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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18
    11.17 인왕산
    나랑
  2. 2011/11/10
    연기법과 본래부처(1)
    나랑
  3. 2011/11/09
    에고로부터의 자유
    나랑
  4. 2011/10/16
    어디로 갈꺼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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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11/07/24
    제 8회 성폭력생존자 말하기대회
    나랑
  6. 2011/06/25
    지난 3개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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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11/06/25
    밤하늘의 별이 반짝,(2)
    나랑
  8. 2011/06/12
    김빠진 인생
    나랑
  9. 2011/06/12
    꿈에(1)
    나랑
  10. 2010/12/06
    명랑한 성생활문화을 위한 UCC!
    나랑

11.17 인왕산

친한 언니와 1월 눈덮인 지리산 등반을 약속하고 나니

내가 산을 탄 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거.

 

이번 주부터 가능하면 일주일에 한번씩 등산을 하기로 마음먹고

가까운 인왕산부터 찾았다.

경복궁 역에서부터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흠...

산 정상 부근이 공사 중이어서

애초 부암동쪽으로 하산하려던 계획을 접고

올라갔던 길로 도로 내려왔다.

 

청와대가 보이는 바위 위에서 희망버스 동지들을 생각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서울의 풍경이 숨막혔다.

쳐다보기 싫어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기차바위 위, 소나무 밑에 돗자리 깔고

보온병 물을 부어 컵라면을 먹으며 언니와 한참동안 수다를 떨었다.

 

내려와서 사직동 그 가게에 가서 따끈한 짜이로 언 몸을 녹이고

전에 숨과 갔었던 유명한 청국장 집에 들러서 저녁을 먹었다.  

 

또다시 우울의 긴 터널에 들어선 기분이다.

아니, 돌이켜보니 우울하지 않은 날이 더 적었다.

연초에는 삶의 불안에 벌벌 떨었고

혜영이가 죽고 나서는 깊은 공허감과 허무함에 뭐든지 시큰둥했다.

새로운 직업과 바쁜 일상에 잠시 묻어놨던 우울이 9월말부터 서서히 고개를 들더니

이제는 나를 잡아먹어 버릴 것만 같다.

내가 나를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정신없는 밤을 보내고

아침에 본능적으로 상담선생님께 연락을 했다.

빨리 오라고 하신다.

 

여전히 풀지 못한 내 삶의 비밀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또 주렁주렁 끄달려 나오겠지.

3월에 사주 볼 때 언니가 했던 말,

운명이 서서히 바뀌어가는 시기라는,

그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것을 온 몸으로 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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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법과 본래부처

그런 상상을 해보자.

내 아랫배보다 더 아랫쪽, 그러니까 단전 즈음에

마르지 않고 늘 찰랑거리는 샘이 하나 있다고 상상한다.

 

머리는 판단하고

얼굴은 웃었다 울었다

입은 욕을 하고 화를 내고

손과 팔은 방어를 해도

 

저 깊숙한 곳에서는 따뜻한 빛이 퍼져나오는 샘이

늘 샘솟고 있다고.

굳이 이름붙이자면 그것은 '사랑'이며

그게 나의 본질이라고.

 

1년이 넘게 정신과 상담을 받고

치유하는 글쓰기와 명상심리치료를 하고

심리학 서적들을 탐독하면서도

풀지 못했던 내면의 문제들, 부딪쳤던 한계들.

그 답은 결국 '연기법'과 '본래부처'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경계를 짓고 그 안에서 안전하고 싶은 마음(아니 안전할 거라는 착각),

변하는 것들을 붙들어 두고 싶은 마음,

부처가 아니어도 좋으니 그냥 내 멋대로 화내고 지랄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

고단하다.

세상의 이치를 부정하면서 살기엔 이제 에너지가 딸린다.

그냥 항복하기, 있는 그대로 수용.

 

너와 나는 연결되어 있으며 나는 이 우주와 접속하고 있고,

나는못나고 추한 모순투성이의 이 에고(자아)가 아니라 '본래부처'라는 깨달음은

수행의 진짜 시작이요,

                온  과정이요,

             최종 결론이어야 한다.

 

사랑이라고 하면서

불안, 화, 미움, 원망, 슬픔, 증오가 따라온다면

그건 진짜 사랑이 아니라

특별함에 대한 에고의 욕심, 집착일 뿐이라고 한다.

 

'받기 위한 주기' 역시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그냥 준 적이 있었던가.

없었다. 모두 받기 위해서 준 것이었을 뿐.

준 만큼 받지 못하면 화가 났다. 빨리 되돌려 주지 않으면 불안했다.

사랑받으면 자존감이 하늘로 솟았고, 사랑받지 못하면 자존감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상대에게 직접, 같은 형태로 받지 않는다고 해도

내 안의 욕망들- 인정욕구, 나르시시즘, 영웅주의를 충족시키기 위한 줌이었다.

 

나만 주인공이려고 했다.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이나

내가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별로 해보지 않았다.

 

더 많이 사랑하면 어떤가. 더 퍼주면 어떤가. 더 많이 용서하면 어떤가.

그만큼 더 많은 수행의 기회가 나에게 주어지는 것인데.

나의 지극한 사랑으로 누군가의 내면아이가 자라고 풍성해져서

그가 또 다른 이에게 그와 같은 사랑을 줄 수 있다면 그건 참 멋진 일.

내가 주인공이 아니면 어떤가.

누군가의 삶의 배경이 되어서

밤하늘의 별 하나쯤으로 반짝이고

그대가 잠시 눈길 주고 스쳐가는 이름모를 들꽃이 된다한들

그대가 그 배경 속에서 아름답게 빛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보살행.

 

다음 사랑이 오기 전에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어떤 방향으로 노력하고 성장해야 할 지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사랑할 힘과 기회가

나에게 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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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로부터의 자유

네가 할 일은 오로지 네가 누구였는지 기억해내는 것, 사진가, 퀵서비스 배달부, 백만장자도 아니고 대통령, 페미니스트, 혁명가, 사기꾼도 아니고 남자, 여자, 개, 돌멩이도 아니고 신부, 목사, 중, 랍비도 아니고 여행에서 만난 그 모든 것이 아니고 아님을 알 때까지 너는 여행자다. 짜고 맵고 시고 단 것도 아니고 아리고 쓰리고 그리운 것도 아니고 밉고 싫고 곱고 예쁜 것도 아니고 그 모든 에고의 이름들이 아니고 아님을 알 때까지, 너는 여행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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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꺼나

작년 12월에 민우회 그만두기 전,

10월이었던가 11월이었던가 꿈을 하나 꿨었다.

원래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

마치 내가 주인공인 한 편의 드라마를 찍은 듯 모든 장면이 생생한 꿈이었다.

 

민우회에서 나는 지령을 받았다.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갑부인 할머니를 죽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활동가들 모두 짐을 싸서 그 할머니의 집 근처 민박에 짐을 풀고 실행을 위해 움직였다.

그 할머니의 집은 바닷가 옆 수풀이 우거진 곳에 자리잡고 있었고

우리는 그 집에 들어갔다.

죽일려고 짱을 보고 있는데 우리가 들어갈 때 대문을 안 닫고 왔는지

사람들이 속속 들어와 방에서 다같이 노는 거였다.

할머니는 후덕한 사람이라는 듯 그 사람들에게 밥을 주고 놀게 했다.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초조해졌다. 빨리 죽여야 되는데 죽여야 되는데...

그것도 반드시 목을 졸라서 죽여야 한다고 했다.

난 두려웠다. 목을 조르면 지문이 남을 꺼고 그러면 또 빵에 가게 될까봐.

다시 빵에 가는 건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싫었다. (너무 싫은 그 느낌이 깨고 나서도 생생했다.)

시계를 보고 3시반이 되면 꼭 죽여야지 다짐했지만 결국 못 죽였다.

동료 중 한 명인 ㄴㄱ이 빠르게 상황판단을 하고 돌아가자고 했다.

다른 동료는 "그럼 빈곤문제는?" 하면서 차갑게 돌아섰다.

학교 후배이자 동료인 ㄴㅇ은

내가 지문이 남을까봐 못 죽였다고 하자 안 그래도 그게 걱정되었다면서

내가 할머니를 잡고 있기만 하면 목은 자신이 조를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나는 결국 미션을 완수하지 못하고 민박집에 와서 짐을 싸서 돌아가는 택시를 탔는데

택시 안에서 옷장 안이 떠오르며 옷을 다 싸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게 퍼뜩 생각났다.

다시 돌아가서 짐을 싸는데 옷을 차곡차곡 개지 않고 허둥지둥 쑤셔넣었다.

하우스메이트이자 동료였던 ㅅ이 옆에서 기다려주며 천천히 하라고 말했다.

 

깨고 나서

상담공부를 오래 한 친구와 이 꿈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친구가 준 몇가지 힌트는

할머니는 오래된 고민,

조직에서 부여받은 미션은 내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일 수 있다고...

나를 도와주려고 했던 ㄴㅇ과 ㅅ은 실제 인물일 수도 있고 내 안의 남성성과 여성성일 수도 있다고...

특히 꿈에서 숫자가 중요한데 3시반은 나이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친구가 말하는 순간

나는 내가 늘 30대 중반에 굉장히 의미부여를 하면서 그 때부터는  무언가 다르게 살 것이라는, 전환기를 맞을 거라는 생각을 해 왔었다는 걸 기억해냈다.

 

요새도 가끔 이 꿈을 떠올리면서 이 꿈은 당시 나의 어떤 상태를 드러낸 것일까

아니면 어떤 사인을 나에게 보낸 것일까...생각해보곤 한다.

잘 모르겠다.

꿈은 자신이 가장 잘 해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꿈에 가장 맞아떨어지는 의미를 발견할 때

'아하 체험'을 한다고.. 아직 '아하 체험'을 하지 못했다.

 

3월말에 성폭력피해자 쉼터 야간활동가로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6개월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나름 잘 맞는다고 생각하면서 치열하게 산 것 같다.

낮에는 운동도 하고 기타학원도 다니고 밴드도 새로 만들고

한달에 한번씩 불교공부모임도 하면서 즐겁게 살려고 했다.

 

6개월동안 블로그도 거의 안 하고 모닝페이지도 쓰지 않았다.

글쓰기는 나에게 소중한 치유의 도구인데 써먹지 않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글쓰기를 하면 나의 진짜 욕구가 자꾸 고개를 내밀까봐

그래서 또 활동을 그만두어 버릴까봐 그게 두려워서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즐겁게 살려고는 했지만 나의 정서와 진짜 욕구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괜찮다고, 난 잘 살고 있다고 하면서...

 

운동의 에너지가 자꾸 딸리는 걸 느낀다.

마치 수명이 다한 배터리처럼, 충전을 해도 이제 금방 금방 소진이 되는 게 느껴진다.

아...어디로 가라는 신호인가.

 

마흔다섯에 제주도로 내려가겠다고 공언하면서

그 전까지 뭐도 하고 뭐도 배우고, 공부도 하고 제주도 내려가서 먹고 살 기술도 배우고

운동이라는 의미있는 일도 더 해야 하고... 뭐 이렇게 계획을 쫙 짜놨었지만...

다 부질없게 느껴진다.

그저 그것들이 다 나의 놓지 못하는 욕심들로 느껴진다.

이제 정말 자연 속으로 가야 할 때가 다가오는 걸까. 아님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오래 머물러야

다시 사람들 속에서 살아갈 힘이 비축될 거라는 뜻일까.

모르겠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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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성폭력생존자 말하기대회

신청서 다운로드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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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

상반기 평가회의를 끝내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지난 3개월간의 다이어리를 넘겨 보았다.

 

열림터 야간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열심히 싸돌아다니며 빡센 일정을 소화해 냈고

그러면서도 지치지 않았고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모두 만났고

다이어리 지면이 부족할 정도로 깨알같은 고민들을 적어 넣었었다.

 

그것들을 넘겨보며

하나도 뿌듯하지 않았다.

 

그건 열정과 신명이 아니었다.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상실을 살아내기 위해

 

삶의 밑바닥, 허무를 보아버린

한 인간의

그저 삶의 의미를 찾아보려는 몸부림일 뿐이었다.

 

구차하고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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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이 반짝,

그거 아니?

 

더이상 사랑이 아닌

달리 무어라 이름붙이지도 못한

해묵은 감정으로 스스로를 할퀴던 내게

 

"언제 끝나?" 웃으며 네가 물었던 순간

 

꽃봉오리에 갇힌 벌처럼

내 안에 갇혀 윙윙 대던 낮들과

 

어느 포구, 세찬 바닷바람에 덜컹대는 민박집 창문처럼

애끓던 밤들이

 

달이 되어 가볍게 우리의 머리위로

떠올랐던 거.

 

달과 함께

둥실 내 마음도 떠오르며

조금 가벼워진 거.

 

우리는 달을 보며 함께 걸었다.

 

너의 어깨에 내 어깨가 부딪치지 않아도

더 서럽지 않았다.

 

그 길

너와 나 사이에 놓여있던 것은

보름달처럼 동그란 정겨움 맞지, 그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

주섬주섬 나를 챙기며

달과 함께 잠시 휘청였지만

 

뒤돌아 보지 않았다.

 

너의 익살에 까르르 숨 넘어가던,

자주 서럽고 자주 기뻤던 날들과

 

그보다 더 오래,

자주 원망하고 자주 아파했던 날들을

 

힘껏 던져

밤하늘에 별을 박았다.

 

너의 심연에 가 닿지 못한

나의 패배를 인정한다.

 

이제

너와 나의 미래는 기약이 없고

우리는 미지의 지평 속으로 걸어들어갈 때

 

저 멀리

밤하늘의 별이 반짝,

찰나의 빛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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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빠진 인생

10년 만난 애인의 주검을 보고 온 너는

애인의 얼굴이 평온해보였다고, 다행이라고 했다.

 

다음 날 너는

입관할 때 다시 본 애인의 얼굴은

아니라고,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했다.

 

장례식장 계단에 우리는 아무렇게나 퍼질러 앉아

나는 또 너마저 가버릴까봐

불쌍한 놈, 불쌍한 놈 한없이 등짝을 쓰다듬었지만

 

저승사자의 두루마기 자락에 잡아먹힐 것만 같아

살고 싶어, 살고 싶어, 살아있고 싶어

몰래 장례식장을 빠져나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정처없이 거리를 쏘다녔다는 얘기는 차마 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

어떤 것에도 애착이 생기질 않았다.

젠장, 인생에 김이 빠져 버렸다.

 

저물녘, 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소년들의 장딴지에도

쭈글쭈글한 몸으로 매일 수영을 하는 할머니들의 온탕 속 수다에도 

어떤 곳에도 삶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은 없었다.

 

딱 한번

제주도 송악산 자락 어느 벤치에서 파도소리를 자장가삼아

오후의 낮잠을 즐길 때 

살아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던가.

그러나 같은 찰나, 죽어서 이것을 못 본다한들 뭐가 그리 한스러우랴

그리 생각했던가.

 

이제 다시 너는  

그때 애인의 얼굴은 고통도 평화도 아니었다고,

그건 그저 의미없음 이었다고 말한다.

이 세상에 사는 것의 의미없음.

 

"누나, 우주에서 가장 불쌍한 존재는

종교가 없는 인간이야"

-"그건 우리가 의심많은 인간들이어서

자신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지"

 

사는 것과 죽는 것의 차이를

나는 여전히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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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꿈에 네가 나를 찾아왔다.

엄마에게 물어보니 너는 결혼하지 않았다 한다.

꿈 속에서도 나는 두려웠다, 네가 결혼하자고 할까봐.

난 여전히 결혼할 마음이 없는데.

 

저 멀리 다리 밑을 걸어가는 너의 종아리는

내가 사랑했던 탄탄한 근육이 아니었다.

뼈만 남은 앙상한 흰색 종아리.

 

너와 내가 같이 살았다면

동지의 출소날,

교도소 앞에서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출소하는 동지를 기다렸겠다.

교도소 가는 차 안에서 나는 너의 어깨에 폭 기댔겠다.

 

이제 너는 내가 사랑했던 너가 아닌데

우리가 함께 쌓아올린

불가침의 탑 안에 나 혼자 갇혀 길을 잃었다.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

남은 인생은 까마득하고.

 

사랑으로 찰랑거려야 할 맨 밑바닥 마음이

초여름 햇볕에 목이 타 쩍쩍 갈라진다.

 

삼켜도 삼켜도 끝나지 않는 상실의 슬픔이

주기적으로 찾아와 나를 뒤집어 놓고 가는

 

출소한 동지를 만나고 온 날 밤

시인 것을, 시도 아닌 것을 찌끄리며

한바탕 울음으로 옛 사랑의 독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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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성생활문화을 위한 UCC!

너무 잼나는 UCC!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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