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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맹 임원선거에 나간다

12월에 내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는 선거가 무려 5개나 있다. 그 중에 어디에도 피선거권을 내세우지는 않겠다고 오래 전부터 굳게 맘먹었는데 예의 우유부단함에다가 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까지 떠올리면서 그 중에서 가장 모질고 힘든 선거에 후보로 나서게 되었다. 고민할 때야 아니야 아니야 도리질 했지만 일단 결론을 내린 바에야 모든 것은 오로지 나의 책임으로 맡겨질 일이다. 이런 나에 대해서 나 자신도 이따금 연민을 느끼는데 어쩌겠나, 80년 이후로 내 인생이 늘 그렇게 이어왔거늘. 그래 내 인생은 분명히 나의 것인데 자주 내 것이 아닌 듯 나조차 낯설다. 충고와 걱정과 비판을 아끼지 않은 동지들, 심지어 나로 인한 배신감에 입맛까지 잃었던 동지여, 부디 용서하소서. 앞으로의 나에 대해서도 더 크고 단호하게 꾸짖어 주소서. 참, 조금 있다가 낮 1시부터 우리 노조 중앙위원회가 있다. 여러가지 얘기들이 쏟아질텐데, 내 지금 심정을 급하게 글로 써 봤다.


공공연맹 임원선거에 출마하면서 중앙위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 그리고 비판을 고맙고 달게 받겠습니다, 도와 주십시오!- 1993년 12월 출근길에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유전공학연구소노동조합 고 박성오 위원장 동지의 뒤를 이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저의 인생역정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1994년 과기노조가 출범했을 때, 저는 비전임이었지만 본부의 정책위원장과 유전공학연구소지부장을 겸했고, 1995년 1월 과기노조 합법화 이후 최초의 쟁의를 승리로 마감하면서 연구활동과 노동조합 활동을 병행하겠다는 당초의 소신을 꺾고 노동조합 전임자로서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1995년 여름 지부장 임기를 끝내고 다시 실험실로 돌아가려 했을 때, PBS는 일단 막고 봐야겠다고, 1년만 본부 전임을 하겠다고, 지부장 출신으로서는 최초의 본부 상근국장으로서 본부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벌써 9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세월 동안에 유전공학연구소지부장, 과기노조 초대 정책위원장, 과기노조 2대 조직쟁의국장, 과기노조 3-4대 위원장, 공익노련 부위원장, 공공연맹 대전충남지역본부장, 민주노동당 유성구지구당 위원장, 민주노동당 대전광역시지부장, 민주노동당 제16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유성구), 그리고 현재 과기노조 6대 위원장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저로서는 벅찬 직책과 역할을 맡아서 달려 왔습니다. 저에게 그러한 역할을 맡겼던 조합원들과 간부 동지들의 여망에 충분히 부응했느냐 하고 누가 물으신다면 여전히 부끄럽고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동지들의 뜻을 거슬러 일을 도모하고자 한 적은 없었으며, 한편으로는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 개인적으로는 꿈도 꾸지 않았던 총선 출마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 총선 출마는 제 삶의 전망과 진로에 크게 영향을 끼친 사건 중의 하나입니다. 조합원들과 지역 유권자들 앞에서 저는 이 땅의 진보와 노동자·서민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싸우겠다고 큰소리쳤습니다. 지난 4월의 제17대 총선을 앞두고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하면서 많은 동지들의 다양하고 진지한 의견들을 들으면서 제가 크게 고민했던 것은 2000년의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과기노조 내부 조직을 추스르는 것을 우선적인 임무로 생각하고 당 활동은 좀 더 장기적인 숙제로 남겨야 하겠다고 판단하고, 결국 제17대 총선 출마는 포기했습니다만, 과학기술운동과 지역운동,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헌신과 열정으로 작은 성과들을 이루어내고 그 토대 위에서 지역에 기반하는 진보정치의 모범을 만들겠다는 저의 계획은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그런데 돌연 공공연맹 임원선거에 출마한다니요? 격려의 말씀을 보내시는 한편에서 저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는 여러 동지들의 항의와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저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든 과기노조와 공공연맹에 대한 우려에서 출발한 것이든, 안팎에서 저에게로 몰려든 사려깊은 의견과 질타에 대해서 참으로 고마운 마음으로 경청했습니다. 그 마음 너무도 잘 아는 저로서는, 지난 2월에 있었던 총선 출마와 관련한 고민보다도 더 큰 갈등과 번민으로 괴로웠습니다. 저에게 쏟아지는 갖가지 기대와 요구들을 한꺼번에 충족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결국에는 제가 계획하고 꿈꾸던 일과 저에 대한 동지들의 기대와 요구와 비판에 부응하는 일, 그리고 저의 공공연맹 임원선거 출마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로 만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당장에 과기노조 위원장직을 끝내고 나서 하고자 했던 저의 계획은 다소 차질이 생기겠지만, 진보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이 노동자중심성을 견지하고 연맹과 총연맹이 한국사회의 천박한 자본주의를 뛰어넘어 노동자계급의 전망을 새롭게 하는 단결된 힘을 갖추는데 누구든지 뛰어들어야 한다면, 제가 개인적인 어려움을 들어 피해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로서의 지난 세월을 저는 그런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중앙위원 동지들, 그 동안 동지들의 활발한 의견들을 들으면서 무척 고마웠고 한편으로는 심란하고 고통스러웠습니다. 당선이 된다면 가야할 길은 더욱 힘들고 고통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떨치고 더욱 새로운 마음을 가다듬어 지금보다 더 험한 길일망정 마다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혀 보겠습니다. 도와 주십시오. 지지하고 격려해 주십시오. 신명을 바치고 열정을 다해서 온몸으로 뛰겠습니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동지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있다면 언제라도 가차없이 비판해 주시고 혹여 저의 처신이 과기노조와 4천여 조합원들을 욕되게 했을 때는 즉각 소환해 주십시오. 지난 10년처럼 앞으로도 저는 과기노조 조합원임을 감사하며 한결같이 노동자로서의 삶을 살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11월 23일 이 성 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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