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생의 사회해킹 자습실http://blog.jinbo.net/h2dj/자유소프트웨어를 사랑하는 정보통신노동자. 비영리IT지원센터를 만들고 지금은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에 있습니다.
* 트위터 @fosswithyou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geekak
* 위키 http://latecomer.pe.kr
* 메일 fosswithyou(at)gmail.com2022-11-19T18:48:51+09:00Textcube 1.8.3.1 : Secondary Dominant올해의 변화들지각생http://blog.jinbo.net/h2dj/8162022-11-16T09:37:00+09:002022-11-13T19:47:33+09:00<p>2022년 11월도 벌써 중순. 하반기에 페북을 다시 시작하며 근황을 꾸준히 친구들에게 알려 오고 있었는데 역시나 두 가지가 걸려 가끔은 이렇게 블로그에 써줘야 할 것 같습니다. 한 가지는 휘발성이 너무 강해 예전에 올린 것을 다시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노골적으로 나를 부추기는 "축하합니다 노출 가능성이 증가했습니다"라는 메시지. 알면서도 알고리즘에 놀아나주며 친구들과 근황을 공유하고 있는데 때때로 빈정이 상하네요. 이태원 참사 이후로 한 동안 인터넷을 끊다시피하고 살았는데도 가끔 페북에 들어가 보면 저 메시지가 또 뜨더라고요.</p>
<p>2022년 하반기에 몇 가지 제 근황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습니다.</p>
<h2>스위스를 다녀왔습니다.</h2>
<p>부모님을 위해 스위스 사정에 밝은 형이 준비해서 7월 중순부터 3주간의 스위스-두바이 효도 여행을 했습니다. 어릴 때 알프스 등반기를 읽으며 두근두근했던 그 마터호른을 보고 왔어요. 페북에 매일 스위스 여행기를 올리고 있었는데 역시 블로그에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앞으로는 종종 여기에 올릴까 해요. 여행 말미에 저 빼고 모두 코로나에 걸려 가족들이 몸과 마음 고생을 하고 비용도 많이 지출했습니다만, 제게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p>
<h2>매일 영어 공부를 합니다.</h2>
<p>효도 여행을 하다 보니 부모님을 계속 챙기고, 스위스 사정은 밝지만 개인적으로 여유가 없어 힘들어 하는 형을 위해 정신을 놓지 못하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방식의 여행은 될 수 없었습니다. 운에 맡기고 막 돌아다니며 현지인과 교류하여 전문가가 말해주지 못하는 나만의 체험을 하는 것이요. 앞 줄에 핑계를 대긴 했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어에 대한 자신감이었어요. 위험한 상황이 두 어번 있었는데 그 때는 신경 안쓰고 막 소통을 했었거든요. 다음에 언제 다시 외국에 나갈 지 모르지만 언어 문제로 소통을 피하는 상황은 안 만들기 위해 공부 중입니다.</p>
<h2>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h2>
<p>자전거도 잘 안탄지 오래되어 운동을 거의 안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일만 하며 술을 매개로 사람들과 교류하고 뒷받침하는 삶을 몇 년 살다 보니 건강이 좀 안 좋아지는게 느껴졌습니다. 무기력도 심해졌지요. 앞선 이유들로 자극이 되어 유료 앱을 설치해 홈트를 하고 있는데요. 제대로 하니 저처럼 마른 사람도 10kg가 빠지더라고요. 식사량을 늘렸더니 체지방이 없는 체질로 오래 살아서인지 잠시만 방심하면 내장지방이 쌓여 배가 나오는지라 멈추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꺼림칙했던 여러 증상들이 어느새 함께 사라져 있더군요. 자전거도 고쳐서 시내를 다시 다니고 있었는데 어두운 길바닥에 안 좋은 것이 있어 지금은 망가져 있습니다.</p>
<h2>치아 수술을 크게 받았습니다.</h2>
<p>3년 전에 동네 치과에서 큰 낭종이 턱 신경을 건드릴 위치에 있는 것 같으니 대학병원을 가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예약을 하려는데 뭔가 잘 안되어 1달이 지났는데 동네 친구 활동가들과 오키나와 여행을 가기로 한 시점이 되어 일단 미룬 것이 3년이 지났습니다. 앞서 얘기한 분위기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랜만에 추석 연휴 첫날에 밤 라이딩을 즐겼는데요 그날 밤부터 격심한 통증이 시작되더군요. 추석 연휴 동안 병원도 못 가고 끙끙 앓았는데요 진통제를 먹어도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대학병원에 가 검사를 받고 2주간 오른쪽 입가 주변까지 마비된 상태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가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재발성이 아닌 단순 염증인 낭종 두개를 전신마취 수술을 하며 제거했고요, 하면서 뿌리만 남아 있던 어금니 네 개를 같이 제거했습니다. 회복은 잘 되어 지금은 아프지 않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몇 달 더 지나면 임플란트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p>
<h2>거주 지역 내 활동을 다시 늘리고 있습니다.</h2>
<p>사는 곳 주민자치회 1기 위원이 된 것은 작년이지만 올해에 한 분과의 장이 그만두게 되어 제가 이어 받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3년만에 가을 운동회/플리마켓 등 대형 행사를 치렀고, 청소년기획단이 큰 활약을 해주어 청소년분과원을 만드는 데 힘을 더 쏟게 될 것 같아요. /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이사로서 회의만 참여하는 수준이다가 최근에 제로웨이스트샵 운영에 관여도를 늘리는 등 참여를 늘리고 있습니다. 공동체IT도 여유가 없는 상황이지만 한 곳에 갇혀있는 심정으로 계속 남아 있으면 안될 것 같았고, 시간은 더 부족해지지만 좋은 경험과 자극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p>
<h2>공동체IT 상근 활동을 올해까지만 하기로 했습니다.</h2>
<p>작년에 이어 올해도 비수도권 단체를 많이 만나게 되며, 서울에서 안정한 후가 아니라 즉시 움직여야 더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고 내 자신에게도 활동의 의미를 더 살릴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다시 예전처럼 무작정 연락해서 찾아가는 활동도 하고 교육과 컨설팅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 처음 단체 만들겠다고 한 후부터 생각해보면 계속 '공동체를 일단 키우자'는 생각에 서포트 포지션으로만 거의 살아왔던 것 같아요. 올해 하반기 들어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보니 다시 길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공동체IT학교'라고 해서 시민사회단체와 사회적경제조직을 위한 맞춤 상설 IT 교육과정들을 만드는 데 집중해보려고 합니다.</p>
<p> </p>
<p>11월 중순부터는 여러 가지 사업들이 마무리 되기 시작하고 모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즌이다보니 계속 정신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올해 안에 다음과 같은 근황들을 올리게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p>
<ul>
<li>뒤늦은 운전 면허 따기</li>
<li>방송대 등록</li>
<li>5일 이상의 1인 자전거여행</li>
</ul>
<p>그리고, 최근 들어 젊은 사람들과 교류가 좀 늘어났는데요, 의식적으로 더 왕성하게 세대를 넘는 교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동안 제 윗세대 분들을 위한 공익IT활동의 비중이 더 많았고, 살고 있는 은평구도 오래 활동해 온 분 비중이 높아 아무래도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과 교류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고래를 위한 파티에 가서 젊은 분들과 시간을 보냈는데 친해지니까 모두 폰을 모아 인스타부터 공유하더군요. 40대 중반이 되니 확실히 적응력이 조금 떨어져간다는 느낌을 받게 됐습니다. IT 활동에 대해서도 그렇고 여러모로 제가 만드는 콘텐츠나 삶의 방식이 예전의 어디쯤에서 멈추기 시작한 것 같은데요, 다시 지각생의 마음으로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p>
<div class="buttons-bottom center jinboblog-i-like-this-buttons"><a class="button-jinboblog" href="javascript:void(0);" title="스크랩으로 글 링크를 저장하세요" onclick="recommend('516',816,'/h2dj','');"><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mini_chuchon.png" alt="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a><a class="button-twitter" href="http://twitter.com/home?status=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16+%22%EC%98%AC%ED%95%B4%EC%9D%98%20%EB%B3%80%ED%99%94%EB%93%A4%22" target="_blank" title="트위터로 리트윗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twitter.png" alt="트위터로 리트윗하기" /></a><a class="button-facebook" href="http://www.facebook.com/sharer.php?u=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16&t=%EC%98%AC%ED%95%B4%EC%9D%98%20%EB%B3%80%ED%99%94%EB%93%A4" target="_blank" title="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facebook.png" alt="페이스북에 공유하기" /></a><a class="button-delicious" href="http://delicious.com/save" onclick="window.open('http://delicious.com/save?v=5&noui&jump=close&url=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16&title=%EC%98%AC%ED%95%B4%EC%9D%98%20%EB%B3%80%ED%99%94%EB%93%A4','delicious','toolbar=no,width=550,height=550'); return false;" title="딜리셔스에 북마크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delicious.png" alt="딜리셔스에 북마크" /></a></div><p><strong><a href="http://blog.jinbo.net/h2dj/816?commentInput=true#entry816WriteComment">댓글 쓰기</a></strong></p>디지털 포용의 성공은 관점 변화에 달려 있다.지각생http://blog.jinbo.net/h2dj/8142020-06-03T18:26:17+09:002020-06-03T18:21:18+09:00<p>디지털 정보격차(Digital Divide)가 현대인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라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정보격차의 문제는 한층 심각성이 커졌다. 원격 학습의 도입이 늘어나며 빈부에 따른 정보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져 아동과 청소년의 생애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상대적으로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노인은 정보격차로 어려움을 겪는 주된 계층이다. 2019년에는 키오스크 사용의 어려움으로 불편과 소외 문제가 대두되었다면, 2020년에는 방역과 생계지원 정보와 물품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음으로써 생존에까지 관련된 문제로 심각성이 더해졌다. 정보격차가 낳는 소외와 배제를 극복하는 ‘디지털 포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br />
<br />
한국의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 노력은 민간의 IT기기 기부와 교육 자원활동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으나 정보격차해소에관한법률, 국가정보화진흥법에 의해 주로 정부 차원에서 오랜 기간 진행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매년 발표하는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를 보면 “접근”, “역량”, “활용” 측면에서 꾸준히 정보격차가 개선되는 것으로 지표상으로 나타난다. 특히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 보유 및 인터넷 사용 가능 여부를 측정하는 지표는 2019년에 91.7에 달해 거의 ‘해소’되어 가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 정부의 사람 중심 철학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포용’ 정책도 2019년부터 본격적인 조직과 연구 활동이 시작되며 한국의 정보격차 문제는 만족스러운 속도는 아니어도 계속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2019 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보고서" class="fr-dib _img_light_gallery cursor_pointer" data-="" src="https://cdn.imweb.me/upload/S201903135c88d0af1adae/bb5ab174a2963.png" style="width: 626px;" />(그림: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9년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 발췌)</p>
<p><br />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정보격차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된 2020년 현재의 사회 전반적인 정보격차 해소 노력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디지털정보격차 지표가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는지는 차치하고) 개선되는 추세 때문인지, 2019년 하반기에 시작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산업 육성에 관심과 역량이 집중된 탓인지, 정보격차 해소와 관련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0년 예산은 모두 축소되었다. 국내 ‘정보격차해소 지원’ 사업은 2019년 대비 10%(10억여원) 감소된 102억원 수준이며, 간접적으로 정보격차 해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회문제해결’ 관련 사업들도 큰 폭으로 감소되었다. 관련 사업들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합해서 0.1%도 채 되지 않는다. 코로나 19로 인해 취약계층의 생계 지원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추경이 진행되고 있고 디지털 격차가 취약계층의 삶에 더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보도와 분석이 여러 차례 나오고 있음에도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사업에 예산이 책정된다는 소식은 잘 들리지 않는다. 정부 외에도 민간의 IT기기 기부와 교육 지원 활동이 활성화되면 좋겠지만 코로나19가 가져올 전 사회적인, 비가역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디지털 취약계층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는 듯하다.<br />
<br />
일단 화두가 되면 대부분이 인정하는 디지털 격차 문제의 중요성에 비해, ‘디지털 포용’ 이 한국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얻고 구체적인 노력을 함께 진행할 때가 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 현실에서 정보격차 해소 활동을 수행하며 체감하는 것과 실태조사의 지표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4차산업혁명이 대두되기 전에도 그랬고, 코로나19로 인해 결정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반드시 적응해야 하는 상황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반면, 정보격차 해소의 노력은 그런 외부 환경의 변화와 다소 동떨어진 흐름과 속도로 계속되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 ‘접근’의 문제가 수치상으로 개선된 것을 전체적인 정보격차 문제가 해결 국면으로 가는 것으로 여기고 지원을 줄이는 경우도 공공과 민간 부문을 아울러 상당하다. 혁신을 얘기하는 일부 전문가의 선동적인 메시지는 정보격차가 현실에서 만드는 한계들에서 사람들의 눈을 계속 돌리고 있다. 정보격차 해소 노력을 취약계층에 대한 자선 행위처럼 생각하고 현재 기술로 인한 문제는 기술이 더 진보함으로써 해결될 것이라는 기술결정론도 팽배하다.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좀처럼 합당한 관심을 얻지 못하는 ‘디지털 포용’이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기존과는 다른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br />
<br />
<br />
<strong>사용자 주도형 혁신 동력으로</strong><br />
<br />
디지털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있으나, 디지털 격차가 성공적으로 줄어들어 일정 수준을 유지할 때,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얘기되지 않는다. 허즈버그의 동기-위생이론에 빗대어 보면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것은 기술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감소하는 데는 도움을 주지만 그 자체로 어떤 진보가 이뤄지는 것은 아닌 것, 즉 ‘위생요인’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 기술 발전과 디지털 격차 해소 노력은 별개로 구분되어 이뤄져야 하고, 기술 변화로 인해 언제나 존재할 수밖에 없는 디지털 격차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지원을 통해 사회의 갈등을 봉합하는 정도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이런 인식에서는 디지털 격차 해소 활동은 꼭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을 만족하면 되는 것이며, 기술 변화로 생긴 결과에 맞춰 사후적으로 뒤쳐진 사람들을 돕는 행위로 국한된다.<br />
<br />
현대는 ‘사용자 주도형 혁신’이라는 말이 생소하지 않은 시대이다. 적어도 특정한 부문에서는 성공적인 강력한 모델로 이미 자리매김하고 있다. IT에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가 대표적인 예이다. 오픈소스의 성공 요인은 누가 뭐래도 사용자와 개발자가 엄격히 구분되지 않고 빠른 피드백을 주고받는 공동체(커뮤니티)에 있다. 핵심 개발자와 비슷한 수준의 코드로 기여하지는 않아도 다양한 사용자(다른 개발자를 포함한다)가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자가 발견 못한 문제점과 개선점을 제시하고, 사용 방법을 문서화하고 주변 사람에게 알려주는 활동을 하며, 단지 관심 갖고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개발자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IT의 초기 역사에서는 사실상 개발자와 사용자가 거의 동일한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었고, 이상적인 협업으로 여러 혁신을 이뤄냈다. IT의 상업화가 진행되며 사용자와 개발자가 분리되고 서로의 격차가 더 벌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비전문 사용자의 피드백은 개발자에게 많은 동력을 제공한다. 한국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진흥 정책은 공급자(기업, 개발자)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는데 사용자의 활동을 장려하는 것으로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br />
<br />
기술수용주기 이론에 의하면 기술첨단제품 시장은 크게 초기 시장, 주류 시장, 말기 시장의 3개 시장이 있고, 혁신 수용자, 선각수용자, 전기 다수, 후기 다수, 지각 수용자의 총 5가지 유형의 고객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 초기 시장을 이루는 혁신자와 선각수용자에서 전기 다수를 이루는 실용주의자까지 기술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으로, 이 단계를 넘어가면 대중적으로 성공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반면 신제품이 초기에 혁신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는 어필하지만 대중화 단계에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 이 경우를 ‘캐즘(chasm)’이라고 한다.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얼리-어답터만이 아닌 실용주의자(전기다수사용자)를 포함한 다양한 사용자의 빠른 피드백을 얻는 것이 효과적인 한 방법이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기술수용주기와 chasm " src="/attach/516/5226631499.jpeg" style="width: 760px; height: 304px;" /></p>
<p>지금의 정보격차 해소 노력은 가장 뒤쳐진 회의론자(지각사용자)를 지원하는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술의 발전이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좋은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하면 뒤쳐진 사람을 위한 일방적인 지원 활동만으로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발전하지 않는 경우 정보격차는 무조건 뒤처진 사람이 따라가야 할 것으로 얘기하기는 힘들다. 만일 각 단계별 정보격차를 줄이는 맞춤 노력을 통해 전체적인 사용자가 조금씩 더 앞당겨 새로운 기술을 일찍 접하고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새로운 유망 기술이 대중화에 실패해 가능성을 피워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일을 줄일 수 있어 디지털 사회 혁신을 활발하게 할 수 있고, 보다 많은 사람의 필요와 활용 역량에 맞는 기술로 발전하여 정보격차를 적게 만드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도 있다. 기술의 변화로 인해 발생한 결과적인 격차에 대응하는 것만이 아니라 예상되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위한 준비활동으로서 정보격차 감소 활동이 이뤄질 수 있다면, 새로운 기술이 낳을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한으로 예방하며 보다 포용적인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정보격차 해소 활동은 기술 발전(혁신)사업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긴밀히 연결된 것이 된다. 이런 모든 단계의 사람을 위한 정보격차 감소 활동은 지금보다 많은 동력을 필요로 하므로(지각수용자를 위한 활동은 어떤 경우에도 멈출 수 없고 지금도 아직 부족하다) 당장 추진되기엔 어려울 수 있지만 적어도 정보격차 해소 노력이 사회적으로 갖는 위상을 재정립하고 ‘지속가능한 포용적 혁신’이라는 비전으로 나아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br />
<br />
<br />
<strong>양적 해소에서 질적 해소로</strong><br />
<br />
2019년에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 부문의 논의 자리에 참석했을 때 “정보 기기는 이제 충분히 보급되었으니 그보다는 다른 쪽으로 생각하자”는 얘기가 초반에 나왔다. 예상은 했지만 너무 초반에 나와서 이후 논의를 제약할 가능성이 컸고, 정보격차 활동을 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섭외된 자리이므로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반박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공공기관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기초 IT교육이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낮 시간에 생업을 하느라 수업을 듣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8년간 공공시설을 빌려 야간 컴퓨터교실을 해왔다. 컴퓨터와 모니터는 꽤 충분한 숫자가 있었지만 상당수의 모니터가 전원 버튼이 고장 나서 켤 수 없었고 컴퓨터는 사양이 낮아 속도가 느렸으며 설치된 소프트웨어 버전이 낮아서 최신버전을 접해 본 수강생에게 서로 비교해서 설명하느라 어려움이 있었다. 장비의 교체와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를 수차례 요청했으며 강사단에 전문가가 많으므로 구청에서 빠른 조치가 어려우면 직접 손 볼 수 있게 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여러 이유로 거부당하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하나씩 개선되었는데 그나마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수준에 비하면 몇 년씩 뒤처진 상태였다. 이와 같이 이용자가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의 숫자는 어느 정도 있어도 실질적으로 적절한 수준에는 미달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매년 실시하여 각종 기관에서 기준으로 활용하는 실태조사의 ‘접근’항목도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를 보유했는지 여부만 물을 뿐 장비의 사양이 요즘 기준에 비춰 볼 때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소프트웨어는 적절히 업데이트 되어 있는지, 고장 나서 못 쓰는 시간이 많진 않은지 등은 파악하기 어렵다.</p>
<p style="text-align: left"><img class="fr-dii _img_light_gallery cursor_pointer" data-="" src="https://cdn.imweb.me/upload/S201903135c88d0af1adae/638cef35d5153.jpg" /></p>
<p><br />
민간의 기부도 마찬가지이다. 컴퓨터가 없던 사람에게는 느리더라도 있는 것이 낫다고 할 수 있기에 중고 컴퓨터를 재생하여 기부하는 경우가 많았고 정보 취약계층의 접근성 향상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 IT기기도 사용하면서 여러 문제가 생기고 노후화되므로 유지보수가 꼭 필요한데 컴퓨터를 기증한 후 3~4년간 유지보수까지 지원하는 기부 프로그램은 사실상 거의 없다. 또한 중고 컴퓨터의 경우 교체할 부품을 구하기 어렵거나 오히려 비싸게 구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처음 기증 받은 순간에는 도움이 되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전원조차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아니라면 컴퓨터의 보유 여부를 묻는 질문에 ‘보유하고 있다’고 대답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처럼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실태조사의 ‘접근’ 부문의 지표는 실제 질적인 부분을 반영하고 있지 않는데, ‘역량’(60.2)과 ‘활용’(68.8)부문은 아직 지표상으로도 충분치 않으므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으나 접근 부문은 앞으로도 계속 지원이 감소될 가능성이 있다. 양적 지표를 질적 지표로 보완하여 디지털 취약계층이 일정한 주기로 IT기기를 지원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달리 웹 활용에도 컴퓨터의 자원을 많이 사용하는 등 개인의 기기에 요구하는(기대하는) 장비의 성능 기준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IT기기의 성능과 안정성은 학습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역량’ 부문과 ‘활용’ 부문에도 관련될 수 있다. 덧붙여 디지털 보안의 문제가 점점 큰 위협으로 되고 있는 요즘에는 자료를 백업하는 추가 장치를 필수 요소로 보고 조사 항목에 넣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br />
<br />
<br />
<strong>개인에서 공동체로</strong><br />
<br />
지금까지의 정보격차 실태조사는 개인의 정보화 수준을 측정한다. 개인의 정보화 수준이 향상되면 IT를 이용해 다양한 온라인과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조직하고 참여하는 활동이 증대된다. 실제로 개인이 IT를 활용하는 목적 중에 공동체에 참여하는데서 오는 기쁨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온라인 단톡방이나 선호하는 주제와 관련된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글을 읽는 것부터 오프라인의 활동으로 이어져 동호회나 마을 기업, 비영리 단체 등을 만드는 것까지 폭넓게 IT가 관여한다. 국가 전체를 기준으로 개인이 갖는 기술 수준에 따른 개인 간의 정보격차 외에도 특정 공동체에서의 개인 간의 정보격차, 공동체와 공동체 간의 격차도 존재한다. 개인의 삶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구성되므로 개인의 IT활용과 함께 공동체의 IT활용 또한 측정되고 격차가 관리되는 것이 보편적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br />
<br />
취약계층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시민단체와 사회적경제조직의 IT활용수준은 현재 거의 측정되고 있지 않다. 가벼운 목적으로 구성한 모임부터 개인의 권리 보호와 사회변화를 위해 조직한 단체 등 다양한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구성되는데, 거의 모든 종류의 조직이 IT와 회계 분야 등에 전문 역량을 필요로 한다. 영리기업과 달리 비영리조직은 충분한 자원을 갖고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며 필요한 역량을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하므로 만성적인 IT역량 부족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민간에서는 다음세대재단이 비영리조직의 IT활용실태조사를 수행해 오다 점차 조사 범위와 빈도가 감소했으며 정부차원의 비영리조직 IT활용실태 조사는 시행되고 있지 않다. 다음세대재단의 2015년 비영리 디지털 미디어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비영리조직의 구성원들은 디지털 미디어의 활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내부 교육 경험 15%, 외부 교육 경험 22.8%). 구성원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데서 느끼는 만족감과 효능감이 떨어지면 조직적으로 기술 사용에 대해 소극적이 되며, 구성원들의 기술 역량 강화 노력에 대한 시간과 비용 투자를 줄여 더욱 기술의 효과를 입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p>
<p><br />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을 지원하는 시설의 디지털 기술 활용수준은 돌보는 아동/청소년의 디지털 기술 활용 역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모임이 제한되어 디지털 원격회의를 시도하는 조직의 속한 구성원은 자연스럽게 그 조직의 경험을 다른 그룹에서도 공유하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취약계층의 IT교육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 협력을 병행할 때 효과적으로 이뤄진다.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개인에 대한 지원도 꾸준히 이뤄지고 확대되어야 하며,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조직, 취약계층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공동체도 정보격차 실태 파악과 함께 IT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게끔 지원이 필요하다.<br />
<br />
<br />
<strong>기술에서 사람으로</strong><br />
<br />
어느 단체에 기술지원차 방문했더니 몇 해 전 기증받은 컴퓨터가 포장된 상태로 그냥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취약계층 여성에게 문해교육을 하는 단체로 한글 교육 외에도 컴퓨터교육도 강사가 있으면 실시하고자 하는 곳이다. 민간에서 기증한 컴퓨터인데 상태를 확인해 보니 몇 해전 기준으로도 사양이 좀 부족한 것이었다. 좁은 교육장에 설치할만한 것인지도 모르고 직접 설치할 줄도 몰라서 안 그래도 부족한 공간 한 켠을 큰 컴퓨터들이 오랜 기간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좋은 마음으로 보낸 것이고 어느 곳에서는 그런 기부를 통해 도움 받은 곳이 있을 것이다. 좋은 컴퓨터 기증 프로세스는 보내려는 곳에서 사람이 먼저 방문해 상담을 하고 컴퓨터를 설치할 만한 곳을 확인한 후 컴퓨터를 보내 직접 설치까지 해주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유지보수까지 해준다면 완벽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거기까지 기대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한 번은 사람이 수요처를 직접 만나 상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br />
<br />
‘접근’ 부분에 정보격차가 많이 줄어들어 만족감과 홍보 효과가 떨어진다고 여겨서인지 점차 장비 기부가 예전만큼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규모 있는 기업에서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컴퓨터와 노트북의 성능은 평균적인 비영리조직과 취약계층 개인이 필요로 하는 수준을 크게 상회한다. 앞으로도 민간의 IT장비 기부가 많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다만 기증 후에 실제 활용이 잘 이뤄지도록 사후 관리까지 섬세하게 해주는 사례는 많이 겪어보지 못했다. IT의 모든 영역에 걸쳐 유지보수는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보편적인 관심은 기기의 도입, 서비스의 오픈 등 초기에 집중된다. 새로운 기술이 여는 마법 같은 느낌에 감탄할 뿐 그것을 만들고 유지하는 사람의 영역은 조명을 받지 못한다. 정보격차가 생기는 원인 중에 하나이며 정보격차를 줄이는데 꼭 필요한 부분은 IT에서 사람의 중요성을 발견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br />
<br />
한국에서는 오픈소스(Open Source)를 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여러 문화적 특성을 얘기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큰 것은 한국의 IT노동자가 생업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2018년 IT산업노동조합이 이철희 전 국회의원실과 함께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준수하는 비율은 12.4%에 불과하다. 과도한 노동과 스트레스로 자살 시도율은 일반인의 28배에 달한다. IT산업노동조합이 2010년에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에는 한국의 IT노동자가 OECD 평균 근로시간의 두 배에 가까운 2906시간을 1년에 일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악명 높은 IT노동자의 근무 환경은 2017년부터 자살과 과로사가 사회적 충격을 주며 조금씩 개선되는 듯 보이지만 게임 업계 등은 여전히 암암리에 강도 높은 초과 근무가 이어지고 있다. IT노동자의 권리 보장이 부족한 상황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자기계발을 하도록 강요받는 여건이다 보니 퇴근 후에 오픈 소스에 기여하는 활동은 현재 생업과 직결된 부분이 아니면 거의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일 한국의 IT노동자들이 법정근로시간만 일해도 충분하며 개인의 삶을 돌보고 공동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오픈소스 진흥을 위해 현재 이뤄지는 다른 어떤 노력보다도 효과가 높을 것이다. 개인과 지역 의제에 참여하며 주민과 취약계층이 필요로 하는 마이크로 서비스들이 개발되어 공동체의 만족감과 행복감이 크게 상승할 것이다. 내가 필요로 하는 기능만 들어 있는게 아닌 거대한 범용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우느라 고생하고, 사용법을 익혀도 정작 현실의 필요를 다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러 지역과 단위에서 꼭 필요한 기능만 들어간 쉬운 앱들이 나와 빠르게 구체적 현실을 바꿔가는 사회혁신으로 전환될 수 있다. 또한 그런 도구들은 익히기도 쉽고 사용 즉시 효능을 느낄 수 있으므로 새로운 도구가 만드는 정보격차가 자체로 크지 않고, 쉽게 좁힐 수도 있을 것이다.</p>
<p style="text-align: left;"><img class="fr-dib _img_light_gallery cursor_pointer" data-="" src="https://cdn.imweb.me/upload/S201903135c88d0af1adae/e95856a24b94a.gif" /></p>
<p><br />
정보격차가 커지고 좁히기 어려운 원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큰 원인은 디지털 기술의주체가 전문가인 공급자와 비전문가인 소비자로 양분되어 서로 교류하지 못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구매 행위로만 만날 수 있는 한은 서로의 이해가 상충되어 의도적으로 격차가 더 만들어진다.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모든 노력에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은 개발자와 사용자가 다양한 경로로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게 하고, 정보격차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 그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IT노동자가 아니어도 한국 사람들은 너무 많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생업은 별도로 하고 과외 활동으로 정보격차 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면 참여의 폭과 깊이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술의 소비자로서만이 아니라 혁신의 주체로서 사용자를 존중하고, 공급자에게 지원하는 만큼 사용자들의 공동체 활동을 격려하며, IT기술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의 여건을 만드는 활동이 함께 이뤄질 때 정보격차가 지표상으로 만이 아닌 실질적으로 감소하며 IT가 그리는 아름다운 기대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br />
<br />
<strong>디지털 복지를 확대하자</strong><br />
<br />
신념을 가진 미니멀리스트가 아닌 이상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지 않고 현대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유 있는 사람의 소비 행위로서만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수준 이상으로 기술 발전의 혜택을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디지털 정보격차 해소 노력이 사회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의무방어전을 치르는 느낌으로 행해졌다면, 많은 사람이 정말로 디지털 기술 변화에 참여해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 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 진짜 ‘포용’으로 나아가야 한다. ‘디지털 포용’은 소외와 배제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의미 있는 슬로건이지만 앞선 이(전문가, 공급자)가 주체로서 뒤쳐진 이를 조금 더 배려한다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디지털 기술 환경에 포위되어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입을 권리가 있고, 기술을 활용해 사회 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되어야 한다.<br />
<br />
디지털 정보격차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며,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도 다양한 경로로 이뤄져야 한다. 어느 한 정부부처와 관련기관의 노력만으로는 큰 효과를 이루기 어렵다. 담당부처에서 보다 높은 우선순위로 정보격차 해소 활동을 하는 것과 함께 범부처가 함께 협력하는 사업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하고 바람직한 디지털 사회혁신’의 선결조건이자 견인 동력으로서 ‘정보격차 관리’를 설정하고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며 각 계층의 사람들이 피드백을 주고 참여하는 그림을 만들자. IT분야의 신기술 개발과 관련된 모든 사업에 정보격차 영향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역기능에 대한 대비와 극복 방안을 포함시키는 것을 제안한다. 지금까지 정부와 민간에서 수행해온 정보격차 해소 활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보다 깊이 있는 연구와 분석이 다양한 연구이뤄지길 바라며 민간의 자발적인 정보격차 활동이 확대되고 유지될 수 있도록 기술보다 사람 중심으로 정책 방향이 전환되기를 기대한다.</p>
<div class="buttons-bottom center jinboblog-i-like-this-buttons"><a class="button-jinboblog" href="javascript:void(0);" title="스크랩으로 글 링크를 저장하세요" onclick="recommend('516',814,'/h2dj','');"><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mini_chuchon.png" alt="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a><a class="button-twitter" href="http://twitter.com/home?status=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14+%22%EB%94%94%EC%A7%80%ED%84%B8%20%ED%8F%AC%EC%9A%A9%EC%9D%98%20%EC%84%B1%EA%B3%B5%EC%9D%80%20%EA%B4%80%EC%A0%90%20%EB%B3%80%ED%99%94%EC%97%90%20%EB%8B%AC%EB%A0%A4%20%EC%9E%88%EB%8B%A4.%22" target="_blank" title="트위터로 리트윗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twitter.png" alt="트위터로 리트윗하기" /></a><a class="button-facebook" href="http://www.facebook.com/sharer.php?u=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14&t=%EB%94%94%EC%A7%80%ED%84%B8%20%ED%8F%AC%EC%9A%A9%EC%9D%98%20%EC%84%B1%EA%B3%B5%EC%9D%80%20%EA%B4%80%EC%A0%90%20%EB%B3%80%ED%99%94%EC%97%90%20%EB%8B%AC%EB%A0%A4%20%EC%9E%88%EB%8B%A4." target="_blank" title="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facebook.png" alt="페이스북에 공유하기" /></a><a class="button-delicious" href="http://delicious.com/save" onclick="window.open('http://delicious.com/save?v=5&noui&jump=close&url=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14&title=%EB%94%94%EC%A7%80%ED%84%B8%20%ED%8F%AC%EC%9A%A9%EC%9D%98%20%EC%84%B1%EA%B3%B5%EC%9D%80%20%EA%B4%80%EC%A0%90%20%EB%B3%80%ED%99%94%EC%97%90%20%EB%8B%AC%EB%A0%A4%20%EC%9E%88%EB%8B%A4.','delicious','toolbar=no,width=550,height=550'); return false;" title="딜리셔스에 북마크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delicious.png" alt="딜리셔스에 북마크" /></a></div><p><strong><a href="http://blog.jinbo.net/h2dj/814?commentInput=true#entry814WriteComment">댓글 쓰기</a></strong></p>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응원하며지각생http://blog.jinbo.net/h2dj/8132018-04-18T20:56:05+09:002018-04-18T18:10:22+09:00<p>훌륭한 분들의, 의미있는 활동에 작게 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보람이다. 2018년 한국에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깨뜨리는 것만큼 찬사를 받을 만한 일도 드물텐데, 그것을 위해 얼마나 힘들게 지금껏 싸워왔을 지 짐작조차 어렵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대한 많은 분들께 깊은 경의를 표한다. </p>
<p>요즘엔 어제 일도 기록을 안하면 잘 기억이 안나다 보니 정확히 언제였는지,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에 컴퓨터 정비와 홈페이지 제작 등을 해주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금속노조의 당시 홍보부장(?)이 연락을 주셨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는 것은 주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화려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고, 온갖 방해공작과 위협 속에서 비밀리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나 삼성전자서비스지회도 보안 속에 설립을 준비중이었다. 내가 받은 요청은 지회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p>
<p>IT산업 분야의, 더구나 무노조 경영의 삼성계열에서 노동조합을 만든다고 하니 바로 응낙을 했다. 문제는 제작비용이 없고 (얼마를 제시했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제시했다고 해도 아마 안 받는 거나 다름 없는 수준이었을거다) 시간도 촉박한 것. 제안을 받기 1년 전쯤 어떤 마트에서도 노동조합을 설립중이었는데, 역시나 회사의 공작이 심해 비밀리에 홈페이지 제작 의뢰를 받고 준비하다 결국 조합 설립이 좌절되어 엎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퀄리티 높은 홈페이지를 만들기 보다는, 삼성 계열의 노조가 받을 사회적관심이라던지, 지원하는 곳들의 욕심 같은 건 1도 생각지 않고, 무료 도구를 이용해 하루 이틀 만에 뚝딱 만들어 일단 쓰고, 실제로 조합이 성공적으로 설립되고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하게 될 때 사이트를 제대로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p>
<p>금속노조의 위상은 한국에서는 노동조합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뭔가 두려워할 정도였기에 홈페이지 제작에 필요한 인프라는 말 한마디면 금방 제공될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나 그런 큰 조직도 어떤 인프라 자원이 넉넉하거나 장기적 안목으로 기술 인프라를 준비해두고, 공동체정신에 입각해 신생 노조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줄만한 마인드를 유지하긴 어려워서 결국 도메인과 호스팅 신청부터 XE(예전 활동가들도 제로보드라고 하면 들어봤을 텐데, 그 후속이다) 설치와 구성, 샘플 데이터 게시까지 모두 해서 지회에 전해줬다. 언젠가 나중에 제대로 개편해서 활용하길 바라며.</p>
<p>그러고 나서 2년인가 3년인가 다시 지회의 홈페이지를 검색했는데 그 때까지도 그 홈페이지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 지금은 새롭게 개편을 해서 내가 작업해준 흔적은 안 남아 있지만, 이틀 만에 만든 홈페이지치고는 내 애정이 담겨 있어서 그랬는지 ^^; 꽤나 오래 활용한 것이다. 그때 뭘 했던지 바쁠 때라 만들고 몇 가지 후속 설정을 해주고 나서는 큰 탈이 없길래 잊어 버리고 있었고, 아마 당시에 내게 의뢰한 홍보부장님도 내 존재를 포함해 모두 잊어버리지 않았을까 싶다. 즉 이 글을 쓰지 않으면 삼성전자서비스지회라는 자랑스러운 노동조합의 초기 설립과정에 내가 소소한 도움을 준 것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돈도 안 받고 계약 따위도 없었으니 공식적인 기록도 안 남아 있을 것이니 말이다.</p>
<p>스스로 칭찬하려는 취지로 시작한 글이지만 이 이야기를 언젠가 쓰겠다는 생각은 전부터 했다. 바로 '하루 만에 만들어준 홈페이지로 수 년동안 쓰며 초기 떡잎 역할을 잘했다'는 사실을 통해 내가 평소에 얘기해 왔던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사회의 변화는 많은 사람들의 의지와 구체적 행동과 함께 '그 운동을 통해 변화될 사회를 지탱해줄 기술'이 적시에 제공되어야 한다. 이상적인 제도를 고안했지만 기존의 방식으로 그걸 유지하는데 품이 너무 들어간다면 결국 그 제도는 사회에 안착하기 어렵다.</p>
<p>역사 왜곡의 논란이 많은 '광해군과 대동법'이 한 예가 될 것 같은데, '광해군이 백성을 사랑하여 대동법을 시행하려 했다'는 믿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퍼졌다가 '사실 광해군은 대동법 시행에 소극적이었다'는 연구가 나와 다시 바로잡히고 있다. 선조때부터 논의 되어 효종대에야 제대로 시행됐다고 하는 대동법은 사실상 쌀을 운송하는 '조운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효성을 갖게 되어 실제로 사회에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적용되었다는 해석이 있다. 광해군이 '옛사람들이 제도를 그렇게 안하는데는 이유가 있지 않았겠냐'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데, 그 이유라는 것이 부족한 기술때문에 광해군 전까지는 그 방식이 사회적 비용과 부작용이 더 크다고 판단되어 시행되지 않았던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p>
<p>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현대는 기술의 변화가 사람들의 생각에 강한 영향을 주는 사회가 되었지만, 기술의 구현과 적용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정확히 필요한 그 때' 잘 준비되어 옆에서 대기하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기술의 외연적 성과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도 결국 시간이 지나보면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들이 살아남아 소박하게 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중반의 웹2.0이 그 점을 잘 드러내줬다. 실험적인 것들이 앞서나갈 수 있지만 사회의 주류가 되는 기술은 대체로 사람들의 필요에 비해 '늦게 나타나고', 동시대에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대체로 거품이 껴 있는 경우가 많다. </p>
<p>과학기술학에 대해 일반론을 얘기하는 것은 또다시 글이 길어질 것이고 (이미 길어진 감이 있지만), 내가 시민사회단체를 다니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아주 최신의 최첨단의 기술이 아니어도 그 즉시 적용되기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이로움을 줄 수 있는 '보편적 기술'의 영역이 굉장히 넓은데, 실제로는 그런 영역이 사람들에게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늦게라도 제대로 된 기술이 필요할 때가 있고, 완벽하진 않아도 바로 쓸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할 때가 있다. 처음부터 잘 준비된 것을 활용할 수 있으면 물론 좋지만, 기술 적용을 단계적으로 설계해서 가벼운 것부터 시작해 점차 전체적으로 완성해가는 것이 더 적절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홈페이지의 경우처럼 처음에 잘 소통이 되어 현실적인 기획이 나오게 되면, 경력이 짧은 개발자라 하더라도 약간만 공부해서 바로 만들 수 있는 일들이 허다하다. 그리고 그런 작은 기여 활동이 어떤 이들에게는 정말 단비같은 역할을 한다. </p>
<p>2000년대 말부터 2012년까지 IT자원활동가네트워크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며 많은 IT인들을 만나게 됐다. 이름 높은 실력자도 있었지만 단지 좋은 마음으로 조용히 참여하는 평범한 IT인이 많았다. 그때 알게 된 몇 분은 6년째 중고령 노동자를 위한 야간 컴퓨터교실에 무보수로 자원활동을 한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기초를 가르쳐 주는 것이라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모두 낯설어 했지만 사람을 존중하고 소통하려는 마음으로 지속하다보니 지역에서 높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이어오고 있다. </p>
<p>사회 공헌을 위해 조금씩 나서는 IT인들을 보면 대체로 스스로 높은 생산성을 갖는데 성공한 고수준의 기술자인 경우가 많아 보편적 기술을 적용하는 활동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높은 수준의 기술 서비스가 더 많이 시민사회단체와 비영리조직에 제공되어야 하므로 그런 분들의 역할은 크다. 20% 미만의 시민사회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20% 미만의 IT인 외에도 80% 이상의 시민사회가 혜택을 입을 수 있는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80% 이상의 IT인이 더 존재감을 갖고 시민사회와 지속적으로 만나 기술을 베풀며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평범한 (예비)IT인이 더 많이 사회공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동조건이 개선되고, 시민사회의 기술공동체 문화가 복원될 수 있기를 바란다. </p>
<div class="buttons-bottom center jinboblog-i-like-this-buttons"><a class="button-jinboblog" href="javascript:void(0);" title="스크랩으로 글 링크를 저장하세요" onclick="recommend('516',813,'/h2dj','');"><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mini_chuchon.png" alt="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a><a class="button-twitter" href="http://twitter.com/home?status=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13+%22%EC%82%BC%EC%84%B1%EC%A0%84%EC%9E%90%EC%84%9C%EB%B9%84%EC%8A%A4%EC%A7%80%ED%9A%8C%EB%A5%BC%20%EC%9D%91%EC%9B%90%ED%95%98%EB%A9%B0%22" target="_blank" title="트위터로 리트윗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twitter.png" alt="트위터로 리트윗하기" /></a><a class="button-facebook" href="http://www.facebook.com/sharer.php?u=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13&t=%EC%82%BC%EC%84%B1%EC%A0%84%EC%9E%90%EC%84%9C%EB%B9%84%EC%8A%A4%EC%A7%80%ED%9A%8C%EB%A5%BC%20%EC%9D%91%EC%9B%90%ED%95%98%EB%A9%B0" target="_blank" title="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facebook.png" alt="페이스북에 공유하기" /></a><a class="button-delicious" href="http://delicious.com/save" onclick="window.open('http://delicious.com/save?v=5&noui&jump=close&url=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13&title=%EC%82%BC%EC%84%B1%EC%A0%84%EC%9E%90%EC%84%9C%EB%B9%84%EC%8A%A4%EC%A7%80%ED%9A%8C%EB%A5%BC%20%EC%9D%91%EC%9B%90%ED%95%98%EB%A9%B0','delicious','toolbar=no,width=550,height=550'); return false;" title="딜리셔스에 북마크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delicious.png" alt="딜리셔스에 북마크" /></a></div><p><strong><a href="http://blog.jinbo.net/h2dj/813?commentInput=true#entry813WriteComment">댓글 쓰기</a></strong></p>사회단체의 "기술 빈곤" 해결을 위해지각생http://blog.jinbo.net/h2dj/8102016-10-14T14:22:13+09:002016-10-10T22:46:46+09:00<h2>지금도 일어나는 일들</h2>
<p>* 오늘 한 사무실에 갔더니 거기 계시던 분이 날 보자마자 "○○○님 아시죠? 지각생을 막 찾으시던데요?"라고 알려주셨다. 전화를 드려 보니 엑셀 문서가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매크로 바이러스인가 했지만 얘기를 나눠보니 랜섬웨어(ransomware)에 걸린 것 같다. 확인해보니 랜섬웨어가 맞다며 눈물의 문자가 왔다. 랜섬웨어에 대해서는 비영리IT지원센터의 박준성, 김금진님이 좋은 안내글을 써주셨다. </p>
<h3><strong><a href="http://www.npoit.kr/archives/6236">[ A TO Z ] 랜섬웨어에 감염됐어요~! 고칠 수 있나요?</a></strong></h3>
<p>지금도 전국 어디선가 어떤 활동가의 PC가 망가져가고 있을지 모르겠다. </p>
<p>* 연말이 다가오니 단체 홈페이지를 연내에 만들기로 한 곳들이 급해진다. 시간이 부족한데 모은 돈도 없고 어떻게 기획을 해야 할지도 모르다보면 한 두 사람 거쳐 물어보거나 인터넷에서 가장 싸게 해주는 곳을 찾아 맡기기 쉽상이다. 그런데 무턱대고 싸게 하다보면 크게 후회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사회단체를 잘 알고 공익 활동의 의미로 싸게 해주는 업체라면 걱정이 없는데 그렇진 않고 가격만 싸게 부르는 곳은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얼마를 쓰던 반드시 후회하게 되므로 성급히 결정하기 전에 꼭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라며( fosswithyou@gmail.com ), 1년이 더 지나더라도 "사회단체를 잘 아는 믿을만한 업체에게 조금 더 모은 돈으로 맡기는 것"을 추천한다. </p>
<p>* PC는 더 이상 사회단체에게 중요한 이슈가 아닌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년 전 한 사회적기업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두 대의 PC가 고장이 나서 유명한 PC정비업체를 불렀는데 동시에 고장이 났다는 이유로 디도스(DDOS)일 수 있다고 사무실에 있는 PC를 모두 수거해 갔다. 며칠 후에 돌아온 PC는 모두 하드디스크가 바뀌어 있었고 사용하던 프로그램과 파일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어찌된 일인지 물으니 디도스가 맞았다고 말하며 모든 데이터가 이미 손상을 입어 복구할 수 없었다는 소리를 하고 수리비 백만원을 지금 당장 입금하라고 했다. PC를 잘 모르다보니 그 동안 무슨 말을 해도 그런가보다 하며 넘어갈 수 밖에 없던 그 사회적기업에서 결국 도움을 청하다 내게 연락이 닿았다. 뜯어보니 하드는 모두 기존 것보다 저용량에 중고품이었고, 계산서를 보니 시중 부품 가격의 3~4배를 청구하고 있었다. 데이터도 없어진 것이 아니라 그 업체가 빼돌려 놓고 다른 복구 업체가 손을 대면 하드 자체가 손상되게 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 내가 직접 겪지 않았다면 여러 곳의 얘기를 합쳐서 말하는 줄로 알았을 만큼 그 밖에도 부당한 일 투성이었는데, 나는 그 업체를 꼭 혼내주자고 얘기했지만 사회적기업 활동가들은 이미 너무 정신적으로 지쳐서 그냥 새로 PC를 셋팅해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결국 내가 새로 PC를 맞춰주고 데이터 백업 서버를 사무실 내에 만들어주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p>
<p> </p>
<h2>사회단체의 기술역량을 바라보는 관점</h2>
<p>사회단체들이 대체 어떻게 하면 IT를 잘 쓸 수 있을까? 오랜 시간 동안 나 외에도 많은 IT인이 개인적 선행으로 몇몇 단체들을 지원해왔고, 기업은 CSR을 한다며 컴퓨터 구입 비용을 지원하고, 단체들도 나름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개별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왔다. 내가 사회운동에 IT를 잘 써보려고 근본 없는 활동을 시작한 것도 10년이 넘었는데, 내 이전에 기여를 해온 사람까지 합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지금까지 있었지만 큰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어떤 것이 빠졌던 것일까? </p>
<p>답은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다 단체들이 돈이 없으니 그런거지", 분명한 큰 요소이긴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또 그렇다면 정말 뭘 해볼 것도 없고 말이다). 인과관계는 유기적이고 순환하는 것이 있어 오래 누적된 문제는 어느 한 가지만 해결하면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IT의 부족은 경제적 빈곤 상태가 초래한 <strong>결과</strong>가 아니라 IT의 부족 자체를 "<strong>기술(적) 빈곤</strong>"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제안한다. 개별 주체들의 노력만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함께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p>
<p> </p>
<p>예전에 비해 그나마 한국에서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빈곤을 100% 개인적 문제로만 보는 시각이 많이 약해진 것 같다는 점이다. 빈곤이 구조적으로 재생산되는 것이라는 생각은 어느 정도 확산된 것 같으며,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가난한 사람에게 뭔가 문제가 있어 가난해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전보다 줄어들었다. 10년전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는 이렇게 말했다. "빈곤의 원인은 가난한 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에 있습니다. 빈곤 퇴치를 위해서는 우리의 선입견과 사회구조의 개혁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자 스스로 가난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만 빈곤을 퇴치할 수 있습니다".</p>
<p>"기술 빈곤"이라는 개념으로 사회단체의 IT활용을 바라보면 어떨까? 지금까지는 사회단체가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 IT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하며, 변화를 받아들이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사회단체가 돈이 없는 것은 정치적 역사적 맥락이 있는 것인데 오직 운영을 비효율적으로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사회단체가 IT를 못 쓰는 것을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양한 사회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진정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작일 것이다. 이를테면 사회단체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IT환경을 갖추는 것을 의무가 아닌 권리(IT기본권)의 개념으로 바라보고. 자구노력을 뒷받침할 여러 공적, 사회적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을 진행할 수 있다.</p>
<p> </p>
<h2>기술 문제를 구조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유들</h2>
<p>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단체의 IT활용 부족을 빈곤(구조적)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 듯하다. 예를 들면</p>
<p>* IT를 생필품이 아닌 사치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일부 있다. 있으면 아주 좋지만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2016년의 한국에서는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IT를 절박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이 문제를 심각한 것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을 막는다. </p>
<p>* IT를 의지나 재능에 의존하는 문제로 여기는 것도 원인이다. "피해자 비난"과 연관되는 부분인데, IT를 적극적으로 쓰기 위해 필요한 제반 환경의 문제에 대해 고찰하기 보다는 "활동가들이 기술 공부를 안해서", "인문학 중심의 시민사회가 과학기술을 천대하거나 무지해서" IT 부족현상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p>
<p>사회심리학 용어로 "<a href="https://ko.wikipedia.org/wiki/행위자-관찰자_편향">행위자-관찰자 편향</a>" 이라고 일컫는 현상이 있다. 자신의 행동의 동기는 <strong>환경적 요인</strong>에서 찾지만 타인의 행동의 동기는 그 사람의 <strong>내면적인 데서</strong> 찾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타인이 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꾸짖고 가르치지만 자신의 행동은 쉽게 합리화한다. 진정 타인의 변화를 원한다면 그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메시지로 나는 이 현상을 해석하고 있다.</p>
<p>* 실제와 달리 IT의 공급이 많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도 원인이다. 지금 한국은 "IT과잉"이라고 여겨지는 여러 징후가 드러나고 있는데, 실제로는 여러 불균형에 의해 일부(특히 하드웨어)에 한해 과잉 공급이 이뤄지고 있지만, 인식의 오류로 인해 마치 전반적으로 모든 곳에 IT가 과잉 공급되는 것으로 여겨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p>
<p> </p>
<p>사회단체의 IT역량 문제를 빈곤의 문제로, 구조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심도 있게 살펴봐야 한다.</p>
<ul>
<li>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다양하고 역사적인 원인들 (외적 요인)</li>
<li>현 구조의 문제가 심화되고 자체 개선되지 않는 이유 (내적 요인)</li>
<li>"기술 빈곤"을 정의하기 위한 객관적 지표들</li>
<li>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해볼 만한 대안들</li>
</ul>
<p>이 주제들 각각은 별도의 글로 다룰 예정이다.</p>
<p> </p>
<h2>기술 빈곤을 해결하려는 노력</h2>
<p>사회단체에 IT를 보급하는 활동을 하는 단체와 사람들은 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있었다. 진보넷부터 내가 속했던 노동넷과 그 전신인 노동정보화사업단 등의 시민사회단체가 있고, 단체들에 홈페이지를 만들고 유지보수하는 활동가 그룹(피스넷 등)과 개인사업자가 있으며, 2000년대에는 다음세대재단 등의 공익재단들이 생겨났다. 각각 다른 방식이지만 지금의 시민사회단체들의 IT역량은 이런 주체들의 노력이 만든 결과이다. 기존의 IT사회단체와 활동가그룹은 2016년 현재 진보넷 외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며, 2013년에 설립한 비영리IT지원센터가 여러 공익IT활동가 그룹을 조직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보안전문가들이 얼마 전에 만든 단체인 소셜정보안전센터가 그런 예이다.</p>
<p>다음세대재단은 해마다 개최하는 "체인지온" 컨퍼런스를 통해 시민사회단체들의 IT리더십을 함양하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 특히 컨퍼런스때 발표하는 <비영리 미디어 실태조사>는 비영리/시민사회의 IT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최근의 자료인 2015년 조사결과는 SNS등 미디어 활용실태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조금 더 넓게 IT활용 실태를 파악하고 싶다면 2014년 실태조사를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p>
<p>이런 노력들은 실제로 많은 반향을 일으켜, 다양한 기술과 생각을 접한 활동가들이 단체로 돌아가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의욕을 보이기도 한다. 현재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나, IT에 대해 얘기하는 일반적인 활동가들의 표정들을 보면 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IT에 대한 관심과 의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훌륭한 인사이트와 기술정보들이 있어도, 그것을 조직 내 프로세스와 활동 양식에 녹여내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들이 있고, 장기간 동안 극복이 되지 않아 피로가 누적되어 있을 뿐이다.</p>
<p>늘어나는 외부의 "공급"에도 불구하고 그에 비례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p>
<h3>* 기본 체력 부족</h3>
<p> 사회단체의 IT역량 부족 상태(빈곤상태)는 대체로 오래 지속되어 왔다. 끊임 없이 발생하는 사회이슈를 대응하는 것조차 버거운 활동가들은 스스로 IT를 깊게 공부하기 어려우며, 설령 IT를 잘 알던 사람도 몇 년 동안 단체 고유의 활동을 하다 보면 최근의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어한다. 새롭게 들어온 활동가는 IT에 대해 잘 알더라도 조직의 상황을 충분히 알지 못해 IT를 조직내 프로세스(IT거버넌스)와 활동에 접목시키는 것이 어렵다. (여기서 IT거버넌스는 IT에 관한 의사결정, IT를 통한 의사결정 모두를 포함하는 용어입니다) 대체로 어느 시점에서 가장 흔한 IT교육은 그 시기의 트렌드에 맞춘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를 위한 IT교육은 최신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보다는 "오랜 기간 보편적으로 널리 쓰인 기술"을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IT인이 아니라는 점은 당연히 고려되어야 한다.</p>
<h3>* 피로 누적</h3>
<p> 많은 단체들이 이 글 맨위에 언급한 것과 같은 사례를 직접 체험한다. 신뢰할 수 있는 IT업체와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한 경험보다는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많은 단체에 있어 IT는 불안하고, 피곤한 것으로 인식된다. 사회단체 활동가에게 IT관련한 제안을 하고 싶다면 "좋은 것이 있어" 정도에서 멈추지 않고 그것이 실제로 적용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며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p>
<h3>* 사상의 빈곤</h3>
<p> 과학기술이 가치중립적이며 사회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사상이다. 한국은 과학기술학STS의 전통이 단절됐다고 생각될 정도로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담론이 부족하다. "기술결정론"이 지배적이어서 좋은 품질의 과학기술은 무조건 공급을 늘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시민사회단체의 현실을 먼저 이해하고 실제 수요자에 맞춰 출발하는 정신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까닭에, 결국 제공자만 만족하는 기술지원 사업이 대부분이다.</p>
<h3>* 지속되는 관계 부족</h3>
<p> 기술 도입이 성공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조직 구성원 모두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외부의 제안이나 기여로 새로운 IT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지만, 그것을 단체의 상황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고 유지보수하는 노력이 이어지지 않으면 많은 경우 실패한다. 기업에서 빠르게 파일롯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실시하는 해커톤 방식이 비영리/시민사회를 위해서도 실시된 적이 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대부분 오래 가지 않아 쓸 수없게 되었다. 시민사회단체에는 신뢰할 수 있고 상당 기간 동안 긴밀하게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필요할 때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하다.</p>
<h3>* 기술 수용/공유 용량 부족</h3>
<p>단체에 필요한 IT기술은 저마다 종류와 수준이 다르며, 시기에 따라 변화한다. 만일 한 단체가 몇 년간 수행할 활동을 위해 필요한 IT기술을 모두 갖춰두려면 많은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상황에 맞게 필요한 것만 갖추려고 하면 그때마다 구축을 위한 노력이 많이 투여되고, 실제 활동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다. 시기가 변해 지금 많이 쓰진 않지만 없앨 수 없는 보존 대상도 있다. 여러 이유로 한 단체가 자체 역량만으로 필요한 IT기술을 모두 수용해 두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비효율적이다.</p>
<p>또한 단체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들은 많은 경우 다른 단체와 공통적이다. 지금 이 단체에 필요한 기술(결과물 포함)이 다른 단체에는 필요치 않다가 특정 시기에는 반대가 될 수 있다. 개별 단체에서 IT에 동원할 여력도 부족하고, 수용해 둘 수 있는 기술의 양도 한계가 있으며 서로 공통된다면 가장 좋은 것은 여러 단체들이 기술(성과물)을 공유하는 것이다. 여러 단체가 공유하는 창고 같은 개념으로 기술공동체를 상정해서 IT자산과 역량을 유지한다면 개별 단체들의 부담을 낮출 뿐 아니라 지속적인 발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IT가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현재 상태에서, 인적 순환이 많아 흔히 "좁은 바닥"이라고 말하는 비영리-시민사회에서는 이런 공용의 수용공간/시스템이 있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p>
<p> </p>
<h2>어떻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h2>
<p>한국 사회단체의 기술 빈곤(tech-poor)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공급량 증대만이 아닌 다양하고 꾸준한 시도가 필요하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있었던 기술공동체 문화를 복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시민사회단체를 자선형식으로 꾸준히 돕는 주체들은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 조직화를 하거나, 자선형식을 넘어선 방식의 활동을 하기 위한 조직 결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p>
<p>개인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을 소개하면, 2012년에 IT자원활동가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새로운 IT시민단체'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고,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셔서 2013년에 사단법인 비영리IT지원센터를 만들 수 있었다. 2015년 초까지 직접 상근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기존 방식의 IT공급을 계속 확대하는 것은 지금의 비영리IT지원센터로도 의미있는 활동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정말 비영리/시민사회의 IT역량을 한층 한층 발전시키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다르게 접근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2012년 초의 흐름을 다시 살려 두번째로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조합원으로 가입해 꾸준히 기술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공동체의 성격을 갖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p>
<p>이 조합은 3단계에 걸쳐 비영리/시민사회단체의 IT역량을 키워간다. 1단계는 IT에 관해 안심할 수 있게 하는 단계로 PC정비, 홈페이지 개/보수, 데이터 백업 등의 "인프라 유지보수" 사업을 수행한다. 2단계는 IT의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단계로 각종 통계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조합원 교육을 통해 기초 체력을 기르며, 단체 활동과 관련한 여러 자료를 온라인DB화 하는 과업들을 수행한다. 3단계는 IT를 활동에 접목시키는 단계로 IT를 긍정적으로 사고하며 여러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한 시도를 실패 부담을 줄이며 실시한다.</p>
<p>이 기획은 사회단체들의 자구노력을 이어가고 그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 밖에도 공적 지원확대 등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IT가 그 자체로 여러 사회단체들에게 중요한 화두의 위치를 다시 회복할 필요가 있다.</p>
<p> </p>
<div class="buttons-bottom center jinboblog-i-like-this-buttons"><a class="button-jinboblog" href="javascript:void(0);" title="스크랩으로 글 링크를 저장하세요" onclick="recommend('516',810,'/h2dj','');"><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mini_chuchon.png" alt="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a><a class="button-twitter" href="http://twitter.com/home?status=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10+%22%EC%82%AC%ED%9A%8C%EB%8B%A8%EC%B2%B4%EC%9D%98%20%22%EA%B8%B0%EC%88%A0%20%EB%B9%88%EA%B3%A4%22%20%ED%95%B4%EA%B2%B0%EC%9D%84%20%EC%9C%84%ED%95%B4%22" target="_blank" title="트위터로 리트윗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twitter.png" alt="트위터로 리트윗하기" /></a><a class="button-facebook" href="http://www.facebook.com/sharer.php?u=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10&t=%EC%82%AC%ED%9A%8C%EB%8B%A8%EC%B2%B4%EC%9D%98%20%22%EA%B8%B0%EC%88%A0%20%EB%B9%88%EA%B3%A4%22%20%ED%95%B4%EA%B2%B0%EC%9D%84%20%EC%9C%84%ED%95%B4" target="_blank" title="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facebook.png" alt="페이스북에 공유하기" /></a><a class="button-delicious" href="http://delicious.com/save" onclick="window.open('http://delicious.com/save?v=5&noui&jump=close&url=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10&title=%EC%82%AC%ED%9A%8C%EB%8B%A8%EC%B2%B4%EC%9D%98%20%22%EA%B8%B0%EC%88%A0%20%EB%B9%88%EA%B3%A4%22%20%ED%95%B4%EA%B2%B0%EC%9D%84%20%EC%9C%84%ED%95%B4','delicious','toolbar=no,width=550,height=550'); return false;" title="딜리셔스에 북마크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delicious.png" alt="딜리셔스에 북마크" /></a></div><p><strong><a href="http://blog.jinbo.net/h2dj/810?commentInput=true#entry810WriteComment">댓글 쓰기</a></strong></p>느림과 정의지각생http://blog.jinbo.net/h2dj/8052016-06-28T17:49:34+09:002016-06-27T23:31:48+09:00<p> </p>
<h2>1. 지하철 두줄 서기</h2>
<p>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이 작년(2015년)으로 끝난 것을 얼마 전에 알았다. 한 줄 서기 캠페인이 2년만에 정착한 것에 비하면 8년간 했던 캠페인이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p>
<p>한 줄 서기 캠페인이 시작된지 얼마 후, 에스컬레이터를 정비하는 친구가 있어 얘기를 들었는데 과장이 섞였을 수 있지만 고장이 세 배로 늘었다고 했다. 일할 사람을 늘리지 않는데 일이 갑자기 많아지니 사람들이 힘들어 그만두고, 그래서 남아 있는 사람의 부담은 더 커졌다. 결국 그 친구도 직장을 옮기게 됐는데 그 후로 나는 한 줄이 비워진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기 보다는 (지금보다 기력도 넘쳤으니) 계단을 이용하는 편을 택했다.</p>
<p>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795" src="/attach/516/1179780224.jpg" width="550" /></p>
<p> </p>
<p>두 줄 서기 캠페인이 시작된 초기를 기억한다. 한 줄 서기를 하자고 한 것이 잘못 되서 되돌린다는 인정과 사과는 없이 어느날 갑자기 "잘못된 이용문화 때문에 사고와 고장이 많이 나서 다른 사람이 피해봄"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수년간 지하철 두 줄 서기를 실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왼쪽에 서서 오곤 했다.</p>
<p>본래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신념을 지키는 타입의 사람은 아닌지라 당연히 무언의 압박을 늘 느끼고 갈등했다. 대놓고 비난하는 것은 이제 거의 없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가끔 노인분들의 중얼거림을 듣곤 한다. 물론 젊은 사람이라고 전혀 안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그 불평과 비난은 결국 나 같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방해하는 "민폐"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비난을 받는 걸 못 견뎌서(비난받을 것을 두려워해서) 두 줄 서기 캠페인이 진행중임을 알았어도 오른쪽에 서는 것을 선택한다. 그래서 합정역 6호선 내리는 곳처럼 짧은 에스컬레이터라 모든 사람이 두 줄로 가면 금방 다 올라갈 거리를, 모두 오른쪽에 서기 위해 바글바글 하며 결국 0~2명만 빨리 오르고 모든 사람이 1/2의 속도로 다 같이 늦게 올라가는 광경을 수시로 보게 된다.</p>
<p>내 생각에 합리적인 방안은 출퇴근 시간대나 배차 간격이 길어서 차를 놓쳤을 때 타격이 상대적으로 큰 공항철도와 중앙선 환승하는 곳 등에 한 줄 서기를 시행하고, 그 밖의 시간과 장소에는 두 줄서기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다. 한 줄 서기가 고장과 안전사고 증가와 인과관계가 입증된 적이 없다고 하지만 아마 그 반대의 증거가 있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이 사회가 무엇을 더 중시하고 있는지의 문제인데, 두 줄 서기가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한 줄 서기가 정말 전체적으로 편익을 증가시키고 안전과 고장과 무관해서가 아니라 빠른 것이 선이고 당당하며 느린 것이 악이고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게 하는 한국의 문화 때문이다. </p>
<p>어떤 사람은 한 줄 서기 문화가 기계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것이고 "배려"라고 말한다. 그런데 궁금하다. 에스컬레이터가 고장날 요인을 조금이라도 줄여서 노약자가 계단을 힘들게 올라가야 하는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 사람이 아닌 기계를 중시하는 것인가? 두 줄 서기를 더 선호할 만한 노약자가 자신이 폐가 될까봐 움츠려 들어 한쪽으로 비켜 서 상대적으로 건장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과연 '배려'일까? 그것보다는 느리게 걸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안심하고 천천히 건널목을 건널 수 있도록 자동차 운전자가 기다려 주는 장면이 정말 '배려'란 표현에 어울린다. 전자는 한국 사회의 성장 신화가 약자에게 주입한 '죄의식'에 가깝다.</p>
<p> </p>
<h2>2. 자전거와 보행자</h2>
<p>요즘은 거의 자전거도로와 보행도로가 구분되서 지어지는 것 같지만 오랫 동안 구분 없이 같이 이용을 해왔다. 나 외의 우리 가족 모두는 다 그런 도로에서 크고 작은 사고의 경험이 있다. 어머니는 고등학생이 자전거로 질주하는 것에 부딪혀 입원할 정도였으니. 그런 길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다 보면 지금도 자주 보는 광경이 뒤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자전거가 빵빵 울려대고 신경질적으로 한 마디 하며 지나치는 것이다.</p>
<p>자전거와 걷는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전거와 자전거 간에도 느린 것이 어디 나와서 짜증나게 하느냐는 말풍선이 어울리는 표정과 태도로 추월해 가는 경우는 제법 있다. 그럼 한창 자전거를 타며 더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고 있던 나는 10대의 마음으로 다시 그 사람을 추월해주면서 '지나가겠습니다'라고 공손하게 말해주는 것으로 되갚아 주기도 한다.</p>
<p>자동차 운전은 안하지만 자동차 도로에도 비슷한 상황은 자주 겪는 것 같다. 천천히 운전하는 자동차 옆을 지나가며 "집에 가서 애나 보라"고 차별적으로 욕하는 장면은 TV에도 종종 나온다. 길에서 다양하게 일어나는 분노와 짜증은 역시나 비슷한 맥락이다. 느린 것은 사회적으로 손실을 입히는 죄이며, 빠른 것에게 언제나 양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길을 걷는 사람의 권리, 천천히 자전거를 탈 자유, 안전 수칙을 지키며 운전하는 마음가짐은 지금 더 빨리 갈 수 있는 (그가 꼭 "빨리 가야 하는"것인지는 검증할 수 없지만) 사람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제일 원칙보다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된다.</p>
<p>자전거가 뒤에서 빵빵 거리면 앞에 걷던 사람들은 대개 놀라서 얼른 몸을 피한다. 이것은 사고의 위험을 감지해서 그러는 것과는 조금 다른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 내가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고 있었구나 살피지 못한 내 잘못이다."</p>
<p> </p>
<h2>3. 민주적 토론과 조직 운영</h2>
<p>회의에 관해서는 몇차례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모여 회의와 토론을 하다 보면 언제나 두 가지 이상의 그룹으로 나눠진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다른 사람의 주장도 금방 캐치해서 바로 이어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바로 이해되지 않거나 곱씹고 싶은 게 많아서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기회는 적극적으로 잡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회의에서 말을 많이 안 한 사람이 충분히 생각을 한 다음 다음 회의에서는 많은 의견 개진을 하고, 서로 돌아가며 이런 분위기가 반복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회의가 반복되다보면 역시나 "늘 적극적인 사람"과 "늘 뭔가 생각만 하는 사람"으로 나눠지는 경우가 많다.</p>
<p>만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요하고 좋은 얘기 같아 깊이 함께 하고픈데, 내가 배경 지식이나 사전 고민이 부족해서 이해가 충분치 않고 뭔가 놓치는 것 같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금 쉬었다 하자고 하거나 다시 설명해 달라고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얘길 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쉬기 보다 빨리 하고 끝내자", 이해가 안 되서 궁금해하면 "나중에 잘 설명해줄게, 나랑 얘기합시다" 이런 상황이 더 많을 것이다.(그래 놓고 나중에 따로 얘기 안해준다)</p>
<p><a href="http://blog.jinbo.net/h2dj/801">다른 글</a>에서 썼듯이 "반대하지 않으면 동의"로 간주하고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하는 소수의 사람들의 얘기를 정리해서 회의를 효율적으로 빨리 하려는 문화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런 문화에서 다른 사람들이 막힘 없이 서로 얘기하고 있으면 "내가 잘 몰라서" "평소에 고민을 안해서"라고 자책하며 중간에 질문이나 쉬자는 얘기를 하는 것을 흐름을 방해하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의사소통을 다른 무엇보다 중시하는 곳도 조금만 방심하면 그런 양상으로 흐르는 일은 잦다.</p>
<p>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93" src="/attach/516/1119245866.png" width="356" /></p>
<p>그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별도의 진행자를 둬서 적절한 휴식과 주제 환기로 흐름을 조절하거나, 말을 많이 안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생각하세요?" 식으로 발언을 권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흐름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이해와 생각, 표현 속도가 빠르지 않은 사람은 항상 "내가 말을 해도 되나?"라는 고민을 안게 되기 쉬운데, 진행자가 발언을 요청하는 것은 그런 고민이 없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얻은 기회로 "사실 나는 아까.." 하면서 뒤늦게 한 얘기가 함께 나누던 이야기의 본질을 건드리거나 이면을 생각하게 하며 중요한 가치를 상기시키는 경우도 상당하다.</p>
<p> </p>
<h2>죄책감 없이 당당하기 위해</h2>
<p>한국 사회가 짧은 기간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면서 빨리빨리 문화가 깊이 뿌리내렸다는 것은 이미 대부분의 한국인이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속도만을 중시해 여러 가지 부실을 낳은 것도 문제이지만, 힘이 없어 충분히 빠를 수 없는 대다수의 사람에게 일상적으로 죄책감을 계속 느끼게 하는 것이 더 큰 폐해이다.</p>
<p>빠른 것은 성실, 성공, 재미, 생존 등을 떠올리게 하고 느린 것은 나태, 실패, 지루, 도태 등을 떠올리게 한다. 느리게 사는 사람은 부끄러워하고 빠른 사람은 당당하게 "비켜 있어"라고 말하게 한다. 느리게 살자고 감히 얘기하는 사람은 배때지가 부른 사람 취급하거나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취급을 한다. 노약자가 위험을 감수하고 건장한 사람에게 비켜주는 것을 배려라고 말하고, 다수가 1/2의 속도로 가며 언제 있을 지 모르는 소수의 사람이 2배의 속도로 가는 것이 사회의 편익을 증진시킨다고 말한다.</p>
<p>제도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실제 세상을 바꾸는 주체인 "힘없는 보통 사람"들이 죄책감을 느끼고 무기력해지는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아무리 협동조합 등 좋은 사회적경제조직의 모델이 나와도 "충분히 느린 속도"로 의견을 얘기하는 것이 편안하지 않다면 실제적인 변화는 다시금 뒤로 미뤄질 수 있다. 특정한 나쁜 문화를 만든 것은 제도와 소수의 기득권이라 하더라도, 결국 그것을 좋은 문화로 바꾸는 것은 공익 캠페인을 하던 안하던 일상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진정한 배려는 느린 사람이 비켜서고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빠른 사람이 공존을 위해 멈추는 것이다.</p>
<div class="buttons-bottom center jinboblog-i-like-this-buttons"><a class="button-jinboblog" href="javascript:void(0);" title="스크랩으로 글 링크를 저장하세요" onclick="recommend('516',805,'/h2dj','');"><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mini_chuchon.png" alt="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a><a class="button-twitter" href="http://twitter.com/home?status=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05+%22%EB%8A%90%EB%A6%BC%EA%B3%BC%20%EC%A0%95%EC%9D%98%22" target="_blank" title="트위터로 리트윗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twitter.png" alt="트위터로 리트윗하기" /></a><a class="button-facebook" href="http://www.facebook.com/sharer.php?u=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05&t=%EB%8A%90%EB%A6%BC%EA%B3%BC%20%EC%A0%95%EC%9D%98" target="_blank" title="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facebook.png" alt="페이스북에 공유하기" /></a><a class="button-delicious" href="http://delicious.com/save" onclick="window.open('http://delicious.com/save?v=5&noui&jump=close&url=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05&title=%EB%8A%90%EB%A6%BC%EA%B3%BC%20%EC%A0%95%EC%9D%98','delicious','toolbar=no,width=550,height=550'); return false;" title="딜리셔스에 북마크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delicious.png" alt="딜리셔스에 북마크" /></a></div><p><strong><a href="http://blog.jinbo.net/h2dj/805?commentInput=true#entry805WriteComment">댓글 쓰기</a></strong></p>IT 소비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고 있습니다지각생http://blog.jinbo.net/h2dj/8042016-05-06T10:47:57+09:002016-05-05T00:46:28+09:00<p><span style="line-height: 1.6em;">IT 단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회단체와 활동가들에게 맞춤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사회적기업만해도 여럿이며, 보안 전문가들의 단체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IT단체 하면 떠오르는 곳이 진보넷 정도였던 상황에 비하면 좋은 IT를 제공하려는 집단이 많아지는 지금의 추세는 아주 기쁘고 앞으로가 기대됩니다.</span></p>
<p>제 기억으로 IT에 대한 사회단체들의 기대는 90년대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아주 뜨거웠습니다. 단체들의 IT활용 능력이 사회 일반적인 수준에 비해 그렇게 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앞서가는 응용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IT가 점점 크고 복잡해지면서 단체들의 IT구매력과 정보력은 트렌드를 따라가기에는 많이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단체들의 상호협력과 결속력도 어떤 면에선 예전보다 못한 것 같고, 기술적으로 협력할 바탕도 없다보니 개별 단체가 외롭게 IT역량을 키워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의 사회단체들은 지금 있는 IT라도 잘 유지하며 우연한 계기로 IT역량을 발전시키려고 하는 다소 수동적인 태도가 보편화된 것 같습니다.</p>
<p>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점차 늘어나는 "좋은 IT"의 공급을 사회단체들이 잘 받아들이고 다시 예전처럼 "뜨겁게 활동에 응용"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단체들이 기술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자는 제안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p>
<p> </p>
<h2>IT 소비 사회적협동조합</h2>
<p>4년전 이맘때 IT단체를 만들자는 제안에 호응해주신 훌륭한 분들 덕에 2013년에 사단법인 비영리IT지원센터가 만들어졌습니다. Techsoup Korea가 되어 소프트웨어의 저렴한 공급이 가능해졌고, 공공 부문과 기업에서 더 많은 사회적 기여를 하도록 견인하는 역할 등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가 두번째로 설립을 제안하는 IT단체는 "IT 소비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사회단체들이 일방적으로 수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으로서 서로 협력하며 주체적으로 IT실력을 키워가기 위한 기술공동체입니다.</p>
<p><span style="line-height: 20.8px;">관련글 : [</span><a href="/h2dj/790" style="line-height: 20.8px;">비영리조직과 IT인</a><span style="line-height: 20.8px;">]</span></p>
<p>대부분 공급자(생산자) 입장에서 사고하기 쉬운 것이 IT인데, 저처럼 소비자(이용자) 측면에서 바라보시는 시니어 IT자원활동가 두 분을 만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비영리IT지원센터의 조직적 지원을 받으며 준비 논의를 시작했고, 별일사무소,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빈마을, 흥사단, 정토회 등 여러 단체의 전/현직 활동가들이 이미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한여름이 되기 전인 5월 말이나 6월초에 발기인대회를 열어 공식화하고 설립동의인을 모아 이르면 8,9월에 창립총회를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발기인대회 때 공유할 내용을 정리해 본 것입니다. 읽어보시고 마음에 드신다면 5월 27일(금)로 일단 예정하고 있는 발기인대회에 참여를 요청드립니다 :)</p>
<p> </p>
<h2>1. 설립 목적</h2>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src="/attach/516/1253512061.png" style="width: 760px; height: 526px; border-width: 1px; border-style: solid;" /></p>
<p>간혹 단체들이 IT를 잘 모르고 못쓴다고 구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체 활동가들도 IT를 더 잘 활용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합니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기본권에 해당합니다. 누군가 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면 그들은 정당한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사회 구조적인 얘길 시작하진 않겠습니다만, 지금 보편적인 중소규모의 단체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임계점을 넘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밑바탕과 꾸준한 공공 지원, 그리고 효과적인 프로세스들입니다. 공급하는 측은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고 있으니 잘 받아 갈무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그리고 정말 필요한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이용자 중심"의 조직이 필요합니다. 이용자인 사회단체들이 모여 어느 정도의 규모를 이룬다면 사회단체를 위해 앱(App)을 제작하려는 IT기술인에게는 더 큰 동기 부여가 될 것이고 효과적인 기획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p>
<p> </p>
<h2>2. 협력 방법</h2>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src="/attach/516/1391132099.png" style="width: 760px; height: 526px; border-width: 1px; border-style: solid;" /></p>
<p>생협이 많이 활성화되었고, 훌륭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생겨나면서 전통적이지 않은 소비자 협동조합 모델은 많은 분들이 이미 접하고 계실 것입니다. IT 소비 협동조합은 IT제품과 서비스 등을 안심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 것입니다.</p>
<p> </p>
<h2>3. 기대효과</h2>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src="/attach/516/1333786912.png" style="width: 760px; height: 526px; border-width: 1px; border-style: solid;" /></p>
<p>제 경험상 단체들이 홈페이지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알고 싶어하는 답답한 점은 "우리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얼마를 들이면 되는지"였습니다. 이 정도를 요구하기 위해 최소한 얼마 정도를 준비해야 홈페이지 제작업체를 불쾌하게 안하고 얘기를 꺼내볼 수 있을지 알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그 기준을 알아내면 어떻게든 그만큼을 만들어보려고 애를 씁니다만 시간이 많이 걸려 결국 연기하는 경우가 꽤 되지요. (지금도 정말 사정이 딱하거나 그 단체에 대한 강한 지원 의지로 손해 봐가며 아주 저렴하게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훌륭한 웹 제작업체가 있습니다. 박수를 보냅니다)</p>
<p>무조건 싸게 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어렵게 얼마간 돈을 모았다면 그것 만큼의 결과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예산을 많이 못 모았다고 "그저 어떻게든 최소한으로 만들어주세요"라고 자신 없어 하다 보니 기획 단계에서 충분한 얘길 못해서 결과물이 나왔을 때 결국 양쪽이 다 불만족스러운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단체들은 홈페이지 제작에 비용을 들이는 것을 더욱 소극적으로 하게 되고, 호의로 도와준 웹 제작업체는 "그냥 제값 받고 남들처럼 해주자"라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p>
<p>IT소비협동조합이 되면 제작 기획단계부터 상담과 정보 제공을 통해 보다 성공률이 높은 프로젝트가 되도록 해 줄 수 있으며 사후 관리도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돈을 많이 들이지 못하던 단체들도 들인 만큼의 성과를 내는 것이 반복되면 차후 새로운 기획을 하게 될 때 좀 더 적극적이 될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단체들의 IT역량은 발전할 것입니다.</p>
<p>이 조합이 사회적협동조합이 되면, 소비자(이용자)인 조합원들의 평소 활동으로 축적한 공유 자산과 역량을 동원해 긴급한 이슈에 대응하는 활동가들에게 기본적인 IT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재원이 극히 부족한 신생단체에도 일시적 지원이 가능하겠죠. 제가 이 조합이 만들어지면 가장 바라는 점 중 하나입니다.</p>
<p> </p>
<h2>4. 조합 활동</h2>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src="/attach/516/1391358538.png" style="width: 760px; height: 526px; border-width: 1px; border-style: solid;"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src="/attach/516/1081184947.png" style="width: 760px; height: 526px; border-width: 1px; border-style: solid;" /></p>
<p>4-1. 데이터 보존</p>
<p>지금도 많은 단체들에서 데이터들이 손실되고 있습니다. 이것만 생각하면 참 안타깝습니다. 데이터는 잘 보존되고 아카이빙되면 그 자체로 점점 큰 힘을 내게 됩니다만, 작은 단체들에서는 언제 사라지는지도 모르게 데이터들이 사라지거나 하드웨어 문제, 해킹 등으로 한번에 많은 것을 잃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일시적 이슈를 위해 데이터를 모아 둔 사이트가 더 이상 운영 주체가 없어서 방치했다가 변조되기도 하고, 단체가 해산하게 되면 누구도 돌보지 않아 소중한 자료들이 그냥 사라집니다.</p>
<p>이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단체는 기본적으로 더 이상 데이터가 손실되지 않게 하는 것부터 할 것입니다. 빅 데이터 시대에 더욱 돋보이는 굿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주요 원천인 사회단체의 힘을 보여주고 싶어요. 데이터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은 오래된 명제이지요.</p>
<p>4-2. 웹 분석기 설치</p>
<p>조합원에게는 웹 분석기도 우선적으로 설치하도록 권유하고, 설치 과정을 지원할 것입니다. 통계가 어떻게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기여할 수 있는지 가장 피부로 와닿을 수 있는 예가 아닐까 싶어요. 작년부터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있는 유명한 단체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사이트에 들어와 어떻게 머물다 가는지 세부적으로 알 수 있는 데이터가 없다보니 결국 전통적 방식으로 "첫 페이지에 노출시키기 위해" 소속 활동가들이 저마다 요구하게 되었고, 결국 이런 저런 요구들의 타협으로 특색 없는 사이트가 될 뻔 하였습니다. 다행히 주변 분들의 조언으로 방향을 다시 잡고 제대로 추진 중입니다. 늦었지만 구글 웹분석기도 설치해서 이번 달 중에 (2016년 5월) 결과를 보기로 했고요. 정책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가 생기면 관습과 직관에 의한 결정을 줄일 수 있게 되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초가 되겠지요.</p>
<p>4-3. 안심 A/S</p>
<p>이것에 대해서는 2년전 제가 겪은 황당한 사례를 얘기하겠습니다. 성북구에 있는 사회적기업인데요, 어느날 컴퓨터 두대가 고장나서 전에 이용한 적이 있는 정비 업체를 불렀습니다. 그 사람이 말하길 두 대가 동시에 고장난 것이 DDOS때문일 수 있으니 사무실에 있는 PC를 모두 가져가서 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며칠간 일을 못하다 컴퓨터들을 돌려받았는데 세상에 모든 PC들이 포맷되어 있고 데이터는 모두 사라져 있었습니다. 그 정비 업체 분은 이미 데이터는 손상됐으니 어서 수리비를 입금하지 않으면 곤란하게 만들겠다고 협박하며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청구했습니다. 이 비용이 합당한 것인지 알고 싶은데 물어볼 데가 없다가 이 때 저랑 연락이 닿았습니다.</p>
<p>뭔가 얘기들이 이상해서 제가 찾아가보니 세상에 그 비용에 택도 없이 부족한 사양의 하드웨어로 바뀌어 있으며 그나마 모두 중고였습니다. 즉시 그 정비업체 본사에 항의하였는데 제대로 사과도 안하고 계속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응대를 했습니다. 바꿔치기 당한 하드디스크부터 모두 돌려받은 후 비영리IT지원센터의 이선규 이사님을 통해 평소에 데이터를 잘 복원해주신 분에게 가서 여쭤보니 다른 곳에서는 데이터를 복구 못하도록 해놓고(복구를 시도하면 스파크가 난답니다) 자신들이 빼돌려 둔 데이터를 추가 비용을 받아가며 복원해주는 상습적 악덕업체였습니다. 저는 그 사회적기업분들에게 악덕 업체를 제대로 혼내주자고 말씀드렸으나 그 동안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그 분들은 그저 다시 일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달라고 하실 뿐이었습니다. PC를 다시 제대로 견적 내서 맞춰드린 후, 데이터를 백업 할 수 있는 서버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지 않았다면 과장했거나 여러 사례를 섞은 것으로 생각했을 만한 일이 일어나는게 현실입니다. IT소비 협동조합을 만들면 이런 곳이 아니라 제대로 신뢰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을 연결하거나 대행해주려 합니다.</p>
<p>4-4. IT 완전 기초 교육</p>
<p>활동가를 위한 IT교육은 많이 늘어나긴 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갈수록 IT기초 원리, 개념들에 대한 교육은 찾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새로운 트렌드를 계속 습득하며 실험하기 어려운 사회단체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트렌드가 나와도 어느 정도 기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는 IT 기술환경에 대한 이해, 개념 소개도 필요합니다. 이런 보편적 IT기술에 대한 교육은 강의하시는 분이 보람을 못 느끼시거나 필요가 없다고 느끼시는 것인지 하려고 하는 분이 많지 않은 듯 합니다.</p>
<p>예를 들어 요즘 홈페이지를 쉽게 만들어주는 여러 서비스들을 이용할 때, 다 만들어두고 주요 포탈에 등록하려고 하다 "도메인"과 "네임 서버"에 대한 기본 이해가 없다보니 홈페이지를 만드는 시간 만큼 혹은 그 이상 고생하다 결국 실패했던 사례도 봐왔습니다. FTP 접속 정보를 알려달라고 하면 무슨 말인지 모르기도 하지요.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단체 활동가들에게는 이런 기초적인, 그러나 앞으로도 오래 갈 것들에 대한 기본 원리와 개념을 상시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p>
<p>이 밖에도 힘이 모이면 제공 가능한 많은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그런 서비스들의 공통적인 흐름은 아래 그림처럼 될 것입니다.<br />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src="/attach/516/1036710177.png" style="width: 760px; height: 526px; border-width: 1px; border-style: solid;" /></p>
<p> </p>
<h2>5. 조합원 IT역량 강화</h2>
<p>조합에 가입한 지 일정 시간이 지난 단체들은 차근차근 IT활용 수준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 받을 수 있습니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src="/attach/516/1215531627.png" style="width: 760px; height: 526px; border-width: 1px; border-style: solid;" /></p>
<p>사회단체들의 IT관련 손실을 예방하고 안심하고 지출을 하며 조금씩 자신감을 찾게 된다면, 정기적인 부가 서비스와 여러 기획 프로젝트를 통해 IT역량을 한 단계씩 발전시키는 활동을 할 것입니다.<br />
잘 보존된 데이터와 통계 정보를 참고하여 지금 단체 여건에 맞는 IT 관련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할 것이고, 단체의 활동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을 것입니다.</p>
<p>IT개발자들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 공유했던 연장근로 시간 증명 앱 "야근시계"가 홈플러스 영업 노동자들의 야근 시간을 증명하는 법정 자료로 채택된 것처럼, 이미 나와 있는 것을 조금 조정하여 적용하거나 유사한 것을 새로 만들어 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와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단체의 활동 양상도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p>
<p>단체들의 IT 역량 발전은 자신의 상황을 진단한 후, 그에 적합한 행동들을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보조할 것입니다. 누적된 성공 경험으로, 단순하게 일상적 유지비용을 절감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존의 활동들을 더욱 힘있게 하고 더 많은 시민들과 교류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에 IT를 응용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src="/attach/516/1002831550.png" style="width: 760px; height: 526px; border-width: 1px; border-style: solid;" /></p>
<p> </p>
<p>조합원에 대한 이야기와 조합 운영, 올해 말까지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와 내년 이후에 어떻게 진행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얘기는 발기인대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설립동의인을 모은 후 합의를 거친 후에 공유하려고 합니다. 이번 달 마지막주 금요일 (2016년 5월 27일) 저녁 7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실 수 있도록 최대한 조정하려고 합니다만 이 글을 보고 IT소비 사회적협동조합(준)에 대한 관심이 가는 분들은 일단 그 날의 일정을 비워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p>
<p>그리고 참석 의사가 (이미) 있으신 분은 아래 설문을 통해 일정 잡는 것에 도움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p>
<h3><a href="https://docs.google.com/forms/d/1aFBkOmZ9tr-YlmuXFuIMVZW7ok3-ieb-O-8RI4BsZ4M/viewform">ICT소비 사회적협동조합 발기인대회 일정 설문 (클릭해주세요)</a></h3>
<p> </p>
<div class="buttons-bottom center jinboblog-i-like-this-buttons"><a class="button-jinboblog" href="javascript:void(0);" title="스크랩으로 글 링크를 저장하세요" onclick="recommend('516',804,'/h2dj','');"><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mini_chuchon.png" alt="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a><a class="button-twitter" href="http://twitter.com/home?status=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04+%22IT%20%EC%86%8C%EB%B9%84%20%EC%82%AC%ED%9A%8C%EC%A0%81%ED%98%91%EB%8F%99%EC%A1%B0%ED%95%A9%EC%9D%84%20%EB%A7%8C%EB%93%A4%EA%B3%A0%20%EC%9E%88%EC%8A%B5%EB%8B%88%EB%8B%A4%22" target="_blank" title="트위터로 리트윗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twitter.png" alt="트위터로 리트윗하기" /></a><a class="button-facebook" href="http://www.facebook.com/sharer.php?u=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04&t=IT%20%EC%86%8C%EB%B9%84%20%EC%82%AC%ED%9A%8C%EC%A0%81%ED%98%91%EB%8F%99%EC%A1%B0%ED%95%A9%EC%9D%84%20%EB%A7%8C%EB%93%A4%EA%B3%A0%20%EC%9E%88%EC%8A%B5%EB%8B%88%EB%8B%A4" target="_blank" title="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facebook.png" alt="페이스북에 공유하기" /></a><a class="button-delicious" href="http://delicious.com/save" onclick="window.open('http://delicious.com/save?v=5&noui&jump=close&url=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04&title=IT%20%EC%86%8C%EB%B9%84%20%EC%82%AC%ED%9A%8C%EC%A0%81%ED%98%91%EB%8F%99%EC%A1%B0%ED%95%A9%EC%9D%84%20%EB%A7%8C%EB%93%A4%EA%B3%A0%20%EC%9E%88%EC%8A%B5%EB%8B%88%EB%8B%A4','delicious','toolbar=no,width=550,height=550'); return false;" title="딜리셔스에 북마크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delicious.png" alt="딜리셔스에 북마크" /></a></div><p><strong><a href="http://blog.jinbo.net/h2dj/804?commentInput=true#entry804WriteComment">댓글 쓰기</a></strong></p>비영리조직과 "직원"지각생http://blog.jinbo.net/h2dj/8022015-07-29T17:37:24+09:002015-07-29T16:58:28+09:00<p>비영리IT지원센터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든지 3년째가 되었다. 그 동안 겪으며 풀어놓고 싶었던 얘기가 많지만 그때 그때 풀지 못하고 일만 하며 살다보니 바보가 되었고, 이야깃거리는 뒤엉키고 채색되어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좀처럼 모르겠다. 바보인데 성격까지 나빠지는 것 같으니 걱정이다.</p>
<p>바로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지 못해 이슈가 안 된 것, 그 중에 가장 답답하고 계속 마주하게 될 문제 중 하나는 "비영리단체/사회적경제조직에서 일하는 활동가 혹은 직원"에 대한 이야기이다.</p>
<p>-----</p>
<p>비영리조직에는 많은 직원들이 있다. "비영리조직"에 대한 개념 정의와 구분은 다양하고 계속 변해 혼란스럽지만 흔히 말해지는대로 "비영리단체"(제 3섹터 : NPO, NGO, CSO, 공동체 등 포함)와 "사회적기업"(제 4섹터 :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포함)로만 구분하는게 나을 듯 하다. 전통적으로 "시민사회영역"이라 불려 온 비영리단체들에서 직원은 조직 규모와 역사, 활동 성격에 따르지만 대체로 "활동가"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서 "활동가"란 표현은 한국의 그것보다 좀 더 과격한 의미를 갖는다고 들었는데, 내가 비영리IT지원센터를 만들기 전에 만나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활동가"라는 자기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과격해서가 아니라 그 말이 의미하는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p>
<p>한국에서 "직원"이라는 말은 대체로 수동적이며, 비자발적으로 정해진 업무를 지시 받아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단체들을 다니며 IT지원을 하고 다닐 때에는 주로 작은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왔는데 그들에게서 느낀 이미지는 그런 "수동적인 직원"과는 많이 달랐다. 한국에 있는 조직인만큼 권위주의적 문화가 완전히 없는 곳은 적었지만 대체로 자기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움직일 수 있으며 스스로 책임을 지며 활동하는 사람들이었다. 100%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의 진퇴는 납득할만한 과정을 통해 결정된다. 초안을 몇 시까지 보고하고, 이해할 수 없는 "상사"의 요구로 몇 차례 바꾸다가 결국 처음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는, "직장인 웹툰"에서 단골 소재로 다뤄지는 상황은 적어도 내가 만난 비영리단체들에서는 많이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너무 많은 것을 고려하고 소수자를 배제하지 않기에 회의 시간이 길어지고 과감한 행동이 어려워지는 경우는 있어도, 누군가가 내 의지와 무관하게 자의적 판단으로 흔들어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런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났다가는 당장 뒤집어 질 수 있는 것이 내가 보아온 "전통적 비영리단체"의 모습이다. </p>
<p>비영리IT지원센터에서 상근활동을 겸하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을 지칭할때 나는 꼭 "상근활동가" 혹은 "활동가"라는 명칭을 써왔다. 직책은 있었지만 별명만을 불렀고, 내가 갖고 있는 약간의 권한이 있었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 이상 납득했다는 신호가 오지 않으면 일을 진행하지 않았다. 물론 정말 급한 상황에서는 "아 좀 일단 해봐"라고 말했지만 이후 회의에서는 그렇게 밀어붙인 이유에 대해 꼭 밝히고 납득시키고 비판을 받고 진행했다. 이것은 내 신념이라기보단 그동안 만나왔던 "훌륭한 활동가"들의 모습을 보고 그냥 자연스럽게 형성된 이미지대로 해온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미리 한 것이 아니라 "비영리단체는 원래 이러하다"고 여겨왔기에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내 방식대로 다 같이 하자고 말하진 않고(그럴 수도 없었다), 좋아보이면 다 같이 따라할 것이라 생각해서 내가 속한 팀 안에서만 꾸준히 그렇게 해왔다. 그렇지만 내가 하는 방식을 분명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방식이 비영리IT지원센터의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방식으로 자리잡히진 않았다. 내가 상근활동을 그만두는 시점까지도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과 서로의 정체성을 "활동가"보다는 "직원"으로 여겼던 것 같다.</p>
<p> </p>
<p>내가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직원"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민감한 이유는 그것이 비영리조직내 권위주의 문화의 척도일 수 있으며, 비영리조직의 가치와 사회적기업의 방식이라는 이상적인 결합이 아니라 사회적기업의 가치(이윤)와 비영리조직의 방식이라는 아주 부정적인 결합이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p>
<p>1. 한국의 중대규모의 비영리단체와 보통의 사회적기업은 소수의 대표급에 많은 권한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오래 활동하며 척박한 환경에서 "기업"을 일으켰다는 존중의 의미를 더해 대표급 혹은 "사회적 명사"들에게 모든 관심과 성취가 돌아가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기업 리더의 숭고한 의지를 강조한다는 명목하에 마치 몇 사람의 선택과 결정이 모든 것을 이뤄내는 것처럼 비춰지는 듯한 문화가 지금 한국의 비영리단체-사회적경제조직 네트워크에서 감지된다. 실제로 존경할 만한 행보를 걸어왔고 위험을 무릅쓰고 통찰을 발휘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 밖의 사람들"은 시류에 따라 흘러왔다 사라지는 사람처럼 여기는 것은 조직 내 의사결정권을 분산시키지 않고 집중하는 경향을 강화하게 되며, 이것은 권력이 분산되기를 바라는 현대의 보편적 흐름과 맞지 않는 것이다.</p>
<p>2. 사회적기업으로 대표되는 제 4섹터가 가장 빛나는 장면은 기존의 1~3섹터가 각자의 노력과 서로의 분쟁을 통해 타협을 도출하지 못해 방치되는 부분들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내놓을 때이다. 브라질의 호사는 가난한 농촌에 전기를 공급하여 농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킨 대표적인 사회적기업가인데, 이 배경에는 그것을 요청해 온 시민단체와 정부의 갈등이 장기화, 고착화되어 앞으로 나가지 못하던 상황이 있었다. 비영리단체가 올바른 가치를 제시해 왔으나 적절한 해법을 찾지 못하던 일에 대해 영리기업의 방식을 적용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한 이 사례는 내가 사회적기업에 대해 마음을 열고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p>
<p>그 사례를 접한 지 2년 후 비영리IT지원센터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든 이래 일단 비영리단체보다는 사회적기업에 더 포커스를 두며 IT지원사업을 해왔는데, 한국에서 많은 사회적기업들이 "가치를 독점"하고 여러 지원에 기대며 정작 운영은 비효율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이런 사회적기업에 대해 보통 깊이 없이 처방으로 제시되는 것은 "영리기업의 효율적 경영방식"을 더욱 강조하는 것인데, 이 기업이 사실상 비영리단체의 성격을 많이 갖는 곳의 경우, "직원"들이 사이에 끼게 된다. 자발성과 존중, 책임감보다는 영리기업의 "직원"처럼 의무와 대가성에 의해 일하게 되면서도 정작 급여나 복지 수준은 "비영리단체다운"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대표급들이 독점하던 명예와 보람을 왜 직원들은 느끼지 못하냐며 은근히 헌신을 바라는 경향에 바탕을 둔 것이 요즘 문제가 많은 "열정페이"이다.</p>
<p><br />
-----</p>
<p>비영리단체이던 사회적기업이던 "좋은 일을 하겠다"고 모인 사람은 돈을 이미 벌어두었던 아니던 그 이상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시작한다. 그 가치는 자신이 하나의 장기말처럼 치부되고 소모되면서 이루고자 하는 저 위의 숭고한 가치만은 아니다. 대체로 그 과정에 자신의 만족과 완성도 함께 바라게 되는데, "숭고한 가치"보다 "자신의 완성"을 더 강조하는 경향이 그 전에는 잘 드러나지 않던 것이라 요즘에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개인적 목적을 위해 일한다는 혐의가 씌워진다. 반면 보다 숭고하고 근본적인 가치를 지키는 것은 대표급, 오래 해온 활동가,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수행한다고 여기게 된다.</p>
<p>그래서 요즘 비영리단체와 사회적기업은 그 규모와 성격과 무관하게 "일반 직원"들을 그냥 스쳐갈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충분한 권한을 주지 않으며 "기업 경영"이라는 명목하에 해고, 전보 등을 해도 괜찮다는 의식을 갖는 경향이 보인다. 여기에 한국에서 "노동자"에 대해 씌워진 부정적 인식을 덧붙여서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의 "직원"들에 대한 암묵적인 배제와 차별, 제한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대표-이사-사회적명사 들이 "경영권"을 갖고, 일반 직원들을 "노동자"로 여기며 정작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할 때는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슬쩍 요구하는 경향이 일부의 모습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확대 강화되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p>
<p> </p>
<p>----</p>
<p>여기에 한 가지 더하면, 한국에서 "비영리단체"(제3섹터)와 "사회적기업"(제4섹터)의 구분이 모호하고 바람직한 상호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것도 원인일 것 같다. 비영리단체가 규모와 분야, 성격에 따라 아주 상이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영리쪽에서 비영리로 영역을 넓힌지 얼마 안되거나, 오래되고 규모가 큰 비영리단체를 먼저 만난 사람들은 흔히 비영리단체와 사회적기업이 서로 다르지 않은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영리기업->사회적기업->비영리단체로 같은 지식과 노하우가 그대로 전파될 수 있다는 생각에 비영리단체의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는 협동조합에 초빙된 사람들이 경영효율화 조치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일이 지금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대체로 그런 협동조합을 창립하는데 기여한 "전통적 비영리조직 활동가"들에게 비판이 가해지기도 하는데, 그들의 대응을 들으면 갸우뚱거리게 된다.</p>
<p>전통적 비영리단체에서 "활동가"는 대표와 회원 혹은 수혜자 사이를 단순 중개하거나 대리로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다. 조직 내 위계가 있더라도 결국엔 모든 활동가가 자신의 가치에 기반한 관점으로 활동을 기획해내고, (형식적일지라도)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조직의 활동/사업으로 채택한다. 전통적/보편적인 중소규모 비영리단체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이 대표급의 결정을 그냥 "어떻게든 알아서" 수행해내는 사람이 아니기에 수동적인 의미를 갖는 "직원"이란 말은 적절치 않다. 특히 회원기반조직의 경우는 설사 대표급이라하더라도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에 지나지 않으며, 그 대표가 얼마나 조직에 기여했는가와 무관하게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할 책무를 가진다. 대표급은 각각의 활동가가 자신의 소신대로 회원들의 바람을 현실화하기 위해 활동하도록 지원하면서, 오랜 경험과 축적된 사회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각 활동가의 자율적 활동을 외부의 충격과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는데서 자연스러운 권위를 획득해야 한다. 그렇지만 기부 문화나 사회적 인식등 한국의 제반 여건이 좋은 편이 아니기에 비영리단체 내부의 권위주의는 비판하기엔 이르거나 그것이 유용한 측면이 있어서 유지된 면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새롭게 형성, 발전되는 사회적경제조직네트워크로도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것 같다.</p>
<p> </p>
<p>지금 오래 글을 쓸 상황이 아닌데 앞으로 꼭 이 문제를 제기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정리하려고 쏟아내고 있지만 역시 이 정도로 멈춰야겠다. 내가 원하는 것은 "좋은 일을 하는 조직"내의 권위주의적 방식들이 좀 더 드러나 현대적으로 극복되고,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내 노동자인 "직원"이 좀 더 존중 받는 것이다. 이사회와 사무국이 상하관계가 아니라 다른 역할을 하는 분립된 기구처럼 여겨지면 좋겠고, 직원으로 대하면서 "활동가"이길 바라지 않으면 좋겠다. 사회적경제조직을 이끄는 "훌륭한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시민사회의 적절한 비판과 감시가 함께 있어야 정말 사회적경제조직이 질적으로 성숙,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p>
<p> </p>
<div class="buttons-bottom center jinboblog-i-like-this-buttons"><a class="button-jinboblog" href="javascript:void(0);" title="스크랩으로 글 링크를 저장하세요" onclick="recommend('516',802,'/h2dj','');"><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mini_chuchon.png" alt="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a><a class="button-twitter" href="http://twitter.com/home?status=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02+%22%EB%B9%84%EC%98%81%EB%A6%AC%EC%A1%B0%EC%A7%81%EA%B3%BC%20%22%EC%A7%81%EC%9B%90%22%22" target="_blank" title="트위터로 리트윗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twitter.png" alt="트위터로 리트윗하기" /></a><a class="button-facebook" href="http://www.facebook.com/sharer.php?u=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02&t=%EB%B9%84%EC%98%81%EB%A6%AC%EC%A1%B0%EC%A7%81%EA%B3%BC%20%22%EC%A7%81%EC%9B%90%22" target="_blank" title="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facebook.png" alt="페이스북에 공유하기" /></a><a class="button-delicious" href="http://delicious.com/save" onclick="window.open('http://delicious.com/save?v=5&noui&jump=close&url=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02&title=%EB%B9%84%EC%98%81%EB%A6%AC%EC%A1%B0%EC%A7%81%EA%B3%BC%20%22%EC%A7%81%EC%9B%90%22','delicious','toolbar=no,width=550,height=550'); return false;" title="딜리셔스에 북마크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delicious.png" alt="딜리셔스에 북마크" /></a></div><p><strong><a href="http://blog.jinbo.net/h2dj/802?commentInput=true#entry802WriteComment">댓글 쓰기</a></strong></p>즐거운 회의를 위해지각생http://blog.jinbo.net/h2dj/8012015-01-04T01:03:05+09:002014-12-30T02:53:45+09:00<p>이 글을 쓰기로 처음 마음 먹은 것은 2010년쯤입니다. 용산구 해방촌 게스츠하우스 "빈집"에 살 때였는데, 제 전성기는 아무래도 그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3년 반 정도 살면서 참 재밌고 훌륭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들과 함께 복작거리며 혼자라면 못해볼 것들을 경험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새롭게 만들어 보는 도시 속 공동체로서 함께 의논하고 공부하고 저지르고 치우는(?) 생활은 참으로 즐거웠습니다.</p>
<p>그 곳 사람들은 어떤 제도와 형식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수평적인 소통을 통해 의사를 결정했는데, 쉽게 생각이 모이지 않을 법한 일들도 끈기 있게 의견을 나누며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자유소프트웨어 밖에 모르는 바보였던 저는, 이 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생각을 하게 됐을까, 저 사람은 어찌 저렇게 재밌게 얘기할까, 저 사람은 어떻게 저리 다른 사람들 얘길 잘 듣나 등으로 감탄하며 같이 사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워갔습니다. 그런 공간을 좋아한 사람은 점차 많아져서 차츰 구성원의 규모가 커지고 마을의 일을 결정하는 마을회의도 15명 이상이 참가하는 큰 자리가 되었습니다.</p>
<p>어느 순간부터, 저는 "이 훌륭한 사람들의 의논"이 그렇게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여전히 좋은 생각과 자세를 갖고 있었는데 회의만 하면 힘들고 재미없고 무력감,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좋은 의사결정을 내린 대가로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그래도 그러려니 하겠는데, 논의가 채 깊어지기도 전에 그런 현상이 생기고 결국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곤 했습니다. 여러번 그런 현상을 관찰하면서 저는 "개별 구성원이 훌륭해도 '그냥' 회의를 하면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p>
<p><strong>1. 이상적인 회의</strong></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74" src="/attach/516/1286539427.png" width="352" /></p>
<p style="text-align: justify;">"회의"라는 것을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최선 혹은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집단 커뮤니케이션 행위". 각자 갖고 있는 지식을 공유하거나 다양한 관점을 더해 한 사람이 내릴 수 없는 최선의 결정을 내리거나, 상황에 대한 공통된 이해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행위가 회의라고 생각합니다. 회의는 위의 그림처럼 한 사람이 말할 때 다른 모든이가 그의 말을 일단 듣기로 원칙을 잡아 번갈아가며 말을 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p>
<p style="text-align: justify;">* 고민이 깊어지거나 * 지식이 늘어나거나 * 현실 이해가 깊어지거나</p>
<p style="text-align: justify;">하는 효과가 생길 것입니다. 이 세가지 전부 혹은 일부가 모든 구성원에게 생겨 점차 높은 수준의 혹은 가장 조화로운 균형잡힌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입니다. 회의 과정을 통해 각자의 생각이 깊어지는 이 정도를 제 맘대로 '의사성숙도'라고 불러보겠습니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74" src="/attach/516/1183096562.png" width="352" /></p>
<p style="text-align: justify;">한 사람이 발언권을 가지고 있습니다(위 그림에서 노란 사람). 이상적인 경우라면 듣는 사람이 모두 말하는 이의 표현을 정확히 듣고 그 의미를 정확히 해독하여, 서로의 이해와 현재 상황을 근거로 적절한 맥락을 찾아내어 말하는 이의 생각, 지식, 이해를 깊이 있게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된 경우 말하는 이가 먼저 고민이 깊었거나 이 상황에 적합한 표현을 떠올리게 된 것이므로 의사성숙도가 먼저 1단계 올라가 있었으며, 듣는 이는 0에서 1로 뒤따라 올라간 것으로 보겠습니다.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74" src="/attach/516/1389845651.png" width="352" /></p>
<p style="text-align: justify;">이어서, 앞의 사람의 말을 잘 들은 한 사람이 이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 합니다. 이 경우 아직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한 자신의 고민 혹은 이 상황에 적합한 표현이 떠올랐으므로 새로운 화자(위 그림의 앞의 경우와 다른 위치의 노란 사람)의 의사성숙도가 2로 먼저 올랐습니다. 이제 아까와 같이 생각이 잘 표현되고 다른 이에게 전달되면 다른 사람도 곧 의사성숙도가 2로 오를 것입니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74" src="/attach/516/1141563726.png" width="352" /></p>
<p style="text-align: justify;">이제 이런 과정을 다른 사람도 한번씩 거치게 되면, 서로의 생각이 파도처럼 퍼져나가 모든 사람의 의사성숙도가 오를 것입니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74" src="/attach/516/1235691357.png" width="352" /></p>
<p style="text-align: justify;">이상적인 경우, 이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만큼 모두의 고민이 깊어지고, 지식이 늘어나며 이해가 깊어지는 효과가 생길 것입니다. 참 좋네요.</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74" src="/attach/516/1405402002.png" width="352" /></p>
<p style="text-align: justify;">하지만 이것이 정말 말 그대로 '이상적'임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현실은 언제나 ㅇㅇㅇ이죠.</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trong>2. 실제 회의에서는</strong></p>
<p style="text-align: justify;">7명이 회의를 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번엔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다른 이의 말을 그대로 잘 알아듣고, 정확히 의미를 해독하지 못하며, 사전 이해가 없거나 맥락을 몰라 그 본의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약간이라도 곱씹어야 알 수 있다는 전제입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90" src="/attach/516/1159011059.png" width="352" /></p>
<p>위의 경우처럼 한 사람씩 발언을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다들 기력도 쌩쌩하고, 그 날의 의사결정에 대한 기대감도 있어 몰입도가 높으며, 약간은 정형화된 패턴으로 시작하기에 다들 이해를 잘할 수 있습니다.</p>
<p>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90" src="/attach/516/1406022397.png" width="352" /></p>
<p><br />
처음 회의를 시작하는 메시지를 모두가 다 잘 캐치했고, 이 회의의 목적과 참여자들에 대해 소개를 받는 등 준비가 되었습니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90" src="/attach/516/1321770773.png" width="352" /></p>
<p>처음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처음부터 과격한 주장을 빠르게, 청중 배려 없이 하는 경향이 많진 않으므로 처음 의견은 많은 사람에게 조금의 시간 차이는 있지만 받아들여졌습니다.</p>
<p>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90" src="/attach/516/1276962676.png" width="352" /></p>
<p style="text-align: justify;">앞 사람의 얘길 듣고 한 사람(위 그림의 빨간 원)이 그에 따른 (동의 혹은 반박)의견을 제시합니다. 이 사람은 모든 사람을 고려해서 천천히 얘기하기보다 다소 급하게, 방금 말한 사람만을 주시하면서 그 사람의 특성에 맞는 말하기 방식을 사용해서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이 경우 근처에 있는 사람은 말도 잘 들리고 애초에 가까이 앉은 이유가 서로 친해서일 수 있고, 바로 옆에서 딴 짓할 수 없어서일 수도 있고.. 여러 이유로 이 생각을 잘 캐치했습니다. 다만 멀리 있는 몇 사람은 방금 말한 사람의 진짜 의미를 금방 캐치하지 못해 이해하는데 약간 시간이 걸렸습니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90" src="/attach/516/1239489924.png" width="352" /></p>
<p>앞에서 얘기를 시작한 사람들이 논의에 집중해 서로의 메시지를 교류하며 의사성숙도가 높아지고 있을때(고민이 깊어지고, 지식이 늘어나고, 이해가 깊어집니다) 다른 사람들은 조금 늦게 그 과정을 따라갑니다. 그런데 조금 뒤처진 사람들이 충분히 앞 사람들의 말을 곱씹기도 전에, 방금 말을 들은 사람(보라색 원)이 바로 앞 사람(빨간 원)의 생각을 받아칩니다. 이 사람은 그게 가능한 이유가 바로 자신의 의견에 대한 생각이 논점이 되었으니 원래 할 말도 많고, 이 상황에 집중해서 앞 사람의 말을 들었으니 바로 자신의 생각이 떠오르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방금 조금 뒤처진 사람은 앞의 얘기가 정리되기도 전에 새로운 말을 듣게 되고, 그로 인해 메시지를 해독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늘어납니다. 앞 사람 말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말에만 집중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뒤처진 그룹들과 '달궈진 그룹'간에 의사성숙도 차이가 발생합니다.</p>
<p>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90" src="/attach/516/1342202075.png" width="352" /></p>
<p>다행히 뒤처져 있던 그룹 중의 한 사람(주황색 원)은 이 이야기에 참여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전에 비슷하게 겪었다던지, 부분적으로만 이해했지만 그에 관해 꼭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었던지, 어느 한 사람을 지지 혹은 견제할 의도가 있었던지간에 다양한 이유와 여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앞 사람들의 얘기가 잠시 다른 국면을 맞아 대화 속도가 떨어지거나 다른 관점으로 보느라 잠시 생각과 표현들을 멈춥니다. 한켠에서는 가장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언어 구사/해독능력의 문제가 있거나, 배경 지식이 아예 없거나 아주 이질적인 문화만 경험했거나, 주변이 시끄럽다던지 역시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간의 귓속말 등으로("야, 지금 저 사람들이 이 말하는 거지? / 응." 상황을 어느 정도 따라잡습니다.</p>
<p>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90" src="/attach/516/1019740495.png" width="352" /></p>
<p style="text-align: justify;">다시 상황이 반복됩니다. 앞의 "끼어든" 사람의 발화가 끝나고, 다시 "앞서가는 논의"를 하던 사람들이 서로의 생각을 나눕니다. 다른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여러 이유로 끼어들지 못합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을 해야 한다는 압박 * 잘 모르면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관습적인 생각 * 앞 사람과 생각이 다르지만 이미 저들의 생각이 주도적인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침묵의 나선 이론)</p>
<p style="text-align: justify;">여기서 과감하게 논의에 끼어들거나 의사진행발언 등으로 논의의 흐름을 바꾸지 못하는 한, 한번 굳어져 버린 이런 구도는 계속됩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90" src="/attach/516/1377272889.png" width="352" /></p>
<p style="text-align: justify;">최종적으로, 위의 그림처럼 회의를 끝난 후에는 소수의 "앞서가는" 그룹의 생각만이 주로 표현되고 정리되어 동의를 얻은 것처럼 되고, 그 생각에 완전히 동의하지 못하지만 (혹은 이해조차 잘 안되지만) 그냥 인정해버리는 그룹이 생깁니다. 이렇게 내려진 결정은 7명의 구성원의 모든 지혜를 다 끌어모은 최선의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결론도 아닙니다. </p>
<p>하지만, 여기까지 오면 사람들은 지치고 시간이 많이 지나 저마다의 일들이 기다리고 있으며, 특히 "뒤처진 그룹"의 사람들은 지루함, 우울함, 소외감, 무력감, 심지어 정떨어지는 느낌에 이르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명확히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정확히 무슨 감정인지 모르지만 즐겁지 않은 기분'을 갖게 되어 더욱 지치기도 합니다. </p>
<p> </p>
<p><strong>3. 소통이 힘든 이유</strong></p>
<p>대부분의 비극은 소규모의, 특정한 성격의 회의에서나 적합한 방식을 모든 경우에 적용할 때 일어납니다. 서너명의 친숙한 사람들끼리는 이것저것 준비할 필요 없이 몇 마디의 대화만으로도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뜻을 모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진심은 통한다"는 믿음만으로 어떤 상황에서나 길게 말로 얘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다 회의가 힘들어지고 결국엔 실패했을때, 그 원인을 회의 과정에서 찾기 보다는 "저 사람은 나랑 생각이 완전 달라" 이렇게 속 편하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끼리만 얘기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p>
<p>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08" src="/attach/516/1081859476.png" width="500" /></p>
<p><br />
저는 모든 의사소통과 결정과정이 기본적으로 아주 힘든 것이다는 생각을 바탕에 두고 시작합니다. 그래서 혹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해도 개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그 순간에 적합한 방식과 여건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다시 시도하려고 하지요. '소통이 중요하지만 힘들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기에 곳곳에서 좋은 의사소통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실제로 해보면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단 외부의 사례가 내 경우에 적용하기엔 맞지 않은 경우도 많으니, 우리 일상생활과 여러 사업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의사결정과정을 구성원들이 객관적으로 관찰하면서 개선해 나가는 작은 노력들이 축적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34" src="/attach/516/1138142204.jpg" width="675" /></p>
<p>말하는 사람의 생각이 듣는 사람에게 전해지기까지 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p>
<p>* 말하는 사람은 우선 생각을 떠올리고, 1) 그 생각을 머리 속에서 정리합니다. (이 과정이 안되는 경우도 주변에 많습니다. 저부터 OTL) 2) 그것에 적합한 표현을 찾아내야 하며 3) 말하기 적절한 타이밍과 환경을 찾아서 4) 생각한 표현을 밖으로 드러냅니다. (너무 긴장해서 엉뚱한 말하는 경우도 많네요)</p>
<p>* 듣는 사람은 우선 1) 말하는 이의 표현을 정확히 접수해야 합니다. "가"라고 했는데 "와"로 들으면 안되니까요. 2) 언어 독해 능력을 이용해 그 말의 사전적 의미를 해독하고, 3) 역사, 지역 특성 등 문화적 배경을 적용해 그 말의 관용적 의미를 파악합니다. 마지막으로 성실한 '듣는 이'는 4) 그 순간 말하는 이의 처한 상황,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진정한 "숨은 뜻"까지 알아내기도 하지요.</p>
<p>언뜻만 생각해도 많은 과정을 통해 곳곳에 왜곡의 위험성이 숨어 있습니다. 이런 세밀한 영역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을 이어 쓸 생각이고요, 이번 글에서는 거시적인 영역에 대해서만 간단히 다루려고 합니다.</p>
<p> </p>
<p>소통이 힘들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직접 경험하고 계신데 저도 그런 말만 보태려는 것은 아닙니다. 절망하고 포기하기엔 소통은 정말로 중요하니 끝없이 방법을 찾아봐야죠. 100% 이상적인 과정이 되는 것은 어쩌면 평생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50% 미만의 만족도를 70% 정도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기본적인 장치만 잘 도입해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p>
<p> </p>
<p> </p>
<p><strong>4. 기본기에 충실하자</strong></p>
<p>제 경험상 즐겁고 효율적인 회의에 보탬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방법들을 세 가지만 강조하고 싶습니다.</p>
<p><strong>1) 안건지</strong></p>
<p>원활한 의사소통과 의사결정의 한 요소는 그 순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전 이해를 바탕으로 준비된 마음가짐으로 참석하느냐입니다. 목차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는 안건지를 만든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들면 안됩니다.) 어떤 내용이 논의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사전에 고민하고 설계한다는 것이며, 그것에 따라 계획적으로 회의가 진행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높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회의의 방향을 현장에서 좌지우지하는 것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p>
<p>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21" src="/attach/516/1322771435.jpg" width="295" /></p>
<p> </p>
<p>여건이 허락된다면 안건지에는 지난 회의록을 담아 논의가 연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하고 현재 안건에 대한 맥락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사전 연구나 검토가 필요한 사안은 그 결과 자료를 포함해서 회의 참가자들이 좀 더 근거 있는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안건으로 올리기에 작아 보이지만 요긴한 정보들도 담아 둘 수 있습니다.</p>
<p>안건지를 사전에 만들 경우 미리 배포하거나 게시하여 참여자들이 미리 준비를 하고 올 수 있게 한다는 점도 좋습니다. 물론 안건지를 미리 만드는 수고를 들여도 참여자들이 잘 읽지 않고 오거나 회의에 참가하는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제 경험상으로 적어도 회의가 산으로 가는 것을 방지하는데엔 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p>
<p> </p>
<p><strong>2) MC - 진행자 두기</strong></p>
<p>의외로 많은 경우에 MC를 정하지 않고 회의를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1) 역사적 이유로 MC가 있다는 것 자체에 권위적인 느낌을 받는다거나, 2) 회의 참가자가 부족해 한 사람의 생각을 더 논의에 참여시키는 것도 부족한데 MC를 따로 둘 여유가 없다거나, 3) 효율적인 회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직위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행자가 정해지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보인다거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해서 그런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p>
<p>회의가 끝난 후, 조용히 있던 사람에게 의견을 묻고는 놀라 "그런 좋은 의견을 왜 얘기하지 않았어요?"라고 물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회의가 길어질 경우 사실 집중력이 떨어지는 면도 있어서 ^^; 주변을 둘러봅니다. 그러다 보면 꽤 규모가 되는 회의에서는 별 말 없이 쭉 회의에 참가하는 사람이 대개 한 명 이상 있습니다. 그러면 다가가서 "오늘 회의 어떠셨어요?"라고 물어보곤 하는데 원래 성격이 심하게 소심해서 그런 분과는 그냥 같이 웃고 마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종종, 좋은 생각을 얘기하고픈 마음이 있었는데 그럴 타이밍을 잡지 못했거나 하는 이유로 말을 하지 않은 경우가 생각보다 상당히 많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90" src="/attach/516/1342202075.png" width="352" /></p>
<p style="text-align: justify;">위에서 묘사한 사례를 한번 보겠습니다. 논의를 초반부터 주도하는 그룹(그림의 노랑, 보라, 빨강 원)이 논의 속도를 높이고 있을 때 이 그림에서는 두 가지 행위가 일어났습니다. 하나는 약간 뒤쳐진 감이 있지만 다른 의견이 있던 사람(주황색 원)이 조금 힘들더라도 논의에 끼어든 것입니다. 이 경우 앞선 그룹의 논의를 못 따라가 다소 핀트가 어긋나는 얘기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자칫 한쪽으로만 너무 쏠리는 논의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 앞선 그룹이 아무리 깊이 있게 논의를 진행했어도, 다른 관점이 제기되는 순간은 모두가 같은 출발점에 설 수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벌어진 속도의 차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단 논의를 주도하는 그룹이 영향력이 높은 사람들로 이뤄져 있거나 논의 과정에서 전반적인 동의를 얻고 있다고 판단되면 반론을 펴기 주저하는 일반적인 현상(<a href="https://mirror.enha.kr/wiki/%EC%B9%A8%EB%AC%B5%EC%9D%98%20%EB%82%98%EC%84%A0%20%EC%9D%B4%EB%A1%A0">침묵의나선이론</a> 참고)이 있으므로 다른 관점이 늘 쉽게 중간에 제기되는 것은 아닙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두 번째로, 이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는 그룹 (녹색, 파란색 원)간에 비공식적 소통이 일어났습니다. "지금 저 사람들이 이런 저런 얘기하고 있는 거 맞지? 아 그런거야?" 진행되고 있는 논의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거나 자신의 생각을 천천히 곱씹어 보느라 흐름을 놓친 경우, 사전 이해나 다른 참가자들에 대한 기본 정보가 부족하여 맥락을 파악하지 못해 혼란스러운 경우 등 악의 없이 논의에서 뒤처지는 그룹은 늘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그룹들은 위에서 제가 제기한 개념인 "의사성숙도"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종종 비공식적 채널로 소통을 해서 정보를 교환합니다. 전체적으로 질문을 던지거나 잠깐 멈추자고 하는 것은 논의를 방해하는 행위로 여겨 스스로 삼가는 경향이 많기 때문입니다.</p>
<p>이 두 가지 행위는 사실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행위이고, 장려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각 경우에 대해 주저하게 되는 심리적 요인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외부 장치가 있으면 좋습니다. 지금 이 말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몰라서 얘기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라고 물어보는 행위는 그런 고민을 사라지게 만듭니다.</p>
<p>제가 생각하는 MC는 논의에 많이 개입하고 사람들의 얘기를 계속 정리하려 하는 그런 MC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추는데 초점을 맞추는 최소한의 MC입니다. 1) 말 별로 안 한 사람에게 발언권을 주기적으로 넘겨 주기 (많이 말을 한 사람의 발언권을 다소 제약하기) 2) 남은 시간을 체크하며 적절히 휴식을 취해 주의를 환기하고 참여자들의 컨디션을 관리 3) 길어진 안건의 경우 논의를 계속할지 별도의 자리로 넘길지 등을 고민해 참여자들의 의사를 묻는 식으로 전체적인 조정을 하는 것입니다.</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293" src="/attach/516/1009563400.png" width="356" /></p>
<p style="text-align: justify;">위 그림에서 노란색 원이 MC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면, 논의 주도 그룹이 형성되었을때(점선) 다음 발언권을 '조용한 그룹'에 의도적으로 넘겨 흐름을 바꾸는 행위가 그것입니다. 이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1) 논의의 속도를 늦춰 전체적으로 고루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2) 논의에서 소외되었던 멤버(파란 원)를 논의에 깊이 참여시킨다 3) 새로운 관점을 더해 논의를 풍성하게 한다 등이 있습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strong>3) 실시간 회의록</strong></p>
<p style="text-align: justify;">8년전쯤 참여한 회의에서 인상 깊은 경험을 했습니다. 청각장애인 멤버 두 분이 회의에 참여하시기로 해서 빔프로젝터와 노트북을 구해 회의장에 설치하고 진행하는 회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실시간으로 타이핑해서 화면에 띄워주기 위함이었습니다. 보통 회의를 하면 그 결과만 간략히 회의록으로 정리해 홈페이지에 올려놓는 정도였는데, 그 날은 타이핑이 빠른 분께 부탁드려 사람들의 얘기를 전부 기록했습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그 직전과 직후 회의에는 그 분들이 참여하지 않아서 제가 비포 & 애프터를 확실히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실시간 회의록은 청각장애인 멤버의 논의 참여를 위한 장치였지만 그 효과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누렸습니다. 바로 모든 사람이 지금 진행되는 논의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자 일어난 일은 1) 전체적으로 회의 시간이 짧아졌다 2) 참여한 사람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3) 민감한 사안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 없이 핵심으로 쉽게 들어갔다 등이었습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570" src="/attach/516/1071398216.jpg" width="760" /></p>
<p style="text-align: justify;">꼭 빔프로젝터를 동원할 필요는 없습니다. 화이트보드를 써도 되고, 포스트잇 등으로 벽이나 책상에 붙여놓는 방법도 있습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논의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만 하면 됩니다. 참여자들이 논의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 우선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주체적으로 논의에 몰두할 수 있으며, 중복된 얘기나 사족을 줄일 수 있습니다. 회의록을 쓰는 분의 견해는 다를지라도 하나의 해석 기준은 확인할 수 있으며 혹 이의가 있을 경우 회의록에 반영하여 현 사안에 대한 상이한 배경 이해를 최소화하며 논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 </p>
<p style="text-align: justify;">나열한 세가지 방법 - 안건지, MC, 실시간 회의록 혹은 전광판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고 도입하기 쉬운 것들입니다. 회의 주제와 성격, 구성원에 따라 이런 기본적인 방법을 하나 이상만 적용해도 회의가 더 즐겁고 생산적이 되는 것을 봐 왔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의사결정 기술/방법 등을 실험하며 집단에게 맞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면 회의는 힘들고 지루한 것이 아니라 다음이 기다려지는 행사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만족스러운 회의를 해본 제 주변 사람들은 다음 회의를 두려워하는 일은 사라지는 듯 했습니다.</p>
<p style="text-align: justify;">즐겁고 생산적인 회의가 중요한 이유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다양한 그룹이 형식적 민주주의를 도입했지만, 즐겁고 효율적인 회의를 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회의가 힘들어지고 성과가 나지 않으면 결국 형식적 민주주의마저 후퇴하여 현실론에 눌려 많은 절차를 생략하고 소수의 사람에게 의사결정에 관해 상당한 권한을 위임하는 것을 봐왔습니다. 사실 모두가 알다시피 민주주의는 잘 정착하면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만 그 과정이 더디고, 금방 성과는 안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는 큽니다. 즐거운 회의가 곳곳에서 이뤄져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현실을 다르게 만들어가는 생동력이 넘쳐흐르게 되길 바랍니다.</p>
<p> </p>
<p> </p>
<p> </p>
<div class="buttons-bottom center jinboblog-i-like-this-buttons"><a class="button-jinboblog" href="javascript:void(0);" title="스크랩으로 글 링크를 저장하세요" onclick="recommend('516',801,'/h2dj','');"><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mini_chuchon.png" alt="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a><a class="button-twitter" href="http://twitter.com/home?status=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01+%22%EC%A6%90%EA%B1%B0%EC%9A%B4%20%ED%9A%8C%EC%9D%98%EB%A5%BC%20%EC%9C%84%ED%95%B4%22" target="_blank" title="트위터로 리트윗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twitter.png" alt="트위터로 리트윗하기" /></a><a class="button-facebook" href="http://www.facebook.com/sharer.php?u=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01&t=%EC%A6%90%EA%B1%B0%EC%9A%B4%20%ED%9A%8C%EC%9D%98%EB%A5%BC%20%EC%9C%84%ED%95%B4" target="_blank" title="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facebook.png" alt="페이스북에 공유하기" /></a><a class="button-delicious" href="http://delicious.com/save" onclick="window.open('http://delicious.com/save?v=5&noui&jump=close&url=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01&title=%EC%A6%90%EA%B1%B0%EC%9A%B4%20%ED%9A%8C%EC%9D%98%EB%A5%BC%20%EC%9C%84%ED%95%B4','delicious','toolbar=no,width=550,height=550'); return false;" title="딜리셔스에 북마크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delicious.png" alt="딜리셔스에 북마크" /></a></div><p><strong><a href="http://blog.jinbo.net/h2dj/801?commentInput=true#entry801WriteComment">댓글 쓰기</a></strong></p>두 개의 판결지각생http://blog.jinbo.net/h2dj/8002014-11-04T00:47:25+09:002014-11-02T20:04:25+09:00<p>근래에 제가 관련된 두 개의 판결이 났습니다. 하나는 열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쁜 것입니다.</p>
<p> </p>
<p><strong>1. 열받는 첫번째 판결은 2008년 촛불집회 때 밤에 경찰에 밀려 도로로 나간 후 체포됐던 건</strong>인데, 야간 집회를 금지한 것이 헌법 불합치 결정 ( <a href="http://ko.wikipedia.org/wiki/야간_집회_금지_사건">http://ko.wikipedia.org/wiki/야간_집회_금지_사건</a> )이 난 지 한참 지난 후였기에 걱정도 하지 않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터라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심리가 재개되었고, 일반교통방해 및 자정 이후 시위로 벌금 30만원을 내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p>
<p>체포된 시각이 12시 반인가 그럴텐데, 실제로는 가벼운 마음으로 근처에 있다가 경찰한테 둘러싸여 집에도 못가고 한참이나 갇혀 있다가 체포된 것이지만, 갇힌 후의 채증 사진만 있다 보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판결이 나오고 말았네요. 30분 일찍 잡히지 않은 죄(?)입니다. 아니면 당시 경찰이 미래를 내다보고 시간을 끌다 12시 넘은 것 확인하고 체포하기 시작했나봐요. 일반교통방해죄가 원래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들었지만 집회 참가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구요. 다행히 그때부터 무료로 변호를 맡아주고 있는 곳에서 항소까지 계속 도와주기로 해서 계속 싸워보렵니다.</p>
<p> </p>
<p><strong>2. 기쁜 두번째 판결은 제가 관리하고 있는 IT산업노조의 "일터Q&A" 게시판에 대한 모 업체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입니다. </strong></p>
<p>이 게시판은 주로 IT개발자들이 면접 보기 전 업체에 대한 "진짜 정보"를 알고 싶을 때 질문을 올려 경험자의 답변을 듣는 곳입니다. 원래 OKJSP( <a href="http://okjsp.pe.kr">http://okjsp.pe.kr</a> )라는 개발자 커뮤니티에 있던 것인데, 다른 곳은 정보인지 광고인지 구분이 안가는 좋은 이야기만 있는 반면 이곳은 실제 경험자의 얘기가 있으므로 업체들의 민낯이 드러나는 곳이죠. 그래서 늘상 업체들로부터 글을 지우라는 요청과 협박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게 계속되다 보니 OKJSP에서 더 이상 운영하기 힘들어했고, IT노조에서 2007년에 부담을 나누기 위해 게시판을 넘겨 받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2014년 올해까지 8년째 제가 게시판을 관리하고 있습니다.</p>
<p>2007년 쯤이면.. 제가 표현의 자유, 감시와 검열 문제 등에 관심이 많을 때이고, 정보통신 관련 법령들이 한참 나빠지고 있을 때로 기억합니다(인터넷 실명제(2007), 정보통신망 감시,감청 가능성을 연 통신비밀보호법 개정(2008), 사이버 모욕죄(2008) 등). 명예훼손이 형사처벌되기 시작한 것은 언제인지 모르지만 이런 법령들이 나빠지는 것과 맞물려 여론 통제의 위험성을 크게 높였지요. 실제로 지금 명예훼손죄로 걸리는 것이 두려워 표현을 안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 금방 검색해도 나오는 "전략적 봉쇄"를 위한 소송 남발 사례 : <a href="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3241343261&code=910100">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3241343261&code=910100</a> )</p>
<p>일터Q&A게시판에서 민낯이 드러난 업체들도 저 "명예훼손죄"를 입에 달고 글을 빨리 지우라고 성화를 부립니다. 2007,8년까지만해도 글을 지워달라는 것을 "부탁"하고 "읍소"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글을 알아서 안지우고 관리자는 뭐함?" 이라고 질타(!)하는 경우가 많으니, 어떤 "상식의 기준"이란 것이 변해가고, 제가 점점 몰상식한 사람이 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눈에 안띄는 곳에서 정보들은 이렇게 계속 필터링되고 있고,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라는 말은 어느새 부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오는 시대가 되어가는 듯 합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싫어요" 한마디면 업체의 삭제 요청을 물리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제가 왜 지울 수 없는지를 길게 얘기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p>
<p>옛날 생각을 하니 서론이 길어지네요. 어쨌든 진보넷 활동가에게 여러 차례 가르침까지 받아가며 이 공익적 게시판 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지키고 악덕 업체로 인한 피해자가 한 사람이라도 덜 나올 수 있게 지켜오고 있습니다( <a href="http://blog.jinbo.net/h2dj/786">http://blog.jinbo.net/h2dj/786</a> 에서 얘기한 적 있습니다). 글을 지우라는 업체는 처음엔 짧게 "지워주세요" 하다가 우리가 안 지워주면 나름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는 근거를 보내며 지워달라고 약간 자세를 낮춥니다. 그래도 우리가 수사기관이 아니니 당신들이 보내준 자료를 직접 확인할 수 없고, 사법기관이 아니니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말하며 법원의 판단을 받아와서 글을 지워야 한다면 몰라도 그냥은 절대 못 지운다고 선을 그어왔습니다. 이 정도만 얘기해도 많은 업체들은 그냥 잠잠해지곤 하는데, 간혹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비를 거는 곳이 있고, 결국 게시판의 자신들에 대한 글과 덧글을 삭제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까지 들어오기도 합니다. 올해에도 9월에 모 업체에서 자신들과 관련한 글과 덧글을 삭제하거나 영구 비공개조치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p>
<p>가처분 신청은 처음이 아닌데, 법정에 가서 판사들이 말하는 분위기를 보고는 대부분 그냥 취소를 합니다. 그래서 이 게시판의 글들은 공익적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신념은 있었지만 법원의 판단을 직접 받은 적은 없어서 확신은 못하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취소하지 마라, 판결 좀 받아보자"는 심정이었습니다. 2번을 출석하고 며칠 전에 판결문을 받았는데,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이런 글은 명예훼손이라 볼 수 없다는, 8년간 제가 듣고 싶었던 말이 들어있었습니다 ^^</p>
<p> </p>
<p><strong>판결문 내용을 요약해보면</strong></p>
<p>* 글을 삭제 혹은 영구 비공개조치하게 되면 채권자(그 업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바로 갖게 된다. 반면 채무자(IT노조)는 다투어볼 기회조차 없어지는 것이므로(익명의 게시자도 글 자체가 드러나 있어야 더 말을 할 수 있겠죠) 통상의 경우보다 높은 정도의 소명이 필요하다.</p>
<p>* 게시글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 경험자에게 묻는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므로 허위사실을 포함한 것이 아니다.</p>
<p>* 명예훼손의 목적이 아니다(글은 자신의 필요에 의한 것이고, 덧글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하려는 공익적 목적이니까요) / 반복적으로 게시되고 있지 않다 / 기타 정황을 종합했을때 채권자의 명예권을 침해한다 보기 어렵다.</p>
<p>* 덧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않아 집행할 수 없다</p>
<p>* 설사 전체 덧글을 삭제하라는 요구라도, 게시글 자체가 삭제할 이유가 없으니 그것에 대해 단순히 의견을 표명하거나 (심지어) 채권자를 옹호하는 댓글이 혼재되어 있을 수 있는 만큼 모든 덧글을 다 지울만큼의 권리가 채권자에게 있지 않다.</p>
<p>----</p>
<p>8년이나 업체들과 안 좋은 말로 부대끼다보니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있었고, 1년전 새로 비영리단체를 만든 이래 평균 4~6시간만 자며 주말에도 일하는 "평범한 IT개발자"처럼 일하며 힘들어하던 차에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그 동안 게시판 관리 뿐 아니라 업체들에게 협박을 받고 시달리던 IT개발자들에게 부족하나마 상담을 해주며 맞서 싸우게 하는 일도 비공식적으로 해왔지만 마음 한켠에는 부담이 늘 있었는데 이제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터Q&A 게시판도 지금까지는 약간은 수세적으로 게시판을 지키는데에만 주력했다면, 이제는 어떤 "게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널리 알리며 더 많은 IT노동자들이 이 곳을 통해 진짜 정보를 알고 또 다른 피해자가 되지 않게끔 홍보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p>
<p>2000년대 중반에 집중된 정보통신 관련 법령들의 개악으로 2014년의 SNS 감청 사태까지 이어져왔는데, 인터넷 실명제는 비록 폐지되었지만 공직선거법 등에는 잔재가 남아 있고, 통신비밀보호법과 사이버 모욕죄 및 여러 여론 통제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 높은 법들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게시판 이용 활성화에서 좀 더 나아가보면, 저는 "발빠른 사람의 망명"도 필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정면으로 대처하는 흐름이 되길 바랍니다. 관련 법과 제도 등을 폐지 혹은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은 소수이지만 언제나 있는데, 이들 단체와 활동가들, 캠페인에 대한 지지를 모아서 나쁜 법은 없애고 바꿔나가는 결과를 만들어내면 좋겠습니다.</p>
<p>* <a href="https://www.facebook.com/antigamsi">https://www.facebook.com/antigamsi</a> <span class="fcg"><span class="fwb" data-ft="{"tn":";"}"><a data-hovercard="/ajax/hovercard/page.php?id=396492357195141&extragetparams=%7B%22hc_location%22%3A%22timeline%22%7D" href="https://www.facebook.com/antigamsi?hc_location=timeline" id="js_q">사이버사찰긴급행동 : </a></span></span>사이버사찰을 금지하는 법을 요구하는 1만인 선언에 참여해주세요</p>
<p>* 오랜만에 개인적인 얘기를 쓰려고 시작한 포스팅인데 뭔가 또 주제가 뒤에 가서 바뀐 느낌. 이게 지각생 스타일이라고 말하렵니다. 어쨌든 축하는 좀 받고 싶네요 ^^</p>
<p> </p>
<p> </p>
<div class="buttons-bottom center jinboblog-i-like-this-buttons"><a class="button-jinboblog" href="javascript:void(0);" title="스크랩으로 글 링크를 저장하세요" onclick="recommend('516',800,'/h2dj','');"><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mini_chuchon.png" alt="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a><a class="button-twitter" href="http://twitter.com/home?status=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00+%22%EB%91%90%20%EA%B0%9C%EC%9D%98%20%ED%8C%90%EA%B2%B0%22" target="_blank" title="트위터로 리트윗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twitter.png" alt="트위터로 리트윗하기" /></a><a class="button-facebook" href="http://www.facebook.com/sharer.php?u=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00&t=%EB%91%90%20%EA%B0%9C%EC%9D%98%20%ED%8C%90%EA%B2%B0" target="_blank" title="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facebook.png" alt="페이스북에 공유하기" /></a><a class="button-delicious" href="http://delicious.com/save" onclick="window.open('http://delicious.com/save?v=5&noui&jump=close&url=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800&title=%EB%91%90%20%EA%B0%9C%EC%9D%98%20%ED%8C%90%EA%B2%B0','delicious','toolbar=no,width=550,height=550'); return false;" title="딜리셔스에 북마크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delicious.png" alt="딜리셔스에 북마크" /></a></div><p><strong><a href="http://blog.jinbo.net/h2dj/800?commentInput=true#entry800WriteComment">댓글 쓰기</a></strong></p>고장나기 전에 갑니다 : 비영리IT지원센터 5,6월 단체 방문기지각생http://blog.jinbo.net/h2dj/7972014-06-26T18:50:28+09:002014-06-26T18:15:36+09:00<p>* 이 글은 비영리IT지원센터 5월 뉴스레터에 담을 글입니다.</p>
<p> 우리가 건강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는 보통 언제일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마 몸이 어디 한 군데 이상 심상치 않게 아파오기 시작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되지만 병원비가 걱정되거나, 어떻게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서, 일시적인 문제일 것 같아서, 병원으로 상징되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보통 망설이게 됩니다. 실제로 많은 경우에 자연히 증상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때때로 증상을 방치해 둔 결과로 큰 병이 생겨 어렵게 치료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p>
<p> 컴퓨터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처음 샀을 때는 시원시원하게 척척 응답하고 좋은데, 사용하다 보면 조금씩 이상한 증상이 발생합니다. 느려지고, 알 수 없는 것들이 뜨고, 멈추거나 심하면 처음부터 안 켜지기도 합니다. 컴퓨터도 아프면 고쳐 줄 수 있는 의사들이 있습니다. 동네마다 컴퓨터 수리점이 있고, 규모 있는 전문 수리 업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몸이 아플 때 병원에 가는 것을 망설이는 것처럼, 컴퓨터가 이상할 때 수리를 맡기는 것이 망설여집니다. 돈이 많이 들면 어떡하지, 그럭저럭 참고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고치러 오신 분이 어려운 얘기하면 하나도 못 알아들을 텐데 하는 걱정 등 때문일 것입니다. 얼마 전에 모 컴퓨터 전문 수리업체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해서 더 믿기 어려워하는 분도 계시겠지요. 또 비영리조직의 경우에 특별한 것 중 하나로 다루는 정보의 민감성 때문에 외부인의 도움을 받는 것에 신중해 하기도 합니다.</p>
<p> </p>
<p> 저를 포함한 비영리IT지원센터의 헬프팀 3명은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비영리조직을 위한 의사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컴퓨터의 문제가 생겨 업무가 마비되었을 때,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곤란해 하는 비영리조직의 연락을 받으면 너무 멀리 있지 않은 한 찾아가서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습니다. 헬프팀 3명은 ‘제너럴 닥터’의 역할입니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a href="http://www.npoit.kr/archives/2670">산타클로스 이선규 이사님</a>’과 컴퓨터재생센터의 도움을 받습니다. 그 동안 알게 된 여러 IT자원활동가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한번 방문하면 컴퓨터만 고치는 것이 아니라 홈페이지에 대한 고민 상담, SNS 활용에 대한 질문 등 여러 문제들을 폭넓게 비영리조직 활동가와 함께 고민합니다. 컴퓨터 문제를 진단할 수 있는 간단한 장비가 들어 있는 가방을 메고 문제가 생긴 단체로 출발하면, 저도 어릴 때 경험은 하지 못했지만 어느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왕진 다니는 동네의사’의 모습을 스스로 상상하며 기분이 좋아지곤 합니다. 다만 헬프팀 3명으로는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어 아쉬울 뿐이지요.</p>
<p> </p>
<p style="text-align: center;"> </p>
<p> 2014년 5월의 어느 날, 헬프팀 3명이 함께 구로 지역으로 향했습니다. 구로 지역은 비영리IT지원센터가 2013년에 집중적으로 비영리조직들을 지원했던 곳입니다. 많은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들이 위치하고 있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이며, 지자체에서도 비영리조직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 한 해 동안 많은 비영리조직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2014년 들어서는 자주 만나지 못했습니다. 서로 바쁜 탓도 있고, 어쩌면 작년의 성과로 IT문제들이 많이 해결되어 응급 상황이 발생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동안 여러 지역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한 곳을 위주로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연락이 한동안 닿지 않은 곳은 지금 어떻게 지내시는지, 비슷한 문제가 재발하진 않았는지, 그때 구상하던 아이디어는 현실이 되고 있는지 등이 궁금했습니다. 비영리IT지원센터가 섭섭하게 해드린 것 같지는 않은데..^^; 약간의 잔걱정을 안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생각할 뿐이지요. 그러다 우연히 다른 곳에서 만나게 되면 이직을 비롯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알게 되고, 다른 문제가 생겼지만 요청할 정신도 없을 만큼 바쁘셔서 그냥 포기하고 방치해 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 경험이 많아지자 비영리IT지원센터의 헬프팀 3명은, 우리를 부르기 전에 가볍게 찾아가서 “우리가 다녀간 이후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p>
<p>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427" src="/attach/516/1129360011.jpg" width="760" /></p>
<p> </p>
<p>구로에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커피 찌꺼기의 100% 재활용을 꿈꾸는 사회적 기업 “커피큐브”입니다. (<a href="http://blog.naver.com/masaki2u">http://blog.naver.com/masaki2u</a>) 여러 단체들에 사전 연락은 드렸지만, 부르지도 않았는데 찾아가는 게 좀 뜬금없는 것도 같아서, 성격 좋은 커피큐브 대표 임병걸님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었어요. 교육 일정이 있어 바쁜 상황이었지만 오랜만에 연락이 닿으니 반가워하시며 함께 점심을 먹고 사무실을 구경시켜 주셨습니다. 커피큐브의 마스코트 ‘씨울이(C-Owl)’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흥미롭게 설명을 듣고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보니, 작년에 공급해드린 비영리IT지원센터의 '반값PC'(올해 들어 ‘채움PC’라는 새 이름을 붙였습니다) 한 대가 그대로 박스에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놀라서 왜 포장을 안 뜯고 계시냐고 했더니, 그래픽 작업을 하기에 좀 버거워 다시 넣어둔 것이라고 합니다. 그 동안 딱히 말씀이 없으셔서 잘 쓰고 계신 줄만 알았는데, 그런 줄 알았다면 더 좋은 사양의 기증 PC를 알아봐서 교체해드릴 걸 그랬습니다. “비영리조직에서 일하는 분들은, 고마운 느낌을 받은 경험에 대해서는 추가 조치를 요구하는 것을 미안해 한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됐습니다. 그 밖에 여러 가지 컴퓨터와 관련한 정보들을 공유하고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의논한 후 미팅을 마쳤습니다.</p>
<p> </p>
<p>다음으로 간 곳은 아이쿱(ICOOP) 구로생협입니다. 2013년에 비영리IT지원센터가 구로 지역 사회적기업/비영리조직을 위한 중급 OA 교육을 할 때 회의실을 교육장소로 빌려주셨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도움을 많이 주셔서 구로 지역에 IT지원을 할 때에는 마치 ‘베이스캠프’ 같은 친근한 느낌을 갖고 있던 곳입니다. 모처럼 구로에 가는 길에 이 곳을 빼먹을 수 없지요. 그런데 몇 달만에 찾아간 아이쿱 구로생협에 많은 변화가 있더군요. 헬프팀 3인방을 늘 맞아주셨던 분이 이직을 하시고, 사무실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자주 갔던 곳이라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으로 편하게 생각했습니다. -_- 새 사무실은 생협 매장 한 곳과 합쳐 리뉴얼을 했는데, 조금 좁아진 느낌은 있지만 좀 더 예쁘고 효율적인 공간이 되어 있더군요. 그간 컴퓨터가 아픈 데는 없었는지, 인터넷은 잘 되는지 살펴보러 왔다고 하니 안 그래도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작은 일 같아서 번거롭게 할까봐 연락을 안 주고 계셨다고 합니다. 동시에 여러 분이 손을 들고 헬프팀 3명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주시는데, 이제 온 저희가 미안할 지경이었습니다. ^^</p>
<p>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570" src="/attach/516/1148017996.jpg" width="760" /></p>
<p><br />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816" src="/attach/516/1319406523.jpg" width="612" /></p>
<p> </p>
<p>한 분은 생협이 이용하는 웹 서비스에 접속해 특정 글에 접근할 때 문제가 발생했는데,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자바스크립트가 오작동하는 문제인 듯 보였습니다. 평소에도 한 개 이상의 웹브라우저를 사용하시는 게 좋다고 권고해드리고 직접 구글 크롬을 설치해서 그 페이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시켜 드렸습니다. 속도도 빠르고 이것저것 좋은 점이 많다고 하니 바로 사용해보겠다며 좋아하셨습니다. 다른 한 분은 노트북 액정 화면의 일부분이 어둡게 나오는 현상이었는데, 꽤 오랫동안 그냥 참고 지내신 듯 했습니다. 그 증상으로 인해 평소에 집중이 잘 안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더 이상 참을 문제가 아니었지요. 가져간 장비로는 손 볼 수 없는 상황이라 전문적으로 봐 주실 수 있는 분을 연결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 밖에 문서 작성 프로그램 사용법에 대한 팁을 알려드리기도 하고, 여러 가지 소소한 궁금증들을 해결해드리고 큰 환대를 받고 그곳을 떠났습니다. 또 하나 확인한 사실은 “비영리조직에서 활동하시는 많은 분이 일상적으로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계시지만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정말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야 도움을 청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p>
<p> </p>
<p>그 밖에 몇 군데 가까운 곳에 있는 단체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헬프팀 3명이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비영리조직에 대한 IT지원은 좀 더 낮은 수준으로, 일상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었습니다. 큰 문제가 발생해서 우리를 불러주기를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평소에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상황과 달리 마음의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만났기에 좀 더 다양한 얘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큰 문제가 생겨 한 동안 업무가 정지된 상황에서는, 빨리 증상을 해결하고 밀린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걱정 때문에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하고 헤어져야만 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했을 때 성취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렇게 만난 비영리조직의 사람들과 좀 더 깊은 관계를 맺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에 약간의 아쉬움을 늘 갖고 있었죠.</p>
<p> </p>
<p>평소에 ‘요청을 받아 왕진을 가는 제네럴 닥터’로서 느낀 개선할 점들을 팀원들이 함께 꼽아봤습니다.</p>
<p>* 숨겨진 문제들을 파악할 수 없다.</p>
<p>* 대체로,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서둘러 작업해야 한다.</p>
<p>* 문제를 해결해도 현상유지에 그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기가 어렵다.</p>
<p>* 비영리조직의 활동에 대해 상세히 알고 사람들과 깊이 교류하는데 한계가 있다.</p>
<p>*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문제를 큰 비용을 치르고 해결하게 되어 서로 부담스럽다</p>
<p> </p>
<p>이런 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비영리IT지원센터는 올해 하반기에 들어 “사전에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문제를 예방하는 활동”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서울을 네 개의 권역으로 나누어서 한 달의 네 주를 한 권역씩 방문하는 방식인데요, 그 네 개의 권역은 다음과 같습니다.</p>
<p>* 1권역(매월 1주차 방문) : 서울 서북부 - 은평, 서대문, 마포 지역</p>
<p>* 2권역(매월 2주차 방문) : 서울 서남부 - 구로, 영등포, 금천, 관악 등</p>
<p>* 3권역(매월 3주차 방문) : 서울 동북부 - 종로, 성북, 노원, 중랑 등</p>
<p>* 4권역(매월 4주차 방문) : 서울 동남부 - 강남, 송파, 강동 등</p>
<p> </p>
<p>7월부터 위와 같이 정기적으로 지역을 순회하며, 우선 여름에 자주 발생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점검하여 사전에 방지하는 활동을 시작합니다. 컴퓨터 내부의 청결 상태, 사무실의 전기적 환경, 열을 많이 발생시킬 수 있는 상황, 예년에 발생했던 문제 등을 주로 확인하게 됩니다. 이런 ‘지역 정기 방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들은 이런 것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p>
<p>* 잠재적 문제까지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p>
<p>*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치명적 손상을 예방하여 적은 노력과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p>
<p>* IT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향상되어 비영리조직의 업무를 안정적으로 끊김 없이 수행할 수 있다</p>
<p>* 현상 유지를 넘어, 비영리조직 활동가의 IT활용 역량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p>
<p>* IT지원 활동이 예측가능하게 되어, 함께 하고자 하는 많은 IT자원활동가에게 참여를 제안할 수 있다.</p>
<p> </p>
<p>이런 계획을 짜고, 다시 한번 헬프팀 3명이 “부르기 전에 먼저 찾아가는 서비스”를 했습니다. 이번엔 서울서북부 지역 중 마포구에 있는 비영리조직을 방문했습니다. <a href="http://www.npoit.kr/archives/2734">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작년 이맘때 찾아가서 컴퓨터 전원 문제 등을 해결했던</a> ‘환경정의’라는 단체입니다.(http://eco.or.kr) 이 곳은 활동가들이 어느 정도 IT관련 문제에 대해 자체적으로 해결을 시도할 정도로 적극적이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정비 작업 등이나 원인이 쉽게 파악되지 않는 문제까지 접근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 대의 PC는 전원이 안 들어오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파워서플라이(전력공급장치)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잘 해결이 안 되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방문해서 살펴본 결과 케이스의 전원 스위치의 문제였습니다. 거의 안 쓰는 리셋 버튼과 전원 버튼의 연결을 바꿔 리셋 버튼으로 전원을 넣을 수 있게 하자 바로 문제가 해결되었지요. 부품을 많이 교체해야 할 줄 알고 걱정하고 있던 것이 간단히 해결되자 만족하셨고 몇 가지 문제를 더 해결한 후 환경정의가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인지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기술적 문제만 해결하고 바로 헤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의 철학과 활동 목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었고, 그 날 견학차 함께 갔던 다른 팀 활동가들도 그 시간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며 좋아했습니다.</p>
<p>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환경정의에서 컴퓨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비영리IT지원센터의 에이스 '에뭉이'" src="/attach/516/1028292850.jpg" style="width: 612px; height: 816px;" /></p>
<p> </p>
<p>일 년만에 찾아간 그 곳에는 예전에 만난 활동가들이 대부분 그대로 계셔서 우리를 반겨주셨습니다. 그 동안에 어떤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여쭈어 봤더니 전에 비영리IT지원센터가 해결해 준 문제는 재발하지 않았고, 그때 얻은 정보와 노하우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 왔다고 말씀해주셔서 아주 기뻤습니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역시 소소한 문제라고 생각해서 와 달라고 요청하기 애매한 문제들이 있더군요. 파일 공유 서버에 접근이 잘 안되던 문제 등을 바로 해결하고 있으니 홈페이지에 필요한 부가기능에 대한 상담도 하게 됐고,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분이 질문을 주셔서, 파일 공유 서버를 더 안정화하는 방향 등에 대한 얘기도 나눴습니다.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개선 방안에 대한 얘기를 나눈 것인데요, 다음에 다시 방문하게 되면 진지하게 더 얘기해보자고 하시네요. 위에서 꼽은 “정기방문을 하면 기대할 수 있는 효과” 중 하나를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비영리조직도 장기적으로 IT를 더 잘 활용하고 싶어하지만, 그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적정한 속도 조절이 필요한데, 정기적으로 여러 번 만나며 천천히 얘기를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p>
<p> </p>
<p>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경차 타기 캠페인 등을 하는 ‘녹색교통’이라는 단체입니다.(http://www.greentransport.org) 이 곳은 웹 제작이 가능한 수준의 자체 IT역량을 갖고 있는 곳이지만 활동가가 줄어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웹을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웬만한 PC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기에 놀러 간다는 마음으로 들렀는데요, 역시 찾아온 저희를 환대해주시며 편하게 다양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근황에 대한 얘기부터, 홈페이지와 블로그 운영에 관한 고민까지 얘기하다 상당히 깊이 있는 수준의 토론까지 이어졌어요. 블로그를 만들 수 있는 도구인 워드프레스가 요즘 한국의 비영리조직에서도 큰 인기인데요, 너무 인기가 있다 보니 블로그로 만드는 것이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홈페이지에도 쓰이는 것을 비롯, 워드프레스의 태생적 한계 등에 대한 얘기도 나눴고, 블로그와 SNS 중심으로 비영리조직의 온라인 활용 방식이 바뀌면서 다양한 정보를 축적하고 가공하는 기능이 고려되지 못하는 것, 비영리조직의 콘텐츠 아카이빙을 통해 시공간을 넘어 다양한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 지금의 SNS 등에서는 한계가 느껴지는 것, 그것으로 인해 결국 미래의 지지층 - 회원, 기부자, 자원활동가 등이 오히려 적어질 수 있지 않겠냐는 얘기 등이었지요. 이런 얘기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업 기획이 있으면 몰라도, 서로 바쁜 상황에서 사실 이런 얘기를 나누기 위해 방문을 요청하거나 찾아오시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정신적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 평소에 깊이 있게 하기 어려운 고민까지 나누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p>
<p> </p>
<p style="text-align: cente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height="570" src="/attach/516/1039055801.jpg" width="760" /></p>
<p>예상치 않았던 때에 평소에 느끼던 고민을 나누고 나니 마음이 한껏 기꺼워졌습니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닌지 여러 선물들을 챙겨주시네요. 녹색교통의 메시지가 담긴 예쁘고 실용적인 부채가 특히 마음에 들었는데요, 갖고 싶은 분은 녹색교통의 문을 두드려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돌아오는 길에서 “먼저 찾아가는 서비스” - 지역별 정기 방문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하나 추가했습니다.</p>
<p>*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p>
<div class="buttons-bottom center jinboblog-i-like-this-buttons"><a class="button-jinboblog" href="javascript:void(0);" title="스크랩으로 글 링크를 저장하세요" onclick="recommend('516',797,'/h2dj','');"><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mini_chuchon.png" alt="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a><a class="button-twitter" href="http://twitter.com/home?status=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797+%22%EA%B3%A0%EC%9E%A5%EB%82%98%EA%B8%B0%20%EC%A0%84%EC%97%90%20%EA%B0%91%EB%8B%88%EB%8B%A4%20%3A%20%EB%B9%84%EC%98%81%EB%A6%ACIT%EC%A7%80%EC%9B%90%EC%84%BC%ED%84%B0%205%2C6%EC%9B%94%20%EB%8B%A8%EC%B2%B4%20%EB%B0%A9%EB%AC%B8%EA%B8%B0%22" target="_blank" title="트위터로 리트윗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twitter.png" alt="트위터로 리트윗하기" /></a><a class="button-facebook" href="http://www.facebook.com/sharer.php?u=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797&t=%EA%B3%A0%EC%9E%A5%EB%82%98%EA%B8%B0%20%EC%A0%84%EC%97%90%20%EA%B0%91%EB%8B%88%EB%8B%A4%20%3A%20%EB%B9%84%EC%98%81%EB%A6%ACIT%EC%A7%80%EC%9B%90%EC%84%BC%ED%84%B0%205%2C6%EC%9B%94%20%EB%8B%A8%EC%B2%B4%20%EB%B0%A9%EB%AC%B8%EA%B8%B0" target="_blank" title="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facebook.png" alt="페이스북에 공유하기" /></a><a class="button-delicious" href="http://delicious.com/save" onclick="window.open('http://delicious.com/save?v=5&noui&jump=close&url=http%3A%2F%2Fblog.jinbo.net%2Fh2dj%2F797&title=%EA%B3%A0%EC%9E%A5%EB%82%98%EA%B8%B0%20%EC%A0%84%EC%97%90%20%EA%B0%91%EB%8B%88%EB%8B%A4%20%3A%20%EB%B9%84%EC%98%81%EB%A6%ACIT%EC%A7%80%EC%9B%90%EC%84%BC%ED%84%B0%205%2C6%EC%9B%94%20%EB%8B%A8%EC%B2%B4%20%EB%B0%A9%EB%AC%B8%EA%B8%B0','delicious','toolbar=no,width=550,height=550'); return false;" title="딜리셔스에 북마크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delicious.png" alt="딜리셔스에 북마크" /></a></div><p><strong><a href="http://blog.jinbo.net/h2dj/797?commentInput=true#entry797WriteComment">댓글 쓰기</a></strong></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