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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 누가 누구하고 싸우는 싸움인가?

* 민중언론 참세상[“실현가능성 희박한 기본소득론”] 에 관련된 글.

 

기본소득에 대한 정통 맑스주의에 입각한 논리 정연한 반론이다. 사이사이에 소명제를 삽입하여 논점을 명쾌하게 하고 그 필연성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듯 하다. 모두 동의할 수 밖에 없는 Statement. 그리고 동의한다.

하지만 난 박석삼님의 반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유는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박석삼님의 반론은 그가 비판하는 사람들과 기본적으로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왜 냐하면, 기본소득논쟁을 자본과 노동간에 있는 모순의 쟁점으로 보는 사람들을 비판하는데 그것이 그렇지 않다는 논점도 결국 그 지평에서 이루어지는 반론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논쟁에 접근하는데 내가 취하는 입장은 매우 원시적이다. 나는 우선 누 가 누구하고 싸우는 싸움인가”, 그 다음 내 가 개입해야 하는 싸움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가 개입해야 하는 싸움이면 누구 편을 들어줘야 하는가물어본다.

난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이 자기반성적으로 발전한 자본내부에서 일어나는 싸움이지 자본과 노동간의 싸움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자 본과 노동간의 모순은 일면적인 모순이 아니다. 그 모순은 자본내부의 모순과 운동, 그리고 노동내부의 모순과 운동을 수반하는 입체적인 모순관계다. 이런 입체적인 모순관계와 운동을 정확하게 포착하면 그날그날의 행동강령이 명확해지고 투쟁에 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천 박한 단순논리에 붙잡혀 나의 적이 적으로 생각하는 편을 내 편으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할 수가 있다. 자본내부의 모순 때문에 자본 내부에 일어나는 싸움에서 자본내부의 양자는 원칙적으로 다 나의 적이다. 자본이 자기 내부의 한편에 적대적인 운동을 한다고 해서 그 편이 내편이 될 수는 없다. 이런 오류를 박석삼님이 비판하는 사람들이 범하는 오류인데, 박석삼님도 결국 그 오류에 붙잡혀 있다.

 그럼 기본소득이 자본내부의 싸움이라면 그건 누가 누구하고 하는 싸움인가. 독일의 경우 기본소득에 관한 논쟁의 지평은 기본법 해석을 둘러싼 헌법현실(Verfassungswirklichkeit)에 대한 논쟁이다. 독일기본법은 독일연방공화국이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gewährleisten) 법치주의원칙을 준수하는 국가(Rechtstaatlichkeit)임과 동시에 개인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베푸는(gewähren) 사회복지국가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양자간의 긴장과 대립관계가 50년대 에른스트 포르스트호프와 볼프강 아벤트로트간의 첨예한 논쟁으로 불거진 이후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매개로 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국가원칙이 헌법 조항이 된 것은 노동운동이 성취한 것이 아니고 자본의 자기반성으로 이루어 졌다는 점이다. 전후 사회주의권을 의식한 자본주의로 시작한 독일자본주의(관련 Christoph Butterwegge, Armut in einem reichen Land, 2009 참조)는 지금 자기 재생산의 토대를 걱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자본주의로 발전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다양한 대책이 제시되고 그 대책간 갈등과 모순이 있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을 다 한속으로 본다. 차 이가 있다면 일할 의욕이 없다고 간주되는 사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있다.

그럼 이 싸움에 개입해야 하는가? 그리고 개입해야 한다면 누구 편을 들어줘야 하는가? 물론, 개입해야 한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전근대적인 귀족주의적인 사고, 자립과 자존정신으로 무장된 시민과 생각을 달리하는 것이 있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잘못과 절대(!) 연계시키지 않는다는데 있다. , 어떤 사람이 게으름뱅이어서 자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지라도 그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모든 형편을 베푸는 것이다. 사 회주의 운동이 그 이하로 떨어질 수 없다.

그럼 누구 편을 들어줘야 하는가? 이기는 편을 들어주는 것이다. 신자유주 의의 순정파 독일 자민당도 시민수당을 제안으로 내걸고 나오는 형편이다. 조건을 달기는 하지만. 그러나 자기반성적으로 발전하는 자본주의의 대세는 기본소득 쪽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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