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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사케를 줄창 비우던 밤
한때의 연인을,
지금의 연인과 똑같은 사람을,
나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는
그녀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사랑할 수 있어 좋다.
휠체어에 가방을 걸고 나와
가방에서 치킨과 샐러드와 과일을 꺼내
병원 한구석 파라솔 밑에 차려놓고
멀리서 손을 흔드는
그녀
발 밑에서 뒹구는 한아름의 빈병들을 흐뭇해하던
그밤의 키득거림.
그렇게 취할수 있어 좋다.
불쑥 찾아든 내 한통의 전화에
잠자는 아이를 들쳐업고
혼자있는 우리집으로 달려와준 늦은 밤
불고기를 구워 식은밥에 맥주를 나눠 먹을 수 있는
그녀
시간은 그냥 지나는 법이 없다.
그렇게 거침없이 만날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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