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심 많은 아저씨가 사는 법

이반입니다. ^^ - 콰지모도

따뜻한 날의 오후

따뜻한 날의 오후. 한뉘 지음. 이둔 출판. 2005년 6월.

 

신촌 Book-off 에서 2천원 주고 샀다.

처음 50페이지까지는 흔한 남녀의 연애소설일 줄 알았다. 머리가 나빠서 책을 읽을 때 등장인물의 이름과 나이, 성별 같은 것들을 메모하면서 읽는 편인데 주인공 '공대연'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좀처럼 알려 주지 않는 것이었다. 공대연은 손상현을 따라다니는 귀엽고 젊은 여성이겠거니 했다. 51페이지에 거울에 비친 공대연을 건장한 남자로 묘사한 부분을 보면서 깜짝 놀랐고 이 때부터 더 집중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_-;

그리고 200페이지까지를 읽을 때는 공대연이 미친 놈이라 생각했다. '손상현'이 그렇게 싫다는데도 일방적으로 미행하고 호시탐탐 애정 표현을 해대기 때문이다. 그 다음 챕터에서 '손상현의 하루'에서 그의 내면을 알고 나서야 부모님을 위해 사랑을 잠시 본심을 감추어 두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살고 있는 가족과 사회 테두리에서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흥미롭다.
공대연은 사랑을 위해서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감행하고, 손상현은 공대연보다는 어머니를 더 우선했기 때문에 커밍아웃을 하지 못한다. 공대연은 커밍아웃 때문에 아버지에게는 버림받지만 여동생과 제수씨에게는 지지를 받는다. 손상현은 어머님이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공대연의 마음을 받아 주지 않겠다고 마음의 벽을 둘러치고 있는데, 막상 어머님이 돌아가시자 그동안 어머님이 돌아가시기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자괴감을 느끼고야 만다.
끝내는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그들이 살고 있는 직장이라는 세계에도 그 관계가 밝혀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덤덤히 받아들인다. 그 두 사람의 관계를 비웃는 사람은 상당히 교활하고 나쁘게 묘사된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커밍아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커밍아웃을 하면 아마 나도 가족에게 버림받고 상처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커밍아웃을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가족을 속여왔던 나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하면서 후회하게 될 것이다.

야한 장면은 마지막 부분에 한 번 나온다.

2011/11/20 21:20 2011/11/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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