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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물들여보아요 ㅜ.ㅜ

외모를 가꾸는데 그닥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나, 가끔 그래도 신경 썼던 것이 머리 염색이다. 꽤나 어린 시절부터 새치가 창궐하여, 상대적으로 어려보이는 얼굴과 함께 기묘한 부조화를 야기하는지라, 주변으로부터 뜻밖의 관심을 받는 경우가 많아서였다. 키가 작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내려다보는 (ㅜ.ㅜ) 일이 많아 더더욱... 더구나 나의 새치들은 어찌나 건강한지, 두껍고 뻣뻣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서있는 아이들이 많아서 더욱 눈에 띈다!!! 한번은 사장님(?)과 같은 엘리베이터 탔다가 '어머, 얘 웬일이니?" 하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ㅡ.ㅡ rawfish는 이런 나의 처지를 궁휼히 여겨, 가끔 새치들을 솎아주고는 했으나, 이제는 그런 수공업적 방법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나도 웬만큼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번 주는 정말 주변의 압박이 장난 아니었다. 지난 주말 조교샘 결혼식장에서, (전혀 남의 외모에 신경 안쓰시는) 이웃께서 내 뒤통수에 대고 "웬만하면 염색 좀 하세요" 절규했다. 금요일에는 오랜만에 만난 또다른 샘 한 분이, "아니... 염색 좀... 어쩌다 이렇게..." 그 분은 말을 못이루셨다 ㅡ.ㅡ 심지어, 그날 오후에 있었던 학회 운영위, 점잖으신 C 샘이 결정타를 날려주셨다.내 옆자리에 앉아 씨익 웃으시더니만, "쫌, 뽑아도 될까요?" 이런 젠장... 안 되겠다 하고 있는데, 오늘 점심 때 만난 노가다 장과 주먹도끼마저 잊지 않고 한마디씩 날려주셨더랬다. 대전 내려오자마자, 얼릉 미용실에 가서 염색을 했다. 맨날 머리 잘라주시는 분께서, 마치 돌아온 탕아를 맞이하듯, 기뻐하셨다. 지난 몇 달 동안 머리 자르러 갈 때마다 제발 염색 좀 하라고 얼마나 애원했던가... 장대리의 말대로, 이건 이제 새치가 아니라 그냥 흰머리다. 예전에도, 보고서 한 번 쓰고 나면 흰머리가 화~악 늘고는 했는데, 지난 몇 달간 신경 쓰는 일들이 많다보니 이런 대 참사가 벌어진게 아닌가 싶다... 사실, 나는 거울도 잘 안 봐서 (우리집엔 화장대도 없다 ㅡ.ㅡ) 아무렇지도 않은데, 주변 사람들 서비스 차원에서 염색한거라고 생각한다. 확, 블리치도 넣고 쎄게 해볼까 하다가 역시 주변인들의 시각적 건강을 고려하여 얌전하게 했다... 나는야 진정한 이타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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