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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동자 옥죄는 블랙리스트

반드시 뿌리뽑아야 합니다!

- 故 김OO 노동자의 명복을 빕니다-

 

 

7월 11일(월) 아침 8시 경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업체 △△기업에서 물량팀으로 일하던 김○○ 노동자가 1도크 블록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조선소 밥 먹은 지 22년 됐고 대우조선해양에서 6년 넘게 일한 노동자였습니다. 고인은 근무가 없던 7월 10일(일) 오전 대우조선해양에 들어와서 지금 자신이 일하고 있는 2도크가 아닌, 이전에 자신이 일하던 1도크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서가 발견되지 않아 죽음의 이유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고인의 죽음에는 하청노동자의 목을 옥죄는 ‘블랙리스트’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체불임금 가지고 흥정하기

 

고인은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업체 (주)◇◇에서 물량팀장으로 일하다 지난 5월 13일 폐업 통보를 받았습니다. 약 2개월 분의 임금이 체불된 상태였습니다. 노동자들은 업체 대표에게 체불임금 해결을 요구하며 사무실 복도에서 밤을 새웠지만 대표는 모친이 아프다며 자리를 떴습니다. 그 후 (주)◇◇의 일을 인수하게 된 인수업체 대표와 원청 관리자는 ①체불임금의 70%만 받고 계속 일하든가 ②100%를 다 받고 대우조선해양을 나가든가 선택을 하라고 제안했습니다. 당연히 받아야 할 하청노동자의 임금을 가지고 흥정을 한 것입니다. 많은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70%와 일자리를 선택했지만 25명의 노동자는 체불임금 100%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권고사직을 하고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런데 체불임금 100%를 선택한 것이 이후 커다란 고통의 시작이 될 줄은 누구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블랙리스트에 가로막힌 재취업

 

그렇게 대우조선해양을 그만둔 고인을 비롯한 노동자들은 삼성중공업 사내하청업체에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았습니다. 서류가 통과되고 체력테스트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나 출근하기로 한 당일 출입증 발급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유를 물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라는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고인을 비롯한 노동자들에 대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취업제한은 이후에도 계속되었고, 어떤 노동자는 “업체대표 구금, 단체 행동”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폐업을 통보한 업체 대표에게 밀린 임금 해결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 대표 구금이요 단체 행동으로 둔갑한 것입니다. 어떤 업체는 “우리도 어떻게 해 보려고 했는데 방법이 없다”며 미안해하기도 했습니다.

 

어렵사리 다시 얻은 일자리, 그러나...

 

고인 역시 체불임금 100%를 받고 (주)◇◇에서 퇴사한 이후 한 동안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6월 14일 신체검사를 받고 대우조선해양 △△기업에 물량팀으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참 다행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많이 미안했습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에서 다시 일하게 된 것도 잠시, 블랙리스트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기업 입사 일주일 쯤 지났을 때 대우조선해양이 고인을 입사시킨 것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고인을 내보낼 것을 요구한 것입니다. 그리고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고인은 자신이 예전에 일했던 1도크 블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 한 달 동안 대우조선해양이 지속적으로 고인을 해고할 것을 업체에 요구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고 있고, 그에 따라 고인을 내보낼 것을 요구했다는 사실은 언론사 취재를 통해 알려졌고 주변 사람들도 증언하고 있습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블랙리스트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진=참세상, 오마이뉴스)

 

 

유령과의 싸움, 블랙리스트 반드시 뿌리뽑아야 합니다

 

대형 조선소를 다니는 하청노동자라면 블랙리스트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또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생각해서, 혹시 잘못 찍히면 다시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내심 두려운 마음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원청 조선소나 하청업체는 블랙리스트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그런 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누구나 그 존재를 알고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 블랙리스트는 마치 유령과 같이 존재하며 하청노동자의 목을 옥죄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인을 비롯한 하청노동자들이 체불임금의 70%가 아니라 100% 다 받기로 선택한 것 때문에 이후에 취업이 되지 않아 큰 고통을 당했고, 지금도 고통 받고 있고, 어렵게 취업한 하청업체에서도 다시 블랙리스트가 문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청 대우조선해양도 하청 △△기업도 그런 일은 전혀 없다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를 통한 취업제한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제40조 위반이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중범죄입니다. 더 이상 이 같은 범죄행위에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피눈물을 흘려서는 안 됩니다. 블랙리스트 반드시 뿌리뽑아야 합니다!

 

故 김○○ 노동자의 명복을 빕니다. 잠시 동안이라도 함께 마음 모아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해 주십시오. 22년 동안 조선소 노동자로 살다 간 고인의 삶을 기억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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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2 11:59 2016/07/1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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