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서 진보신당을 지지하자는 메일을 받았다
낡은 틀 하나를 벗고 새로운 틀을 만든다는 건 쉽지 않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그 일을 한다는 건 더 어렵다
정당이라는 틀을 가지고 오랫동안 고민을 거듭하다가
기어이 그 어려운 일을 실행에 옮긴 분들에 대해 지지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아직은 그 어떤 곳도 지지할 수 없다
안타깝지만 내게는 시간이 더 필요한 모양이다
메일에 첨부한 글이 있기에 아래에 전문을 담아왔다
그 글에서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 이라는 표현을 유심히 읽었다
그것을 정말로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분들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다
스무 살 이후 오랫동안 '약속에 책임을 지는 정당'을 기다리고 있다
나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싶은 정당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내가 바라는 정당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가장 기본적인 내용으로 내세웠던 몇 가지 원칙조차
정치적 실리를 위해 언제든 변경했거나 변경할 수 있는 분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면서 활약하는 모습을 자주 봐왔다
들러리가 되어도 좋다는 마음으로, 보이지 않게 후원했거나 자원활동했던 사람들
같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묵묵히 돕던 사람들의 마음을 짓밟아놓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인색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앞으로도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희망은 없다
아직은 잊혀지지 않는 아픈 장면들이 있다
진보신당에서 장애여성공감 박영희 대표가 참여하는 것도 좋고
민주노동당과 차별화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하는 모습도 좋아보인다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그리고 이명박 정권 기간 동안 그들이 부디
나처럼 소심하고 나약한 사람들이 달려가 손을 잡고 싶은 든든한 친구가 되면 좋겠다
약속한 많은 것들을 더디더라도 꾸준히 지켜나가는 모습 보여주시길
진보신당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좋은 활동을 기대해본다
진보신당 연대회의를 지지합니다
선진화와 실용의 기치를 세운 이명박 정권이 출범했습니다. 이제 불과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이 정권은 참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느닷없이 어뢴지라는 외래어 표기법 문제를 들고 나온 인수위와 장관 후보들의 허무맹랑한 농 짓거리로 비웃음을 샀습니다. 역사 수업마저 영어로 진행하겠다더니 이제는 영어 몰입 교육은 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다고 얘기합니다. 기관장 이름까지 거론하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까발리겠다며 서슬 푸른 칼날을 휘두르더니 이틀 후엔 거론된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를 합니다. 숭례문 화제 국민성금 운운할 때부터 보았듯이 참으로 즉흥적이고 변화무쌍 합니다. 개념도 원칙도 철학도 없이 그저 실용만 강조됩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희화화된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완장을 차고 색깔 다른 이들을 색출, 추방하겠다며 협박의 수위를 높여가는 한편 연일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무관용의 원칙’으로 국민을 다스리겠다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정권 출범과 동시에 자행된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의 강제 해산 과정과 백골단을 연상시키는 ‘검거전담반’ 신설 의지를 통해 이것이 단지 선언에 그치지 않을 것임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권이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법과 질서’란 대단히 선택적이고도 실용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을 우리는 삼성특검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삼성특검이 시작되자 삼성은 그룹차원의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공공연하게 자행했지만 이같은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해 삼성은 어떠한 법적 제재도 받은 바 없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 의료, 전기, 통신, 철도, 수도, 가스 등을 선진화와 실용의 이름으로 민영화 할 것을 천명하였습니다. 이제 교육은 오직 대학 입시를 위한 무한 경쟁으로 내몰리게 될 것입니다. 민간보험의 확대는 국가의료보험의 근간을 흔들어놓을 것이며, 이는 국민 대다수인 서민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민영화 1순위로 꼽고 있는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민영화는 결국 자본의 이윤추구의 수단이 되어 서민 경제를 더욱 압박할 것입니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공공부문의 민영화는 국민 대다수를 제외한 선택적 소수에게는 혜택이 될 것입니다. 그들은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다 ‘선진화’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같은 차별화된 서비스는 사회구조적인 차별과 갈등을 양산하게 될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로부터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의 거센 파도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더욱 노골화하며 온 세상을 뒤덮을 기세입니다. 국가기구와 자본과 언론이 합세하여 ‘자본의 자유’를 외쳐댑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자본의 자유, 이윤을 추구할 무한한 자유는 인간적 가치를 침해하고 억압하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우리는 자유롭게 사고하고, 자유롭게 행동하고, 행복과 이상을 추구할 인간적 가치들이 훼손되고 침해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가치들이 국민 개개인에게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묵과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을 통해 문화다양성의 원칙을 주장 하였습니다. 이는 우리의 문화 뿐아니라 타문화에 대한 존중과 공존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라는 문제는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러한 원칙은 실종된 지 오래입니다.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무시되고 상대에 대한 설득 노력은 생략됩니다. 지난 노무현 정권이 스크린쿼터 축소를 강요하는 방식이 그러했고, 한미FTA 체결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방식이 그러했습니다. 국민에 대한 무시와 국민에 대한 설득 포기라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추진 방식 역시 똑 닮아 있습니다. 사실 신자유주의를 향해 온 국민을 내몰고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주저없이 달려 나가는 것과 두리번거리며 나아가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일 것입니다.
많은 영화인들이 지난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을 지지한 바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는 낡은 진보가 아닌 21세기 진보에 대한 새로운 고민의 결과였습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가 새로운 진보의 싹을 틔우는 길이 되길 바랬던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시대의 변화를 외면했습니다. 대중들과 문화적으로 소통하는 길이 막혀 있습니다. 80년대식 낡은 가치에 묶여 진보의 재구성을 주저합니다. 평화주의적 관점에서 북한 핵무기를 다루지 않았습니다. 북한 인권문제를 보편적이고 진보적 관점에서 풀어 나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구호뿐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가 아닌 진정으로 비정규직과 하나가 되는 연대전략을 실현시킬 노력이 너무도 부족했습니다. 생태주의와 소수자의 인권을 외면했습니다. 문화를 21세기 진보적 삶의 소중한 동력으로 바라보지 못 했습니다.
진보신당연대회의의 출발은 이같은 민주노동당으로부터의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판단합니다. 과거로부터의 진보적 가치들과 더불어 새로운 진보의 가치들을 끌어안아야 합니다. 진보신당연대회의가 내세운 평등, 생태, 평화, 연대의 가치는 서로 다른 별개의 내용을 병렬적으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하나로 융합되어 새로운 삶과 실천을 만들어 내는 새로운 진보의 내용이어야 하며, 문화적 삶의 새로운 지평을 의미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더 이상 과거의 운동방식만으론 대안적 정치세력이 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진보의 가치를 끌어안은 진보신당연대회의에는 좀더 다양한 문화와 좀더 다양한 사업 방식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영화인들의 진보신당연대회의에 대한 지지이유이자 요구이기도 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작아 보이지만 신자유주의의 광풍에 맞서 단단하고 거대한 정치세력으로 발전하길 기대합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