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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히어로 영화들

영화 심심찮게 봤는데 왜 이렇게 정리를 못했을까???
 
묶어놓고 보니 폭과 깊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나름 모두 히어로 영화들이다 ㅋㅋㅋ
다만 히어로의 부문이 다를 뿐...  
각기 시간이 다른 오래된 메모들은 연결해 붙이다보니, 감정의 널뛰기.... 이 글만 읽다보면 내가 정신나간 사람 같음....
 
 
#. 아가씨 (박찬욱 감독, 2015년)
 
 
 
 
 
제작 과정에 있었던 인터뷰에서 깐느박이 이번 영화는 해피엔딩이라고 해서 주먹도끼랑  '야, 남자들 다 죽나봐' 했는데 정말 그랬음 ㅋㅋㅋㅋㅋ  이 분, 진짜 '딸의 아빠' 임 ㅋㅋㅋ
 
영화 보고나서 오래된 옴니버스 영화 '쓰리, 몬스터' 의 '컷'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감독 생각났음.
너무 교양있고 품성도 바르고 능력도 있고, 심지어 부유한데다 아름다운 아내까지....그런데 알고보니 엄청한 속물에 이기주의자.... 이것이 드러났을 때, 인질강도로 등장했던 임원희의 당황 표정.... 박찬욱 감독 진짜 변태구나....  너무 깔깔대고 웃었는데 이번에 영화 아가씨 보고 그 때가 떠올라 빵 터짐...
이 아저씨 진짜 이상해 ㅋㅋㅋㅋㅋ 너무 좋아 ㅋ
 
그리고 솔직히 깐느박에게 고마움 느꼈음.
영화 '캐롤'에서 캐롤의 남편 역 캐스팅이 쉽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이유는 여성들이 주인공인 영화에 그저그런 남성 역할이었기 때문.... 남성 주연인 영화들에서 그동안 무수한 능력 있는 여자배우들이 그저그런 조연 역할을 했던 것을 떠올려본다면 참 씁쓸한 현실인데,아가씨에서는 무려 하정우, 조진웅 같은 인물들이 찐따, 변태 역할을 더함도 모자람도 없이 너무나 잘 해주었음.여기에는 아마도 감독의 역할이 크지 않았을까 추측...
만일 상대방인 남성 배우들이 제대로 된 연기를 못하거나 혹은 캐릭터 자체가 미미했으면, 레즈 커플의 이야기도 이렇게 대조적으로 살아 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  포털 사이트 댓글에, 왜 조진웅, 하정우 같은 (훌륭한) 배우들이 이 따위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했나 모르겠다는 불만들을 보면, 캐스팅이 정말 잘 된 것임 ㅋㅋ 
 
게다가..... 퀴어퍼레이드 반대하겠다고 땡볕에 시청 광장에서 북치고 피켓 든 분들이 그렇게나 많았던 걸 생가해보면, 떡하니 메이저 배급사에서 엄청난 스크린 수 배정받아 그렇게 흥행한 것이 그저 역사의 아이러니 ㅋㅋㅋ 현충일 연휴에 대놓고 레즈 영화를 150만 명이 봤다는 게 어찌나 고소하고 통쾌한지 깨소금맛이었음
19금 영화로는 원빈 주연의 '아저씨'보다 흥행속도가 빠르다니, 역시 '아저씨'보다 '아가씨'로구나!
아마도 여성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더라면 가루가 되도록 까였을 텐데, 감히 깐느박이다보니 아무도 뭐라고 못 그러는구나 통쾌하기로 사오 한편으로 착잡하기도 한데, 어쨌든 현실에서 시작은 이렇게....
 
 
아 그리고 옛스런 대사 너무 좋았음... '내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라니!!!
셋트와 미술에서는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을 자연스레 떠올림. 그 과장되고 기하학적이면서 아름답고 인상적인 공간들....
 
 
이 영화가 남성의 시각으로 본 레즈 판타지다, 특히나 베드신 묘사가 남성의 시선을 대변했다 비판을 받기도 하던데, 관음적 시선의 남성/여성 관점을 구분해주는 기준 척도가 있남??? 비판의 내용을 읽어봐도 딱히 구분이 잘 안가더만...
영화를 보면서 내가 살짝 놀란 부분은,
사실 베드신 수위가 상당히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너무 아름답고 친근하고 '정상적'으로 느껴진 데 비해, 남자들 나오는 낭독회 장면이야말로 진짜 불쾌한 '변태'로 느껴졌다는 점... 
드러난 노출의 수위로만 본다면 비할 바가 아니지만, 아름다움과 타당성은 그 모든 낯섬을 다 지워버렸다고....
 
그리고 레즈 커플들 사이에 누가 남성 역할이냐, 이런거 없는 것도 너무 좋았음.
히데코가 보호받는 존재, 숙희가 용감하고 주도하는 존재 같지만,
권력관계를 보면 또 그런 것도 아니고, 마지막 탈주에서 의외로 남장을 한 것도 역시 히데코였다는 사실이 새로움. 말하자면 통상적인 의미에서 남성적인,  혹은 여성적인 스테레오타입에 연연하지 않는 접근이 좋았음. 그리고 캐롤에서 둘 사이의 나이/계급 차 때문에 원조교제, 키다리 아저씨 느낌의 불편함이 있었던 것에 비해, 이 영화에서 조건은 비슷한데 권력의 불평등이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았음. 뭘까??
 
김민희는 이제 정말 너무 훌륭한 배우가 되어버림...
천치에 아무것도 모르는 가여운 아가씨, 음란 소설을 눈하나 깜짝 안하고 또박또박 읽어대는 사이보그 아가씨, 사다코 같은 무서운 아가씨, 숙희와 사랑을 나누는 대담한 아가씨를 너무너무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고.... 영화 개봉 이후 홍상수 감독과의 스캔들 때문에 사실 앞날이 불투명하기는 한데, 훌륭한 배우로 얼릉 돌아와주면 좋겠음....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하잖아.. ㅡ.ㅡ
 
숙희는 캐릭터 자체가 너무 좋음... 흔한 캔디도 아니고, 차도녀도 아니고, 주늑 든 불쌍한 아이만도 아닌... 와 용감하고 호기심 많고 따뜻하고....
사실 여중-여고를 다녔다면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여자애지만, 드라마 영화에는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이 배우의 앞날이 너무나 기대됨!!! 
 
 

# 우리들 (윤가은 감독, 2016년)
 
 
 
 
그저 놀라워라
이 섬세한 연출과 아이들의 연기에 온마음을 빼앗김
 
존재의 심연을 뒤흔들만한 아이들의 갈등을 어른들은 그저 눈치채지 못했지. 이미 지나온 시절이지만 각자 감당하고 있는 삶의 무게가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내가 변명해주고 싶었다고 ㅜ.ㅜ
선이 엄마의 바지런하고 억척스럽고 그 따뜻한 마음, 아이들 사링이 듬뿍 묻어나는 그 따뜻함으로도 다 알아차릴 수는 없어서 냉랭해진 친구와 나눠먹을 도시락을 싸주고 그 아이들과 같은 학원을 등록해주는 대 참사를 일으킴..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생산직 노동자 아빠의 소줏병이 선이만큼이나 나도 너무 미웠지만 아빠도 힘들다고 ㅠㅠ  공부밖에 할일이 없는 아이가 그런 성적 받아오는 것을 이해하기엔, 어른들이 삶의 어려움을 너무 많이 지나쳐왔다고.. ㅠㅠ 
선생님도 아이들과 너무 친하고 원칙대로, 성희롱도 없고 돈봉투도 없는 보통의 선생님이지만 선이가 왕따당하는 건 전혀 못 알아채지...
 
이렇게 그들만의 갈등리그를 겪어가며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들 앞에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면 참 좋으련만...... 그게 아니라는게 현실의 비극
 
그리고 사랑받고 싶고,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은데 좀처럼 잘 되지 않는 건, 뜻하지 않은 곳에서 삐걱거리고 점점 꼬여만 가는 건..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란 말이다, 얘들아... ㅜ.ㅜ
 
영화 보는 내내 관객들 모두 전전긍긍하는 것이 느껴지긴 오랜만... ㅡ.ㅡ
 
그래도 동생 윤이가 현명하고 해맑으신 가르침을 주실때 선이는 물론 영화관 관객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믿습니다를 외쳤어 ㅋㅋㅋㅋㅋㅋ 영화의 클라이막스 ㅋㅋㅋ
 
우리 윤이님 모습이 자꾸 떠올라 큰일!!!!!
 
 
#. 주토피아 (바이런 하워드, 리치 무어 감독, 2016년)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 사회의 차별 문화에 대한 훌륭한 성찰을 던져준 영화...
캐릭터들도 살아있고, 다름의 존중. 편견 없는 관계에 대해서 이보다 더 부드럽고 재미있게 교훈을 주기도 어려울 것.....
 
그런데 말입니다.... ㅡ.ㅡ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이 사라지질 않았음
 
일단 predator 라는 호칭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 즉 포식자/가해자/공격자의 명칭을 사회적으로 사용하면서 그들에게 그 정체성을 포기하도록 하는 아이러니가 잘 이해 안 됨
이걸 인간사회의 메타포로 읽는다면, 적자생존의 냉혹한 자연법칙을 극복하는 과정이 인류의 문명사라는 점에서 포식자들의 본성을 통제하는 게 공감이 되지만....  
나는 자연다큐를 너무 많이 본 여자.. ㅜ.ㅜ 
디즈니 영화 '라이온킹'에서 왕후장상의 씨가 있는 것도 아닌데 동물들이 모두 (혈통에 근거하여) 심바에게 굽신거리는 것도 도대체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번에는 또 다같이 온순하게(?) 사이좋게 지낸다는 설정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전자발찌를 평생 차면서 본성을 통제해야 할 이유가 뭐지? 그럼 이들은 뭘 먹고 살지? 모두 채식주의자인가??? 표범이 도넛 먹고 피둥피둥 살찌는 게 과연 아름다운 공존인가???
 
더 불편한 부분은...
숫자는 많지만 소위 사회적 약자로 표상되는 초식동물들이 (과거에 권력을 가지고 있었던) 포식자들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부분... 너희의 야수성이 살아날까봐 나는 두렵다...  
인간사회의 메타포로 옮겼을 때, 남성이 혹은 백인이 그 야수성과 야만성을 드러낼까봐 유색인종이, 여성이 두려움을 가지면서 그들에 대해 과도한 편견을 가진다고 번역될 수 있을텐데.... "사실 우리는 그렇게 폭력적이고 무서운 이들이 아닌데 너네가 괜히 두려워하면서 우리를 위축시키고 있어" 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던지고 있는 건 아닌지 복잡한 의심이... ㅡ.ㅡ
강자라고 알려진 주체들이 오히려 편견과 차별의 희생양이 된다는 설정이 참신한 전복일 수도 있는데, 최근 세계를 오염시키고 있는 소위 '역차별' 논의가 자연스레 떠올라서 찜찜.... 영화 속 설정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제작진이 은연 중에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는 아니겠지? 설마??
 
또 다르게 해석하자면... 너희 소수 야만족들이 그 야성을 버리면 (전자발찌로 통제된다면) 우리 문명사회에 받아주겠다... 우리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  이 메시지를 미국의 유색인종 문제로 돌려버리면 소름끼치게 들어맞음 ㅜ.ㅜ 특히 배척당하고 공포의 대상이 되는 동물들은 흑인 남성이라고 생각해보면.... 제작진이 이런 고도의 전술을 구사한 것 같지는 않은데 또 역시 찜찜...
 
게다가 predator 와 prey 라는 본질적으로 적대적 관계들 (노동자계급과 자본가 ㅋㅋ) 사이의 봉합된 평화라니.... 어쩜 너무 디즈니 스러움...
 
내 마음이 너무 삐뚤어진 게 아닌가 의심도 들면서, 한편으로는 제작진이 스스로도 감당 못할 메타포와 교훈을 펼쳐 놓은게 아닌가 짐작도... 
 
그래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가젤로 등장한 샤키라의 위엄...
어쩜 노래와 모습이 그렇게 어울리는지...   샤키라가 실사로 등장한 줄 착각 ㅋㅋㅋㅋ
 

 

#. 부산행 (연상호 감독, 2016년)

 

 
우리 녹용이가 달라졌어요 ㅋㅋ 이렇게 따뜻하고 짠할수가... 
 
구조받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서만 그려진 여성캐릭터, 전형적인 클리셰, 죽으면서도 화보를 찍는 공유 ㅋㅋ 
여러가지 맘에 안드는 구석에도 불구하고 몰입하고 쉽게 감정이입해버릴 수밖에 없었던 건 나와 이 영화가 동시대 한국사회에 존재한다는 것 때문 ㅠㅠ  해외관객들이야 가상의 스토리로, 영화를 있는 그대로 즐겼을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겐 이 좀비영화가 시사다큐, 뉴스 프로그램과 그저 깻잎 한장 차이...
 
마지막까지 승객들을 구하려던 책임감 강한 기관사나 '여기 사람 있어요'를 외치는 고등학생의 외침에 눈물이 핑 돈 것은 나만이 아니겠지....
 
익숙한 공간, 익숙한 설정에서 오는 현실감이 아마도 공포를 배가시킨듯 ... 서울역 대전역, ktx 실내공간 ..
 
내 주변 부산사람 두명은 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헤치는 요소로 부산이 해방구라는 설정을 지적 ㅋ
그럴 리가 없다고 ㅋㅋㅋ 평소 혼세마왕이 숨어있을 것만 같은 부산인데 좀비 발원지라면 모를까.. 그들은 영화가 "부산발" 이었어야 한다고 주장 ㅋㅋ
 
배우들이 몸에 딱맞는 연기나 좀비들의 퍼포먼스에 깜놀.... 이렇게 또 영화는 일보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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