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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류
    잡기장
  • 등록일
    2006/04/27 23:54
  • 수정일
    2006/04/27 23:54
  • 글쓴이
    pinf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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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저녁에

 

어느 하느님이 온다는 것인가

무슨 젊음을 이제는 저토록 높고 소슬히 이겨냈다는

것인가

저 빈 겨울 감나무

아이들의 입으로도,늙은이의 잇몸으로도 들어가고

남은 허공들에

그동안은 못 보던 하늘,못 듣던 바람 소리 두루 맑

게 갖추는, 그아래에 나도

저녁을 부르며 섰다

 

이렇게 나무에 한쪽 등을 기대고 있으면 등 뒤가 바

로 하나님이란 생각이 불현듯 저녁처럼 오는 것 아닌가

그러면 나는 저편 산마루 위 하늘, 하늘 속의 멍울

져 있는 구름도 좀 보아가며 이 감나무보다도 더 의젓

하게,

저녁은 여럿이 오지 말고 딱 하나만 오라

내가 다 가지고 싶어라

그러나 이 어스름을 나느 다 가질 수 없어서

깨진 물동이처럼 무너져 통곡이라도 하고 싶은데

남는 흐느낌을 다정스레 데리고

이 나무처럼 다시 서고 싶은데

 

어깨를 들썩이는 이 하느님이 온다는 뜻인가

이 많기도 한 하느님을 다 가지라는 뜻인가

이 모퉁이 이 저녁에

나는 갑자기 너무 큰 부자가 되어서

 

                                                                                    --장석남--

                                                                                 미소는,어디로 가시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