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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20
    어른 싸움
    알엠

어른 싸움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된다는 말이 있는데

경험상 내가 아이들 싸움에 개입하면 항상 어른들 싸움으로 번지더라.

일요일에 교회에 갔다가 큰애가 서럽게 울었다.

나는 그 때 화장실에 갔다 왔다가 전동스쿠터에 타시는 할머니를 돕느라 보지 못했다.

어쨌든 내가 겪은 상황은

큰애가 울고 있어서 안아주며 무슨 일이냐고 묻자 말을 잊지 못하고 흐느꼈다는 것.

다른 남자애가 엄마 손에 이끌려와서 "미안해~!" 하곤 웃으면서 사라졌다는 것.

큰애는 계속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는 것.

 

결국 유아방에서 앵두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는데

그집 엄마가 들어왔고 나는 그집 엄마에게

"우리 애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문제가 생겼을 때 사과하는 쪽에서

'진심으로'  사과하기를 바라는데 보통은 진지하게 말을 한다."

라고 말을 하고 있는데 우리애를 때린 아이가 들어왔길래

"우리 애가 수긍이 안되어서 계속 우는 것같으니 진심으로 사과를 해주면 안될까?"

라고 부탁을 했고 그 애는 자기는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고 항변을 했다.

나는 화가 나서 "내가 보기엔 진심인 것같지는 않았거든" 했고

그 애가 억울해하며 "자기가 때린 건 장난이었고 나도 맞았다"고 울먹였고

나는 우리애를 불러서 서로 싸운 거니 이만 이쯤에서 화해를 했으면 했는데

그 얘기를 하는 동안 그 남자애는 밖으로 나가버렸고...

 

아...정말 나는 계속 화가 났다.

큰애에게 "나도 어떻게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그만 마음을 풀자"고 하니

그애가 펑펑 울면서 "장난아닌 것같았다. 동생이랑 둘이서 나를 때렸다"고....

어쨌든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몇단계를 거쳐서 집에 왔는데

남편은 또 내게 왜 그렇게 튀는 행동을 하느냐고.

 

곰곰 생각해보면 나는 가만히 있어야 옳았던 것같다.

다만 우리 애가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있길래 뭔가 힘이 되어주고 싶었을 뿐이고

먼저 폭력을 쓴 사람이 정말 미안하다고 생각한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기를 바랬던

것뿐인데....계속 마음이 불편했다.

 

 



왜 불편한가, 며칠동안 곰곰히 생각해봤다.

첫째, 일단 교회 사람들이 다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는 사실.

결국 내가 주위를 살필 만큼의 여유도 없이 화가 나있었다는 사실.

그걸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왜 화가 났는고 하니 맞은 애는 울고 있는데 때린 애는 웃고 있어서다.

입장을 바꿔서 우리 애가 누굴 때려서 그렇게 울고 있었다면

나는 우리애를 크게 혼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우리 애는 계속 서럽게 서럽게 울고 있는데

때린 애는 그냥 즐겁게 놀고 있어서 화가 났다.

화가 난 후부터의 나는 뭐...

나라는 사람이 마음을 숨기지 못하니 당연히 모든 사람들은 내 맘을 읽었을 게다.

 

둘째, 뒤늦게 알게 된 사실. 

남편은 처음부터 모든 상황을 다 봤다고 한다.

그 남자애가 동생이랑 둘이서 "공격!" 하고서 

보통 TV에서 하듯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옆구리를 쳤단다.

그러니까 그 애가 정말 장난이었던 건 맞다.

또한 그 일을 당한 후 우리 애가 왜 때리냐고 항변을 했고(아주 사납게)

그 남자애는 미안하다고 말을 했단다.

그러니 결국 나는 그 후의 상황을 본 것이다.(그 때 남편은 또 거기 없었다)

그러니까 그 남자애가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걸 본 것인데

그 전에 이미 남자애는 사과를 했고 그집 엄마가 다시 한 번 사과를 시킨 것이었다.

그러니 전후사정도 모른 채 아이 말만 듣고서 못나게 군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 모든 얘기를 쭉 듣고 나니

결국 나는 우리애의 마음을 더 만져주는 것에 집중했어야 했다는 뒤늦은 후회.

다른 누군가에게(예를 들어 그집 엄마나 남자애) 다른 액션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건강하게 울 수 있도록

그 애를 100% 이해한 상황에서 그 애의 울음을 조용히 들어주는 게 내 할 일이었다.

그런데....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교훈.

행동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기.

마음이 들떠 있을 땐 마음을 들여다보기.

맑은 유리잔 안의 흙탕물을 들여다보듯

흙 알갱이가 어떻게 층을 이뤄가며 가라앉는지 들여다보듯

내 맘 속에 떠도는 감정의 입자들을 차분히 들여다보기.

 

어쨌든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걱정. 앞으로 큰애가 맞닥뜨릴 시간에는 그런 사건들이 참 많을텐데

어떻게 학교를 보낼까 그런 걱정을 하고 있노라니

어떤 엄마가 과천에 발도로프 학교가 있다고

자기는 자기애들을 그 학교에 보낼 거라고 하더라.

모르는 것도 참 많고 생각해야할 일도 참....

많다.

 

딴 얘기인데 이제부터 아이들 이름은 

큰애는 하늘, 둘째애는 하돌, 세째는 앵두.(다 태명입니다.)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선배님이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저도 그저 알엠일 뿐입니다. ^^

이 곳에 머물고는 있지만 닫았던 방문도 그대로 닫고 있고

마음도 제대로 내려놓지는 못할 것같습니다. 한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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