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을 받았다
친구들이 신경쓸까봐서 엽서를 보낼 때도 여기 주소는 알려주지 않았고
여기서 만난 사람들과도 이메일주소만 교환했기 때문에 우편함에는 고지서만 날아온다
어제 귀가하는데 소포가 왔다는 스티커가 붙어있어서 참 좋았다
괜찮다고 아니라고 사양하다가 막상 책을 받고 보니 눈물이 나려고 한다
잘 읽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마도 이게 여기서 받는 처음이자 마지막 소포가 아닐까 싶어요
2.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한국독립영화 아카이브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9월에 이미 32편의 독립영화를 영상자료실에 갖추어 놓았다는데
한 감독이 그 소식을 전해와서 [돌 속에 갇힌 말]도 계약을 하게 되었다
서울에서도 걸핏하면 영화제작지원 공모일정을 놓치거나 잊어버리는 나로선
그런 사업이 있다는 걸 여기서 알게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계약, 이라는 건
집에 관해서건 일에 관해서건
돈이 오고 가는 일이어서 민감해진다
내 값이 얼마인가, 늘 회의하는 사람 중 하나라서
계약 과정에서 자주 상대방과 유쾌하지 못한 대화를 하거나
오해가 불거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 불만없이 날인하려고 한다
이 영화로 내가 돈을 받아도 되나
이메일로 연락하는 동안, 계약서가 도착한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든다
작업을 시작할 때 부터 방송사에 항의할 때까지
옆에서 도와주셨던 많은 분들이 하나 하나 생각난다
연락을 해준 그 감독도 계약서를 보내준 그 담당자도
내가 먼 곳에서 소외될까봐, 그리고 생활비가 넉넉치 못하리라는 걱정에서
일을 빨리 진행시키려고 애를 많이 썼을 것이다
이 영화에 관련해서 만난 모든 사람들과 함께
그 두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눈 질끈 감기로 했다
제작지원금을 한번도 받은 적이 없는데
계약금을 받게 되면 중단했던 작업을 이어가게 되기를 바란다
이만큼 압박이 큰 지원금도 아마 드물 것이다
서울에 반드시 돌아가야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잘 쓰겠습니다, 늘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포스팅 하고 나서, 액수가 엄청 큰가 보다 여기는 분들이 있던데,
백만원을 넘지 않는 수준입니다. 물론 지금 저한테는 엄청 큰 액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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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이야기군요. 중단한 것도 영상 관련한 건가 봐요?
네, 동네방네 떠들기만 하다가 제풀에 지쳐서 손 놓고 도망왔죠 ^^
왼쪽에 파란색 배너가 두번째 장편에 관한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