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체제는 ㅇㅇㅇ 권위에 기반?

2010/04/10 03:39

어제 강의하다가 예를 든 게 제대로 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하여 몇 자 적어본다.

이번 학기 맡고 있는 강의는 관료제론. 적당한 교과서가 없어서 이것저것 짜깁기해서 진도를 빼고 있다. 어제 강의에서는 관료제에 관한 고전적 이론을 다루었는데, 막스 베버의 관료제이론을 다루는 중에 나온 얘기다.

 

베버의 경우 근대관료제를 도출하기에 앞서 이념형으로서 세 가지 권위유형을 제시한 바 있다. 카리스마적 권위,  전통적 권위, 합리적,합법적 권위가 그것이다. 대략 용어만으로 감을 잡을 수 있는데, 이런 저런 예를 들어 설명하다가 북한의 세습체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를 질문하였더니 학생들이 모호한 표정을 짓더라.

 

하긴 김일성-김정일-김정남/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이 체제가 전통의 신성함이나 관습에 의해 정당성이 부여되는 전통적 권위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지도자 동지의 탁월한 영도력에 의해 정당성이 부여되는 카리스마적 권위인지, 그래도 선거나 북한 헌법에 의해 정당성이 부여되기 때문에 합리적 권위인지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은 내부에서는 어떠한지 몰라도 외부에서는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권위가 아니라고 권력이라는 식으로 정리하고 넘어갔다.

 

생각해볼 대목은 그 다음. 농담 비슷하게 예전 학생운동하던 주사파 선배 얘기를 꺼냈다. 북의 체제에 대해 토론할 때 그 선배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어렸을 때부터 총명했고, 영재교육도 받았으며, 영화 및 예술 분야에서 탁월한 소질을 발휘했으니 지도자로서 자격이 있다는 주장을 들었는데, 이제 김정은까지 3대가 이어지는데, 이것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했을지 궁금하다는 식으로, 시대착오적인 사상으로 비꼬았던 것이다. 

 

물론 그리고 나서 역시 마찬가지로 관료제로 볼 수 있는 삼성그룹에서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후계구도는 정당한 거냐, 최근 다시 이건희 회장께서 복귀하셨지만, 삼성자동차를 말아먹었고, 하는 일마다 그리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3세는 여전히 건재한데, 과연 이것은 어떠한 권위가 작동한 거냐, 정당하기는 한거냐를 덧붙이기는 했다.

 

그런데 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내가 주사를 그리 탐탁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사파선배(덧붙이자면 이 선배들은 주사였던 것을 철부지적 행동이었다고 보고 있을 거다)를 사례로 들어서 비꼬는 게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희화화하는 속에서 진보운동 자체도 도매금으로 넘어가진 않았는지... 여전히 내 자신이 반북 컴플렉스에 젖어 있기에 마르크스주의의 관료제 이론에 대해 설명할 때에는 신중했으면서 북 체제나 주사에 대해서는 그렇게 거리낌없이 말하지 않았는가 싶었던 것이다.

 

뭐든지 함부로 말할 건 아닌데 말이지...

어제 관료제론 교재 마무리한다고 날을 새서리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함에 불구하고 피곤한 상태에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급기야 블로그에 글까지 남긴다. 오전에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쩝...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