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de parade 2010-1] 에 관련
7월 4일 일요일 오후 1시 30분, 퍼레이드 마지막날.
어제와 같은 장소, 오늘은 조금 더 서둘러서 나와봤지요.


아, 보러오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줄 알았는데.
행진을 맞이하기도 전, 사람들은 이미 지친 얼굴입니다. 거대한 전자렌지에 들어가서 다같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만 같았지요. 어디선가 바베큐 냄새가 풍겨오자, 이 불볕에 내 머리카락이 타는 건지, 앞사람의 가죽가방이 녹아내리는 건 아닌지, 딱 붙어선 남자의 담배연기와 겨드랑내가 섞여서 고기냄새처럼 느껴지는 건지, 후각도 시각도 마비되면서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접이식 의자에 앉아 소설책을 천천히 넘기며 손부채를 부치던 한 어르신은 퍼레이드를 10분 남겨놓고선 고개를 흔들며 철수합니다. 젊은이들이 자꾸만 의자 주변에 몰려들어 시야를 가리거나 발을 밟기 시작했거든요. 미안하다는 말을 생략한 그 젊은이들 탓에 어르신의 얼굴이 꽤 어둡습니다. 오늘은 예감이 별로 좋지 않군요.

건물 벽에 아슬아슬 걸쳐 선 사람도 보이고

지붕 위에 올라가 물장난을 하는 분도 보이고


성노동자의 권리를 지지하자, 성노동을 비범죄화하자.

네, 퍼레이드는 시작했습니다만

어제 이 거리를 물들였던 그 분위기가 아닙니다.
보는 이와 걷는 이가 경계없이 같이 웃고 떠들면서 즐기기는 힘들겠어요. 우선, 철제 울타리가 등장했지요.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올 수도 없고 행렬 속으로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울타리에 팔을 걸친 사람들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지만 그 뒤로 몇 겹이나 촘촘하게 겹쳐 서 있는 사람들은 발레하듯이 발뒤꿈치를 힘껏 치켜들고 팔을 더 높이 뻗어 한 컷이라도 담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합니다. 보고 느끼고 같이 움직이는 대신, 왜 이렇게 촬영에 집착하는 걸까요. 같이 카메라를 들고 서 있는 주제에 그걸 탓할 수는 없으니, 잠시 자리를 옮겨봅시다.

식당 입구에 무지개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종이꽃도 무지개

목에 걸어주는 플라스틱 화환도 무지개

티셔츠와 보자기로 발코니를 무지개로 장식한 주민들, 앉아있다가 저희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셨어요.

멋진 파트너와 사진도 찍으시고 콘돔도 받아가세요. 무료입니다.
부스가 늘어선 뒷골목에서 잠시 머리를 식힌 다음, 퍼레이드를 마치는 쪽에 미리 가서 있어볼까요.



다행이네요, 이쪽은 한산합니다.



퍼레이드 마치고 들어오셔서는 옷을 입는 게 아니라 더 벗는 분들도...

그러자 이 언니들은 '빤스 안입으면 같이 안논다' 하시고

물총 삼총사가 등장했지만 마침 물이 똑 떨어졌는데

한 시간 넘도록 쏴도 마르지 않는 대용량 물총으로 무장한 무리들이 반격을...
이거 맨날 하고 싶을텐데 또 일년을 어떻게 기다리나요





이 분들은 지금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방금 여기서 처음 만났습니다.
건너편에서 이 경찰님이 다가오면서 뭔가 주의를 주려는 순간, 파란 티셔츠가 덥석 안아버리는 바람에 머쓱해진 상황. 무장해제 긴장완화에는 프리 허그.






모형 기차를 타고 오는 이 분들은, 철도노동자들입니다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지지하는 교사들.
태극기를 이런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건 기분좋은 일입니다.

2 + 2 = 4
게이 + 레즈 + 바이 + 트랜스 = GOOD


하도 반가와하셔서 '어디서 만났더라' 한참 생각했지만

여기선 다 친구잖아,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퍼레이드는 세 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처음 도착했던 장소로 다시 이동하는 중,
아무하고나 악수하고 포옹하며 거리를 누비는 분홍이 아저씨를 발견합니다. 걸어다니는 광고판.

저녁 다섯 시를 넘기고 나서야 일반인들도 철제 울타리를 넘어 행진에 참여할 수 있었지요

G20에서 살아남았다면 이걸 입어, 라고 하셨지만 아직도 잡혀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므로 패스.

퍼레이드의 꼬리가 슬슬 빠져나가고

행렬이 지나간 거리 풍경도 어제와는 조금 달라보이네요. 작년에 봤던 밴쿠버 프라이드와도 다릅니다.
밴쿠버에서도 어제 마치에서도, 경찰과 퍼레이드, 퍼레이드와 일반인들의 경계가 좀 더 느슨하고, 쓰레기도 훨씬 적었고, 모두가 조금 더 배려하는 분위기였다고 기억합니다만.
다양한 기업들, 많은 단체들, 여러 정당의 정치인들과 지지자들, 공무원들이 참여한 훌륭한 축제였지만 올해 프라이드 퍼레이드의 마지막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다 돌아왔습니다. 아마도 제가 전날까지 너무 피로했던 탓에 집중하기 어려웠거나 편안하게 즐길 수 없었던 거겠죠. 게다가 이 사진들을 올리는 지금은 7월 12일 월요일 새벽. 퍼레이드의 기억이 흐릿해지기 시작한 탓도 있고요.
벌써 일주일이 지났군요.
축제가 아닌 일상에서 맨얼굴로 다시 만난다면, 우리들 중 누군가가 커밍아웃 할까 말까 고민할 때, 어렵게 만났던 애인과 헤어지고 괴로와할 때, 드디어 결혼을 결심했지만 적당한 장소도 증인도 구하지 못할 때, 아웃팅을 당하고 가족도 회사도 친구들도 외면할 때, 피부색이나 나이나 직업에 상관없이 이 축제에서 만났던 것처럼 서로 활짝 웃으면서 손을 내밀고 포옹하면서 말없이 위로할 수 있을까. 큰 병을 얻어 외롭고 무서울 때, 단 하루만이라도 당신이 나를, 내가 당신을 먹이고 재우면서 서로 돌볼 수 있을까. 말이 안통해서 조금 어색하더라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들 중 누가 게이인지 아닌지 가리지 말고 그렇게 하고 싶은데 말입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줘서 고마웠습니다. 내년에 여기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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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잘 봤어염 6월에 한국에서 퀴어 퍼레이드 못 가서 참 아쉬웠는데. 엠티 가느라고 ㅋㅋ 이 날을 위해 의상을 마련하고 퍼포먼스 연습해 보고 이랬을 과정들이 참 정겨워염 ㅎㅎㅎㅎ
너무 졸려서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삼. 아, 혹시 스킨 만들 때 캐나다 풍경사진 같은 거나 퀴어 행진 이미지 같은 거 필요하면 제 사진 중에서 암꺼나 갖다 쓰셈. 프리 프리 나루픽춰.
히히 네 근데 당장은 힘들겠지만... 당장의 저의 기획엔 없던 심플한 스킨을 나루때매 만들고 있어섬 ㅋㅋ 암튼 이것도 그렇고 나중에도 좋은 사진 마구 갖다 쓸게염
오오 글 등록하고 바로 쓰러졌는데 그새 덧글이 하나 더 달렸군요. 그나저나 이 여름에 제가 일거리 하나 더 보태드린 거? 어떡하나...이럴 땐 미안하다가 아니라 제의견반영해주셔서 고맙다고 해야하는거죠? 고마운 뎡야,갖고 싶은 거 있음 다 말해요, 구글링해서 사진 전송해줄께요. ㅋ
맨 위에 사진도 괜찮고,

이것도 괜찮고,
두 개 사진 원본 좀 보내주실래염?
http://blog.jinbo.net/jinbone/403
큐큐큐<
다른 사진 더 많이 보여주셔도 참 좋긔... 이번에야말로 진보넷 사업에 도움을!!!! ㅋ
아하 제가 뭔가 도움을 드릴 수 있다니 기쁘규 ㅋ, 사진은 내일 보낼께염, 지금 자정이 넘어서 뭘 할 수가 엄서...
글구 공개하라는 포스트는 공개했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