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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2

어제에 이어 오늘도 그닥 연관성 없는 책 두 권...

 

#. Stephevn Jay Gould [Full House]
 
 
Product Details
 
 
옛날에 사두고 어쩌다보니 읽을 기회가 없었던 책....
책을 흥미롭게 읽고도 정리를 못해서 몇 달은 쌓아두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리차드 레빈스 선생님 돌아가심....
굴드, 르원틴, 레빈스.... 3총사 중 이제 르원틴만 남은 셈이다.... ㅡ.ㅡ
레빈스 선생님, 영면하시길....
 
 
변이와 진화에 대해 이렇게 친절하고 재미있게 설명한 책이 또 있을까 싶음. 그가 인기 있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특히나 진화를 '발전' 개념으로,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편견으로 자연 현상을 해석하고 다시 그것을 현존 질서의 정당화 논리로 사용하는 이들이 (책을 성실하게 읽는다면) 오해를 벗어날 수 있게 만드는 책...
역학/보건학/통계학 공부하는 사람은 모두 필독서로 지정해서 읽게 해야 함.
 
하지만 진화론에 대한 오해는 고사하고, 동성애/이슬람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출마하는 정당이 생길 지경이면 이런 책이 다 무슨 소용인가 하는 깊은 회의가.... ㅡ.ㅡ
 
# 손아림. [디 마이너스] (자음과 모음 2014)
 
디 마이너스
디 마이너스
손아람
자음과모음(이룸), 2014

 

후배 K 가, 내부자 아니면 쓰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한 번 읽어보라고 하길래 도서관에서 빌려옴.
설마설마 하면서 읽다가 혈압이 올라서... 아까운 내 시간, 마이 아이즈!!!
K 옆에 있었으면 한 대 칠뻔했음...여러 모로 참 기록해둘만 한데...
 
작품 그 자체로 말하자면
이미 20년도 훨씬 전에 지나가버린 후일담 소설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진전이 있어보이지 않음
해당 시기를 관통했던 모든 사건과 가십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집어넣으려니, 이건 뭐 문학작품이 아니라 차라리 일지를 쓰라고....  플롯이 해당 시기의 역사적 맥락 안에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경험하거나 들었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플롯을 끼워맞춘 느낌...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경험하고 나를 찾기 위해 학교를 떠나 투쟁선봉대로 다니면서 신체를 학대하는 건 "배트맨 비긴즈"에서 브루스웨인이 이미 다 써먹은 거 아닌가... ㅡ.ㅡ
게다가 고통을 잊기 위해서 '사창가'를 거쳐가는 것은 70년대 호스티스 소설에서 이미 신물나게 봤잖여....  소설이 진부한 건지, 수십년이 지나도록 한국 지식인 남성들의 삶이 이토록 진부한 건지 도대체 구분이 안 되었음...
사실 책을 읽는 내내, 혹시나 이런 스토리가 나오면 어쩌나 불안불안했다고... ㅜ.ㅜ
 
여성 캐릭터는 또 왜이렇게 천편일률적..... 강인하지만 알고 보면 감성이 풍부하고, 사랑을 위해서 가끔씩 말도 안 되는 비이성적 행동을 하는 민폐형 캐릭터....  내 주변 여성 선후배들은 이에 비하면 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사이보그들이었던가 ㅋㅋㅋㅋ 뭔가 젠더균형을 맞추려 한 것 같기는 한데, 여전히 대상화, 신비화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이미 밉상박힌 책에 대한 나의 편견?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의 학생운동에 대해 말하자면....
이 때 나는 한창 머슴생활 중이었고, 어느 정도로 운동판의 정치에 둔감했냐 하면 민족해방 그룹이 운동권 내에서 '이제는' 다 사라진 줄 알았었지.... ㅋㅋ 나중에 민주노동당 갔다가 너무 놀랐던 기억이 새록새록....
그러다보니 이 소설에서 담고 있는 학생운동 혹은 활동가들의 모습이 얼마나 당시의 실재에 가까운지 모르겠지만, 만일 이게 정말 실재를 반영한 것이라면 그저 나는 울 수밖에 없네.. ㅜ.ㅜ
내가 대학 들어갔서 초기에 봤던 80년대 후반 학번 선배들 모습이랑 하나도 다를게 없잖아....
얄팍한 이념의 과잉에 빠진 좌익 소아병 환자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민중과 투쟁을 섬기면서 삶의 시련이란 마치 이번이 처음인 것처럼 '모험'을 즐기는 태도에 정말 어안이 벙벙했지.... 나에겐 생활인 것이 그들에겐 일탈적 모험인 것이 참 황당....  계급이란 참 힘이 세구나, 참 해맑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지 ㅋㅋ
첫 대면에서 예측했던 대로,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언제 내가 그런 활동을 했냐는 듯, 안온한 자신의 일상과 출신 계급으로 돌아가고, 얄팍한 학생 운동 몇 년의 기억을 사골 우리듯 곱씹으면서 자기애를 꽃피우던 사람들... ㅋㅋㅋ (지금도 얼굴이나 이름을 떠올리면 육성으로 욕이 터지거나 실소를 뱉을 인물들이 있는데, 다들 어디서 잘 살고 있겠지?)
 
물론, 그 때는 모두 기껏해야 스무살 초반의 애들이었고, 나 또한 좌익소아병이 없었다고 하면 자기기만이겠지만, 최소한 인간이 성찰과 반성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감... ㅡ.ㅡ
그런데,정말, 90년대 후반, 21세기에도 학생운동한다는 애들이 이 책 속에 나온 것처럼 살았다면, 그 운동은 진작에 망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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