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님도 보셨군요. 마지막 장면은 아무래도 환상 같단 얘기에, 감독의 의도가 뭐건 그게 더 설득력이 있겠구나 싶었네요. 전 그냥 어유, 강동원이 산 모양이네 하고 말았더랬는데..ㅎ
근데, 저는 그 킬러에 대해 공포보단 안쓰러움을 느껴서 그런지ㅋ; 그 킬러를 '사회의 적'으로 표상되곤 하는 타자들 내지 여전히 '공포의 대상'여야 하는 북한으로 읽지는 않았어요(아니, 읽지 못한 거죠ㅋ). 외려 공포의 대상일 뻔했던 북한은, 결국 먹고사니즘에 싱크로하게 된 전 국가요원 송강호와 생계형 간첩이 되면서 비슷한 처지로 내몰리는 강동원이 오버랩되면서 도대체 공포를 느껴야 하는 건 누구 내지 무엇인가 하는 물음 속에서 불확정적인, 다시 말해 일의적으로 볼 수 없는 대상이 됐달까요. 이런 맥락에서 보면, 킬러야말로 어디서든 출몰하게 될 '사회의 적'이긴 한데, 배제됐거나 배제돼야 할 수많은 잠재적 타자를 상징하기보다는 외려 '폭주'도 마다치 않는, 인격화된 국가 그 자체에 가까웠던 게 아닐까.. 하고 저는 봤더랬는데. malesti님 말씀처럼, 라이따이한인 조폭 보스가 송강호 밑으로 들어가는걸로 정리된 게 저도 마뜩친 않았지만, 감독으로선 그게 적대의 환상을 허문 이들이 보여줄 수 있는 환대의 최대치가 아녔을까 싶네요. 이른바 '화합'은 바로 이런 거 아니겠냔 식으로 말이죠. 아니면 강과 송의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니, 사실 주변이래서 주변인 건 아니겠지만 '품'이 덜 들어갔던 걸 수도 있겠고요.
안 그래도 제 나름대로 읽었던 게 뭐 너무 헐렁하거나 판에 박힌 건 아닌가 싶었는데, 마침 영화를 다시 곱씹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네여. 하여 어떻게 읽는 게 적절한지를 떠나 감사~^^
네. 들사람님 리플을 보면서 생각난 것이, '폭주하는 국가'도 또 하나의 '사회의 적'이 됨으로써 국가에 대한 비판을 다른 '사회의 적'에게 돌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즘 이명박이 하는 일도 비슷한 건 아닐지.ㅡㅡ;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건, 재미있는 영화를 보았는데도 왜 이렇게 뭔가 불안하고 기분이 나쁜 걸까.. 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저는 그게 이 영화가 조장하는 '안전에의 욕구' 때문이 아닐까 해요. "서울은 위험해! 언제 총맞을 지 몰라 이제." 게다 마지막 총격전 장소는 우리집 바로 앞이었다는ㅋㅋㅋ
그럴지도..ㅋ 영면하신 남일당 세입자분들한테 했던 짓마냥, 지칭할 적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자신의 부재를 증명해야 하는 사회의 적이랄 수 있겠네요.; 이명박 비판이니 퇴진이니 하는 움직임이 실은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쓰레기들과 대결하거나 그들을 솎아내는 데만 갇힐 게 아니라, 이런 쓰레기의 출현과 양산을 심지어 제도화하는 그 나라 자체를 겨냥하는 정치여야 할 텐데 말이죠. 근까 이런 나라를 '딛거나 짓밟고서' 우리가 꿈꿔볼 만한 샤방한 정치공동체는 어떤 거라야 하겠냔 식으로요.ㅎ
알 카에다 같은 근대이슬람 테러조직이 사실 따지고 보면 이병박이나 이건희들처럼 쓰레기 같은 자본주의문명의 직방계 후예들을 일소하겠다며 들고 일어났던 건데,, 그래서 정말이지 서울이 더 위험해지기로 치자면, 북한(핵)보다도 선진화의 일환으로 이뤄졌다는 아프간 파병 때문이겠다 싶은 것이.. 기름은 부르주아지들이 붓고, 불에는 (어느 정도는 애꿎게도) '불특정 다수' 대중이 데이는 격이랄까요.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