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게 짱돌 던지지 마라

1. 짱돌 투척의 주체

 

짱돌을 던질 주체는 오히려 20대다. 어쩌면 이 20대가 이젠 짱돌을 던질 이유조차 상실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은 된다만.

 

이번 18대 총선에서 20대 투표율이 28%라고 하는 조사가 나왔다. 물론 이 결과는 부재자 투표를 한 군바리들을 포함한 것이므로 실제 자발적 투표참여율을 보면 28%보다 훨씬 떨어질 것이다.

 

게다가 20대 층의 겨우 전체 5분의 1도 하지 않은 투표에서 53%에 달하는 청년들이 한나라당을 찍었단다. 청년의 보수화가 우려되니 어쩌니 하던 이야기들이 실감나게 다가오는 수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온라인에서는 20대 성토론이 한참 유행이다. 숫자도 많거니와 뭐 거의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어서 링크까지 걸어줄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관심있는 분들은 포털이나 메타블로그 사이트에서 "20대", "투표"라는 태그만 쳐도 상당한 분량의 글들을 볼 수 있을 거다.

 

비판하는 측도 있고 옹호하는 측도 있는데, 양측 다 나름의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또 일부 극단적인 이야기를 한다손 치더라도 한편으로는 양쪽 모두에서 받아들일 부분이 있기에 개별적인 논의에 대한 평가를 할 필요는 없으리라 본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은...

 

시간적인 한계나 물리적인 거리가 있다보니 요즘 20대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많이 없었어도 대강 주변에 보이는 20대들의 현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대학가는 이미 양극화가 진행될 대로 진행되었다. 양극화의 표본실이 된 대학에서 지난 하반기를 보낸 결과 대충 오늘 벌어진 이 20대 성토론과는 다른 차원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듯 하다.

 

어쨌든 결론은 그거다. 20대에게 짱돌을 던지시는 분들, 그분이 같은 20대라고 할지라도, 지금 이 사회에 짱돌을 던질 사람들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20대이지 다른 사람들이 아니다.

 

문제는 그 짱돌을 던져야할 주체들이 지금 짱돌을 던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결과를 놓고 20대가 이토록 성토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은 물론 짱돌투척의 주체가 바뀌었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게 진행되고 있는 거다.

 

왜 그럴까?

 

 

2. 20대에게 진보를 원하기 전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이번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 것은 "뉴타운"이었다. 노회찬이라는 걸물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노원병의 선거는 7막7장의 승리였고, 홍종욱은 이제 4년 임기동안 8막 8장을 쓰게 될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선 설명이 필요없다. 일요일(4월 13일) 방영된 KBS 일요스페셜을 보면 그 이유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먹고 살기 빠듯한 사람들조차도 "뉴타운"이란 단어 앞에서 설레임을 주체하지 못한다. 한나라당은 공약집에서 빼버린 "대운하" 대신 "뉴타운"을 전면에 내걸었다. 뒤늦게 유인태가 후회의 탄식을 내뱉었지만 야당의 입장에서도 이 "뉴타운"의 위력은 피해갈 수 없는 초특급 태풍이었다.

 

한달 벌이 해봐야 가게 월세 내고 애들 학비 하면 남는 것이 없는 사람도 심정적으로는 노회찬을 지지하나 표는 홍종욱을 찍어야 겠다는 이율배반적 행위를 고민한다. 그건 당장 내 주머니에 뭔가가 남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자신이 선택하는 대표자가 장차 어떤 훌륭한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포크레인 소리 웅장하게 울리면서 타워크레인이 윙윙 돌아가는 마천루를 향한 청사진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물론 이 분들은 자신들이 기대를 한껏 가지고 있는 뉴타운이라는 존재가 결국 자기 자식들의 생존권을 담보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대해선 별로 인식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러한 투기심리가 자식들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할 정도다. 오른 집값만큼 자식에게 물려줄 것이 많아진다고 생각하는 이분들에겐 버블의 붕괴로 잠정추계로 200조엔이 날라간 일본의 부동산 열풍은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이야기다. 그나마 그 나라엔 1억이 넘는 인구의 내수라도 있지...

 

부모의 심리가 이러한 터에 그 자식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아닌 말로 우리 부모님의 "집값"이 오르면 내 앞으로 떨어질 떡고물이 그만큼 늘어나는 판국이다. 20대가 가지고 있는 인지능력 또는 사회적 각성이라는 것이 이 유혹을 피할 수 있을만큼 견고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일단 벽보고 반성해야 한다.

 

물론 20대는 자기 사고를 가지고 세상물정을 판단할 정도로 나이를 먹었다. 그리고 20대라고 해서 눈감고 앉아서 돈놓고 돈먹기만이 국민성공시대를 살아갈 국민된 자세라고 자기세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들에게 "뉴타운" 공약에 현혹된 부모들의 심기를 거슬러가며 그 "뉴타운"이 결국 당신들의 자식들을 잡아 먹을 거라고 큰 소리로 외칠만한 내면의 무엇인가를 우리 사회는 마련해주지 않았다. 일부 20대가 각성했을지라도 그건 전적으로 그들의 노력에 의한 것일 뿐이라고 감히 확신한다. 왜? 소위 기성세대라는 사람들, 또는 20대의 형뻘 되는 30대 조차도 20대에게 그런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20대의 보수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흔하게 봤는데, 그 걱정하는 만큼 그들이 20대의 보수화를 막기 위해 한 일은 뭘까? 아닌 말로 길거리에서 좌판 벌려놓고 20대들과 함께 뒹굴기를 했나, 그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를 제 얘기처럼 들어보길 했나? 거창하게 글쓰기 하고 거창하게 강연회하는 것으로 만족한 것은 아닌가? 그러면서 돌아앉아 요즘 애들이 걱정이야 하면서 홀로 우뚝 서서 노심초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벌써 마음만은 "뉴타운"에서 살고 있는 부모세대와 다른 어떤 선택을 20대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과욕을 넘어 공상이라고 이야기해줘야 한다. 20대를 사회에 관심도 없고 어른보다도 더 보수적인 집단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총선의 투표성향을 놓고 짱돌 투척을 하기 전에 과연 우리는,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얼마나 가까이 가려고 노력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3. 20대가 짱돌을 들어야 하는 이유

 

등록금 천만원시대에 돌입했는데, 어째 그 당사자들인 학생들은 이렇게 조용한가라며 통탄하시는 분들, 통탄 하시기 전에 그 당사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시기 바란다.

 

앞서 이야기했던 대학가의 양극화, 이거 단지 양극화되어 심각한 것이 아니라 그 양극화가 가져오는 결과가 무섭기때문에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혹은 선거가 아니더라도 사회문제에 대해 20대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유, 혹은 그 원인은?

 

양극화의 한 켠에선 하루에도 2~3개의 알바를 해야 겨우 생활비를 버는 학생들이 있다. 새벽엔 신문을 돌리고 낮엔 커피숍에서 서빙을 하고 밤엔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뛰는 학생들. 이게 지금 1970년대 얄개시대 찍던 그 시절의 고학생들 이야기같은가?

 

이들에게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충분한 독서와 다양한 취미활동, 폭넓은 인적 교류를 하라고 백날 이야기해봐야 그건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에 불과하다. 강의시간에 졸지 않는 것만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친구들에게 충분한 독서, 다양한 취미활동, 폭넓은 인적교제 같은 이야기는 시간 널너리 하게 남고 어디 가서 커피 한 잔 할 돈은 여유있게 들고다닐 수 있는 별나라 친구들의 이야기다.

 

다른 한 켠에서는 등록금이 1000만원이 되건 2000만원이 되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부류의 학생들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학생들의 부모가 모두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모들이 앉아서 돈을 긁어모아 등록금을 대주던, 등골이 휘게 쎄가 빠지도록 일해서 겨우겨우 등록금을 마련해 주던 간에 부모들에게 경제적 금전적 책임을 모두 맡기고 있는 학생들은 지금 등록금이 문제가 아니다.

 

취업준비해야하고 영어시험준비해야 하고 틈나는대로 해외연수도 해야하고 더 여유가 있으면 유학준비도 해야한다. 이런저런 여유가 없더라도 당장 등록금의 걱정이 없다면, 부모님께 효도하는 차원에서 고시공부를 하기도 하고 한 발 더 나가서 까이꺼 기왕 들이는 돈 알차게 들여보자는 심정으로 로스쿨을 준비하기도 한다.

 

이 중간에 있는 학생들도 물론 있다. 적절히 아르바이트 하면서 적절하게 부모님의 뒷배를 받고 있는 학생들. 그러나 이들 역시 바쁘긴 마찬가지다. 양극단의 어느 한쪽에 약간 치우친 생활을 하느라고.

 

어쨌든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그 처지에 관계 없이 바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바쁜 와중에 어른들은 강력한 소비계층으로 부상한 20대의 주머니를 어떻게 울궈먹을 것인가를 연구하며 돈만이 지상 과제임을 음으로 양으로 주입한다. 19살에 치룬 수능성적이 평생을 좌우하는 세상에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이야기하는 학생들은 졸지에 낙오자라는 오명을 써야 하고, 정치인은 탈법 불법을 하던 성범죄를 저지르던 사기를 치던 간에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것을 몸으로 가르친다.

 

총체적으로 보자면 이 땅의 20대는 말 그대로 "방치"되고 있으며, 방치를 한 주제에 어른이라는 작자들은 이들에게 잘 날 것을 요구하고, 그 잘 나는 방법 역시 돈이라는 지극히 속물적인 결과물이 얼마나 내 앞에 놓이는가를 기준으로 판별됨을 가르친다. 그래놓고 이제와서 20대가 투표를 하지 않느니 보수적이라느니 한다.

 

이런 차원에서 20대는 짱돌을 들어야 한다. 이들은 보수고 진보고 간에 양측 모두에 짱돌을 던질 자격이 있다. 양쪽 모두 오늘날의 20대를 만들어낸 제조업자들이므로. 양쪽을 향해 짱돌을 던지는 20대를 향해 양비론이라고 비판하는 닭짓은 무시해도 된다. 아니, 오히려 그런 비판을 하는 이들에게는 한 개 던질 짱돌 2개를 던져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온라인에서 20대를 성토하는 글들에 달리는 덧글 중에는 상당히 전투적인 20대의 글들이 보인다. "투표하지 않는 것도 정치적 행위"라는 초현실적 자기방어에서부터 니들은 그렇게 잘났냐는 항의까지 다종다양한 의견들이 보인다. 어쨌든 온라인상에서는 일부 20대가 자신들에게 날라온 짱돌을 다시 주워 던진 쪽으로 집어 던지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오프에서는?

 

 

4. 20대가 짱돌을 놓을 수 있는 조건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진보신당이 선거기간 중에 진행했던 온라인 미디어가 있었다. "칼라TV"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애초 컨셉은 차치하고라도 이게 거의 "막장TV"가 되었다. 진중권이 나와서 전화도 받고 기타도 치고 하면서 막장문화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상당한 인기를 끌어 언론에도 보도가 되었다.

 

사실 프로그램 자체가 너무 긴박하게 급조되다보니 진중권의 원맨플레이에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가 디씨인사이드의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삘"받는 진중권의 폭주가 발생하는 등 완전 난장판으로 진행되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다가 4월 7일(월)에 홍세화선생이 출연하고 진중권씨가 대담을 하는 형식의 방송이 진행되었다. 여기서 놀라운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애초 이 "칼라TV"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방송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었고, 그래서 진행 중에 전화도 받고 채팅도 하고 그랬다. 아프리카 방송을 통해 진행되는 동안 채팅창에는 예외 없이 디씨의 소위 "찌질이"들이 몰려와서 채팅판을 특유의 난장질로 도배질하고 있었다.

 

그런데 홍세화선생과 진중권씨의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채팅창의 분위기는 "찌질이"들의 분위기가 아니라 그야말로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분위기로 바뀌어 나갔다. 사람이 바뀌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그런데 시덥잖은 소리 해가며 깔깔대는 것을 낙으로 삼던 그 채팅창이 왜 그렇게 토론하고 사유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을까?

 

문득 떠올랐던 것은 "마스터 키튼"의 한 에피소드. 폭격으로 폐허가 된 런던 어느 지역에서 파괴된 건축물들을 강의실 삼아 노상 강의가 열린다. 거기서 사회에 대해 강의하고 질의하고 토론한다. 그 전쟁의 참혹한 한 가운데서, 그들은 구태여 왜 당장 살아남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을 하는 것일까?

 

또 하나의 에피소드. 아우슈비츠의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 수용된 사람들을 모아놓고 시낭송회를 했다는 어떤 사람. 매일같이 벌어지는 지옥도 속에서, 공포와 원한이 가득찬 그 속에서 시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채팅창에 들어왔던 이들이 배고팠던 것은 자신들의 상상력이었다. 그들에게는 홍세화 선생이 말하는 볼테르가 그냥 "네이버에게 물어"봤던 볼테르와 다른 의미로 다가왔던 거다. 그 말을 해석할 수 있는 능력, 또는 그 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상상력이 어떤 건지를 그들은 새로운 시각에서 확인했고, 그걸 통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말의 범위가 그만큼 넓어졌던 거다.

 

20대가 처한 오늘의 현실은 희망적일까, 아니면 절망적일까? 등록금마련에 지치고 취직준비에 지친 오늘의 20대가 졸린 눈을 비벼가며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도록 귀에 쏙쏙 들어오는 무엇인가를 그 윗세대, 또는 그 위의 윗세대들은 얼마나 준비해 주었던가?

 

총선의 결과를 보고 20대를 비관적으로 바라볼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짱돌을 기성세대를 향해 집어 던진 거다. 그걸 맞은 기성세대들은 많이 아픈 거고. 아프다보니 비명을 지른다. 이 어린 놈의 쉐이들이 우째 사회엔 관심도 가지지 않고 지 생각만 하면서 사냐고.

 

그들이 이번에 집어 던진 짱돌이 아팠다면, 그들의 손에서 짱돌을 놓게 하던지 아니면 그들이 진짜 짱돌을 집어 던져야할 대상이 누군지를 가르쳐 주던지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공허하게 강단에서 또는 언론 지면에서 우아한 말을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진중권이 "막장"까지 가는 컨셉으로 전화연결 해가며 진행했던 "칼라TV"는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특히 홍세화라는 사람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자기 표현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혹자는 그 두 사람이 한 이야기가 너무나 흔하디 흔한 이야기기 때문에 무게감이 없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예컨대 진중권은 진보신당의 정책에 대해선 완전 무지하면서도, 더불어 자신이 알 수 있는 분야의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이를 설명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것에 대해 비판할 소지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중권 홍세화 두 사람의 "막장컨셉"은 고담준론으로 무장한 채 고고하게 아래를 바라보며 자신의 먹물이 얼마나 진한지를 보여주던 수많은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그 의미를 가진다. 줄 건 주고 나서 욕을 하던 비난을 하던 해야 한다는 것. 20대가 지금 배고픈 것은 자신들의 현실을 보듬어 안으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무엇인가이다. 그거 주지 않으면서 짱돌을 던지거나 왜 짱돌 던지냐고 항의할 일이 아니다.

 

 

5. 색다른 프로그램을 고민하자

 

폭탄맞은 런던의 어느 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았던 난민들이나, 아우슈비츠의 독가스실 옆에 있던 유태인들보다 지금 대~한민국의 20대가 나은 점은 당장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뿐이다.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기엔 지금 이 땅의 청년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좋지 않다.

 

그런데, 폐허가 된 런던의 어느 한 구석에서, 그리고 아우슈비츠의 한 수용실에서 철학과 사회사상과 시와 노래가 공유되었다. 폭탄을 피하고 독가스실을 피하는 시간 외에 그들에게 시간이 남아돌아서? 그건 아닐 게다. 그들은 내일 당장 자신의 목숨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한계상황속에서조차 실존하는 현재의 고통을 근원부터 살피고자 하는 욕구에 충만했다.

 

우리 20대라고 해서 그런 욕구가 없을라나? 천만에 말씀이다. 물어보는 족족 대답을 꼬박꼬박 해주는 "네이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충족시켜주는 것은 단지 간단한 상식일 뿐, 그것으로는 지적욕구를 만족시키고 이를 통해 상상력을 발현할 수 있게 하진 못한다.

 

지금은 무너진 건물의 잔해 위에 앉아 역사와 철학을 이야기해주고 시를 읽어주고 질문에 답해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가장 쉬운 언어로, 가장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소통의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게 광장에서 20대와 만나고 그렇게 20대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20대가 부당하게 얻어맞고 있는 짱돌의 포화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20대가 가지고 있는 적의가 올바른 방향에서 분출할 수 있도록 길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런 프로그램이 뭐 없을까?

 

총선이 끝나고 난 후 계속 머리속을 헤집고 다니는 고민이다.

 

 

덧 : 짱돌은 투석을 함으로써 인마살상용으로 이용되며 한 손에 맞춤한 돌멩이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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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4 14:50 2008/04/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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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8/04/16 12:53

    행인님의 [20대에게 짱돌 던지지 마라] 에 관련된 글. 이 글이 전적으로 행인의 위 글에 부합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보고 느끼고 한 것들을 중심으로 궁시렁거려 보고자 한다. 이 글은 20대 전체가 아니라 20대 중에서 대학생들에 국한된다. 대학생이 아닌 20대분들께 미안하다는 말씀을 올린다. 요즘 수업을 하면서, 그리고 학생들의 토론하는 걸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들에겐 취직 이외에는 어떠한 미래도 존재하

  1. 요새 20대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게다가 자기 주변 동료들이 어떻게 되고 이런 것에도 무관심하더군요.
    고려대에서 '출교자 사태'가 일어났을 때, 대다수 학생들은 상당히 무관심하거나 또는 출교자들에게 증오심을 보이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았습니다.
    오히려 일부 교수들이 출교자들에게 동정적이었죠.

    교수님들 중 한 분은 대학원 수업시간 때 수십 명의 대학원생들 앞에서
    "대학원 수업 시간이니까 이런 말씀 드립니다. 예전에만 해도 학생들 누군가가 징계를 받으면 수업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학부생들을 보면 거의가 무관심합니다. 이건 정말 너무한 것 아닙니까? 이러고도 무슨 대학생이라는 건지 답답합니다."
    하고 탄식하셨죠(그 선생님은 합리적이고 양심적인 보수주의자이시고 학생들의 형편도 잘 살펴주셔서 많은 존경을 받는 노학자이십니다).

    그게 지금 대학의 모습이고 20대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니, 참 안타까운 일이죠.
    뭐 외국어대 총학생회는 자기 학교 교직원 노조와 싸우기도 했으니 고려대 사건은 아무 것도 아닌 건가요?^^;

  2. 항상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3. 20대 투표율 19% 맞는지 확인해봐야겠던걸요. 유권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인 19.2%를 투표율 19%로 오보한 거라는 글들이 많아서 말이죠. ^^; 선관위에서 답이 나왔나? ㅡ,.ㅡ;;

  4. 참군/ 고대 출교사태는 황당하기 이를 데가 없는 일이었죠. 어차피 자본에 종속된 대학이라고 하더라도 학생들의 의사표현을 출교라는 조치로 대응하는 것은 대학이 과연 학문의 자유를 구가하는 곳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해 다른 학생들이 무관심으로 일관한 것은 단지 그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 주목해야할 듯 해요. 그 학생들을 무관심하게 만들어버린 것은 장기간에 걸친 자본과 대학의 연합전술이었다고 봅니다. 취직시험에 영어시험에 고시에... 이런 것들을 입학하면서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심리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이 이상한 시스템. 이 안에서 과연 대학생들이 어디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 있었을까 안타깝죠. 근본부터 뒤집어 엎어야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적응은 하되 대항하지는 않는 현재의 모습. 뭘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고민은 쌓이는데 답은 보이지 않네요... 허이구... 이거 신세타령만 했네용... 죄송 ^^;;;

    18송이 민들레/ 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한가해/ MBC 조사에서 나온 결과라고 하는데, 실제 그게 몇 %인지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20대가 했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지금 20대에게 짱돌을 던지는 것은 짱돌을 맞은 사람들의 분출구가 그쪽이기 때문이고, 다른 원인이 있었다면 또 다른 원인을 향해 짱돌을 던졌을 거니까요. 저는 20대가 잘했다고 하기 보다는 과연 우리 사회가 20대에게 얼마나 생각할 기회와 선택의 기회를 제공했는지, 그걸 하지 않았으면서 행여 분풀이 대상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가 걱정이 될 뿐이죠. 오보라면 더 좋을 거구요, 오보가 아니더라도 본문의 취지는 전혀 관계 없을 겁니다. ^^

  5. 그러나, 교육개혁 어쩌고 나온걸 보니까 좀 참담해지더라고요...^^;;

  6. 좀전에 '한국사회당' 홈피를 들어가봤는데,
    진보신당을 좀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글들도 눈에 띄고 그렇더군요.
    아무래도 그 쪽은 '전학협' 및 '청년진보당' 시절부터 독불장군 식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지금 이 마당에도
    그래야 하는지 참 의문이네요.
    정작 대중들은 별 관심도 보이지 않는데 말이죠.

    어쨌든 행님 님 말씀처럼 고려대 출교사건은 깊게 들여다보면
    대학 사회의 기업화와 큰 연관이 있는 걸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대다수 학생들은 아무런 비판 없이 그대로 그 분위기에
    휩쓸리고 있구요. 그게 정말 무서운 일인데 말이죠.

  7. 와! 잘 보고 갑니다 음... 요즘엔 고민이 많은 날이로군요 크 ^^;

  8. 휴우;; 야만의 시대의 도래인가? 이런 시대의 탈정치화는... 어느 '순간'에 있어서는 세대에게 정치적 선택을 강요할텐데...

  9. 박노인/ 참담하죠. 에혀...

    참군/ ㅎㅎ 그쪽은 그쪽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되겠죠. 저도 얼핏 본 글 중에 "이 기회에 진보신당을 흡수통합하자"는 글이 있던데, 걍 배시시 웃었어요. 열심히 하는 분들이에요. 고대출교사태때 진짜 충격 먹었던 건, 이러다가 고대 나와서 삼성 입사 못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던 거에요. ㅎㅎㅎ 그래도 한 20년 전 세대들은 내가 커서 삼성을 먹어야지 하는 생각도 있고 그랬는데(물론 그 생각이 진보신당을 흡수통합하자던 어떤 한국사회당당원님과 같은 수준이었겠지만요. ㅋ)... 가끔은 젊은 청춘들의 똥배짱이 좀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시기입니다.

    에밀리오/ 같이 고민해요. ㅎㅎ

    작은짐승/ "탈정치화"라기 보다는 젊은이들에게 정치쪽으로는 눈도 못 돌리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에혀...

  10. 글 잘 읽었습니다. 올라온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좀 미뤄두고 있었는데 중간고사 나흘 앞두고 읽으니 더 재미있네요. 출교사태는 출교사태가 있기전 일어났던 이른바 '명박사태', 이건희 회장 명예철학박사수여식과 연결지어 생각하면 그 함의가 더 명확한 것 같습니다. 그때 등장했던 학내 단체중에 <평화고대>라는 것이 있었는데, '우리는 폭력시위에 반대한다'라는 요지의 주장을 하고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단체를 좀 놀려주는 자보를 붙이다가 그 단체 사람들이랑 마찰을 빚은 적이 있는데 한 명은 씩씩거리며 자보를 찢어버리려 하고 다른 한 명은 '우리 너무 나쁘게 보지 말아달라, 우리 원래 이런 것에 하나도 관심없다. 다만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아서 이렇게 하고 있다. 지금 TOEIC 강좌를 신청해 놓았는데 이거 한다고 벌써 며칠째 빠졌는지 모르겠다'라며 읍소하더군요. 그 인상적인 코멘트가 사뭇 처연하게 느껴져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또렷히 남아 있는데, 그런 저는 지금 중간고사 준비하느라 마침 오늘로 잡힌 (돌아온)출교생들 다큐멘터리 상영, 주점에도 못갔네요. 갑자기 왜 이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20대에게 짱돌을 던지는 것의 부당함을 말씀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그건 중간고사 끝난 뒤 제 블로그를 이용해야 겠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11. NeoPool/ "평화고대"뿐만 아니라 그 당시 일부 언론의 논조도 씁쓰레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 어느 신문산지 뜬금없는 기여입학제도까지 들먹이면서 '명박'사태를 호도했죠. 소위 '인문학'이라는 거창한 이야기까지 언급할 주제는 아닙니다만,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더 높이 가져야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는 다방면의 공부를 해봐야겠다고 슬슬 다짐하는 중입니다. ㅎㅎ
    어쨌든 저는 지금 상황에서 20대에게 짱돌 던지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오히려 짱돌은 20대가 던져야죠. 자신들이 짱돌을 던져야할 주체라는 것을 하루 속히 깨닫길 바랍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