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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8/04/15
    영화 여정 (2)
    hongsili
  2. 2018/04/15
    영화 여정 (1)
    hongsili

영화 여정 (2)

 

 

# 공동정범 (김일란, 이혁상 감독, 2018년)

 
 
 
 
전작 '두개의 문' 이후 무슨 이야기가 더 남아있을까 의아했는데...
영화 보는 동안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머리는 쉴새없이 오만 가지 생각이 들고...
아 정말 힘든 영화였음 ㅠㅠ
 
국가 폭력의 피해자들이 오히려 공동정범으로 묶이고 용서도 위로도 나누기 힘든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되는 걸 보는 심정이라니...당사자의 마음이 너무나 각각 이해가 가서 더 힘들었음...
 
연대란 도대체 무엇이며, 가해와 피해의 인식이 뒤엉킨 사람들 사이에 공동체는 어떻게 성립될 수 있는 것일까...
 
영화가 저대로 끝나는 갠가 전전긍긍하다 박래군 소장 등장하고 다섯명이 조금씩 함께 머리를 맞다는 모습을 보고 아이고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림 ㅠㅠ
 
같이 본 부추도 팥수수도 다들 똑같은 마음이었더라구...  ㅠㅠ
 
 

# 패딩턴2 (폴 킹 감독, 2018년)

 
 
 
 
 
나의 심장을 빼앗겼어...
이 영화 비판했다가는 너무 모질고 나쁜 사람 될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
은근 블록버스터라서 손에 땀을 쥐고 본 데다, 예상 가능한 감동 포인트에서도 어찌나 또 우직하게 감동적인지... 나이브하다고 코웃음쳐버리기에는 그 우직함 때문에 정말로 정말로 설득되어 버리고 말았다고...
 
창문닦기 알바 할 때나, 도둑이랑 조우해서 추격전 벌일 때, 기차에서 추격전 할 때 정말 현웃 터진 건 나만은 아니었음. 특히나 시럽사과를 발가락에 끼우고 기차 천장을 걸어다니고, 브라운 아저씨 다리 찢으면서 오픈 유어 마인드 할때, 브라운 아저씨네 부부가 피닉스 집 털다가 들켰을 때 나 정말 웃겨서 숨이 넘어갈 뻔했다구 ㅋㅋㅋㅋㅋㅋ
 
원래 핑크 엄청 싫어하는데, 흉악범들을 핑크 플라맹고로 만들어버린 그의 실수에 아이구야.. 이렇게 따뜻한 색이구나 ㅋㅋㅋㅋ 가족들이 너를 잊을 거라고 했는데 마침 면회날 제 시간에 오지 못했을 때 패딩턴의 표정은 정말...  세상을 다 잃은 표정이었다구...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그리도 절묘하게 조합되고, 배우들의 원래 캐릭터와 연기가 너무나도 맞춤옷처럼 맞아들어간 데다, 아  패딩턴의 그 귀염귀염 표정과 털의 감촉..... 빠져들고 말았잖아....
 
나야 패딩턴 동화 보고 자란 세대가 전혀 아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의 동화가 얼마나 차별적이고 제국주의적인지  악명이 자자하지만 (로얄드 달을 보라지), 그걸 이렇게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살려내다니 정말 감독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음.
 
 

# 블랙팬서 (라이언 쿠글러 감독, 2018년)

 

 
 
와 나 정말 감동먹음 ㅠㅠ
 
힙스터 반영웅(anti-hero)이 대세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이토록 진중한 정공법의 영웅서사라니... 그 고귀함에 엎드려 절할뻔 했음 ㅠㅠ
 
아프리카 전통 문화에 대한 존중과 그들 역사에 대한 위로, 현재 미국에서 흑인들이 처한 현실과 자존의 힘을 자기 연민없이 조롱과 냉소 혹은 허튼 자문화 우월주의 없이 이렇게 담아낼수 있는 거였구나...
후반부 LA 그 현장에 다시 왔을때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흑인 아이들의 모습, "부품 떼어다 이베이에 팔자"는 대사는 그냥 가벼운 농담도 아니고 조롱도 아니고.....너무 슬픈 대사이지만 그걸로 또 끝내지는 않는다는게 미덕. 유엔연설에서 우리가 동포들을 직접 돕겠더고 했을 때 난 정말 이게 현실이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니까 ㅠㅠ
우리를 지킨다는 이유로 이웃의 고통을 외면해오던 전통을 이토록 멋지게 벗어던지고 세상밖으로 나가는 모습 너무 좋았다구...
 
여자들은 또 어찌나 멋진지...
정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프로페셔널하게 자신의 일을 척척 해내는 여캐들에게 반해버림.... 오코예의 그 결기와 슈리의 거칠것 없는 재기발랄함.... 오코예가 부산 클럽에서 가발 집어던지며 썅 할 때 와우 반해버렸네 ㅋㅋ
그리고 예비 시어머니인 왕비가 나키아에게 네가 허브를 먹고 싸우라는 장면도 꽤나 인상적....특히 슈리는 정말 한 세대의 흑인 소녀들이게 좋은 롤모델이 되어줄 것 같음. 최근에 나온 분석 보면 현재 30대 여성 STEM 분야 종사자들이 스컬리를 롤 모델로 하면서 자랐다잖아...
이 영화가 빈곤 지역 흑인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닿게 하기 위해 사람들이 노력하는 모습도 너무나 인상적.. 대중문화 속에서 긍정적 표상과 롤모델을 찾고 뿌리 뽑힌 삶의 기원을 보여준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말여...  그런 면에서 여캐들이 백인의 옷차림, 백인의 해어스타일과 매너가 아니라 그들 본연의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 정말 너무 좋았음...
 
킬몽거의 남겨진 삶에 대해서는 정말 한없는 연민이....
그가 연옥 어딘가에서 아버지를 만났을 때 화해도 없고 위로도 없고 그저 회한만 가득 ㅠㅠ
그러고보니 치탈라가 아버지를 만나던 보라색 오로라 드리워진 사바나의 풍경과 나무에 걸터앉은 흑표범들의 모습도 잊을 수가 없네... 음바쿠네 부족이 살고 있는 설산의 대나무 발이 드리워진 공간설계도 너무  좋고...
 
아프리카에 남겨인 흑인들과 풍요 속 소수자로서 미국 흑인들이 갖는 미묘한 차이와 갈등, 서로에 대한 인식 세계, 헤어/의상과 음악스타일까지, 내가 그 겹겹의 역사를 어떻게 감히 이해하겠냐마는, 최소한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너무나 알것만 같고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음.. 
 
뜻밖에, 골룸/스미골과 빌보 배긴스 투샷에 나 혼자 빵터졌던 건 소소한 즐거움 ㅋㅋㅋ
 

# the shape of water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2017년)

 
 
 
 
한국개봉 제목이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임.. 근래에 보기 드문 썩은 제목 ㅋㅋ 그냥 물의 모양, 물의 형태 하면 될 것을 뭔 개소리를 하는 건지...
 
그나저나 우리 수남이 정말 멋지구나!!!
일라이자 역의 샐리 호킨스는 너무 예뻐보여서, 와 진짜 콩깍지가 씐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실감했음
 
둘이 포옹하고 있는 투샷이 너무도 따뜻하고 진심이 느껴져서, 다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하게 됨...  
 
쇠락해가는 커다란 극장 안에 홀로 서 인간세상의 화면에 빠져들어가는 수남이 모습도 한편으로는 호기심과 한편으로는 깊은 연민... 
서슬퍼런 냉전 시대, 게이, 흑인, 여성, 장애인, 이주민, 그리고 비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신산함을 보여주면서도, 그들이 서로 도와 권력과 싸우고 작은 승리를 거두는 과정은 카타르시스....
그러면서도 일라이자가 그저 가련한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인식하고 표현하고, 대담하게 싸울 줄 아는  '사람'으로 그려진 것이 너무 좋았음.. "우리가 아무 것도 안 하면, 우리 또한 인간이 아니다"는 일라이자의 말은 정말 가슴을 후벼팠음... 
 
우리 조드장군님은 거칠고 폭력적이고 입만 있되 들을 줄 모르는 시대의 마초를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내심...  저러다가 어디서 슈퍼맨 날아오는 거 아닌가 걱정할 정도 ㅋㅋ
 
어쩜 그리 영상도 아름답고 음악도 멋지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진짜 성공한 괴수덕후... 이 정도는 해야 덕후라 할 수 있지!!
 
참, 영화에 두 가지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었음.. 이후 인터넷 검색해봐도 딱히 명쾌한 답은 없고... 다들 추측만 난무 ㅋ
 
첫째, 수남이는 아마존 강 인근에서 데려왔다고 했는데 왜 욕조물에 소금을 뿌려줘야 하는가?? 혹시 아마존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해역에서 데려온 건가? 담수에 살고 있던 생명체라면 굳이 소금 필요 없는데 혹시 그래서 시름시름 아팠던 건 아니겠지??
둘째, 일라이저 목에 있던 상처.... 딱 아가미가 있었을 것만 같은 위치인데 혹시 일라이저 또한 수남이네 동족의 먼 후손이 아닌가 싶음...
 
 

# 더 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2017년)

 
 
 
 
 
이렇게 복잡한 스토리와 맥락을 짧은 시간에 기승전결을 담아 그려내다니 시나리오와 연출의 힘이 그야말로 대단함..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찾아보니 스포트라이트 썼던 작가가 이 작품도 썼다 함... 
 
뭐랄까.... 시대에 구속된 사람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조금씩  그 시대를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랄까?
메릴 스트립.. 와 이 언니 정말...
직장 일이라고는 한 번도 안 해본  교양있는 상층계급 중년 여성이 표출하는 공적 공간에서의 불안과 위축, 자꾸만 뒤로 물러서려는 그 머뭇거림,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결단을 내리고 책임지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리도 잘 표현할 수는 없다구!!!
특히 후반부 대법원 판결 이후 뉴욕타임즈 회장과 편집장이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인터뷰할 때, 아무런 입장 발표없이 멋적은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오며 (홍해를 가르는 모세처럼) 한 세대의 젊은 여성들을 뚫고 지나오는 모습은 너무나 상징적...
 
스필버그 특유의 이래도 감동 안 할래? 안 할래? 하는 요소들이 몇 번 있었지만, 스토리 자체가 가진 힘 때문에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음... 
 
가장 거슬렸던 것은 ㅋㅋㅋㅋ
한국적 상황에서 '가족기업'이라는게 하도 개차반이라 그 부분만 나오면 참 이입이 안 되더라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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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정 (1)

 

# 블레이드 러너 (드니 빌뇌브 감독, 2017)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으로 나온다 그래서 대실망했는데, 의외로 너무 탁월한 선택이었음
드니 빌뇌브 감독을 SF 장인 인정해주기로 나 혼자 결심함.
 
일단 음악과 그 아득하고 황량한 풍광의 완벽한 계승과 발전에 일단 10점 만점 주고,
꼼꼼한 플롯과 개연성 있는 스토리에 다시 10점을 주겠네...
도대체 음악은 어떻게 그 핵심을 가져오면서 이토록 색다르게 변주한 것일까... 난 오리지널 버전의 OST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사람이라고......
 
영화 후반부, 드디어 데커드가 등장해서 '내가 니 에비다' 할까봐 엄청 노심초사 ㅋㅋㅋ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음.
데커드보다는 예상 못했던 레이첼의 등장이 너무나 반가웠지 뭔가...
 
인터뷰들 보면 해리슨 포드는 아직도 데커드가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니, 배우가 자신의 정체성을 모르는 이 웃픈 상황 ㅋㅋ
 
이 영화를 둘러싸고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대한 비판들이 꽤나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그게 좀 과도한 억측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음.
어리버리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알지 못하는 K, 그저 구조를 기다리는 무력한 존재로 그려진 데커드에 비해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인물들은 모두 여자 아니였나 말여...
세상의 구체적 존재로 물화되기를 시도하는 조이, 우리 LAPD 멋쟁이 국장님은 너무 시크해서 저 분 밑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막 솟구쳤음. 게다가 세상 살벌한 러브, 꿈의 세계를 만드는 면역결핍 행세 박사님.... 심지어 레플리컨트 반란군 보스와 핵심 메신저도 여성임.
공식적으로 정의된 주인공은 찐따 같은 남성 둘이지만, 이 세상을 움직였던 것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은 모두 여성들 아닌감???
이 정도로 여성을 주체적으로 그린 영화마저 반여성적이라고  비판하는 건 어쩐지 너무 기계적 평가라는 생각...

 

# 스타워즈: 라스트제다이 (라이언 존슨 감독, 2017)

 

 
 
중2병 남자들 어쩔 거임?
 
아니 루크는 이제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그 모냥 ㅠㅠ
와, 난데없이 '나는 자연인이다' 찍는데 나 정말 현웃 터졌음... 어쩜 요다 스승님한테 받은 가르침으로 기껏 바다괴물 모유나 갈취하고 개폼 잡으면서 물고기 작살낚시나 해대는 건가... ㅋㅋ
 
요다 스승도 잠깐 스노크 악령 들린 중 알았잖아.. 왜 그리 갑자기 나타나서 잔망을 떨어대는지....
 
레아공주가 보낸 옛적 홀로그램 보니 참으로 짠하더군.... 그토록 오랜 세월 레아는 우주를 떠돌며 투쟁하는데 루크는..... 자연인 행세하며 전설 코스프레하다 조카 잘못 건사하고 심지어 죽이려고 했음 아이구야... 그러다 조카한테 졌으니 더 횡당...
 
오스카 아이작의 포 다메론은 온 우주 말아먹을 민폐 캐릭터에
아 우리 카일로 렌...... 어쩜 이렇게 남주에게 매력을 1도 못 느끼게 만드는지 이것도 능력...
웃통벗고 훈련하다 레이와 연결되었을때 레이가 화들짝 놀라며 얼른 옷 입으라고 잔소리하는데 여기에 나도 진심 공감 ㅋㅋㅋㅋㅋ
레이 구해내서는 스노크 일당 처단하고 뜬금없이 '노인네 다 죽이고 우리가 우주 지배하자' 하는데 역시 현웃 터짐... 쟤 뭐야??? ㅋㅋ
 
레아는 고귀한 가문 출신인가 했지만 역시 흙수저얐고 드디어 스토리는 완전히 새로운 프레임에 안착하게 되었음. 고귀한 귀족 혹은 제다이 혈통의 영웅서사에서 아무 것도 아니지만 용기를 가진,  보통 존재들의 서사로 전환됨... 이름없던 스톰트루퍼에서 한 명의 온전한 존재가 된 핀이며, 충실한 가드에서 전사로 거듭난 로즈며, 심지어 노예 생활을 하던 어린이들까지...
 
그나저나 레아 장군 저리 함들게 살려놓았는데 실재에서 돌아가심 ... 어쩌....
 
그리고 우주 최강 전투로봇 BB8 너무 갖고 싶네 ㅋㅋㅋㅋㅋㅋ
우리 편이길 너무 다행.... 그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모습 뒤에 숨겨진 냉혹한 킬러본능 ㅋㅋㅋㅋ
 
 

# 1987 (장준환 감독, 2017)

 

 
 
낯익은 공간과 시간, 낯익은 (실존) 인물들이 눈앞에 흘러가면서 묘한 감정....
 
아마도 80년대 초중반에 대학을 다닌 사람들에게 '그나마 아쉽지만' 승리의 역사로 기억되는 반면, 90년대 초반 패배 또 패배, 고립 또 고립만을 경험했던 세대에게는 뭐랄까 슬픔과 회한을 극대화시킨 영화... ㅡ.ㅡ
나중에 이야기해보니, 87학번 선배들 중에는 아직 대면할 용기가 나지 않아 영화를 보지 않았다는 이들도 있었음...  해피엔딩이기는 하지만, 고문과 죽음과 상실과... 이 모든 것들을 다시 대면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일 거라고 짐작만... 나만 해도 백골단 쫓기는 장면에서 모골이 송연.. 이런 게 '재경험'이구나 실감할 수 있었으니....
 
학생운동만을 과도하게 부각시키지 않고, 특정 인물의 초인적 영웅담에 기대지도 않고, 
보통 사람들, 아주 완전 선량하지는 않지만 대강 직업적 자존심은 가진 사람들의 작은 결단이 역사를 바꾸는데 조금씩 기여한 것으로 그려낸 방식이 몹시 마음에 들었음. 검사나 교도소장이 지나치게 미화되었다는 비판도 있는데, 영화를 봐도 그 사람들이 절대 선인이나 결의에 찬 사람은 아니라는 게 잘 드러남.
 
한편으로는 여성주의 시각에서 여성의 비중이 작고, 나이어린 여자(연희)가 주변 남자들의 도움으로 각성해가는 모습으로 그린 것이 성차별적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이것도 동의하기는 어려움...
 
전반부에서 권력게임에 몰두하는 조폭같은 망나니들이 떼로 등장한 때야 남초인 것이 당연할 것이고, 후반부 운동의 조직화로 가는 상황에서 이름 가진 여성들이 더 많이 나왔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물론 있음. 그러나 이 때는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채 40%가 안 되던 시절이고, 대학생 숫자에서 남/여 격차가 엄청났던 것은 사실....
특히 연희만 주체성이 결여된 것처럼 그렸다는 비판은 정말 동의하기 어려움. 앞서 등장한 주요 인물들의 개인별 '전사'가 한두마디로 간략히 설명되는 데 비해, 오히려 개인의 서사가 살아있는 실제 인물은 연희밖에 없음. 광주 비디오를 보고, 선배의 죽음을 경험하고, 운동에 뛰어드는 경험은 너무 전형적이지만 당시 정말 상황이 그랬었고, 연희에게 비디오를 보여주고 데모에 데리고 나갔던 선배들도 다 똑같은 과정을 거쳤음. 다만 그 과정을 처음부터 보여준 게 연희였고, 그래서 나는 살아있는 개인 서사가 있다는 점에서 여성차별적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생각함....
만일 뒤집혀서, 여자 선배들이 처음부터 '타고난, 자발적으로 결의한' 운동권으로 그려지고 남자 후배의 개인 성장서사가 그려졌다면, 오히려 그게 더 성차별적이지 않을까 말여... 
 
영화 중 의외로 나 혼자 빵터진 장면은 하정우가 김윤석에게 북한사투리 고만 쓰라고 말하는 장면 ㅋㅋㅋ 경상도 사투리, 북한 사투리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는데 내 속이 다 시원해짐...
 
문성근, 우현 배우는 본인 역할 하면서 너무 흥미진진했을 것 같음. 보통 사람이라면 경험하기 어려운, 자신의 적이자 가해자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해내야 하는 도전을 이들은 어떻게 해냈을까? 
 
강동원 마스크 벗는 장면에서 극장 안에 일제히 터지던 '탄식'에 진심으로 빵 터짐 ㅋㅋㅋㅋㅋ 극장에서 이런 거 첨 봤는데, 아마도 전국적으로 동일한 현상이 있었던 듯....  정말 강도원님 현재 꽃미모 원탑일세....

 

 

# 패터슨 (짐 자무시 감독, 2016년)

 

 
 
 
 
이 영화 보고나서 후향적으로 카일로 렌을 좋아하게 됨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담 드라이버  이사람, 매력있잖아??? 왜 이제서야..
이런 배우를 왜 그리 찐따로 만들었나 좀 어안이 벙벙 ㅋㅋ
 
와.... 폭력과 빈곤이 물든 패터슨에서 자연시를 쓰는 전직 해군 출신 버스기사의 삶이란 무엇인가? 패터슨 시 로미오 줄리엣 커플 총질쇼에서 순간 카일로 렌이 광선검 꺼내는 줄 알았음 ㅋ
 
패터슨 시에 사는 패터슨 씨를, 아담 드라이버가 맡아서 버스 드라이버 일을 하는데, 시 너머로 흐르는 “조금만 아름다운 “ 풍광, 그리고 의외로 울림 좋은 아담 드라이버의 낭송에 푹 빠져들었음....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지만 어느 하루도 정말 똑같지는 않았음. 아 그 미묘한 변주.....
인생이 루틴으로 굴러가는 것 같지만 정말 어느 한 날도 같지 않고, 세상에 현재가 두 번 반복되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미묘한 '리듬'이 생긴다는 걸 깨달아버렸다니까....... 
 
그런데 내가 너무 세파에 찌들었는지, 강아지 마빈이 어느 날 유괴/납치라도 될까봐 영화 보는 내내 전전긍긍했다구.... 그런 영화 아니잖아...
그런데 도저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더라는... 
 
영화적 경험을 충만하게 해주는 매우매우 좋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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