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이 어떻게 형성되는가라는 문제를 초보적으로 생각해보면서 저는 국내/국외라는 구분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본래 지식은 타자와 주체의 상호 참조 속에서 형성되는 것일텐데, 그 과정에서 역사적 조건과 현실의 정세가 결합되어 주체적인 지식 형성의 가능성이 열리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식인은 기본적으로 번역가이기도 하다고 볼 수 있겠구요.
문제는 기존의 지식의 주류 체계가 이념적 차이를 불문하고 구미 기원적이라는 문제가 있고, 이것이 식민성 및 주체성의 문제와 불가분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연구자를 우대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 듭니다. 국내 연구자의 연구방법이나 이론틀 대체적으로 '수입'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현실과 역사는 그 개념적 틀에 환원되는 것이고, 국내파와 해외파 사이의 차이는 '유행'에 앞선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 싶구요.
그래서 오히려 학문적 참조점의 다원화가 하나의 방법이 되어서, 오히려 유럽/미국이 아니라 중국, 인도, 동남아, 아프리카 등등 기존에 참조점에서 배제되었던 지식사회와 지식의 교류와 대화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방향을 고민하게 됩니다. 물론 여기에서 그러한 지역 또한 우리와 같이 이미 상당정도 '구미적 현대 지식'이 주류화되었다는 측면에서 공동의 또한 최소한의 문제의식이 공유되어야 한다는 전제는 명확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