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건설해주세요, 그 "새 진보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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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은 아래 참세상 기사

통합진보당을 대체할 새 진보정당 건설 시급하다

[기고] 노동정치와 진보정치,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김세균(서울대 정치학) 2012.05.1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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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균 교수께 부탁
- 직접 건설해주세요, 그 "새 진보정당"

 

논의의 활성화를 위해?
 

 

진보정치의 장자방이 되고자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되, '진보정치=노동정치'라는 방향의 제시는 물론, 새로운 진보정당의 구조와 구성,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일정 및 대선대응 지침까지 포괄적으로 일사천리 풀어내는 김세균 교수의 글을 보며, 한편으로는 그 노익장에 감탄하는 한편, 한편으로는 정당정치에 대한 그의 단순한 사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진보정치의 복원에 대한 그의 지치지 않는 열망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 마땅하나, 그 복원을 위해 제시하고 있는 세부적 전술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말해 '하나마나한 소리'라고 할만하다.
 

문제는 이처럼 하나마나한 소리가 시정의 장삼이사들이 소주 한 잔 걸치면서 안주감으로 정치에 대해 논평하는 과정에서가 아니라 김세균 교수라는 권위있는 이름을 통해 등장한다는 것. 그의 이름이 가지는 값어치는 독자로 하여금 그가 풀어놓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신중하게 음미해야 한다는 어떤 의무감을 주게 된다. 특히 '진보' 혹은 '좌파'로 분류되는 진영에 속하거나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러하다. 그러나 권위에 의존하는 오류를 극복하게 되면, 김세균 교수의 이름이 가지는 무게와는 별도로 그의 글이 하나마나한 소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하나마나하지만 그래도 봐줄만한 총론
 

2008년 초 민주노동당 분당사태에 즈음하여 김세균 교수는 당내 좌파들을 향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하여 탈당을 감행하라고 격문을 내걸었다. 자주파의 패권이 관철됨으로써 민족주의 노선이 장악하게 된 민주노동당은 '무늬만 노동자 계급정당'일 뿐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고, 사회주의적 노동자계급정당을 건설하기 위해서 민주노동당 내외의 좌파들이 결속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그러던 김세균 교수는 지난 2011년, 진보신당에 대하여 안팎으로 통합을 강압하는 분위기 속에서 민주노동당과 다시 합칠 것을 종용했었다. 그런데 이 때 김세균 교수는 2008년 자신이 제기했던 문제점, 즉 민족주의세력과 계급적 진보세력의 동거는 불가하다고 했던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이, 민주노동당의 패권세력들이 패권주의 극복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으니 다시 합칠만 하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이제 민노당과 참여당, 그리고 진보신당 탈당파가 합쳐 만든 통진당이 4.11 총선거를 경유하면서 벌어진 작태를 보며 통진당에 대한 미련을 접고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총론, 즉 '진보정치'의 복원 또는 김세균 교수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노동정치 중심의 진보정치'에 대한 그의 주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다시 말해 총론의 차원에서 김세균 교수는 자신의 일관성을 굳건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 총론을 지금 누구에게 주장하는 것일까? 누구를 향해 자신의 총론을 설득하려고 하는 것일까? 통진당을 향해?


적어도 유시민을 비롯한 '자유주의 세력'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아님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2011년 당시 통합론으로 몸살을 앓고 있던 와중에도 김세균 교수는 친노 중심의 자유주의 세력들과의 연합에 대해 극히 회의적인 자세를 취한 바 있고, 이번 글에서 역시 유시민 중심의 국참계 발언권이 높아져 통진당이 노선 상으로 우경화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통진당 자체에 대한 판단에서 역시 김세균 교수는 "어떤 경우든 통진당을 노동자 정당 성격을 기본적으로 지닌 진보정당으로 개조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김세균 교수의 총론에 합의할 수 있는 진영이라는 것은 결국 진보신당과 재야의 좌파들로 국한된다. 그런데 진보신당, 거기에 좀 더 범위를 넓혀 재야 좌파들이 그동안 김세균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총론에 대해 부정한 적이 있었던가? 혹은 그 총론에 동의하지 않고 있었던 다른 세력들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포석인가?

 

 

진짜 하나마나한 이야기 1


케케묵은 총론을 또다시 꺼내는 것은 켜켜이 껴있는 곰팡이를 말릴려고 하는 것도 아니요,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도 아니라 우리의 의지를 다시 음미해보자는 의미라도 있겠거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최소한 총론을 재확인 하는 것이 하나마나한 짓은 아니라고 십분 양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각론이다. 1.13% 득표로 인하여 정당해산이라는 치욕까지 겪은 진보신당에게 "심각한 자기평가"를 요구하는 김세균 교수는, 자신의 각론을 펼치기 전에 최소한 자신의 전술적 오류에 대해서 심각한 자기반성부터 했어야 한다.


2008년 분당을 독촉했던 자신의 자세, 그와는 정반대로 진보신당으로 하여금 '진보의 재구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구할 수 있도록 채찍질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을 종용했던 자신의 자세는, 그것이 일관된 총론에 의하여 제기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각론 상 완전한 오류였다는 것을 이 원로께서는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묵히고 묵혀서 이제 삭기 직전의 총론을 꺼내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결국 하나마나한 각론을 제시하게 되는 거다.


먼저, 작금의 사태에 대한 원인분석과 전망에 대해서 그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고 있다. 노동자 정당의 성격을 탈각한 통진당으로 인해 노동정치가 실종했고, 여기에 더해 민주노총이 총선기간 중 투쟁을 방기한 채 통진당 노선을 따르는 것으로 인해 노동정치의 실종에 기여했다는 그의 평가는 마치 예전에 미처 몰랐다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진짜 예전에 미처 몰랐을까? 2008년에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좌파의 엑소더스를 요청했던 그의 글에서 이미 민노당 당권파가 노동정치를 할 준비도 자세도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그는 갈파했다. 그런데 2012 총선에서 구 민노당 계열의 당원, 즉 패권에 직접 개입했거나 이를 묵인하고 동조했던 당원이 7/8에 달하는 통진당이 노동정치를 하리라고 기대라도 했었던가? 그래서 통합하라고 그토록 닥달을 했었나? 민주노총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2000년대 들어와 노동운동단체가 아니라 통일운동단체로 성격전환을 한 민주노총에게 뭘 바라는 것인가? 2012 총선 과정에서 노동의제를 중심으로 현장투쟁을 강도높게 벌여나가면서 노동정치의 강화를 통진당에게 관철시킬 것이라고 생각이라도 했다는 건가?


더 어이가 없는 것은, 통진당에게 더 이상 기대를 할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전개한 논리는 이미 자신이 4.11총선에서 노동자 정치가 사라진 이유를 설파하면서 분석한 내용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4.11 총선에서 노동정치의 실종이라는 현상이 벌어진 이유를 통진당의 우경화와 민주노총의 전략부재에서 찾고 있으면서도, 김세균 교수는 향후 통진당의 변화방향에 대한 3가지 시나리오까지 제시를 하면서 어떻게 될지를 예상해보고 있다. 당연히 그 시나리오 어디에도 실종된 노동정치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중복된 과정을 거치고 나서 그의 결론은 "통진당 개조 불가능"이다. 하나마나한 과정을 거친 내나마나한 결론이다.

 

 

진짜 하나마나한 이야기 2
 

 

그러다보니 그의 다음 논의 역시 하나마나한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이 부분은 김세균 교수의 글을 좀 더 길게 인용하면서 검토해보자. 김세균 교수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성격을 "노동자 대중을 주축으로 삼는 대중적 진보정당"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설명을 더하길, "대중적 진보정당이어야 한다는 것은 그 정당을 더 이상 전위정당의 형태로 조직할 수 없음을, 그리고 제도정치에의 참여와 집권을 통한 사회변혁을 부정적으로 파악하고 진보정치운동을 사회운동적 정치운동으로만 한정시켜서는 안 됨을 가르킨다"고 한다.


그러더니 곧장 "새로운 진보정당은 사회운동적 정당, 비제도적 투쟁정당의 성격을 기본적으로 지니되, 대중정치와 지역정치 등에서 축적한 역량에 기반을 두고 제도정치, 의회정치로의 진출도 적극 추구하는 정당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제도정치와 비제도적 정치 및 의회정치와 운동정치의 유기적 결합을 추구 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한다. 이 복잡다단하고 미묘한 정반합의 구조가 김세균 교수에게는 매우 명쾌한 논리일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제도권 정당의 정치활동에 한 발짝이라도 들여놨던 사람은 그 구분선이 보통 복잡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2000년에 민노당이 창당할 때 이런 정치를 하려고 했던 것이었고, 2008년 진보신당이 창당할 때도 이런 정치를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그러한 정당정치를 하려고 노력해왔으나, 그러면 그럴 수록 좌우 양쪽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은 적이 수두룩하다. 그 포격의 왼측면에서 김세균 교수 역시 한 몫 했었던 바가 적지 않다. 소위 좌파진영으로부터 공격받지 않으면서 "제도정치와 비제도적 정치 및 의회정치와 운동정치의 유기적 결합을 추구"할 수 있는 정당의 표본을 김세균 교수가 직접 보여주기를 바라지만 아무래도 난망한 일일 것이다.

 

 

진짜 하나마나한 소리 3


하나마나한 소리의 백미는 그 다음이다. 김세균 교수는 새로운 진보신당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진보신당에게 우려의 신호를 보낸다. "나는 진보신당에게 자신이 현재 내세우고 있는 '새로운 진보좌파정당'을 그런 정당 건설에 찬성하거나 찬성할 수 있는 세력들과 더불어 자신들도 그 건설의 한 부분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신당의 확대-강화'를 통해 건설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행여라도 갖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는 것이 그것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데, 첫째는 진보신당의 주체적 역량의 문제이며, 두 번째는 진보신당 외의 세력들의 문제이다. 첫 번째 문제를 보면, 김세균 교수의 우려는 과도하다는 것이다. 정당해산을 당한 후 창준위 신세로 전락한 진보신당이 '새로운 진보정치의 복원'을 고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제 좌파세력에게 '진보신당의 확대-강화'를 통해 진보정치의 복원이 가능하다고 설을 풀 정도로 능력이 있는 상황은 아니다. 아직 구체적인 진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긴 하나, 향후 진보정치의 복원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과정에서 진보신당이 일정한 정치력을 가지게 된다면 굳이 '진보신당의 확대-강화'를 호소할 이유도 없다. 2011년 통합을 종용하면서 민노당의 패권주의에 대해 개전의 정이 있음을 믿으라고 했던 분이 진보신당에 대해서는 왜 그런 신뢰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인가?


다음으로, 사실은 이게 더 중요한 문제인데, 진보신당이 '진보신당의 확대-강화'를 통해 진보정치의 복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고 할 때 그렇다면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을 직접적으로 추진할 세력은 누가 되는가이다. 김세균 교수는 "제 진보세력들의 원탁회의 내지 연석회의" 등을 소집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한데, 솔직히 한 번 말해보자. 거기서 "제 진보세력들"이라고 할만한 존재가 누구인가? "투쟁에 적극 연대하는 노동자들" 및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청년층의 획득을 통한 노동자계급과 청년층의 연대"까지 언급하는 김세균 교수의 글에 비추어보면, 바로 노동자 내지 청년일텐데, 이들이 개인적 자격으로 "원탁회의 내지 연석회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이야긴가?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어떤 일련의 조직단위가 결합해야 할텐데 어떤 조직이 있을까? 재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좌파조직? 도대체 어떤 좌파조직들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그 조직들 이름이라도 한 번 나열해주기 바란다. 지난 5년, 10년, 15년, 길게는 20년 동안 '사회주의 노동자당'을 건설하겠다고 주요 시기마다 말을 꺼냈지만, 단 한 번도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서 자주적 활동력을 보여준 적 없는 무수한 단체들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최소한 누군가가 원탁회의가 되었든 연석회의가 되었든, 그러한 회의테이블을 만들 수 있는 의제를 제기하고 구성할 수 있는 조직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김세균 교수는 누가 그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진보교연이? 바로 앞서 제기한 문제, 즉 진보신당의 역량 자체가 부족해서 '진보신당 확대-강화'를 제 스스로 들고 나올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는 것은 김세균 교수의 우려를 불식시켜줄 수 있는 상황일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하여 오히려 이 두 번째 문제, 다시 말해 누가 주축이 되어 새로운 진보정치를 구성할 것인가의 문제는 더 혼미한 상태에 빠져버리게 된다.


이 대목에서, 김세균 교수가 원탁회의 내지 연석회의의 좌장이 되고 진보교연이 그 무수한 제 좌파세력과 '진보신당'을 한 자리에 모은 후, 김세균 교수가 설정한 그 모든 시나리오에 근거하여 새로운 진보정치를 추구하게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으나, 거듭 솔직히 말해보자. 김세균 교수는 그것을 할 자신이나 더 나가 능력이 있는가? 김세균 교수는 "작금의 통진당 사태를 보고 외부인사들 중 통진당 혁신을 위해 통진당에 대거 가입하자고 제안하는 사람들"을 "자유주의적으로 정향된 사람들"로 단정하면서 비판하고 있지만, 그에 대비하여 김세균 교수가 "진보신당의 확대-강화를 통해 진보정치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보자"라고 주장하는 것이 더 실속있고 현실적이지 않을까? 물론 김세균 교수가 이러한 실속있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진 않을 것이다.

 

 

진짜 하나마나한 소리 4
 

 

2011년 연말, 김세균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에 대해 배타적 지지를 결정하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와 노동정치 중심성의 구현 등 민주노총이 지금까지 견지해온 노선으로부터 최종 이탈한 것으로 비판받지 않을 수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묘한 것은 바로 이 주장에서 보이는 관점이 바로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과정에서 보였던 관점과 똑같다는 것인데, 왜 그 당시에는 민주노총에 대해 이러한 판단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민주노동당을 탈당한 좌파들이 탈당의 이유로 내세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노동자 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와 노동정치 중심성의 구현 등 민주노총이 지금까지 견지해온 노선으로부터 최종 이탈"했다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결국 김세균 교수의 정치적 센스는 다른 이들이 진작에 알고 있었던 것들을 새로운 전망이라고 꺼내거나, 다른 이들이 이미 예전부터 해왔던 일들을 새로운 각론이라고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


진보진영의, 특히 좌파진영의 몇 안 되는 원로 중 한 분인 김세균 교수께서 노심초사하여 제시한 주장에 대해 하나마나한 소리라고 하는 것이 외람되긴 하나, 이건 진짜 하나마나한 소리기에 하는 거다. 그것도 한 두 번도 아니고, 진보정당의 활동가들이 피를 말리고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 하나마나한 소리로 염장을 긁어놓으신다는 건 심히 불쾌한 일일 뿐더러, 그게 진보정치를 염원하는 원로의 역할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부탁의 말씀
 

나는 이 글에서 줄곧 "김세균 교수가 할까? 아마 안 할 거야"라는 가정과 결론을 거듭했다. 뭘? 하나마나한 소리가 아니라 현실 정치에 본인이 직접 뛰어드는 것. 아마도 김세균 교수께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쭉 이런 훈수성 정치발언을 하면서 때마다 전술적 오류를 거듭할 것이고, 그에 대한 자기반성은 없이 일이 생길 때마다 똑같은 총론을 꺼내 하나마나한 각론을 제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간단하다. 나의 이러한 가정이 불식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직접 정당을 만드시던지, 아니면 다 망한 진보신당에라도 입당하셔서 대표출마라도 하시던지, 그러면서 제 좌파를 원탁회의든 연석회의든 테이블에 앉혀 놓아 주시라는 거다. 녹색당과 진보신당의 수평적 조직통합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동시에, 마찬가지로 김세균 교수가 추구하는 진보정당과 진보신당의 수평적 조직통합 역시 추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때가 되면 같이 갈 수 있고, 그것을 위해 연석회의든 원탁회의든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능력 부족하여 진보신당을 "1.13%라는 저조한 지지를 얻어 법적으로 해체 당하"도록 만든 주제이지만, 만일 김세균 교수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직접 진보정치의 새 장을 여는 길을 걸으시겠다면 분골과 쇄신을 마다않고 도와드릴 용의도 있다. 물론 김세균 교수께서 제안하신 바, 지금까지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던 '대중적 진보정당', 즉 '제도정치에의 참여'와 '집권을 통한 사회변혁'을 도모하는 동시에 "제도정치와 비제도적 정치 및 의회정치와 운동정치의 유기적 결합"이 담보되는 그런 정당을 추진하실 때 도움을 드릴 터이다. 그렇다면 "1.13%의 저조한 지지를 얻어" 진보신당을 "법적으로 해체 당하"도록 만든 것에 대한 반성과 비판만으로도 벅찬 형편이지만 성심을 다해 한 몫 해드리겠다고 재삼 다짐한다. 다만, 진보교연 대표나 뭐 이런 직함을 걸고 진보정당 만들자는 제안을 하신다면 사양하겠다. 그건 지금도 수많은 이름 있는 사람들이 한 소리씩 하고 있는 것이고, 여전히 하나마나한 일이기 때문이다.


시급한 것은 "새 진보정당 건설"이 아니라 그토록 새 진보정당의 건설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발을 시궁창에 담글 용기를 내는 거다. 그렇지 않고서는 여지껏 그래왔듯이 '자유주의'자들로부터 '등대정당' 소리나 듣는 정당 만들고, 야권연대 운운하다가 통진당 꼴 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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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0 18:41 2012/05/1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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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에... 좀 미안한데... 소제목이 '하나마나한 소리'라서 서론과 결론만 읽었음.
    김세균이 진보정치에 대해 얘기하는 거 요전에 몇 번 읽었는데 '진짜 하나마나한 소리'만 해대서 더 이상 관심이 없음.
    그래서 또 미안한데 '하나마나한 소리' 야단치는 것도 관심이 별로 없음.

    진짜 궁금한 건 따로 있는데... 김세균이 뭐라 하면 영향 받는 사람들이 있어? 진짜? 누구? 왜?

  2. 1.13이나 잘하세요

  3. 저도 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요 김세균 선생같은 분은 존재만으로도 고맙기는 한데 ....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 ㅠㅠ 그나저나 행인님은 잘 지내시나요? 물어보기도 미안한 질문....

  4. 당신보단 더 노력하고 계신 것 같은데?

    • 하나마나한 소리 하면서 훈수두는 것 말고 진보정당 건설과 관련해서 뭘 더 노력하는데? 그렇다고 딱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고. 기왕 폴리페서를 할거면 출마라도 하면서 제대로 하던가. 하다못해 공개입당 하는것도 아니고... 글쓴거 보니 틀린말 없구만 뭐가 그리 배알이 꼴리냐?

  5. 길어서 자세히 읽어보지 않았지만,
    '하나마나한 소리'가 아니라 제발 '조용히'나 하고 앉아 있어주면 좋으련만...

    교수랍시고, 온갖 훈수 다 두고선,
    지금 통진당 사태 두고 또 엉뚱한 훈수나 두고 계신 분들 참 많더군요.
    그렇게 훈수둘 일이 있으면 정말로 직접 나서서 뭔가 해 보시든가..

    역시 행인입니다..ㅎㅎ
    그나 저나,,, 저도 궁금해서. 어케 지내시나요?

  6. 어제는 뜻밖에 정말 반가웠습니다. 말씀좀 나누려 했더니 그냥 가셨더군요. 마침 자리에는 있었지만 행인님이랑 인사를 나누진 못했던 무연님이 무척 아쉬워 했어요. ㅎㅎ 블로그 통해서 뵈었을때도 그렇고, 어제도 그랬고, 무척 바쁘신 것 같던데.. 부디 건강 잘 챙기시고요, 또 뵙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