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土龍
답답함과 불안함을 견뎌내며 무던하게 나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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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조물과 창조주.

소설을 구상하며 하나의 세계를 생각한다. 

그것이 마무리되면 쓰기 시작한다.

그러나 한참 쓰다보면 이미 그 세계에서는 나름의 질서가 자리잡힌다.

물론 그 질서는 내가 의도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러다보면 처음에 구상했던 세계와는 다른 흐름으로 흘러가게 된다.

소설의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나와 소설속 세계의 권력 관계는 역전된다.

처음에는 온전히 나의 구상과 의도에 의해 만들어지던 질서가

점점 나 역시 거부할 수 없도록 자리잡힌다.

나 역시 그 질서에 따라 글을쓰며 노동해야한다.

나는 더이상 창조주가 아니라 그 세계의 구축을 위한 노동자다.

 

등장인물들은 점점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대로 행동하며 처음의 내 의도를 거부한다.

그렇다고 나는 그것을 내 마음대로 되돌려 놓겠다고 나설 수 없다.

그랬다가는 소설의 세계는 완전히 깨어진다.

그렇게 다 만들어진 작품은 분명 내가 만든 것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낯설음이 느껴지는 신세계다.

 

 

이 세상을 만들었다는 신이 있다면 아마 그도 그랬을 것이다.

 

신이 만든 세상의 피조물이라는

나 역시 나름의 세계를 창조해 창조주가 되었지만

그 세계를 구상하고 질서에 따라 만들어냈을 뿐

그 세계가 운행되는 것까지 참견할 순 없다.

나는 묵묵히 그 세계를 지켜보고 곱씹어볼 뿐이다.

더 이상 참견해서는 추해진다. 나도 세계도.

그래서 신은 침묵하는 것이다. 자신의 작품을 망칠 수 없으니까.

등장인물인 우리도 신을 의식해서는 안된다. 그럼 우리는 망가진다.

 

그러니까 신은 없다.  있든 말든 우린 서로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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