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둥지http://blog.jinbo.net/kuffs/아프리카의 뜨거운 오후2023-10-08T14:15:20+09:00Textcube 1.8.3.1 : Secondary Dominant곱배기를 타는 걸 몰랐다니: 터널작업자 배치전 건강진단 후기뻐꾸기http://blog.jinbo.net/kuffs/10802018-02-17T14:16:32+09:002018-01-09T13:30:38+09:00<p>건설업 배치전 건강진단 5명을 했다. 마지막 수검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괄호안은 나의 질문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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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15년 검진 때보다 청력검사 결과가 더 나빠지셨어요, 귀마개 착용은 잘 하셨나요?) 잘 하고 있어요. 요즘엔 그거 안 하면 일 못해요. (그럼 왜 그럴까요? ) <strong>어제 잠을 못 자서 그런가봐요. </strong>(피곤하면 감각기능이 일시적으로 좀 떨어질 수 있기는 해요. 평소에 잠을 잘 못 주무세요?) 아니 <strong>오늘 검진하는데 어제 술마시면 안될 것 같아서 술을 안 마셔서 못 잔 거예요</strong>.(잠이 안와서 술을 드시는 거예요?, 그런지는 얼마나 되였어요? ) <strong>매일 술 마신지는 한 십 년 되었죠</strong>. (그럼 술을 안 드시는 날도 있나요? ) <strong>한달에 한 두번 술을 안 마시는 날도 있어요. 바빠서요. 곱배기를 타니까요.</strong> (곱배기를 타는 게 뭐예요?) <strong>한달에 한 두번은 한 번 출근하면 다음 날 퇴근하거든요</strong>. (왜 그런 일정으로 일을 해야 하지요?) <strong>보통은 주간에는 아침 6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하는데 다음 가다(교대조)가 쉬는 날을 만들려면 한 가다는 곱배기를 타야하는 거예요. 곱배기는 탄광공사시절에 만들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MB가 만들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strong>(MB가 왜요?) <strong>경부고속도로 공사할 때 현대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빔 보강공사도 안 하고 </span>쌀 한가마니 더 줄 테니 들어가라 했다고 하던데요. 지금은 많이 나아진거죠</strong>.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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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14년 이직한 뒤로 이 병원에서 터널작업자들을 수십명은 검진을 한 것 같은데, 내가 파악한 근무일정은 주 6일 12시간 맞교대 월 2일 휴무 였다. 그런데 월 2일 휴무를 위해서 월 2회 곱배기를 탄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니.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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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한편 이 분은 드물게 3년만에 다시 검진을 하러 왔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대부분 건설현장따라 그 인근 병원에서 검진을 받기 때문에 다시 올 확률이 매우 낮다. 그래서 검진을 할 때 표면적인 상태파악만 가능하다. 건설업종사자에게는 직종별 건강진단이 필요하고, 전국 어디서나 자신의 과거 검진결과를 조회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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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오늘 외래로 방문하신 분은 건설현장 배관설치 철거업무를 30년 이상 하신 분으로 악성 중피종을 진단받았다. 이 무서운 병을 진단받으면 수개월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흔하고 오래 살아야 오년이라고 한다. 이 분은 국내 최고의 대학병원에서 보존적인 치료를 하고 경과관찰을 하고 있다. 죽기 전에 남은 식구들의 생계를 위해서 아픈 몸을 이끌고 나를 찾아온 것이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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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업무관련성 평가서를 쓰는 일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 비용을 돈으로 환산하면 지불하는 사람에게는 큰 돈이고 실제 노동력을 투여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원가도 안나오는 돈이다. 그래서 우리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본인부담으로 하는 업무관련성 평가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업무에 시간을 쓰다보면 해야 할 일상업무가 밀리기 때문에 여기 아니고는 갈 데가 없는 사람들에 한해서 진행한다. 다행히 작년말부터 근로복지공단 시범사업이 진행되어 전국 6개 근로복지공단 병원에서 본인 부담없이 진행하는 길이 열렸다고 들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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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작년 말 노무사가 서류를 들고 찾아왔을 때, 왜 굳이 업무관련성이 명확해보이는 사안을 들고 평가를 받으려고 하는 지 물었다. 그냥 노무사가 진행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상담만 해서 방향만 제시하고 돌려보내려 했는데, 준비한 자료를 읽어보니 2프로 부족했고 노무사가 보완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다음 예약을 잡았고, 그래서 오늘은 환자가 직접 온 것이다. </p>
<p> </p>
<p>이 사례는 석면노출에 대해서 본인 주장외에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이 부족했다. 그래서 아픈 사람을 붙들고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꼬치꼬치 캐묻고 석면노출의 근거가 될 만한 내용을 모두 끄집어 내었고 추가 자료확보를 요청했다. <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요즘도 석면포를 깔고 용접작업을 한다고 하는 데 구매내역 등 객관적 자료를 요청했다. </span>혹시나 석면노출의 흔적이 몸에 남아있을 지 모르니 컴퓨터단층활영 재판독도 넣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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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처음 일할 때는 8개월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어요. 그 뒤로는 한 달에 두번 정도 쉬었죠.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12시간 일했어요. 배관설치를 할 때는 원통형의 보온재를 잘라서 관을 감고 테이프로 감아요. 해체할 때는 층간의 1미터 높이의 공간에서 석면 보온재를 톱날로 썰어서 까고 새 보온재를 다시 감아요. 해체된 석면솜을 들고 내려와 마대에 담아서 차량까지 운반해요. 용접을 할 때는 불꽃이 튀면 안되니까 석면포를 깔아요. 석면포는 일미터 넓이의 롤에 감겨 있는데 그걸 깔고 밟고 다니면 다리에 석면먼지가 묻어서 가렵곤 해요." </p>
<p> </p>
<p>그 분의 말로는 지금도 이렇게 일한다고 한다. 90년대 말이후로 배관을 감싸는 석면은 사라져 이제는 거의 남아 있지 않겠지만 석면포 사용실태는 어떤 지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병원에 배치전 검진을 받으러 오는 많은 배관작업자들에게 "용접불꽃을 막는 천은 어떤 건가요?" 라고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내가 노무사 상담으로 마쳤거나 서류만 검토하고 평가서를 썼다면 영영 몰랐겠지.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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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금일 혈압은 우측 145/75, 좌측 130/77, 우측에서 두번째 측정값이 140/81.</span></p>
<p> </p>
<p><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일차검진이후 혈압을 측정해보았냐고 하자 핸드폰속의 메모를 보여준다. 134/86, 124/74, 133/87, 132/86, 146/84, 127/87.... 그런데 왼쪽에서 잰 혈압이라고 한다. (혈압은 양측을 측정해서 높은 쪽에서 잰 값중 가장 낮은 값이나 평균값으로 판단한다.) </span></p>
<p> </p>
<p>젊은 사람 치고는 그래도 조금 높은 편이라 혹시 야간근무 끝나고 퇴근하는 아침시간대에 측정한 것은 아닌지 물어보았다. 종종 그런 일이 있고 그 경우 혈압이 과대평가되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고정 야간 작업자이다. 저녁에 들어와 야간근무를 하고아침에 퇴근하고 그 다음날은 쉬는 근무일정이다. 일명 야비휴야비휴. 야간 근무하고 퇴근한 비번일 밤에 자고 휴무일 아침에 측정한 혈압이라고 하였다. </p>
<p> </p>
<p><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일차검진부터 본인이 자가측정한 혈압을 모두 놓고 볼 때 고혈압의 진단기준에 부합한다. </span></p>
<p> </p>
<p><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언제 혈압이 높다는 것을 처음 아셨나요?"라고 묻자 전 직장에서 </span><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았을 때 </span><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혈압은 약간 높다고 들었다고 한다. 일차검진때 작성한 문진지를 보니 고혈압 가족력이 있고, 키 몸무게 정상, 주 1-2회 소주 한병정도의 음주, 흡연.... 그래도 나이를 고려하면 혈압이 높은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에 힘든 일이 있었냐 물어보니 이어지는 이야기..... 전 직장을 그만두고 6개월정도 실업상태에서 스트레스가 많았고 1주일 평균 3~4회, 어떤 때는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고 한다. 6년동안 2년에 한 번 계약하는 비정규직 방사선사로 자취하면서 몇 개의 병원을 떠돌아야 했던, 결국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고정야간작업을 선택해야 했던 청년의 힘든 마음이 느껴졌다. </span></p>
<p> </p>
<p><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아하, 그렇구나. 그래서 혈압이 높아진 거구나. </span></p>
<p> </p>
<p>일차검진 이후에 건강관리에 변화가 있었는지 물어보자 투약과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동네의원에서 약을 받아 먹은 지 2주 되었고 헬스클럽에 등록해서 몇 번 다녔다고 한다. 생활습관 개선 의지가 있는 지 확인해보았다. 언젠가는 술 담배를 끊어야 겠다는 막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6년째 야간작업에 종사하고 있고, 업무특성상 앞으로 야간작업을 지속해야 하는 데, 야간작업은 고혈압의 직업적 위험요인이다. 현재의 건강상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p>
<p> </p>
<p>이후에 건강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의논했다. </p>
<p> </p>
<p>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 금주,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이다. <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서울시 보건소의 금연사업참여시 6개월 금연율이 거의 50%가 넘으니 금연상담을 받도록 권고하였다. 혼자서는 술을 안 마신다 하고 지금은 고정야간근무를 하니 사실 술 마실 기회도 적다. 하지만 혼자서 자취하면서 집 직장만 왔다 갔다 하다보면 기분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휴무일에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취미생활, 자기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을 하였다. 그리고 진로문제로 고민이 되겠지만 아프기까지 하면 더 힘들어지니오늘 하루를 잘 사는 게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살아보자 했다. 당신탓이 아니잖아 라고 마음속으로 말했다. 이들 세대 방사선사가 종합병원에서 정규직으로 일할 확률은 아마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갈 정도가 아닐까 싶다. </span></p>
<p> </p>
<p>혈압관리가 잘 되는 지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1, 3개월째에 24시간 활동혈압에 대해서 추적관찰하기로 했다. 고정 야간작업자는 뇌심혈관질환의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좀 더 자세하게 검사하기로 했다. 야간근무하는 날, 그리고 휴무일 이렇게 2회에 걸쳐서 검사를 하기로 했다. 3개월째 면담은 생활습관개선에 대한 상담을 고려해서 잡았다. 우리 병원 근무자라 경제적 물리적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가능한 계획이다. </p>
<p> </p>
<p><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사실 이 사람이 생활습관개선이 아니라 투약을 먼저 시작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좀 있다. 보통 상담이 끝난 뒤에 3차 혈압을 재고, </span><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1,2차 혈압만으로 보았을 때는 즉시 투약권고기준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투약이 먼저 고려되었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span>검진 흐름을 바꾸는 걸 의논해봐야겠다. 1, 2차 혈압에서 높은 사람은 3차 혈압을 측정하고 진료실에 들어오는 것으로. 원래 3차 혈압은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서 본인이 강력하게 원하는 경우가 아니면 측정하지 않고 재검때 측정하고 면담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2018년 부터는 일반건강진단은 재검도 없어지니까 우리 검진 프로세스 개선도 필요한 것 같다. </p>
<p> </p>
<p>의사로서 노동자 검진을 할 때 기억해야 할 중요한 내용들을 모두 담고 있는 사례라고 자세하게 기록해둔다. 시민된 도리로 이 청년들이 버젓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마음의 빚이 또 쌓였다. 이럴 때 조그마한 진료실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어지럽기만 하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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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아침에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골치가 아팠다. 방송국 송출업무를 하는 50대 중반 남자가 종합검진을 받으면서 동시에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을 받는 과정에서 절차상의 미흡함에 대해서 화를 냈다. 우리 간호사에게 반말 섞어 가며 "나 이 검진 마음에 안 든다, 설문지를 안 보내준 건 누가 잘못한거냐, 종합검진센터나 너네냐" 뭐 이런 컴플레인. </p>
<p>어제 좀 늦게 자서 몸이 무거운데, 첫 수검자부터 소리소리를 지르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심호흡을 했다. 그는 내 앞에 오면 이 검진을 도대체 왜 하냐 부터 시작해서 본인이 얼마나 힘들게 근무하는가를 누구보다 더 길게 설명할 것이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어떤 업무를 하시나요. 하고 물어보니 "얘기하면 알아요? "하고 노려보았다. </p>
<p>"제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예요. 직장인의 건강문제를 진단하는 사람이니까 좀 알아들어요. " 눈을 바라보면서 말했더니 방송편집및 송출업무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 검진을 한다고 했을 때 사실 기대가 좀 있었다. <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해마다 똑같은 설문지에 체크하지만</span>지난 몇 년간 한번도 검진결과를 받아본 적도 없다... 많이 많이 들어본 이야기이다. 보통 검진결과는 검진기관에서 사업장 보건관리자에게 보내고, 보건관리자는 당사자에게 전달한다. 그 과정에서 분실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상황에 따라 당사자가 쓴 주소로 우편발송하기도 한다. 주소불명 검진결과 반송률도 상당하다. 그래서 주소 두 번확인하기 등을 업무절차에 넣었더니 반송률이 상당히 줄었던 경험이 있다. 올해부터는 이메일로도 발송가능하게 법이 바뀌었다 하니 좀 나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간 검진을 받으러 여기 저기 다녔다는데 들어보니 다 그럴만한 검진기관들이다. </p>
<p>설문지를 보니 피로와 불면이 심각하다. 30년 야간근무에 10년전부터 발생한 증상. 24시간 방송이 되면서 업무가 점점 늘은 것도 이유중의 하나라고 한다. 과거에는 야간근무를 해도 이렇게 노동강도가 높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공식적인 휴게시간이 없는 것도 야간근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이다. "수면장애주의에 야간작업일정개선(대근금지) 조치를 내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물어보니 처음엔 "좋다" 한다. "회사에서 다른 사람은 괜찮은데 왜 당신만 불면증이 있냐고 물어볼 수도 있어요" 했더니 그건 곤란하다고 한다. 어떤 경우는 당사자 동의를 얻어 문제를 공론화하고 근무일정을 개선하도록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당사자에 대한 낙인효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나 노사의 인식수준과 개선가능성을 고려해서 신중, 또 신중하게 판정한다. </p>
<p>이 검진은 당해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개인수준에서, 조직수준에서 취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분은 내년에 정년퇴직이라 이슈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마 통상임금/퇴직금을 생각한다면 대근을 더 하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노동시간이 돈과 직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개인수준에서 노동시간 단축이나 야간근무 감소는 쉽지 않다. </p>
<p>수면위생교육 자료를 주면서 햇빛노출, 운동, 식사 관리 등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낮에도 급하게 밥먹고 바로 와서 일해야 해서 햇빛구경도 못한다고 했다. 광치료 안경을 소개해주었다. 광치료 안경은 의료기구로 분류되어 있지 않아 개인이 온라인 구매를 할 수 있다. 수면예정시간 14시간전에 강한 햇빛을 30분정도 쏘이면 14시간 후에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촉진된다는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눈부심 등 경미한 부작용도 더러 있을 수 있다. 장기간 부작용에 대한 연구는 없다. <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가격이 좀 비싸다. 그래서 </span>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소개를 한다. 이 분은 업무특성상 햇빛을 아예 볼 수 없다 하니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증상을 조금 완화시키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써보라고. 무엇이든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것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p>
<p> </p>
<p>[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들]</p>
<p>이어서 다른 방송국 송출작업자가 왔다. 교대근무 일정에 대해서 별다른 불만은 없다고 한다. 들어보니 그 회사는 대근이 타 회사보다 좀 적었다. 즉 휴가를 쓰는 사람이 적은 것이다. 지난 주에 왔던 또 다른 방송국 송출작업자는 공중파 3사 중에 가장 나쁜 스케쥴로 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 부서는 누군가 휴가를 쓰면 대근을 해야 한다. 대근은 특정시기에 과도한 야간근무일정을 소화하게 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건강에 더 부담이 될 수 있다. </p>
<p>방송국 검진을 한 지가 4년째이다. 그 수천명의 사람들이 불규칙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 큰 회사는 수십만원 짜리 종합검진을 직원들에게 제공하지만 야간근무 일정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 </span></p>
<p>장시간 야간노동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바꾸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지만 꼭 해야 할 일인데.....어제 올라온 글을 첨부한다. 야간노동에 대한 글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노동시간과 관련해서 꼭 기억해야 할 내용이다. </p>
<p> </p>
<h1 class="headline mg" id="article_title" style="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rgb(255, 255, 255); border: 0px none; font-size: 12px; margin: 0px; outline: none 0px; padding: 0px; vertical-align: baseline; color: rgb(68, 68, 68); font-family: "Apple SD Gothic Neo", "맑은 고딕", "Malgun Gothic", 돋움,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letter-spacing: -0.84px;">[기고]폐기해야 할 ‘무제한 과로 허용 조항’ </h1>
<h1 class="headline mg" style="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rgb(255, 255, 255); border: 0px none; font-size: 12px; margin: 0px; outline: none 0px; padding: 0px; vertical-align: baseline; color: rgb(68, 68, 68); font-family: "Apple SD Gothic Neo", "맑은 고딕", "Malgun Gothic", 돋움,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letter-spacing: -0.84px;"><span style="color: rgb(68, 68, 68); font-family: "Apple SD Gothic Neo", "맑은 고딕", "Malgun Gothic", 돋움,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size: 12px; letter-spacing: -0.84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조현아 |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 환경의학과 의사회 이사</span><font color="#444444" face="Apple SD Gothic Neo, 맑은 고딕, Malgun Gothic, 돋움,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span style="font-size: 12px; letter-spacing: -0.84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 </span></font></h1>
<p><span style="color: rgb(68, 68, 68); font-family: "Apple SD Gothic Neo", "맑은 고딕", "Malgun Gothic", 돋움,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size: 12px; letter-spacing: -0.84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원문보기: </span><br style="color: rgb(68, 68, 68); font-family: "Apple SD Gothic Neo", "맑은 고딕", "Malgun Gothic", 돋움,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font-size: 12px; letter-spacing: -0.84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 />
<a href="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1192124015&code=990304#csidxc756fcbb5d7cd1fae97938292271012" style="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rgb(255, 255, 255); border: 0px none; font-size: 12px; margin: 0px; outline: none 0px; padding: 0px; vertical-align: baseline; color: rgb(68, 68, 68); text-decoration-line: none; font-family: "Apple SD Gothic Neo", "맑은 고딕", "Malgun Gothic", 돋움,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letter-spacing: -0.84px;">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1192124015&code=990304#csidxc756fcbb5d7cd1fae97938292271012 </a><img src="http://linkback.khan.co.kr/images/onebyone.gif?action_id=c756fcbb5d7cd1fae97938292271012" style="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rgb(255, 255, 255); border: none; font-size: 12px; margin: 0px; outline: none 0px; padding: 0px; vertical-align: middle; color: rgb(68, 68, 68); font-family: "Apple SD Gothic Neo", "맑은 고딕", "Malgun Gothic", 돋움, Dotum, Helvetica, AppleGothic, sans-serif; letter-spacing: -0.84px;" /></p>
<p> </p>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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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채용검진은 임의검진이고, 채용을 위해 당사자가 돈을 내서 사업주에게 결과서를 제출하고 채용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통상 공무원 신체검사규정에 의해 판단하고, 즉 사무작업에 준해서 평가하고, 결과서를 합격, 불합격, 판정보류로 표시하게 되어 있다. '판정보류'로 나가고 사유는 '현재 질병을 철저하게 관리한 후에 재평가 필요'라고 적었다. 면담에서 반드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던 모습이 기억이 나서 담당 간호사를 불러서 잘 설명해주라고 했다. 담당간호사는 한숨을 쉬면서 '절실해보였어요' 한다. 사회사업과에 가서 이 분의 현재 건강상태로 받을 수 있는 복지혜택은 없는 지 알아보고 알려달라 했다. (오늘 검진판정을 마치고 검색해보니 국민연금법에 의한 장애인연금 대상은 맞고,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연금및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수당 지급 대상인지는 더 확인해보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또 알게 된 것은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이 모든 것에 해당이 되더라도 최저생계비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이었다). </p>
<p> 이직한 뒤로 고령 수검자를 예전 보다 더 자주 만난다.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많게 하게 된다. 시골에 혼자사는 모친에 대해 마음이 쓰여서 그렇기도 하고, 나도 나이가 드니까 더 그런가 보다. </p>
<div class="buttons-bottom center jinboblog-i-like-this-buttons"><a class="button-jinboblog" href="javascript:void(0);" title="스크랩으로 글 링크를 저장하세요" onclick="recommend('353',1076,'/kuffs','');"><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mini_chuchon.png" alt="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a><a class="button-twitter" href="http://twitter.com/home?status=http%3A%2F%2Fblog.jinbo.net%2Fkuffs%2F1076+%2277%EC%84%B8%20%EB%82%A8%EC%9E%90%EC%9D%98%20%EC%B1%84%EC%9A%A9%EC%8B%A0%EC%B2%B4%EA%B2%80%EC%82%AC%22" target="_blank" title="트위터로 리트윗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twitter.png" alt="트위터로 리트윗하기" /></a><a class="button-facebook" href="http://www.facebook.com/sharer.php?u=http%3A%2F%2Fblog.jinbo.net%2Fkuffs%2F1076&t=77%EC%84%B8%20%EB%82%A8%EC%9E%90%EC%9D%98%20%EC%B1%84%EC%9A%A9%EC%8B%A0%EC%B2%B4%EA%B2%80%EC%82%AC" target="_blank" title="페이스북에 공유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facebook.png" alt="페이스북에 공유하기" /></a><a class="button-delicious" href="http://delicious.com/save" onclick="window.open('http://delicious.com/save?v=5&noui&jump=close&url=http%3A%2F%2Fblog.jinbo.net%2Fkuffs%2F1076&title=77%EC%84%B8%20%EB%82%A8%EC%9E%90%EC%9D%98%20%EC%B1%84%EC%9A%A9%EC%8B%A0%EC%B2%B4%EA%B2%80%EC%82%AC','delicious','toolbar=no,width=550,height=550'); return false;" title="딜리셔스에 북마크합니다"><img src="/plugins/../jplugins/ILikeThis/images/delicious.png" alt="딜리셔스에 북마크" /></a></div><p><strong><a href="http://blog.jinbo.net/kuffs/1076?commentInput=true#entry1076WriteComment">댓글 쓰기</a></strong></p>계속되는 날들뻐꾸기http://blog.jinbo.net/kuffs/10752018-02-17T14:17:47+09:002017-10-17T10:36:24+09:00<p>이제 겨우 9시 36분인데 하루종일 일한 것 같은 기분이다. 오늘은 고3 아드님의 10월 모의고사일이다. 아침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택시를 타고 병원 도착하니 7시.</p>
<p>7시 15분 시작하는 임상과장회의에 참석, 8시부터 검진을 시작했다. 예약접수현황을 전산조회하니 오전중 23명. 한군데 빼고는 비교적 잘 아는 사업장이라 순조로운 하루를 예감했건만. </p>
<p>68세 경비직 남성 노동자가 들어왔다. 가운도 제대로 여미지 않고 이 얘기 저 얘기 하시는 걸 들으면서 오늘의 예감은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혈압을 진단받고 10년째 투약중이면서 2년전부터 간헐적으로 수분이상 가슴이 조이는 협심증 의심 증상이 있어 주치의가 3차병원에 가라고 해서 갔다가 정밀검사는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단한 검사만 하고 응급 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혈관확장제만 받아서 증상 발생시에 투약을 네다섯번 정도 했다고 한다. <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24시간 야간근무를 하고 2일 쉬는 형태의 교대근무자이고 야간시간대에 12시~5시사이에 침대가 있는 방에서 수면을 취할 수 있어 근무부담이 높은 편은 아니다. </span>수면에도 문제가 있는데 소변때문에 푹 잠을 잘 수가 없어서 한두시간마다 깬다고 했다. 전립선 비대증으로 내과 주치의가 처방해주는 약을 먹고 있다고 했다. <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꾸준히 먹지는 못한다고 하는데 가끔씩 빼먹는 것인지 가끔씩 드시는 것인지 모르겠다. 뇌심혈관질환 가족력은 없는지를 확인하는데 모친이 뇌출혈로 두 번 쓰러졌고 3년만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span>말하는 중간중간에 heart, routine, doctor 등 영어 단어를 섞어서 쓴다. 꼭 야간근무를 하셔야 할 상황인지를 물어보았다. 경비직 노동자들이 대부분은 생계형이지만 더러는 그냥 집에 있으면 더 아프고 늙는 것 같아서 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해 본 질문이다. 결국 본인은 원래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닌데 사업을 하다가 파산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꼭 해야 한다고 한다. 심장내과 진료를 보고 필요하면 치료를 받아야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
<p>길고 긴 설득과정에서 보고 들은 것은 다음과 같다. 배울 대로 배웠으나 사십살이 되도록 변변한 직업도 없이 얹혀 사는 아들, 심리학 박사과정에 있는 딸, 이산가족 상봉 대상으로 선정되었으나 행정상의 착오로 무산되어 기자회견자에서 쓰러진 모친, 심장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들었으나 검사를 안 한 이유는 사실 돈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희미한 기억. 늙어서 이렇게 살게 될 줄은 몰랐다는 긴 한숨. </p>
<p>대기자 번호표를 보니 다른 수검자를 더 기다리게 할 수는 없어서 끝까지 듣지 못하고 보냈다. 그 다음에 들어온 사람은 60세 남자로 시설관리업무 교대근무자였는데, 작년 검진결과를 보니 당화혈색소가 8.2였다. 현재 인슐린 투여중인데 23년간 당뇨병 치료를 하면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지는 잘 알지만 실제로 관리는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큰 병원 작은 병원 여러 병원 다녀보았으나 결국 자신이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깨달음으로 동네의원을 다니는데 그간 당화혈색소 검사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야간작업을 한 건 2년 6개월이고 본인도 야간작업이 혈당관리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p>
<p>이어서 들어온 사람은 40대 방송 송출 작업자. 작년 검진결과 혈당이 살짝 증가되어 있고 재작년에는 수면장애 증상이 심하다가 작년에 완화되었다가 올해 다시 악화되었다. 재작년에는 우울증상이 좀 있어서 수면문제가 더 심했던 것 같고 올해는 우울증상은 없었다. 본인한데 작년검진결과를 아느냐 물어보니 작년 검진결과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교대근무자 수면관리에 관한 자료를 주면서 수면위생에 대해서 설명했다. 근무일정은 '주야비휴'. 수면건강관리를 위해 근무 일정조정을 권고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야간작업자 특수건강진단에 대해서 회의적이라고 왜 하는 지 모르겠다고 한다. 들어보니 첫 해에 기대가 높았다고 한다. 근무조건의 개선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진지하게 설문에 답했는데 두세 번 하게 되니 그냥 대강 설문응답을 하게 된다고 했다. 변화가 이루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고 답변하면서 보내는데 내년에 뵙겠습니다. 하고 나간다. 나의 답변은 "내년엔 그 종이에 쓰인 것을 실천하고 오세요". </span></p>
<p>연달아 만난 세 명의 삶의 무게에 잠시 압도당해서 두통이 발생했는데 글을 쓰면서 조금 나아졌다. <span style="color: rgb(51, 51, 51); font-family: sans-serif, Arial, Verdana, "Trebuchet MS"; font-size: 13px; background-color: rgb(255, 255, 255);">오래전 이 블로그에 글를 쓰면서 어지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곤 했었다. 아주 가끔씩 블로그를 찾기는 했지만 글을 쓰지는 않았다. 이렇게 오랜만에 와서 무작정 글을 써도 아무말없이 토닥토닥 해주는 블로그...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한 장면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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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예전에 000 선생님이 만약 본인이 병원을 그만두면 암검진때문인줄 알아라 하셨어요".</p>
<p> </p>
<p>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암검진을 맡아서 하게 된 뻐꾸기. 새 업무가 쉬워보였으나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골치 아픈 일이 많다. 오늘 깨달은 것은 십 년 전부터 있었던 문제점인데 나만 모르고 있다가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있다는 사실. 헐. </p>
<p> </p>
<p> 크고 작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십 년간 어떻게 저떻게 유지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눈을 질끈 감고 살면 해결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쩄거나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일인데 법적으로 뿐 아니라 도의적으로 문제없이 처리해야 하지 않겠냐 하는 생각에 발견되는 문제점을 적고 또 적고 있다. 발생하는 모든 문제점을 고칠 수는 없지만 예방가능한 중대재해는 막자 하는 심정으로.</p>
<p> </p>
<p> 점심을 다 먹을 때쯤 한 임상병리사가 말했다.</p>
<p> " 교수님, 레알 모르셨어요?" </p>
<p> "응. 내 일이 아니었으니까, 안 해보았으니까 몰랐지" 답변하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 내가 몰라도 되는 것이었을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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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범상하지 않은 분위기의 60세 남자가 들어왔다. 슬립지를 보니 청력이 나쁘고 전에 발파작업을 했다고 쓰여 있다. 십 오년전부터 고혈압, 당뇨병에 대해서 치료중이라는데 오늘 검사한 혈압아 160/100 mmHg, 단백뇨가 4+. 문진표를 보니 주 4회 소주 반병 정도 술을 드시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기입했다. 약만 먹는다고 혈압이나 혈당이 조절되는 것이 아니니 체중조절, 음주 절제, 운동 실천 등을 같이 해야 한다고 설명해 보지만 듣는 이의 표정이 멍하다. 주치의가 뭐라 하시냐 물어보니 아무 말 없이 약만 준단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수검자는 왼쪽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 협심증 의심되어 순환기 내과 진료를 좀 보시는 게 좋겠다 하니 전에도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200만원 정도 든다하고 해서 포기했다 하신다. 폐지 수집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생활보호대상자로 혼자 산다고 한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마음이 따뜻한 간호사를 오라 해서 사회사업팀에 연결을 부탁했다. 되든 안 되든 할 수 있는 일은 해보자는 마음. (삼십분쯤 지나서 사회사업팀장이 일단 면담을 해 보겠다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이런 일을 묵묵히 챙겨주는 그녀가 고맙다).</p>
<p> </p>
<p>인근 사업장에서 8명이 특검재검을 위해 들어 왔다. 2003년부터 자주 다녔던 사업장이고, 회사규모가 커져서 간호사를 고용한 뒤로는 검진만 하는 곳. 작년에 두 번 방문해서 건강진단 사후관리를 위한 상담을 실시했는데, 새 보건관리자가 잘 해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 들어온 사람 중 한명은 오 년째 고혈압, 고지혈증을 진단받았으나 나아지지 않았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고 야간작업을 7년째 하고 있다. 치료를 안 하는 이유를 탐색해서 약물치료를 받도록 해야 하는 상황. 본인도 답답한 모양이고 질문이 많다. 수검자 대기시간 압박을 감수하고 어쩔 수 없이 긴 이야기가 이어졌다.</p>
<p> </p>
<p>오전 검진이 얼추 끝나간다. 오늘따라 할 얘기가 많은 수검자도 많고 나도 그냥 보내기도 찜찜한 사람도 몇 명 있어 좀 피곤해서 얼른 끝나고 좀 누워 있어야 겠다 생각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몇 달 전 무릎 관절 손상으로 산재신청을 했던 사람이다. 2년 전 한차례 정리해고를 세게 당한 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고용불안 때문에 아무도 아프다고 하지 않는 사업장이었다. 피재자, 피재자 부인, 신임 노안부장, 그리고 그 옆 회사의 경험 많은 노안부장까지 네 명이 왔었다. 피재자는 무릎에 부담이 되는 다양한 작업을 번갈아 가면서 했지만 이른바 11대 근골격계 부담작업 에 속하는 작업은 하지 않았다. 피재자는 처음에 사측에서 공상처리를 해줄 것처럼 이야기했다가 개인질환이라고 산재신청서에 날인을 거부한 점에 대해서 무척 억울해했다. 오늘 산재승인 통보를 받았단다.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한다. 재활치료 잘 받으시라 하고 끊었다.</p>
<p> </p>
<p>음... 피곤하다. 모두 반복되는 이야기들이다. 오늘은 여기까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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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 오늘은 원내 검진팀이 하는 일이 기본적인 접수 에러를 포함한 에러가 속출해서 골치가 좀 아프다. 이따 점검회의 때 얘기를 하려고 적어놓았는데, 이런 것까지 내가 점검하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런 꾸준한 대화의 결과로 우리 병원 원내검진 시스템이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다는 마음 반, 시지프스의 노동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나 하는 생각 반이다.</p>
<p> </p>
<p> 유해할것으로 예상되나 베일에 싸여있는 업종의 청소작업자가 일반검진을 받으러 왔다. 교육계통에서 일하다 정년 퇴직한 뒤 약 7년간 클린룸 안에서 청소작업을 했다고 한다. 천정과 바닥을 청소할 때 먼지가 많이 발생하며, 보호구는 있기는 한데 미흡하다고 한다. 비슷한 공장에서 일하다가 흑색종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사례가 스쳐지나갔다. 유족들은 아빠가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고, 인력파견업체 소속의 동료들중에 작업환경에 대해서 얘기해줄 만한 사람은 없었다. 그 업종에서 노출된다고 알려진 비소와 UV에 노출이 되었는지 아닌지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작업환경이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의견을 묻자 몇 달 후 퇴직예정이라 하신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건강하시기를 비는 수 밖에.</p>
<p> </p>
<p> 배치전 건강진단을 받으러 들어온 사람이 몇 명 있었다.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의 사업장에서도 서너명 왔고, 새로 계약했다는 한 시간 거리의 사업장에서도 몇 명이 왔다. 광물성 분진에 노출되는 작업에 배치예정인 청년과 먼지와 호흡기 질환예방 및 금연의 중요성에 대해서 짧은 대화를 마치고 금연 자료를 나누어주었다. 진지하게 듣고 질문도 한다. 도장보조작업에 배치예정인 사람도 있었는데 근무환경에 대한 설문에서 아무것에도 노출되지 않는다고 표시했길래 물어보니 자기가 표시하지 않았단다(진상규명해서 재발 방지해야 할 사안임). 도장보조작업의 위험성과 예방에 관한 간단한 정보를 제공하고 보냈다.</p>
<p> </p>
<p> 배치 전 건강진단이란 법정 물리화학적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사람에게 실시하는 건강진단이고, 이 건강진단을 받으러 오는 사람은 흔히 매우 건강한 상태고, 앞으로 어떤 점에 주의해서 작업해야 하는 지를 설명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런 활동이 직업병을 예방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 궁금하지만,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산재신청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했던 말, 즉 “내가 알았더라면 그렇게 작업하지 않았을 텐데” 라는 말을 기억하기에 아주 간단하게라도 기본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이 대목에 배치 전 건진 수검자 대상 한쪽 보건교육자료를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 일단 벌여놓은 일들부터 수습하고.</p>
<p> </p>
<p> 잘 아는 사업장에서 청력재검을 하러 6명이 관리자랑 들어왔다. 오랜만에 본다고 반가워라 하는 관리자와 수검자들의 얼굴을 보니 잠깐 작업현장을 돌아다니던 노가다시절이 그리워지면서 정이라는 게 무섭구나 싶다. 그 중 한 명이 12년간 주야간 교대근무를 했는데 2년 전부터 시작된 수면장애가 있다고 했다. 어제 야간작업과 수면장애의 예방에 대한 답을 구하러 멀리 인천까지 다녀왔으나 마음이 더 무거워졌는데, 이 대화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p>
<p> </p>
<p> 오늘 기억에 남은 사람.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들어온 60대 초반의 아저씨는 지금까지 수술을 무려 14번인가 했다고 하는데, 웃는 얼굴이다. 농담도 잘 하시고. 그렇게 아팠었으니까 잘 웃을 수 있는 거겠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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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 미루고 미루었던 엔드노트 사용법을 익히고 컴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벌써 한 주가 지났네. 에구구</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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