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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디지탈 시대에 필름 카메라를 쓴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참으로 귀찮고 미련한 짓이다. (그것도 흑백필름을!)

일단 돈이 많이 든다. 필름값, 현상료, 인화료 등이 만만치가 않다. 게다가 인터넷에 올리려면 스캔을 받거나 디카로 다시 찍어야 하는데 그것도 무지 귀찮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디카로 찍는게 그나마 덜 귀찮은데 디카는 필카와 가로세로 비율이 달라서 어차피 그래픽 프로그램에서 사진마다 일일이 다시 잘라내고 크기 조정을 해야한다.

 

아버지 때문에 집밖을 나갈 수 없는 나같은 경우에는 현상과 인화를 직접해야 하는데 디카에 이미 익숙해진 상태라  이짓을 해야하나 싶기도 하다. 빛이 들어오지 않도록 이중으로 커텐을 치고, 약품을 타고 확대기에 필름을 한장씩 끼고, 노출을 맞추려 몇번의 테스트를 하고, 뽑은 사진을 물에 씻어주고(수세) 집게로 하나씩 널어서 말려주고...

 

이틀전 그 짓을 했다. 2년여만에.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것이 불가능하니 예전에 찍은 거라도 뽑아보고 싶었다. 참 미련하게 느껴지면서도 오랫만에 인화를 하니 기분이 좋았다. 오늘 올리는 사진은 변산반도에 갔을 때 찍은 것이다. 전에 몇장만 뽑아보고 말았었다. 변산반도에 관한 소개는 귀찮아서 못하겠다.

 

내소사에서 찍었던 것 같다. 나무결의 느낌이 예술인데 티카로 찍어서 사이즈를 축소했더니 그 느낌이 전혀 안난다.

 

큰 절 입구에 의례 있는 사천왕상


 

같이 간 친구.  이 친구가 결혼하기 전에 어디든 한 번 갔다 오자고 해서 떠났다.


 

절은 이렇게 자연과 자연스럽게 잘어울리는데, 예전에 양수리쪽에선가 산 비탈을 무지막지하게 밀어버리고 엄청큰 교회를 지어놓은 걸 보고 뜨악했다.

 

바로 윗사진의 문에 가까이 가면 이런 문양이다.


 

뽑고 나니 참 재미없는 사진인데 뽑아 놓은 게 아까워서.

 

사진으로 보니 그리 커 보이지 않는데 실제로는 무지 큰 건물이다. 왼쪽과 오른쪽 아래에 자세히 보면 사람이 있다. 


 

교회에서 헌금을 받듯 절에서도 받는데, 이렇게 기와에 쓰고 싶은 글과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도 한다. 아마도 불전 짓는데 기와값을 보탠다는 식인 것 같다. 글 내용이 꼭 나 같은 인간이 쓴 것 같아서^^

 

내소사는 참 매력적인 절인데, 문제는 너무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득실 거린다는 거다. 도저히 절을 둘러보는 '맛'이 나지 않을 지경이다. 짜증이난 친구와 나는 이름나지 않은 개암사를 찾아갔는데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난 절에 가면 법당안에도 들어가 구경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예를 갖추어 삼배를 드리고 나서 둘러본다. 그냥 세배하듯이 절을 하면 안된다. 손을 양어깨만큼벌려 엎드린 상태에서 손바닥을 뒤집어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하면 된다.


 

개암사에서 만난 멍멍이들. 처음으로 제법 그럴듯한 역광사진을 찍었다. 그 당시 이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여러장을 뽑았더니 정혜가 비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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