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성 - 너를 부르마

2007/04/24 16:55

네이버블로그에 썼던 글을 수정.

  

---------------------------

"누가 조국으로 가는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이 시가 설마 시집에 들어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것도 대학 새내기 때 추천도서 중의 하나로 들어있었던 정희성 시인의 [저문 강에 삽을 씻고](창작과 비평사, 1978)에 포함되어 있을 줄은...
    
원래 1971년 대학신문에 실린 것이라고 하고, 시집에 들어간 것이 의외라고 보았지만 - 이 시집이 이 땅 농촌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시집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읽어보니 제 생각이 잘못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70년대 후반 지식인들의 취향에 들어맞는 시집이기에 제 자리에 있다는 생각마져 들었습니다. 출처를 보니 서울대 동창회보에 실렸던 것도 있고, 정서가 딱 그것입니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에 들어 있는 시 중에 노래로 나와 있는 것도 꽤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너를 부르마>입니다.
    
너를 부르마, 이 노래를 제일 많이 불렀던 때는 1989년도인 듯합니다. 물론 제 경험이지만 말이죠. 뒷풀이 자리에서 많이 불렀습니다. 황당했던 것은 1989년도던가, 5공비리 청문회를 하고 그럴 때 서울 시내에서 열렸던 집회의 마무리집회가 있던 명동성당에서 이 노래를 합창할 때였습니다. 90년대 이후가 되면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이런 노래를 대중집회 공간에서 부른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더랬습니다.
   
이영미선생님이 들려주는 민중가요이야기 '노래여 나오너라'49회에 보면, 이 노래에 대해 '가사가 갖고 있는 호소력이 굉장히 크지만 대신 악곡은 분명 아마추어가 지었을 음악'이라고 평하고 있습니다. 구조가 보이지 않고, 선율은 따라갈 수 있으나 가사를 떼고 봤을 때는 어디로 가려는 음악인가 이런 걱정이 드는 음악이며, 가사의 힘으로 밀고 가는 노래라는 것입니다. 동감입니다.
   
80년대 중반엔 이와 같이 "노래가 길어지고 말이 복잡해지고 사람들을 막 흥분시키기보다는 차분하게 감정을 살살 긁어주는 노래들이 인기를 끌었"지요. 지금도 들어보면 청승맞긴 하지만, 왠지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맛이 있습니다.
   
아래 노래는 인천민중문화운동연합 노래모음 1집에 실린 것입니다. 아마추어적으로 부르는 것이 정희성 시인이 시를 썼을 때 의도했던 것과 맞지 않나 싶네요.
 

 

인천민문연 - 너를 부르마 (정희성 시, 천광우 곡) 
   
  너를 부르마

 

  너를 부르마
  불러서 그리우면 사랑이라 하마
  아무 데도 보이지 않아도
  내 가장 가까운 곳
  나와 함께 숨쉬는
  공기(空氣)
  시궁창에도 버림받은 하늘에도
  쓰러진 너를 일으켜서
  나는 숨을 쉬고 싶다
  내 여기 살아야 하므로
  이 땅이 나를 버려도
  공기여, 새삼스레 나는 네 이름을 부른다
  내가 그 이름을 부르기 전에도
  그 이름을 부른 뒤에도
  그 이름을 잘못 불러도  변함없는 너를
  자유여 (1975 창작과 비평)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