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문건발굴] 루돌프 선언

2006/12/27 21:54

크리스마스가 지났지만, 그냥 담아왔습니다.

'새 세상을 열어가는 토마토 친구들'이라는, 민주노동당 학생당원들 모임의 홈페이지에 '구경꾼일까?'라는 이가 남긴 글이지요. 민주노동당내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심심해서 쓴 글로 보입니다. 이런 사실 저런 사실, 이것 저것 짜집기해서 썼어요.

 

해설하자면, 맨 처음 시는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쓴 '예심판사 앞에 선 16세 봉제공 엠마 리이스(Emma Ries)'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인터내셔널'가의 아지(선동문)로도 사용되는 시이지요.

그리고 최근 민주노동당 내의 상근자노조 건설 움직임과 당직선거과정에서 NL계열 당직후보들이 내뱉었던 문장들도 나옵니다. '루돌프 선언'이라는 것은 공산당 선언에서 앞뒤 단어만을 바꾼 것이네요.

 

다만 루돌프는 산타의 썰매를 끄는 사슴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면서, 산타 자체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빠져 있다는 점으로 보아, 단지 흥미롭기만 할 뿐 별 교육적 가치는 없는 듯 합니다. 그냥 심심풀이 땅콩이지요. 암튼 쓰느라 수고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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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발굴] 루돌프 선언

   

반짝이는 코의 배달부 루돌프가
산타마을의 예심판사 앞에 섰을 때
그는 요구받았다
왜 파업을 호소하는 삐라를 뿌렸는가
그 이유를 대라고
이에 답하고 나서 그는 일어서더니 노래하기 시작했다
인터내셔널을
예심판사가 손을 내저으며 제지하자
그의 소리가 매섭게 외쳤다
기립하시오! 산타도 이것은
인터내셔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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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문헌은 크리스마스를 틈탄 산타와 커플주아지의 반동적 물결 속에 소실된 <루돌프 선언>이라는 문건이다. 최근 발굴된 문건의 일부를 여기에 공개한다. 이 문건을 발견한 모氏는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며, '산타마을지역민주루돌프노조연맹'(산민루련)을 건설할 것을 다짐했다고 전해진다. 허나 이에 대해 모 산타는 "선물배달은 품성과 의리로 하는 것"이고, "루돌프의 코가 빛나는 것은 자본주의의 파행적 현상"이며, "루돌프는 노동자가 아니라 활동가"라 주장하며 루돌프 노조에 대한 반대의 입장을 밝혀 산민루련 건설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루돌프 선언>
  
유령이 전세계를 떠돌고 있다-루돌프라는 유령이. 산타와 커플 등의 기득권들은 이 유령을 착취하기 위해 동맹을 맺었다. 커플들로부터 야근과 잔업에 대한 특별수당을 받아본 루돌프는 있는가? 또한 한 세기동안 사슴들에게 왕따를 당하며 산타에게 착취를 당한 루돌프를 크리스마스라는 핑계로 외면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는가?
   
이 사실로부터 두 가지 점이 도출된다.
1. 모든 루돌프들은 이미 크리스마스를 노동착취의 시기로 규정하고 있다.
2. 지금은 루돌프들이 노조결성을 통하여 전세계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노동권을 주장하고 크리스마스의 커플과 산타들의 반동적 책동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알맞는 시기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여러 국적을 가진 루돌프들은 다음과 같은 선언을 초안하고 출판하게 된 것이다.
  
I. 산타와 루돌프
 
지금까지 존재한 산타와 루돌프의 역사는 계급성의 상실의 역사이다.
자유민과 노예, 귀족과 평민, 영주와 농노, 길드장인과 직인, 킹카와 폭탄, 한 마디로 억압자와 피억압자는 항상 서로 대립하면서 때로는 숨겨진, 때로는 공공연한 싸움을 벌였다. 그리고 각각의 싸움은 그때마다 대대적인 사회의 혁명적 재편 또는 경쟁하는 계급들의 공동파멸로 끝났다.
우리 시대, 커플주아지의 시대는 명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계급적대를 단순화시킨 것이다. 전체 사회는 커플주아지와 솔로테타리아트, 산타와 루돌프라는 양대 적대적 진영으로, 서로 직면하고 있는 양대 계급으로 점점 더 분열되어 가고 있다.
역사적으로 산타는 매우 반동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산타는 자신이 지배를 확립한 곳에서는 어디서나 착한 아이에게만 선물을 주며 우는 아이를 소외시키는 분열관계를 불러왔다. 산타는 크리스마스의 모든 아이와 부모의 관계를 선물제공관계로 만들어 놓았다.
산타는 루돌프의 코에서 강력한 발광현상이 일어난다는 이유로 24일 밤에 노동력을 착취하며 안식년도 없이 썰매를 끌게 해왔다. 루돌프의 노동3권을 억압함으로써 산타의 권위가 유지되는 것이다.
 
(중략. 문건이 산타와 커플주아지들에 의해 소실되었음.)
 
모든 산타를 루돌프 앞에 떨게하라. 루돌프가 잃을 것은 썰매밖에 없으며 얻을 것은 온 세상이다.
만국의 루돌프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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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7대 요구안
 
1. 루돌프 노동조합을 인정하라
1. 루돌프에 대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1. 루돌프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적용하라
1. 연말에만 채용되는 비정규직 루돌프들을 전원 정규직화하라
1. 루돌프의 이상발광현상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 4대 보험을 적용하라
1. 루돌프에게 연·월차, 안식년 사용 및 수당지급을 실시하라
1. 루돌프에게 산타와 동일하게 상여금과 성과급, 호봉제를 실시하라
1. 루돌프에게 노동3권을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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