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미다'에 굴복

2007/01/06 23:56 Tags »

드라마판 '올드미스다이어리'는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비슷한 처지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무언가에 같이 동참하고 싶지 않은 청개구리 근성(괴물도 안봤다는거! 다빈치코드도 안읽었다는거! 기타 등등등!!!)때문만은 아니고 관심도 없었고 시간도 없었고 아무튼 못봤다

 

따라서 30대 여성들의 초공감에 못이겨 팬클럽이 결성되고 극장판까지 만들어진다고 해도 하던지 말던지 시큰둥하던 내가 역시 별 생각없이 시간이 맞는 '극장판 올미다'를 관람했다. 과연... 서른두살 최미자는 직업적으로 성공한 것도 아니고 기럭지도 짧고 성격이 당차지도 못하고 온갖 푼수짓에 실수연발에, 왜사나 나에게 다시 좋은 날이 올까 싶은 올드미스들의 감정이입을 불러일으킬 캐릭터더라

 

왠지 난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30대 여자들은 죄다 연애 못해서 안달이고 좋은 남자만 만나면 행복해지는 걸로 끝나는 것 같아 마뜩찮지만 '최미자'가 정말로 사실적인 캐릭터라고들 한다면 할 말은 없고... '최미자'의 생활은 30대 여자인 나에게 전혀 감정이입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고 난 그저 깔깔깔 웃으면서 예지원의 푼수짓과 할머니들의 귀여운 일상을 재미나게 볼 뿐이었다.(김영옥 할머니 원츄)

 

그런데!

 

거의 마지막 장면에 최미자가 지피디에게 달려가 따지는 장면이 있다. 확성기를 들고가서 지피디 현관 앞에서 울부짖는 신이다. 지피디가 자기를 안좋아한다고 오해한 최미자는 마구 울면서 좋아하지 않으면 전화도 하지마 같이 술마셔주지도 마 머리통이 깨지든지 말든지 받아주지도 마 그게 예의야 뭐 이런 말들을 하는데
이 둘간의 연애문제와 전혀 상관없이 감정이 북받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예의가 없어? 내가 그렇게 만만해? 난 사람들한테 함부로 한 적 없어, 왜들 나한테 함부로 대해? 뭐 이런 말들을 울면서 쏟아내는데 갑자기 나도 안구에 쓰나미가 몰려오면서 울먹울먹...

 

영화 중간에 미자가 파란불에 횡단보도에 내려서자 승용차가 급정거하는 장면이 있다 미자가 차에 치일 뻔했지만 운전자는 사과하지 않는다 미자는 한번 눈을 흘기지만 그냥 건너간다
우울이 바닥을 치는 요즘, 아주 잠깐 스쳐간 그 장면이 왠지 계속 생각난다

 

지긋지긋하게 예의없는 인간들, 배려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남에게 함부로 하는 인생들, 날 힘들게 하는 저만 아는 족속들, 다 뒈져버리라지(다른 사람에겐 그게 '내'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은 제쳐둔 여자;;;)

 

그런거야? 30대 여자는 다 이렇게 억울한거야? 사소한 일에 우울한거야? 결국 최미자랑 같이 울어버린 나...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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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6 23:56 2007/01/0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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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우스 2007/01/07 00:1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당신도 짜는 일이 있다는 건 몰랐수다아~ 엉? ㅋㅋ 근디 07년에 인제 삼십고개를 넘냐? 오!! 애도의 물결이 그냥 팍팍 밀려오누나....헤헤헤헤헷

  2. 나름 2007/01/07 00: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30살 되면서부터 이상하게 가끔 울었어요
    올해부텀 삼십일세입니닷

  3. 붉은사랑 2007/01/07 00: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름,,ㅋㅋ 무슨 말인가 했어요~

  4. 쥬느 2007/01/07 00: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래동.. 행복해 보이는 구료..

  5. samakeun 2007/01/07 04:0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흠... 이제 나의 울음들을 이해하나? ㅋㅋ 그러나 요즘 난 안구건조증이라는 거. 술도 안 취하고, 눈물도 마르고, 오늘 본 어떤 사람은 나보고 쿨해졌다는데... 도대체 쿨이 뭔지 모르는 난... 보고잡군. 영화.
    글고, 참 자주보고 매일보는데 정작 당신 얘길 제대로 못 들었다는 급반성. 무한이기주의.

  6. 나름 2007/01/07 12:3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붉은사랑/'리얼 올미다'를 시트콤으로 제작하면 히트칠 것입니다ㅋㅎㅎ
    쥬느/쭈느도 행복해야해염....
    사마큰/언닐 이해하기엔 우리의 나이차가 너무 많다고 생각지 않아? ㅋㅋ 이기주의 만세~

  7. batblue 2007/01/07 21: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서른하나면 아직 술과 고기를 즐길 수 있는 나이잖아요. 울지말아요. 늙고 병든데다 술과 고기도 즐길 수 없는 돼지보다야 훨 낫네요.

  8. narmi 2007/01/08 14:3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뱉/늙고 병들었으면 술과 고기라도 즐겨야죠

  9. 구렛나루저~ 2007/01/10 13: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도 30살되면 그리되는거야??3년동안 감정의 준비를 해야겠고만.

  10. narmi 2007/01/11 11: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구렛/야야.... 안그래도 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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