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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저녁에
어느 하느님이 온다는 것인가
무슨 젊음을 이제는 저토록 높고 소슬히 이겨냈다는
것인가
저 빈 겨울 감나무
아이들의 입으로도,늙은이의 잇몸으로도 들어가고
남은 허공들에
그동안은 못 보던 하늘,못 듣던 바람 소리 두루 맑
게 갖추는, 그아래에 나도
저녁을 부르며 섰다
이렇게 나무에 한쪽 등을 기대고 있으면 등 뒤가 바
로 하나님이란 생각이 불현듯 저녁처럼 오는 것 아닌가
그러면 나는 저편 산마루 위 하늘, 하늘 속의 멍울
져 있는 구름도 좀 보아가며 이 감나무보다도 더 의젓
하게,
저녁은 여럿이 오지 말고 딱 하나만 오라
내가 다 가지고 싶어라
그러나 이 어스름을 나느 다 가질 수 없어서
깨진 물동이처럼 무너져 통곡이라도 하고 싶은데
남는 흐느낌을 다정스레 데리고
이 나무처럼 다시 서고 싶은데
어깨를 들썩이는 이 하느님이 온다는 뜻인가
이 많기도 한 하느님을 다 가지라는 뜻인가
이 모퉁이 이 저녁에
나는 갑자기 너무 큰 부자가 되어서
--장석남--
미소는,어디로 가시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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