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 서울지부 제4기 총회 참가기

2008/10/05 12:49

지난 9월 26일 제4기 전진 서울지부 총회가 열렸다. 회원으로 활동할지 여부에 대해 뚜렷한 생각이 없었던 나는 준회원으로 되었는데, 그것도 애매모호한 것이었다. 그래서 김광배 동지와의 약속도 있고 해서 총회에 가기로 하였다. 물론 길치였기 때문에 총회 장소로 결정된 현장노동자회 사무실을 제대로 찾지 못하여 헤맨 끝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안건은 전진 서울 3기 평가의 건이 끝나고 전진 서울 4기 집행부 선출의 건이 진행되고 있었다. 거기에 모인 이들 중에 내가 모르는 이는 2명 정도였고, 나머지는 다들 아는 이였다. 거기에서 회원이 많이 정리되었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그러하였다.
 
전진서울 지부 총원 125명 중에 회원재등록 결과 44명(나를 포함하여), 준회원 전환 9명이란다. 다른 지부로 이적한 이 11명을 빼면 후원회원으로 전환한 이를 포함하여 60명 가량이 전진 활동을 정리하였다. 미확인된 이들도 내가 보기엔 전진 활동을 하지 않을 듯 싶다.
 
오히려 홀가분한 느낌이다. 여전히 금속노조 소속의 회원들이 어떻게 할지 모호하지만, 지금까지 전진이 중앙파와 동일시되고, 진보정당 내에서 당권파로 분류되는데 지대한 공헌한 이들이 탈퇴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진의 사업기조에 대해 모두 동의를 하지 않지만 준회원에서 다시 회원으로서 활동을 하기로 하였다.
 
물론 탈퇴한 회원 중에 아쉬운 이들도 있다. 특히 공공운수연맹을 주름잡던 이가 탈퇴했다고 해서 함께 탈퇴한 공공 소속의 활동가들이 그러하다. 아마 그들은 공공포럼인가를 꾸려서 사무와 공무원노조, 공공운수연맹 등을 포괄하는 활동가 조직으로 활동할 것이다. 거기에서 나타나는 문제의식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그게 전진을 탈퇴하는 이유가 될 수 있나. 오히려 나는 거기에서 정견과 입장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함께 오래 활동했다는 이유로 뭉치는 운동권 인맥의 폐해가 드러났다고 본다. 이제는 공공에서 활동하지 않는 이들이 과거 함께 공공에서 활동했었다는 이유로 함께 탈퇴한 것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다. 그들은 전진이 정치조직답게 바로 서는데 기여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를 저해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탈퇴한 이들에 대해 뒷담화를 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 전진의 활동평가에서 이에 대한 언급도 필요하다. 사실상 전진을 만들었고 대표해왔으며, 나를 전진으로 이끌었던 이들이 전진과의 연을 끊은 것에 대해 냉철한 자기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진서울의 4기 집행부에는 김종철 동지가 지부장으로, 이건 동지가 집행위원장으로 추전되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둘다 신뢰하는 동지들인 만큼 지금의 전진 서울의 위기를 잘 돌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교육위원으로 장ㅇㅇ 동지가 추천되었는데, 역량은 전혀 문제가 없지만,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꾸준하게 활동해줄 수 있을지 조금은 걱정된다. 여성위원으로 추천된 박ㅇㅇ 동지는 잘 모르니까 뭐라 평가하기 어렵지만, 어려운 시기에 나름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전진서울 4기 사업계획 및 지회재편의 건에 있어서는 대체로 무난하지만, 결국 한 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지난 8월 25일 중앙위에서 논의되어 통과한 전진 제4기 사업계획에 대한 문제제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부문별 실천사업에 보면 '진보정당운동 정체성 확립'에서 이견이 있었고, 이것을 구체화한 서울지부의 사업계획에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총회 자리에서는 준회원의 입장에서 의결권이 없는 게 맞지만, 발언권은 당연히 보장되어 있었고, 또한 나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회원들이 있어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었다.
 
우선 '활동근거가 같은 회원들이 기본적으로 주변 동지들과 함께 1개의 토론모임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도록 한다'고 했는데, 활동근거가 같은 회원들을 묶기가 그리 쉽지 않으며, 무엇을 위한 토론모임인지도 모호하다. 현재로서는 지역별로 구성된 지회모임이 중심이 되어 구성될 수밖에 없을 듯한데, 이에 대해서는 지회 성원들과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구체적 내용이 문제가 될 뿐, 분명히 필요하고, 해야만 하는 것이니까.
 
'전진 서울 회원들은 진보신당 제2창당 과정에서 강령 및 당헌당규 제정 등 과정에 아래로부터 참여하여 진보신당의 기본적 성격이 올바로 수립되도록 노력하고, 당원교육 사업에 참여하며, 당의 지역조직 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서울 회원들도 노건추를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하는 데 함께 하도록 한다'는 것이 문제제기의 핵심이다. 진보신당의 현재 및 미래에 부정적이어서 가입하지 않았거나 탈당했고, 노건추를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비판적인 회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되는 것이다.
 
노건추의 경우 진보신당에 문제의식을 가진 건강한 노조활동가들이 있으므로, 이들을 묶어세우는 틀로서 상정되었다. 하지만 노건추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노건추에 결합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노조활동가가 아닌 당활동가들이나 사회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은 노건추와 어떻게 관계정립을 할 것인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였다. 
  
물론 4기 전진 전국총회에서 정치 방침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사업을 우선은 노건추를 통해 실천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점은 있으며, 노건추나 진보신당 등의 조직 내에 들어가서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설파해야 하고, 전진의 정치방침에 의거해서 활동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진보신당과 노건추 양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활동가의 풀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에 과연 전진의 존립근거가 무엇이며, 기존 전진회원 외에 새롭게 전진에 활동가를 유입시키는 유인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진보신당, 노건추, 현장노동자회나 공공포럼 등이 중복적으로 활동하고 있고, ‘대안사회교육원’이 전진 회원이 아닌 경우에도 등록하여 학습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전진만의 독자적인 유입근거가 부족한 것이다. 특히 전진 회원도 아닌 이들을 포함한 노건추가 전진 내지 중앙파(소위 친전진)가 주도하는 것으로 인식되면서 전진을 대체한 정치조직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전진은 자칫 들러리조직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노건추의 경우 실체가 분명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자료도 없으며, 한석호 동지가 노동전선에 제출했던 자료 또한 조직의 입장이 아니라 개인의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 만큼 조직의 통합력 또한 부족하다. 그 동안의 논의과정을 평가할 근거도 없다. (그리고 노건추는 진보신당에서 철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전진은 진보신당에 대해 그 정도의 입장표명도 하지 못하는 것이 불만일 때도 있다.)
 
더욱 문제시되는 것은 전진에 대한 자기비판 중의 하나가 바로 위에서 내리꽂는 사업방식이었는데, 노건추 또한 동일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소한 전진 내에서만이라도 노건추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고, 이해시키며, 사업에 동참하게 만드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노건추에 대해 터져나고 있는 비판점들에 대해 노건추의 주요 활동가들은 모르는 것인가.
 
진보신당에 대해서도 얘기해보자. 진보신당연대회의를 만들게 된 것은 단지 민주노동당이 종북주의 행태를 보여서만은 아니다. 조직, 교육, 지역활동 등 많은 측면에서 더이상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으로 역할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하였다. (이는 민주노동당을 선도탈당했던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성원들의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의 진보신당은 종북주의만 없을 뿐 민주노동당보다 더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활동에 중심을 둔다고 하면서도 주요활동가들의 최종적인 목표는 총선에서의 의석획득에 두어져서 지방의회나 지역활동은 그에 부수되는 것으로 전락하였다. 이는 서울에서 잘 나간다는 관악당협이 국회의원 선거구에 맞춰 갑을 공동위원장(출마한 이들이 남여가 아니고, 둘다 남성이다)을 선출하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촛불 국면에서 민주노동당의 10만당원 확충사업과 똑같은 방식으로 당원 확충사업을 벌였으며, 그렇게 확보된 당원들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진보신당이 형식적인 재창당으로 귀결되는데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과 상호소통해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진보정당의 상 자체가 다른 면도 있을 텐데, 이를 덮고 그냥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보다 더 적색으로, 보다 더 녹색으로'으로 슬로건이 가졌던 함의는 희석되었고, 사회주의라는 말이나 장기적인 이상조차 80년대 스타일이라고 매도당하고 금기시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얼마 전에 있었던 전진의 총노선 논란이 이를 잘 보여주었다. 솔직히 전진의 총노선이 그리 쉬운 용어로 쓰여지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런데 전진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전스틴을 떠올리는 사람을 보고 뭐라고 해야 할까. 그 수준에 맞추어야 하나. '전진'에서 과거의 '전진'출판사나 좌파운동에서 자주 쓰는 전진이라는 용어에 익숙하지 않다 하더라도, '전스틴'을 떠올리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진보신당의 분위기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인가. 누구는 전스틴을 몰라서 화제에 올리지 않는 건가. (이해하기 쉽고 일상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쓰는 것은 필요하고 좋은 것이지만, 우리의 일상은 이미 자본의 언어를 소비하는 것으로 넘쳐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전스틴이 바로 그러한 예다.)
 
보다 더 대중적인 활동을 벌여내는 것은 진보정당운동에 있어서 지금 뿐 아니라 항상 요구되고 중요한 과제였다. 진보신당의 우경화가 대중적 호응의 획득으로 포장되는 상황에서 보다 더 계급적으로 되어야 하고 노동자 중심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현 국면에서 주요하게 제기되어야 하는 과제이다. 하지만 진보신당 내에서 이를 고민하는 부류가 전진 성원들(레디앙의 진보정당운동 10년평가 관련 기사는 한석호 동지도 대중적인 활동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기는 하지만)을 제외하고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노건추와 통합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인가.
 
옆길로 많이 샜다. 노건추나 진보신당 얘기만 나오면 그에 속해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흥분하게 된다.
  
전진 서울지부 총회는 노건추에 대한 진행상황 및 경과보고를 4기 집행부가 게시판을 통해서 하는 것으로 하였으며, 정치방침과 관련하여 진보신당의 재창당사업에 대한 조직적인 평가와 전망제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가까운 시일내에 진보신당의 재창당사업에 대해 토론을 하기로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총회 당일에는 정리된 의견이 없었기에 입장을 제출하지 못했는데, 지금에도 뭔가 의견을 제출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결국 주체형성이 중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토론모임을 조직하고, 학습원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정리하면서 총회를 마무리되었다. 그 전에 지회재편을 위해 총회에서 각 지회별 소집권자를 지정하였는데, 내가 남부지회의 소집권자로 지정되어 앞으로 한달 이내에서 지회모임을 소집하기로 하였다. 
 
새벽 3시가 다 되도록 진행된 뒷풀이에서는 총회자리에서 나누지 못했던 얘기들이 나왔다.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런 얘기들이 뒷담화가 되지 않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다수의 회원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었으면 더욱 좋지 않을까 싶다. 참가기를 명목으로 이 글을 쓰는 이유도 그 일환이다.
 
이번주말 정도에 남부지회모임을 소집하려고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김ㅇㅇ 동지가 유럽여행을 가기 전에 소집해야 할 텐데...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연락을 해야 하나. 백수인 형편에 지회모임 소집이라도 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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