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데이: 여성활동가 태그 글 목록http://blog.jinbo.net/mayday/메이데이는 해방의 상상력입니다.
위기의 시대에 혼자만이 아닌 '함께 살아남기'를 꿈꾸고
개인이 아니라 세상을 바꿔서 함께 살아남는 법을 찾고자 하는 인문사회과학 출판사입니다2018-03-30T12:33:56+09:00Textcube 1.8.3.1 : Secondary Dominant[인권운동사랑방] 공동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한 발 더 나가기 위한 발걸음메이데이http://blog.jinbo.net/mayday/5432014-06-18T17:41:38+09:002014-06-18T17:40:40+09:00<p style="text-align: center;"><a href="http://redbooks.co.kr/"><img alt="사용자 삽입 이미지" src="http://blog.jinbo.net/attach/1175/1378549825.jpg" style="border-width: 2px; border-style: solid; width: 379px; height: 554px;"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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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1 class="title" id="page-title"><span style="font-size:28px;"><strong><a class="tx-link" href="http://www.sarangbang.or.kr/content/%EA%B3%B5%EB%8F%99%EC%B2%B4%EC%97%90%EC%84%9C-%EB%B0%9C%EC%83%9D%ED%95%9C-%EC%84%B1%ED%8F%AD%EB%A0%A5-%EC%82%AC%EA%B1%B4-%ED%95%9C%EB%B0%9C-%EB%8D%94-%EB%82%98%EA%B0%80%EA%B8%B0-%EC%9C%84%ED%95%9C-%EB%B0%9C%EA%B1%B8%EC%9D%8C" target="_blank">공동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한 발 더 나가기 위한 발걸음</a></strong></span></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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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4> </h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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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field-items">
<h4 class="field-item even"><span style="font-size:14px;"><strong><a class="tx-link" href="http://www.sarangbang.or.kr/content/%EA%B3%B5%EB%8F%99%EC%B2%B4%EC%97%90%EC%84%9C-%EB%B0%9C%EC%83%9D%ED%95%9C-%EC%84%B1%ED%8F%AD%EB%A0%A5-%EC%82%AC%EA%B1%B4-%ED%95%9C%EB%B0%9C-%EB%8D%94-%EB%82%98%EA%B0%80%EA%B8%B0-%EC%9C%84%ED%95%9C-%EB%B0%9C%EA%B1%B8%EC%9D%8C" target="_blank">10기 반성폭력위원회 하반기 반성폭력 교육을 진행했습니다</a></strong></span></h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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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submitted" style="text-align: right;">
<div class="field field-name-field-author field-type-text field-label-hidden">
<div class="field-items">
<div class="field-item even" style="text-align: right;"><br />
<b>훈창</b></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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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datetime="2014-02-15 12:52:42">2014년 2월 15일</time><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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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field-it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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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인권운동사랑방은 성차별금지 및 성폭력사건 해결을 위한 내규를 통해 매년 2차례 반성폭력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3년 구성된 10기 반성폭력위원회에서는 지난 상반기 교육을 통해 사랑방 10년의 반성폭력 운동을 돌아보았으며, 지난 2014년 1월 23일 ‘공동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한발 더 나가기 위한 발걸음’이란 주제로 늦은 하반기 교육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p>
<p> </p>
<p>공동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해결은 최근 사랑방 반성폭력운동에서 함께 고민하고 있는 주제였습니다. 9기 반성폭력위원회에서 진행한 교육, 10기의 상반기 교육 또한 이 맥락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낯선 주제는 아니지만, 현실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언제나 어려운 주제였습니다. 상반기 반성폭력교육을 통해 우리안의 평등한 관계, 젠더권력에 대한 긴장, 일상에서 반성폭력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였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에 대한 궁금증은 계속 존재하였습니다. 지난 10년간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경험, 해결에 대한 경험이 각각 다른 상황에서 공통의 감각을 만들기 위해 함께 꾸준히 이야기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p>
<p> </p>
<p>하반기 반성폭력 교육은 이에 대한 공통의 감각을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하늘을 덮다-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의 진실』의 편집자이자 전 사랑방 자원활동가였던 계영님과 함께 이 사건에서 생긴 문제점을 살펴보고, 우리의 고민을 함께 나눠보게 되었습니다.</p>
<p> </p>
<p><strong>피해자중심주의는 어떻게 실현해야 할까?</strong></p>
<p> </p>
<p>피해자중심주의는 성폭력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 피해자의 경험, 기억, 감정등을 존중하여 이를 적극적인 기준으로 삼으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재차 가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보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운동사회에서는 남성중심주의적, 가부장제 사회에서 ‘객관성’이란 이름으로 피해자의 경험과 사건에 대한 해석을 제한하는 현실을 넘기 위해 피해자중심주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성폭력사건을 해결해 왔습니다.</p>
<p> </p>
<p>하지만 사랑방에서 피해자중심주의를 어떻게 구현할지는 개개인의 감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살아있는 피해자중심주의’는 무엇일지, 피해자의 치유를 위해 공동체의 역할이 무엇일지 피해자의 요구와 공동체 사이는 공백의 영역이었습니다.</p>
<p> </p>
<p>토론시간에서 이에 대한 각자의 고민들이 나눠졌습니다. 성폭력사건에서 다른 사람들이 손을 놓고 있으니 피해자에게 묻게 되고 피해가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 피해자가 발생하면 자신의 말이 2차 가해가 될까봐 말을 하지 않고 일단 피해자가 얘기 하는 대로 가자하는 상황은 피해자에 대한 설득이나 조정, 위안이 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마련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소통의 공간은 “그래서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데”가 아닌 “지금 어때? 괜찮아?”라고 물을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 됐습니다.</p>
<p> </p>
<p>이 공간, 즉 피해자를 지지하는 집단이 만들어졌을 때, 그 공간이 피해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집단이 아니라 사건을 함께 객관적으로 구성하는 집단이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서로간의 신뢰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배제되지 않고 사건해결의 주체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고민도 나눴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단지 피해당사자로 불리는 게 아닌, 정치적 주체, 투쟁의 주체로 일어서도록 공동체가 노력해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리인과 지지집단이 피해자를 타자화하지 않는 방법의 해답이 그 속에 있지 않나 생각되었습니다.</p>
<p> </p>
<p>이와 같은 논의를 진행하며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공동체’ 내 성폭력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반성폭력에서 공동체가 무엇일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진 못했습니다. 공동체의 역할을 이야기에 앞서 피해자중심주의에서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p>
<p> </p>
<p><strong>‘공동체’ 도대체 무엇일까?</strong></p>
<p> </p>
<p>성폭력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있어 공동체의 역할과 책임은 매우 중요하게 이야기됩니다. 피해당사자의 치유, 사건에 대한 해결과정에서 공동체가 그 역할을 맡아 책임짐으로써 피해자가 피해생존자로 다시 공동체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고, 공동체가 반성폭력 가치를 구현할 때 사건에 대한 올바른 해결이 진행될 것이라는 운동사회 반성폭력운동의 기조는 성폭력의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 맥락이 맞닿아 있었습니다.</p>
<p> </p>
<p>그렇다면 공동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서로 간의 의미와 지지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공동체가 얼마나 신뢰관계를 지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계속 관계를 이어가고 맺고 싶은 공동체가 어디일지도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하늘을 덮다-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의 진실』에서 이 사건의 가해자는 민주노총 조합원이었지만, 우리에게 전교조의 사건으로 기억되는 건 피해자가 사건해결의 주체로 전교조를 선택한 것, 내가 정치적으로 관계를 이어가고 맺고 싶은 공동체가 전교조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피해자의 관점에서 공동체가 어디였는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p>
<p> </p>
<p>또한 성폭력사건의 해결을 이야기하며 피해자와 공동체의 회복을 이야기하며, 그것의 새로운 과정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공동체의 회복이라고 이야기했을 때, 원래 구성된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던 걸 틀어 새롭게 공동체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 그 과정에서 성에 대한 금기, 가부장제, 남성중심주의와의 투쟁을 진행하는 게 공동체의 회복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p>
<p> </p>
<p>이외에도 하반기 반성폭력 교육에서는 성폭력사건에 대한 각자의 고민들과 경험, 이야기를 다양하게 나누었습니다. 사건의 해결과 판단이 아닌 회복과 치유, 정치적 투쟁으로 반성폭력에 대한 고민은 무엇일지, 금언령이 아닌 방식은 무엇일지 고민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각자의 경험과 고민을 간담회 방식으로 나누는 자리였던 만큼 처음 참가한 자원활동가가 쉽게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평가에서 2014년 교육에 대한 방향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p>
<p> </p>
<p>10기 반성폭력위원회는 이번 교육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2014년 구성될 11기 인권운동사랑방 반성폭력위원회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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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style="float:right;margin-left:5px; width:160px;">
<tbody>
<tr>
<td><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40264X&copyPaper=1&ttbkey=ttbtruesig1916001"><img alt="하늘을 덮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의 진실 - 잊고 싶은, 그러나 잊혀지지 않는 1639일 생존과 지지의 기록" src="http://image.aladin.co.kr/product/2723/44/cover/899140264x_1.jpg" style="border:0; width:160px;" /></a></td>
</tr>
<tr>
<td style="text-align:center"><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140264X&copyPaper=1&ttbkey=ttbtruesig1916001">하늘을 덮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의 진실 - 잊고 싶은, 그러나 잊혀지지 않는 1639일 생존과 지지의 기록</a><br />
민주노총 김**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지모임<br />
메이데이, 2013</td>
</tr>
</tbody>
</table>
<p> </p>
<fieldset style="margin:20px 0px 20px 0px;padding:5px;"><legend><span><strong>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strong></span></legend><!--Creative Commons License--><div style="float: left; width: 88px; margin-top: 3px;"><a rel="license" href="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sa/2.0/kr/" target=_blank><img alt="Creative Commons License" style="border-width: 0" src="http://i.creativecommons.org/l/by-nc-sa/2.0/kr/88x31.png"/></a></div><div style="margin-left: 92px; margin-top: 3px; text-align: justify;">이 저작물은 <a rel="license" href="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sa/2.0/kr/" target=_blank>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 2.0 대한민국 라이센스</a>에 따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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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
<p><a class="con_link" href="http://www.hrfund.or.kr/load.asp?subPage=322&searchValue=&searchType=&page=1&idx=149" target="_blank">인권재단 사람 뉴스레터 </a><span class="userContent"><span class="text_exposed_show"><a class="con_link" href="http://www.hrfund.or.kr/load.asp?subPage=322&searchValue=&searchType=&page=1&idx=149" target="_blank">뉴스레터 #008_201403 '이달의 동화(冬花)책' 바로 가기</a></span></span></p>
<p> </p>
<p><a class="con_link" href="http://newsmin.co.kr/detail.php?number=3463&thread=14r04r13" target="_blank">대구경북 민중언론 [뉴스민] 노는날_ Books 바로 가기</a></p>
<p> </p>
<p> </p>
<p align="center"> </p>
<p align="center" style="text-align: center;"><a class="con_link" href="http://newsmin.co.kr/detail.php?number=3463&thread=14r04r13" target="_blank"><b><span style="font-size: 24pt;">가해의 연대에서 떨어져나오기</span></b></a></p>
<p style="margin-left: 560px;"><br />
</p>
<p align="right" style="text-align: right;"><b><span style="font-size: 11pt;">진냥 (전교조 대구지부 조합원)</span></b></p>
<p align="right" style="text-align: right;"> </p>
<p align="right" style="text-align: right;"> </p>
<ul>
<li class="book_view_text">
<p><a class="con_link" href="http://www.hrfund.or.kr/load.asp?subPage=620&board_md=view&idx=3061" target="_blank">《하늘을 덮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의 진실》</a>이라는 책의 표지는 빗방울이 후둑후둑 떨어지는 검은색 하늘이다. 어두움이 뒤덮은 하늘. 누군가는 이 표지를 보고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절망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성폭력 피해자는 으레 시꺼먼 어둠 속에 갇혀 울며 바싹바싹 말라 사라져가는, 회복 불가능한 치명타를 입은 모습으로 상상되니까.</p>
<p> </p>
<p>그러나 이 표지에는 ‘잊고 싶은, 그러나 잊혀지지 않는 1639일 생존과 지지의 기록’이라는 말도 적혀 있다. 부디 이 책을 접하는 사람들이 이 말을 잊지 않길 바란다. 이 책은 피해자가 슬퍼하고 아파한 상처만을 기록한 책이 아니라 ‘생존’과 ‘지지’를 기록한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하늘이 시커멓게 덮은 것은 성폭력 사건 때문만이 아니라 사실을 조작하고 왜곡하고 외면하는, 그래서 생존자를 지지하지 않고 돌아선 수많은 뒷모습들이라는 것을. 그 뒷모습들을 겪어내면서 생존자는 지금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p>
<p> </p>
<p><span style="COLOR: #6e391a">진상규명특별위원회 결과가 나오자 전교조 대외협력실장 조연희가 내게 연락했다. 술을 먹었다면서 울먹이며 말했다. “박정훈과 손애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교육운동에 헌신한 훌륭한 사람들이에요. 그들은 잘못이 없어요. 그들이 징계를 받으면 나도 살아갈 희망이 없어요. 그러니까 선생님께서 용서해주세요. 선생님이 용서만 하면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어요.”(91쪽)</span></p>
<p><span style="COLOR: #6e391a">정진후 위원장은 나에게는 6시쯤 만나자고 했다. 나하고만 만나자고 했다. 대리인과 나를 분리하여 만나자고 하는 위원장의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되지 않았다. 불안하고 만나고 싶지 않았다.(98쪽)</span></p>
<p> </p>
<p>이 책의 1부는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의 피해생존자가 시간대별로 자신의 심경과 경험들을 스스로 쓴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고 2부는 해당 조직(민주노총, 전교조)의 ‘해결 과정’에 대한 평가와 여러 사람들의 지지 선언, 3부는 정진후 후보 철회 싸움 과정과 참고자료들의 모음으로 되어 있다. 그 중 1부를 읽고 나면 우리는 매우 뚜렷하게 드러나는 하나의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피해생존자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받았다는 것과 ‘혼자’ 있기를 강요당했다는 것이다. 피해자에게 설명해라, 증명해내라 요구하기도 모자라 가해당사자들을 용서하고 위로할 것까지 요구했던 시간들의 기록. 문제 해결 전 과정에서 힘을 모아 가장 지지받아야 할 피해당사자를 계속 무력화하려는 시도. 이 얼마나 익숙한 폭력인가. 가진 자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증거를 들이대며 죄를 뒤집어씌운다. 삼성은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들에게 산재를 스스로 입증해내라 요구한다. 형법상에도 변호인을 둘 권리가 보장되어 있지만 학교에서 열리는 징계위원회에서는 학생에게 어떠한 변호도 대리인도 허용치 않으며, 심지어 몇 시간이고 학생부실에 구금해놓고 진술서를 쓰라 강요한다. 상대방을 철저히 고립시키고 무력화해 자신들의 요구만을 관철하는 모양이 똑같다. 민주노총과 전교조라는 운동 세력이 성폭력이라는 사건을 마주했을 때 택한 것은 피해생존자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오히려 피해생존자의 존재를 지우고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폭력이었다. 심지어 “이 사건이 공개되면 ‘조중동’에 공격당할 것이니 우리를 보호해야 한다”, “우리는 훌륭한 사람이다”라며 가해자들은 자신의 연대를 넓히고 다졌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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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나는 민주노총의 조합원이자 전교조 조합원이다. 이 사건은 내가 조합원인 기간에 일어난 일이며 이어지는 후속 가해들 역시 내가 속한 조직이 행한 일들이다. 나는 직간접적으로 이 폭력의 가해당사자이다. 그것도 변명이 허락되지 않는 가해자. 이 사건을 소문처럼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나는 내가 접한 성폭력 사건, 내가 속한 조직이 저지른 폭력에 대해 나 스스로를 가해자로도, 피해생존자의 지지자로도 위치시키지 않았다. 그저 소문을 흘려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렇게 나 역시 내 손으로 하늘을 덮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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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style="COLOR: #6e391a">백서의 의미는 △성폭력 피해생존자가 하고 싶은 말을 경청하고 지지하는 의미(치유의 백서) △민주노총과 전교조에서 사건이 미결 처리됨을 공론화(사건 처리의 백서) △운동사회 반성폭력 운동의 눈으로 본 사건의 역사(기록의 백서) △피해자 중심주의와 피해생존자의 권리 실현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운동 사회에 대한 분석(연구의 백서) 등이었다.(395쪽)</spa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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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처음 이 책의 서평을 부탁받았을 때 나는 전교조 조합원 탈퇴서를 쓰고 나서야 이 서평을 쓸 수 있겠다, 전교조를 탈퇴 해야겠다 결심했었다. 그러나 그 후 6개월이 흐르도록 나는 전교조를 탈퇴하지 못했다. 이 책에서 피해생존자 역시 한참 동안 전교조 조합원으로 멤버십을 유지했다. 어떤 사람은 물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그런 일을 겪고도 피해생존자가 (바로) 탈퇴하지 않을 수 있냐고.</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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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하지만 이 책은 전교조와 민주노총을 미워하고 척지라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왜 나의 하늘을 덮었냐고 비난하고 야단치지 않는다. 지지자와 생존자들이 어떻게 싸우고 살아왔는지를 기록하며, 또한 이런 노력에도 왜 운동사회는 오히려 가해당사자들의 연대세력으로 남아 있는가 하는 질문을 무겁고 날카롭게 던지는 책이다. 그리하여 동시에 <a class="con_link" href="http://redbooks.co.kr/" target="_blank">《하늘을 덮다》</a>는 내가 접한 어느 책보다도 독자들과 함께하고자 팔을 벌리고 있는 책이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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