 아버지 작품을 정리한 것 외에 뭘했는지...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말로는 홀로 계신 어머니에게 잘해주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모자라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이전에 살던 집에는 들릴 필요가 없다. 포장이사를 하는데(거금 200만원이나 주고...) 오늘 짐을 다 쌓고 약간은 옮겨놨기 때문이란다. 다만 열쇠를 관리실에 주고 와야 하고, 그것은 내가 해야 한다. 점 때문이다.

  

어머니가 얼마 전 점을 봤는데, 신통하게 많은 것을 맞췄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신뢰할 수 밖에 없는데, 그 점쟁이가 올해 이사를 하는 것이 어머니에게 좋지 않고, 남서쪽으로 이사를 해서는 안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남서쪽의 건물로 이사를 간다는 점인데, 이를 액땜하기 위해 살던 집에서 자지 말고 동쪽으로 가서 자라고 했단다. 그래서 지금 있는 곳이 큰외숙 댁이다. 내일 열쇠를 가져다 주는 것도 내 몫이다.

     

3.

나는 점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쟁이들이 과거의 사실들을 신통하게 맞추고, 예언하는 내용이 거의 비슷하며, 사람에 따라 독설을 퍼부을 때도 있고,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어머니가 점을 보는 경우는 대부분 내 결혼과 관련해서이다. ㅡ.ㅡ;;

  

그런데 맨날 사귀는 사림이 있는지를 들볶이는 입장에서는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결혼을 늦게 하는 게 좋다고 나온다. 무슨 일을 하든지 다 잘 풀리는데, 결혼을 늦게 하면 그게 내 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올해는 해서는 안되고, 하려고 해도 안될 것이고, 내년은 어머니가 운이 있으니 하면 좋을 것이며, 그 다음해는 더욱 좋다는 것이다. 사실 비혼이 아닌 내 입장에서는 지금도 충분히 늦지 않은가.

  

암튼 올해만 넘기면 잘 풀린다니 기다려보는 수 밖에... 그리고 일단은 나온 점괘에 따라서 행동을 하는 게 어머니 정신건강에도 좋을 듯하다.

 

4.

감사 지적사항을 처리하면서 내가 이 쓸데없는 짓을 왜하나 싶었다.

어제도 이것 때문에 날을 샜고, 지방선거가 며칠 남지 않은 이 귀중한 시간에 엉뚱한 것에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부족한 일손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있는지 묻는 조제희 동지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실 처음에 할 때 잘 했어야 하고, 또한 예산 처리는 어려운 것이 많아서 내가 맡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그 처리 책임이 나에게 돌아온다. 그냥 내 일이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조건이 그게 아니다. 젠장...

   

원천징수는 어떻게 할까.

그리고 정산처리는? 이를 다른이에게 맡겨 놓으면 잘할까.

그래도 행문씨가 도와줘서 앞으로는 잘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은이에게 잘해주고는 싶은데, 막상 부딪히면 감정이 상한다. 코드가 맞지 않는 건 확실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성질도 못내고...

      

5.

오는 길에 빨리 광주에 내려 오려고 고속버스 대신 KTX를 탔다. 막 타려다가 차량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보고 내가 KTX 타는 것을 자제하기로 했던 것이 생각났다.

KTX 승무원들의 투쟁이 아직 계속되고 있는 동안에 KTX를 타는 것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스스럼없이 타다니... 많이 정신상태가 헤이해졌나 보다.

  

KTX 승무원 노동자들, 반드시 승리했으면 좋겠다.

    

6.

프레시안의 기사에 강금실이 지방선거 이후에도 정치에 의욕을 가지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강금실 캠프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한 의원도 "강 후보가 '(법조계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말한 적은 없지만 최근에는 '돌아간다'고 말한 적도 없다"면서 "자신이 (선거) 이후에도 정말 정치를 한번 바꿔봐야 하겠다는 의욕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참고: "강금실, 5.31 이후에도 정치 의욕" )

  

정말로 강금실을 대선에서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정체성으로 그렇게 나설 수 있을지...

   

얼마 전 지은희 전 장관을 비롯한 여성계 인사 500여명이 강금실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내더니 25일에는 강금실 후보의 동년배인 긴급조치 9호 세대 인사 100명이 지지선언을 하고, 또한 학계, 법조계, 출판계 지식인 101명이 지지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이를 한겨레신문은 진보지식인이라고 표현하였다. 정말 진보의 범위가 넓어졌다. 

  

가끔씩 좌파라는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을 개량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에 냉소하면서도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봤는데, 열린우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진보'라는 딱지를 붙여줄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7.

이에 맞서 최근에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인사들의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5월 22일 장애인단체들의 장애인 공약 지지 선언을 시작으로, 23일 문화예술인 531명, 24일 비정규직 노조 대표자 196명, 25일 공인노무사 88명과 여성노동자 4047명, 아토피 아이를 가진 엄마·아빠 239명, 보건의료인 456명 등이 각각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을 했다. 그리고 26일에는 한국청년단체협의회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등이, 29일에는 교수·법조인들이 각각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그런 유명인들의 인기를 이용하여 당의 지지세를 넓히는 것에 약간의 반감을 갖고 있고, 사실 이미 다른 여러가지 자격으로 당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 전문직, 유명세 등을 활용하기 위해 언론플레이하는 듯하여 그리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이들도 당의 자산이라면 이를 조직화할 필요도 있고, 그 만큼 지방선거가 중요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해서 좋다. 당원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특히 문화예술인 중에 영화쪽 사람들이 그렇다.

   

김경형(감독조합 스크린쿼터특별위원장/‘동갑내기과외하기’감독), 정윤철(감독/말아톤), 박찬욱(감독/올드보이), 오지혜(배우/‘와이키키브라더스’), 변영주(감독/밀애), 윤인호(감독/아홉살인생), 박진표(감독/너는내운명), 김대승(감독/혈의누), 김지운(감독/달콤한인생), 권칠인(감독협회 공동대표/‘싱글즈’감독), 권병길(배우/‘그때그사람들’ 출연), 김동원(감독/송환), 김태용(감독/가족의탄생), 류승완(감독/짝패) 등. 

 

8.

열린우리당의 대국민 호소문은 정말 봐주기 어렵다.

이에 대해서는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이 25일 있었던 브리핑에서 잘 지적하였다.

  

어제 열린우리당이 비상대책회의를 한다길래 내심 불안했다. 선거막판에 열린우리당이 선거판세를 뒤 흔들만한 뭔가를 내 놓는 것이 아닌가 해서 긴장했던 것이 사실인데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

         

열린우리당이 오늘 비상대책회의라는 이름으로 수상한 회의를 했는데 그 결론은 참 요상하다.

한쪽이 너무 먹으니 내가 별로 한게 없지만 나도 좀 나눠달라는 것이 오늘 비상대책회의의 결론이다.

   
이른바 “개평정치”, “구걸정치”를 또 하기 시작했다.
야당도 아니고 여당이,
그것도 과반을 훌쩍 넘겼었던 절대다수정당이 밝은 대낮에 깡통들고 본격적인 구걸에 나섰으니 그 결론이 요상하다하지 않을 수 없다. 
열린우리당의 행보에 국민들이 실소하고 있다.

 

사실상 여당은 오늘 호소문을 통해 선거패배선언을 했다.
선거가 6일이나 남았는데 선거운동도 중단하고 선거패배선언을 집단적이고 공식적으로 해버린 것이다.
이미 졌다고 선언한 정당에 표를 모아주면 그 표는 사표가 된다. 그런 당에 미련 가질 필요 없다.
당 의장 혼자 읽어도 될 것을 의원들 다 모아서 회의까지 하고 한 걸 보면 혹시나 이탈한 사람 없나 관리하려 한 것 같다.

  

오늘 열린우리당의 대국민 호소문은 열린우리당의 패배선언이고 열린우리당의 패배는 개혁세력의 패배 아닌 개혁배신세력의 패배이다.

오늘 호소문은 또한 정체성도 정책도 없는 세력의 신물나는 구걸정치의 반복일 뿐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패배를 행여 국민들의 무관심으로 돌리려는 국민협박의 사전포섭으로 삼으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정동영 의장이 어제 선거 이후 민주당과 함께 하겠다고 광주와 호남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다녔다.
민주당이 지역주의 정당이고 낡은 정치세력이라고 선언하고 당깨고 나온지 2년밖에 되지 않는데 민주당을 민주평화세력이라 지칭하고 그 당과 함께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한심한 일이다.

  

아직 국민들은 “난닝구사태”를 기억하고 있다. 그 난닝구 아저씨가 자신의 눈에 흙이 들어갈 때 까지 이 분함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울부짓던 것이 눈에 선하다.
난닝구 아저씨는 여전히 열린우리당에 대한 분노를 삭이지 않고 있다.
정의장에겐 안 된 일이지만 두당의 합당 역시 쉽지 않을 것 같다.

  

총선 이후 과반 차지하고 나더니 100년 가는 정당 만들어 보자고 청와대에서 어깨걸고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부르고 아침이슬 어깨 걸고 불러대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당 수장이 나서서 읍소하는 어제 오늘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열린우리당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난관은 짝퉁개혁세력이 기회주의적 자기행태의 죗가를 철저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당에 어떤 동정이나 미련도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를 잘 표현한 경향신문의 만평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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