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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자 메이 올콧의 '치명적 사랑'

 

우연히 들른 인터넷 중고 서점에서 이 책을 샀다.

소설책 한 권에 이천원이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른다.

루이자 메이 올콧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어릴 적 즐겨보던 만화 작은 아씨들의 지은이라는 것밖에 없고, 계몽사 문고에서 읽었던 작은 아씨들의 줄거리도 아득하다. 하지만 아주아주 어릴 적,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조가 되고자 하면서도 비련의 여인 엘리자베스의 운명을 타고났을 지도 모른다는, 제법 심각한 상상에 빠지기도 했던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작품이기에 이 책을 무작정 장바구니에 넣었다. 



1994년 말 미국 뉴욕 출판계에서 이상한 소설 원고가 하나 발견되었고 수백만 달러에 그 판권이 팔렸으니, 바로 루이자 메이 올콧(1832-1888)의 '기나긴 치명적 사랑의 추적'이라는 긴 제목을 가진 소설이다. 이 소설은 작은 아씨들이 나오기 두 해전인 1866년 한 잡지사의 청탁으로 쓰여졌는데 작품이 너무 길고 센세이셔널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아 햇빛을 보지 못한 채 한 세기가 흐른 것이다.

 

소설은 어느 외딴 섬에서 비정한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십대의 로자몬드의 외침으로 시작한다.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어요. 이런 생활에 얼른 변화가 오지 않으면 물불 안 가리고 무슨 일을 저지르고 말 거예요. 점점 더 나빠지고 있어요. 한 일년 자유로울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아넘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자주 들어요" 

루이자 메이 올콧은 이 소설에서 130년전 미국 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 지적, 감정적 자유와 독립을 얻어내려는 여성의 꿈과 소망,이혼 및 재혼의 문제, 수녀및 신부들의 독신 생활, 이혼 남녀의 자녀 양육권 문제,여성들 사이의 협력과 우애, 억압적이고 독점적인 사랑의 폭력성...(2004년 남한사회는?)

 

열 여덟살의 로자몬드는 말한다. "법과 관습따위는 전 몰라요. 여론같은 건 경멸해요. 수치심과 두려움은 사양하겠어요. 누구나 자기식대로 행복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세상과 고립되어 주로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성장했던 로자몬드는 책에서 본 세상에 대하여 '죄인들이 성자들보다 더 흥미로우며, 착한 사람들이란 지긋지긋하게 재미없다'고 말한다. 로자몬드는 흥미진진한 죄인 템페스트와의 사랑에 빠지고, 그 사랑은 로자몬드를  파괴시킨다. 

로자몬드는 그 뒤로 긴 세월동안 템페스트로 부터, 관습으로 부터 끊임없이 유혹당하고 저항하며 자신의 행복할 권리를 위해 투쟁한다. 

그 과정에 만난 이그네셔스 신부는 로자몬드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구원에만 힘을 쏟는다. 이그네셔스는 이승에서의 금지된 사랑에 대해 질문하는 템페스트에게 대답한다.

 "나는 그녀를 목숨을 다해 사랑할 것이오. 진실한 친구가 될 것이오. ... 또한 내가 그녀를 사랑하면 할 수록 나의 영혼의 진실성을 다하여 내 자신이 그녀를 사랑할 만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오"

 

결국 로자몬드는 이그네셔스를 제거하려는 템페스트의 음모에 희생되어 죽는다.

너무나 당연한 결말!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직업이라고는 하녀나 가정교사밖에 없었던 시절에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인형의 집을 뛰쳐나간 노라의 뒷이야기를 읽을 수 없듯, 로자몬드가 살아남아 자신의 행복을 찾는 결말을 기대할 수는 없는 것. 

 

(아래는 덧글의 신영전님이 보내주신 사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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