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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별...루저?

독서삼매경에 빠져 허부적 거리는 와중에도 시사잡설은 빠짐없이 훑어보는 행인인지라 루저소동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나, 솔까 그까이 꺼 또 방송에서 뭔 헛소리 한 번 터졌구나 싶은 정도였고, 하도 떠들썩하기에 대충 훑어보니 걍 한 번 웃고 말 정도였는데, 돌아다니는 메타사이트마다 올 댓 루저고 떡밥 제대로 문 디씨 폐인들은 아예 호빗원정대...가 아니라 루저원정대까지 꾸렸나보던데 자꾸 들여다보니까 이거도 기분 묘하다.

 

어차피 발언의 요지를 곧이 곧대로 적용하자면 대한민국 원조루저인 행인. 거의 사용 용례가 '쒸뤠기' 정도 수준인 이 발언이 사전적 어법으로 '패배자'를 지칭하게 되면서 한국은 일약 U-180의 루저군과 이에 해당하지 않는 '위너'군으로 이분화된 양상이다. 갑론을박하고 있는 이눠넷의 준동은 일약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루저녀'와 '루저대란', '오만정녀'를 올려놓기 위한 폐인 총 동원령이 떨어지고, 해당 발언을 한 학생들이 재학중인 학교는 폭탄투하에 버금가는 성지순례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루저송까지 만들어져 배포되고 있는 실정인데 조만간 공중파를 타지 않을까 걱정까지 된다.

 

그동안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각종 "녀" 사건들이 있었지만, 이 건 같은 경우에는 특히 루저는 루저되 성별이 남성인 루저들의 대동단결 통큰단결이 부각되는 듯 한데, 마치 전국 예비군들의 총단결을 가져왔던 과거 월장사태의 재현을 보는 듯 하다. 그러다보니 구리구리한 마초이즘의 냄새도 스멀스멀 풍기는 거 같고, 이런 막장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각하와 한나라당이 그렇게 미디어법 개정을 강행한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두서없는 이해심이 들기도 하는 거다. 그래봤자 청와대 쥔장이나 미디어법 개정하자고 개난리를 피웠던 한날당 국개의원들 대부분도 루저는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루저대란이 흘러가는 과정을 보면서 이게 꼭 신장 즉 몸과 관련된 이야기에 한정되는 것이냐 하는 의문이 드는 건 아마 행인뿐만이 아닐 거다. 까놓고 면상에 대놓고 '넌 루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뿐이지 이거랑 똑같은 취지의 발설들이 표현양식만 달리해서 횡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 아닌가? 까이꺼 17세기에 홉스도 이미 "외모는 힘이다"라고 이야기한 판에 지금와서 그보다 더 한 이야기를 한들 뭐가 문제겠냐만은, 어쨌건 사회 각계각층에 루저를 양산하는 구조는 워낙에 공고화되어 있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 않는가?

 

예컨대 이런 거다.

 

- 대학은 나와야  ---->  대학 못 가면 루저

- 연봉이 3000(만원)은 되야  ---->  연봉 3000미만은 루저

- 강남에 아파트 한 채는 있어야   ---->  강남에 아파트 없는 사람은 루저

- 삼성은 안 되도 대기업 정규직쯤은 되야   ---->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올 루저

- 명품 핸드백 정도는 있어야  ----> 명품 없으면 루저

- 뭐라해도 서울에서 살아야  ---->  촌놈들은 다 루저

 

더 해보고 싶지만 재미가 없다. 그런데 대학 못나왔어도, 연봉 3000 안 되도, 변두리 어느 골목길에 인접한 반지하 셋방에 살아도, 비정규직으로 힘들어도, 명품이 뭔지 모르고 살아도 행복하게 웃음짓고 사는 사람들이 정말 없나? 위 기준들과는 하등 관련이 없는, 아니 뭐 달랑 하나는 해당되지만, 어쨌건 그닥 거리가 먼 행인이 맨날 웃고 사는 건 순전히 수꼴 형님들 덕분일 뿐일까?

 

입바른 소리로 루저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본인의 속내에 기원한 것이든 방송국에서 대본을 그따위로 써준 걸 걍 읽은 거 뿐이든 간에 사실상 이 사회가 은근히 심리적 루저들을 양산하는 체제였고, 그 기준은 기껏해봐야 신체적이던가 내지는 쩐의 유무던가 하는 거였다. 소시민일 수밖에 없는 대다수의 루저들은 아둥바둥 어떻게든 발버둥쳐 위너의 세계로 진입하고자 하지만 위너들은 언제나 견고하게 자신들의 성을 지키고 있다.

 

문제는 왜 이런 구조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야 하느냐는 거다. 얼마전 어느 기사를 보니까 TOEIC, TOEFL을 대체할 국가공인영어인증시험체계를 만들기 위해 한국의 일부 대학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한다. 토익토플때문에 발생하는 국부유출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같잖은 이유를 대고 있는데, 이 닭대가리들은 결국 영어에 대한 부담감만 가중시켜 사회적으로 막대한 사교육비가 지출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함구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토익토플 그렇게 많이 치면서 돈들여, 시간들여, 대가리 빠개지게 영어에 투자한들, 사회진출 5년만 지나면 어디 목좋은데 치킨집이라도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는 환경에서 무슨 영어공부에 그렇게 사회적으로 쌩돈을 쳐바르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아닌 말로 대학입시나 입사시험이나 공무원시험, 각종 고시에서 영어시험이 필수가 되는 이유가 뭐냔 말이다. 그거 나중에 필요한 넘이 지가 알아서 공부하면 다 되는 건데, 왜 사회전체가 그거 아니면 다 루저가 되는 것처럼 설레발이를 쳐야 할까?

 

수능 당일 '수능폐지'를 외치면서 시위를 한 학생들이 있었다. 이들을 루저로 만들어야 하나? 냉혹한 사회의 쓴 맛을 봐야 정신차릴 녀석들이라면서 피식 웃고 지나가면 되는 일일까? 시야를 좀 더 확장하자면 종주국 서울에 식민지배를 받고 있는 지방의 모든 신민들은 죄다 루저?

 

대놓고 '루저'라고 하건 말건 간에 실제 루저를 양산하는 체제가 결국 이 웃지못할 희극을 연출한다. 아닌 말로 자기 옆에 엣지, 간지, 뽀대나는 180이상 희끔한 남친을 엮어가지고 다님으로써 그제서야 자신이 루저가 아닐 수 있는 그 자신감 없는 사고방식이 실상은 루저의 표상이다. 마찬가지로 물질에 기대어 자신의 허접함을 포장하려는 태도를 기왕에 루저라는 표현 대신 써왔던 속물이라는 표현으로 적절하게 지칭하 수 있겠다.

 

키작고 못살면 어떤가? 기분좋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게 장땡이지. 루저종합선물세트라고 할만한 진보블로그가 이토록 별무관심인 것은 루저소동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게 관심 밖의 일이기 때문일 거다. 그런 허접한 일들에 신경쓸만큼 세상이 허무한 것이 아니라서 그렇다. 다른 데 신경써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전 생태계를 루저화하려는 4대강사업도 막아야 하고, 루저라는 말에 빡쳐서 열폭하고 있는 디씨폐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한 사업도 해야 하고, 기타 등등 바쁠 일이 많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때론 슬프기도 하고 때론 힘겹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을 자신이 결정하고 찾아가는 보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힘차게 한 번 외쳐볼란다. 진보루저들 만세~~~!!!! 여러분들이 진정한 위너입니다~~~!!!

 

<민노씨의 블로그에 갔다가 기냥 끍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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