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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인 황진이에 초점을 두지 마시라. 그리하면 재밌다

이쁜 배우 송혜교가 황진이로 분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영화 <황진이>에 관심을 가졌다. 게다가 드라마 <황진이>가 인기를 끌면서 더욱 영화에 기대를 가졌던 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거문고를 잘 튕기고, 아름다운 자태로 춤을 추는 송혜교를 기대했는데, 영화는 춤을 추는 송혜교는 커녕 오히려 황진이와 놈이, 그리고 양반 관료들을 통해 조선시대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는 영화 개봉전, 송혜교에게 초점이 맞춰줘서 그랬을 수도 있다. 나 역시, 송혜교 혼자 떡하니 앉아있는 영화 포스터를 보고 별로 보고싶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고온 사람들이 황진이보다 놈이가 더 많이 나온다는 말에, "엇! 그럼 드라마 같은 황진이가 아닌가 보네..."하고 갑자기 보고 싶어 졌으니까.... 예인 황진이가 아닌, 인간 황진이 김탁환의 소설 "나, 황진이"를 원작으로 삼은 드라마 <황진이>는 예인으로서의 황진이를 그려냈다. 북한 소설가 홍석중의 <황진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황진이>는 예인 황진이 보다는 조선시대 사회를 한껏 조롱하는 황진이를 그려낸다. 드라마 <황진이>는 출중한 실력을 지닌 예인으로 그려냄으로써 현대의 성매매여성과 조선시대의 기생은 비교대상이 될수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드라마 황진이는 양반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정조를 지키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영화 <황진이>에서 황진이는 기생을 성매매여성과 차별화하여 치켜세유려는 남성들의 욕망에 한껏 강펀치를 날린다. 여자를 힘으로 취하지 않는다는 사또에게 개똥이를 살리기 위해 몸을 주었던 황진이는 개똥이가 풀려나자 이렇게 말한다. "기생을 이렇게 어렵게 품는 사내가 어디있답니까?" 자신이 양반인줄 알고 살아왔던 황진이는 자신이 종의 딸이고, 지 어미는 쫒겨나 기생으로 살다 죽었으며, 지금까지 자신의 신분으로 알았던 양반 사회는 가식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기생의 길을 택한 진이를 말리던 놈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못 갈 곳이 어디있겠는가..." 세상을 향한 조롱, 그리고 혁명 기생이 된 황진이는 가식적인 양반 남정네들의 본성을 보기좋게 비웃어 주며, 양반, 종, 기생이 그저 같은 인간임을 말한다. 그리고 조선시대 최초의 좌파 학자 서경덕을 만나 부조리한 사회에 분노해야 함을 배운다. 서경덕 : 길을 가는데 길을 가로막는 큰 나무가 있다면 어찌하겠는가? 황진이 : 나무를 피해 돌아가겠습니다. 서경덕 : 앞으로 걸어갈수도 없을 만큼 비바람이 분다면 어찌하겠는가? 황진이 : 비바람이 멈출때 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서경덕 : 너는 왜 너의 갈길을 가로 막는 그것들에 대해서 화를 내지 않는가? 황진이 : 그것은 자연현상인데 어찌하겠습니까? 서경덕 : 자네가 화를 내지 않는 것은 자연에 마음이 없기 때문이야... 그리고, 인간의 본질은 같으나 그를 둘러싼 사회적 지위가 인간의 존재방식을 결정한다는 유물론의 깨달음을 받고, 놈이의 혁명을 마음속으로나마 지지한다. 아마도 이 부분, 놈이가 게릴라전을 펼치는 부분이 부각되면서 황진이 송혜교를 보기 원했던 관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황진이가 세상을 향해 내뱉는 조롱, 놈이가 평등사회를 꿈꾸게된 이유, 양반 사회의 부조리 등을 본다면 영화 <황진이>는 감동을 안겨줄것이다. 물론, 지나친 생략으로, 흐름을 방해하는 부분이 있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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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쓰레기장에서 나와서 세상좀 보니까, 더 큰 쓰레기장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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