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전 세계 오덕들을 열광시키고 모에와 츤데레로 대표되는 21세기 오덕 코드의 정점에 선 전설의 작품,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소설판의 많은 에피소드들을 잘라먹고 1쿨(주: 일본의 TV 애니메이션은 보통 13화를 기준으로 쿨이라는 단위를 쓰고, 한 번에 방영된 묶음을 기준으로 기라는 단위를 쓴다. 즉 예를 들어 2010년 3월부터 26주 동안 총 26화 방영된 경우, 1기 2쿨짜리인 셈이다)로 나왔던 2004년판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2009년 가을, 각 화의 순서를 시간 순서로 재배열하고(2004년판은 시간 순서가 제멋대로다), 빠진 몇몇 에피소드들을 끼워넣은 재방영판이 나왔지만, <엔들리스 에이트> 에피소드에 8화를 쓰는 초 무개념 짓거리로 결국 하루히 시리즈 최고의 인기 에피소드,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속칭 소실편)이 다시 뒤로 밀리고 말았다.
하루히의 제작사 쿄토 애니메이션(약칭 쿄애니)은 결국 2010년 2월 소실편을 극장판으로 개봉하겠다고 발표했고, 역시 흥행이 보장되어 있는 인기 에피소드로 가장 돈을 많이 긁어모을 매체를 이용하기 위해 재방영판을 그따위로 만들었다는 팬들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팬들은 지갑을 열 채비를 하고 있다. 개봉일은 2월 6일. 휴가 복귀 하기 전에 보고 갈 수 있다. 앗싸.
고대하던 휴가를 나와서, 저번 일기에서 예고했던 대로 오덕질을 위한 글분류를 새로 정비했다. 일단 본격적인 블로그 오덕질을 시작하기 전에, 나름 뭔가 이 어둠의 취미(?!)에 대한 자기변호가 필요할 것 같아서 몇 자 끄적여 본다.
사실.... 오타쿠 취미는, 당사자인 내가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별로 떳떳한 것은 못 된다. 몇몇 오타쿠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핍박을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영양가 없는 환상의 세계에 빠져서 소비 문화에 침잠해 있는 오타쿠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게다가 그 내용물이라는 것 역시 대체로 극히 통속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시각들 뿐이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남성 소비자를 위한 모에함이라는 성적 코드의 매매 행위가 오덕질의 본질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떳떳하지 못한 취미를 버리지 않고 심지어 블로그에 게시까지 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무엇이냐.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런 거다.
"사람이 어떻게 매일 웰빙 음식만 먹고 사나? 쫀듸기도 먹고 아폴로도 먹는 거지."
사실 불량식품, 몸에 안 좋은 거 다 안다. 정크푸드도 그렇고 술 담배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같이 선식 비스무리한 것만 먹고 해롭다는 거엔 손도 안 대는 거? 깝깝해서 어떻게 그렇게 사냐. 간혹 그렇게 사시는 분들도 계시긴 하다만 난 그런 거 보고 있으면 솔직히 좀 소름 끼친다. 인간의 쾌락에 대한 추구에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자기파괴의 충동 아니던가? 그 분들께선 왜 그토록 자신의 이드에 가혹하신 것인가? 자기파괴의 충동이 억압되어 전이되면 타인에 대한 파괴충동으로 전이한다는 얘기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정도껏 하면 된다. 사실 오타쿠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잘 못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항상 너무 심해서 아니겠는가? 술이야 다들 먹는 거지만 알콜 중독자는 치료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쫀듸기가 스테이크보다 맛있다고 하는 놈은 문제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살면서 쫀듸기 한 번 안 먹어 봤다는 사람도 나름 문제 있는 거 아니겠나?
매일매일을 진지하게 살아야 할 것 같고 모든 일에 정치적 함의를 따져봐야 할 것 같은 속칭 진보파들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 부유층에 대한 환상을 불러 일으키는 드라마 안 보고, 대상화된 여성을 소비한다며 모에 애니들을 죄다 폐기처분하고, 폭력을 일상화한다며 치고 박는 게임들 전부 지워버리고.... 대중문화는 인민을 순종시키는 마약이라며 목청 높이며, 꼭 그렇게 살아야 하나? 싸우는 것도 좋은데, 뭐든지 다 그렇게 잡아 뜯으려고 하면 인생 피곤해진다.
괜시리 큰 의미 부여하지 말고, 정말 말초적인 쾌감을 위한 취미 한 둘쯤 있어도 나쁠 거 없잖겠는가. 보면 재미있다, 예쁘고 귀여워서 기분 좋다, 그냥 여기서 끝나는 아주 단순한 쾌감. 불량식품 사 먹는 기분으로 즐겨 보는거다.
더 이상 길게 쓰면 뭔가 더 찌질해질 것 같고, 그냥 원사운드의 불후의 명대사를 인용하며 마무리 지으려 한다.
"오덕질 그런 거 왜 해요?"
"시바... 오덕질하는 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하는 거지!"
1.
빌어먹을 혹한기 훈련이 끝이 났다. 30km 행군도 단독군장으로 무사히 마쳤고.... 다행히 생각보다 날씨가 춥지 않아서 큰 무리는 없었던 것 같다. 텐트에서 자다 근무 때문에 일어나야 할 때는 기분 더러웠지만.
단독군장만 하고 걸어도 후유증이 꽤 남는데, 20kg이 넘는 완전군장을 과연 메고 걸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아직도 한참 남은 군생활이 처음으로 깝깝하게 느껴진다.
2.
첫 휴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현재의 계획은 4일과 6일 밤에 각각 목짧은기린 녀석과 더러운 이중전공 복학생 녀석을 만나고, 5일 밤과 7일 밤을 가족과 보내는 것. 물론 낮은 만화, 애니, 와우에 올인이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은 결국 이번 휴가에 못 보는구나, 제기랄. 하지만 덕분에 일병 휴가 때는 케이온 2기와 소실편, 뱀파이어 번드에 히다마리 스케치 3기까지 종합 선물세트로 볼 수 있겠군.
3.
블로그에 너무 정치, 공부 얘기만 써 왔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리뉴얼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 휴가 나가면 좀 매만져 봐야겠다.
사실 진보넷 블로그는 그 특성상 다른 블로그들처럼 취미 얘기를 쓰기가 좀 주저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네이버나 이글루, 티스토리 따위를 뒤적거려 봤지만... 네이버는 포탈과의 연계가 너무 확실해서 짜증나고, 이글루는 쓰레기 산더미 같은 분위기라 패스, 티스토리는 깔끔하긴 한데 너무 폐쇄적.
뭐 다른 블로거들과 열심히 교류를 하는 성격도 아니고, 어디서 하든 무슨 상관이냐. 기왕이면 내가 좋아서 시작했던 곳에서 내가 좋은 일 하면 그만이지.
고로 2월 4일부터 8일 사이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이 블로그엔 만화, 애니, 게임 등의 오타쿠 주제가 올라오기 시작할 예정이다. 개봉박두.
4.
<절반의 인민주권>, <파르티잔>, <법률>, <법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